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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저편

리뷰 총점9.8 리뷰 30건 | 판매지수 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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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top100 1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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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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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50g | 140*197*25mm
ISBN13 9791191253368
ISBN10 1191253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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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당신이 쓴 것은 좋은 소설입니까] 성애 소설을 발표한 작가가 ‘문예윤리위원회’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통신이 끊어진 외딴 건물에 격리된다. 감금의 이유는 부적절한 소설 속 장면에 대한 독자의 고발이고, 위원회의 요구는 아름답고 올바른 이야기만 쓰라는 것. 전향할 것인가 투쟁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작가의 선택은? -소설MD 박형욱

'당신이 쓴 것은 좋은 소설입니까, 나쁜 소설입니까'

여성차별, 가정폭력, 아동학대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나오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요미우리 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으로 ‘누가 표현을 자유를 가로막으며 예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말만 퍼져가는 사회를 욕망하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어린이 성애증을 소재로 작품을 발표한 작가 마쓰는 문예윤리위원회라고 자칭하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 어느 바닷가의 격리된 건물에 감금된다. 위원회가 밝힌 감금의 이유는,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남자들을 등장시키는 소설 속 장면을 마땅치 않게 여긴 독자들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예윤리위원회의 요구는 간단했다. 누구라도 공감할 아름다운 이야기만 쓰라는 것. 이에 대한 반론은 허용하지 않으며 반항하면 감금 기간이 늘어난다. 외설, 폭력, 범죄, 체제비판이 담긴 글을 쓰던 작가들은 이곳에 갇혀 형편없는 취급을 받지만 위원회가 원하는 글을 쓰면 처우가 달라진다. 갱생과 투쟁의 갈림길에 선 작가의 운명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온 대사 하나만을 뚝 떼어내 “이건 남성 혐오다”, “저건 여성 차별이 아닌가”라며 마치 작가가 실제로 남성을 혐오하고 여성을 차별한다는 식으로 트집을 잡는 사람들과, 이와 같은 흐름을 아무런 검증 없이 ‘논란’이라며 부추기는 미디어의 모습을 통해 ‘일본의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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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장 B98호
마쓰 유메이(마쓰시게 간나) 귀하
총무성 문화국 문화문예윤리향상위원회는 귀하에 대한 독자의 제소를 심의하고 사정청취를 하고자 귀하에게 심의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청원서를 3월 1일부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회답이 없이 지정된 기간이 지났으므로 귀하에게 아래 기일에 하기 장소에 출두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곳에서는 약간의 강습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숙박 준비물을 부탁드립니다.
질병이나 기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두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사 진단서 등 개인 사정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즉시 기일변경원을 위원회 사무국에 제출해 주십시오.
날짜 : 6월 27일 오후 1시
장소 : JR선 C역 개찰구
총무성 문화국 문화문예윤리향상위원회
--- p.14


“표현은 자유지만 모든 게 다 자유인 건 아니죠. 그게 아니라면 이 사회의 모든 것이 제멋대로가 되고 맙니다. 요즘 범죄가 빈발하고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어요. 게다가 악질화되고 저연령화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인한 살인이나 자살도 늘었어요. 이런 것들의 원인은 고삐 풀린 만화나 소설이 아니냐 하는 말도 있습니다.”
--- p.65


“냉정하시네. 차가운 작가는 독자들이 싫어합니다. 다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데서 살갑게 팬 서비스를 하고 있잖아요.”
--- p.133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기리노 나쓰오라는 거장이 일본을 쓴다. 탈출 게임의 도입부처럼 제시되는 기묘한 수용소는 이내 목적 없는 시스템의 앙상함을 드러낸다. 소설가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는 듯 시작했던 소설은 국가의 변질을 다룬다. 기리노 나쓰오가 어떤 작가인지 설명하려면 1박2일로도 부족하지만, 어떤 작가가 아닌지는 금방 말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긍정적인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절망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가끔은 악취미라고 느낄 때도 있다. 이 마성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이상 끝을 보지 않을 도리는 없는데 그 끝은 설마 했던 그곳이다. 『일몰의 저편』이라는 제목에서 제국주의 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태양의 몰락을 읽는다. 태양이 진다.
- 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요구가 표현의 자유, 더 나아가 창작의 자유를 위협하는가. 폭탄 같은 주제다. 기리노 나쓰오가 그다운 방식으로 썼다. 정면 돌파.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러면서 자칫 풍자소설이 빠질 수 있는 뻔함과 얄팍함이라는 함정은 능숙하게 피했다. 이 소설, 끝날 때까지 예측할 수 없다. 소설적 재미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모든 문단이 도발적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지, 하는데 읽다 보면 상황과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거, 일어, 날, 수도, 있는 거, 아냐……? 스릴러로 읽어도 알레고리로 받아들여도 좋다. 어느 쪽을 택하건 ‘답답한데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네’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세상에 나쁜 소설이 존재하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분들, 그리고 그런 발상이 끔찍하고 올바른 문학이란 있을 수 없다는 분들,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이유로 추천한다.
- 장강명(소설가)

