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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와 회귀

도피와 회귀

최인 | 글여울 | 2021년 09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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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60쪽 | 152*225*30mm
ISBN13 9791197254215
ISBN10 119725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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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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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죽은 자들은 어떤 산 자보다도 위대하다

장소의(장옥정)가 왕자 균을 낳자 숙종은 균을 원자로 삼고 장소의를 희빈으로 책봉코자 했다. 이 같은 숙종의 생각에 송시열, 김수흥, 김수항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인현왕후가 젊으니 좀 더 후사를 기다려 보자는 것이었다. 1689년 2월 1일 숙종은 왕자의 명호를 정하고, 장소의를 희빈으로 책봉하는 교서를 내렸다. 송시열은 상소를 올려 원자책봉의 시기가 아님을 강력히 아뢰었다. 숙종은 이미 원자의 명호가 결정되었는데, 반대 상소를 올린다는 것은 왕에 대한 불충이라 대노, 송시열을 제주도로 유배시킨 뒤 사약을 내려 죽였다.

운동장으로 가는 길에는 벚꽃나무와 산수유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는 과실수들을 따라가다가 일군의 무덤 앞에서 멈춰 섰다. 크고 작은 무덤들은 비석에 쓰인 이름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어떤 비석에는 이공이라고 표기되었고, 어떤 비문에는 윤공이라고 새겨졌다. 그 비석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죽은 이의 삶을 대변하듯 다양한 형태를 가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수많은 비석을 바라보며 죽음, 하고 중얼거려 보았다. 무척 생경스럽게 느껴지는 단어이고 이질적인 어휘였다. 그 순간 그는 죽음을 옆에 두고 죽음과 함께 지내 왔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굴곡진 삶을 뒤돌아보아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미주가 죽음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명하 씨도 언젠가 죽는다는 거 알아?”
당시 그는 자신과 죽음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의 미래는 언제나 희망찼으며 절망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의 그로서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와 같은 장밋빛 생각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현재의 그는 분명히 추락과정에 들어섰고, 알 수 없는 것들로부터 도전받는 상태였다. 그는 일군의 무덤과 비석을 보고 하나의 사실을 생각해 냈다. 언젠가는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인간들처럼 죽음의 세계로 돌아간다. 화려하게 살았든, 비참하게 살았든 반드시 어둠 속으로 회귀한다.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삶의 길이고, 수정할 수 없는 생의 역사이다.
“덧없는 인간들의 삶…”
그는 산중턱을 메운 무덤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은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적 삶을 영위해 간다. 인간은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한다. 인간은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좌절하면서 현재를 산다. 인간들은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위대해지고 초라해지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 인간은 자신의 만족으로 인해 위대해진다.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사랑한 인간은 헌신을 통해 더 위대해진다.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들까지 사랑한 인간은 어느 누구보다 위대해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기대 속에서 위대해지고, 삶의 고난 속에서 더욱 위대해져 간다. 어떤 인간은 가능한 것을 기대함으로써 위대해졌고, 어떤 인간은 영원한 것을 기대함으로써 강인해졌다.
“위대함을 위해 살다가 간 자들.”
그는 제각각 다른 형태를 가진 무덤들