회원리뷰 (30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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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일몰의 저편] 사느냐 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키* | 2022.03.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중견 소설가 마쓰는 어느 날 문예윤리위원회라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그곳으로 향한다. 조직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지명도 알기 힘든 어느 바닷가 마을의 격리된 건물. 어떤 조직인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소환된 건지 영문도 모른 채 마쓰는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건물에 수감된다. 알고 보니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모두 현업 작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리뷰제목


 

중견 소설가 마쓰는 어느 날 문예윤리위원회라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그곳으로 향한다. 조직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지명도 알기 힘든 어느 바닷가 마을의 격리된 건물. 어떤 조직인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소환된 건지 영문도 모른 채 마쓰는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건물에 수감된다. 알고 보니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모두 현업 작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소설을 쓰지 않지 않고, 성, 폭력에 대한 과도한 묘사와 혐오, 차별 표현 등으로 대중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불려온 것이었다. 

 

자신이 소환된 이유를 알게 된 마쓰는 위원회를 비난하며 구속을 거부하지만, 점차 이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상황에 적응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마쓰는 조금씩 자신이 바라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은 옳은 일일까. 처음에는 이 질문이 위원회로 상징되는 검열 당국(정부)에 대한 것으로 읽혔으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판매 부수를 높이기 위해 대중성에 영합할 것을 요구하는 출판사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글만 찾는 대중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위원회는 계속해서 마쓰의 소설을 헤이트 스피치와 비교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 생각에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은 이용료를 지불한 사람만이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미디어인 반면, 헤이트 스피치나 무료 웹툰, 공중파 방송 등은 불특정 다수가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위원회가 마쓰의 소설을 헤이트 스피치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타당하지 않고, 마쓰는 자유롭게 소설을 써도 괜찮다. 하지만 그렇게 쓴 소설이 안 팔리면, 그때는 정말 쓰고 싶어도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마쓰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건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본 권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과거에는 성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든 폭력에 대한 묘사가 과하든 잘 팔리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던 출판사들이, 이제는 독자들을 방패 삼아 작가들에게 '자체적으로' 수위 조절을 요구하는 현실... 팬이라는 명분으로 작가에게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독자에 대한 묘사도 나온다. 출판사가 작가에게 SNS 계정을 만들기를 요구하고, 독자가 작가에게 SNS 계정으로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요즘에는 얼마든지 있을 법한 일이라 너무나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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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에 맞서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g********m | 2022.01.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소설을 썼다가 한 소설가가 감금됐다. 작가는 그곳에서 '올바른'소설을 쓰는 교육을 받는다. 교육과 반성을 거부하면 죽음만이 남는다.   작품은 감금된 작가가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어딘지도 모른채 갖힌 작가가 자기가 갇힌 곳의 정체를 알아 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저항, 그리고 탈출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일본 소설은 이런 식의 추리소;
리뷰제목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소설을 썼다가 한 소설가가 감금됐다. 작가는 그곳에서 '올바른'소설을 쓰는 교육을 받는다. 교육과 반성을 거부하면 죽음만이 남는다.

 

작품은 감금된 작가가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어딘지도 모른채 갖힌 작가가 자기가 갇힌 곳의 정체를 알아 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저항, 그리고 탈출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일본 소설은 이런 식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형식을 띠는 작품이 많은 것 같다.

 

단순히, 이런 감금과 탈출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작가가 갇힌 이유에 있다. '올바른' 작품을 쓰지 않았고, 권력이 올바른 작품을 쓰도록 강요한다는 전제가 깔려 재미있다.

 

'올바른'이 있을 수는 있는 데 그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권력이 그 기준을 정한다는 데 있다. 권력은 국가일수도 있고 대중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대선이 다가오는 한국에서, 대선 보도를 하는 언론과 대선에 대해 얘기하는 주변사람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떠올렸다. 왜 이렇게 언론은 편향됐지? 왜 이렇게 주위 사람들은 보수적이니? 결론적으로 왜 이렇게 한국 사회는 '올바르지'않지 라고 분노하는 나의 시선을 떠올렸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과 나에게 그 '올바름'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문학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는 작가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권력의 요혹은 더 강력하다. 이 작품은 그런 어려움에 처한 작가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독자, 자본, 국가를 향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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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읽고 싶은 소설을 선택할 자유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련 | 2021.12.09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자유롭게 읽고 쓴다. SNS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의견을 말한다. 개인적인 공간에 남긴 기록은 한순간 사회적 공론에 휩싸일 때도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에 댓글로 다툼이 이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자기 검열을 시작한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교정 같은 단순한 일부터 문맥이 맞는지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살피게 된다. 좋아서 쓰던;
리뷰제목

자유롭게 읽고 쓴다. SNS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의견을 말한다. 개인적인 공간에 남긴 기록은 한순간 사회적 공론에 휩싸일 때도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에 댓글로 다툼이 이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자기 검열을 시작한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교정 같은 단순한 일부터 문맥이 맞는지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살피게 된다. 좋아서 쓰던 글이 타인과 소통을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의문이 생긴다.

 

궁극적으로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일까. 글의 형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순한 행복, 기쁨, 즐거움은 아닐까. 그 모든 것을 충족하는 장르 중 하나가 소설일 것이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가공의 이야기, 그 안에서 독자는 함께 울고 웃고 분노한다. 하나의 소설을 읽고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기에 일률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그러니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로 나누는 획일적인 기준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인간을 탐구하는 문학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니까.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정부가 관리하고 판단하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나오키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요미우리문학상 등을 수상한 기리노 나쓰오의 장편소설『일몰의 저편』(북스피어, 2021)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코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성애 소설을 쓰는 작가인 주인공 ‘마쓰’는 ‘문예윤리위원회’(이하 문윤)라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는다. 독자의 고발이 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설명 없이 강습에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며칠이면 끝날 거라는 직원의 설명에 아무런 의심 없이 길을 나선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 채 말이다. 마쓰가 도착한 곳은 외부와 단절된 바닷가 절벽 위에 위치한 ‘요양소’다. 마쓰에게 지정된 방은 형무소와 같았다. 작은 책상, 화장실, 지급되는 생필품으로 생활하며 식사, 목욕도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했다. 인터넷도 전화도 사용할 수 없었다. 감시 카메라와 스피커가 설치되었다. 건물 곳곳에서 자신과 같은 복장의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언제 이곳에 왔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말 그대로 고립 상태에 놓였다.

 

그곳에서 마쓰는 이름이 아닌 ‘B98’번이었고 소장이라는 사람과 상담이 시작되었다. 마쓰가 쓴 소설이 폭력적이고 가학적이라고 문윤이 판단해 요양소에서 갱생과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간은 마쓰가 얼마나 문윤의 조치에 따르고 협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B98번이 된 마쓰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소설은 그저 허구이며 상상의 세계가 아니던가. 단지 한 장면의 묘사, 몇 줄의 표현으로 인해 소설 전체를 평가받는 일은 부당했다. 독자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당연한 감정이다. 작가에게 그 누구도 그런 글을 쓰면 안 된다고 제재를 가할 수 없으니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주의 국가에서 개인을 갱생한다는 상상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소설은 너무도 비참한 방법으로 마쓰를 구속하고 학대한다. 자신들이 정해 놓은 규정을 위반하면 요양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도 묵살했다. 그들의 설명은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 창작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산책을 빌미로 요양소를 탐색하는 마쓰가 알게 된 사실은 더욱 잔인했다. 하루하루 요양소에 적응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처음에 끓어올랐던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작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말이었다.

 

마쓰가 그들의 요구대로 쓴 글을 읽고 검열하며 문윤은 그녀가 충분히 갱생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윤에서 원하는 글은 명확하고 단순했다. 누구나 감동을 느낄 착하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그런 소설이 좋은 소설이고 훌륭한 소설이라며 노벨문학상을 언급한다. 마쓰도 쓸 수 있었다. 요구하는 대로 변절자, 배신자도 충분히 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하지만 그건 작가가 원하는 글이 아니고 쓰고 싶은 글이 아니었다. 무엇을 쓸지 창작의 영역까지 허락이 필요한 세상이 도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글은 다양성과 고유성은 무시한 AI나 써내는 글이 아닐까. 기능적으로 소설을 잘 쓰는 작가를 원할 뿐 마쓰라는 인간 개인의 글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과 국가의 싸움이었다. 누가 봐도 개인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마쓰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정하며 그녀를 자극했고, 도발하게 만들어 마침내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드는 게 문윤의 전략이었다. 인간은, 그것도 예술가인 작가는 갱생되거나 교정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소설은 마치 문학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한다. 독자에게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을 선별할 능력이 있냐는 듯 말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말하는 문학이라는 세계, 작가의 창작적 자유는 그들의 집단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작가는 곧 개인이며 독자다. 소설속 문윤의 논리에 따르면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처럼 좋은 소설만 읽는 독자가 필요하다. 그것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폭력이다.

 

이쯤에서 독자인 나는 어떤 독자인가 생각한다. 더불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지난 정부의 예술가 명단을 떠올린다. 정부의 뜻에 반하는 목소리를 지닌 이들은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불이익을 받는 이들이다. 정치가 예술을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예술가의 정치적 신념은 작품과는 별개다. 설령 같다고 해도 그건 개인의 자유 영역이다. 그렇다면 소위 문학상 수상작, 베스트셀러, 고전만 읽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실험적인 소설이나 사회를 비판하는 고발 소설과 추악한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탐사 소설은 읽지 말아야 할까. 그렇다면 작가 마쓰가 아닌 비주류 소설을 읽는 독자도 문윤의 요양소에서 갱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시대인 21세기에 불가능한 이야기라 장담했지만 막상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아무도 모르는 권력이 움직이는 검열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쓰는 이 글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불편하고 불안해진다.

 

“작품은 자유야. 인간의 마음은 자유니까. 무엇을 표현해도 돼. 국가권력이 그걸 금지하면 안 돼.”(317쪽)

 

“내가 말하는 건 작가가 책임을 지고 표현한 작품이야. 허구의 이야기 말이야. 허구는 다양한 인간을 묘사하지. 개중에는 차별적 인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간도 있지. 왜냐하면 인간 사회가 그러니까. 다양한 사람의 고통을 그리는 게 소설이니까 아름다운 것만 쓸 수 없지.”(317쪽)

 

그리하여 마쓰의 처절한 외침은 곧 내 것이 된다. 표현의 자유가 사라지고 좋은 소설만 읽으라고 강요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만으로 꾸며진 세상은 좋은 세상일까. 인형처럼 똑같은 얼굴과 마음을 지닌 인간들이 가득한 사회를 상상하자 오싹해진다.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마쓰의 목소리를 통해 묻는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어떠냐고 말이다. 소설 속 디스토피아와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인간의 심연을 포착한 글이 소설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이유다. 소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배우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마쓰가 문윤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그 때문이다.

 

단순하게 재미만 놓고 봐도 스릴 넘치는 소설이다. 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안겨 준다. 흥미롭게 진행된 마쓰와 소장의 토론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다 정신을 차린다. 읽고 싶은 소설을 선택할 자유와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 하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독재의 사회가 될 것임을 알기에 모든 소설을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논리를 따라갈 수 없다. 작가와 독자의 인격과 존엄성을 무시하는 처사를 따를 수 없고 따라서도 안 된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마쓰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현명한 독자가 되려는 묘한 욕망과 함께 말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문학의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소설 밖 현실에선 ‘일몰의 저편’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Littor》 33호에 수록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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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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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작가의 꾸준함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고* | 2022.03.24
구매 평점5점
뭔가 환상속의 서계를 탐험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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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천***을 | 2021.12.09
구매 평점5점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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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h*******e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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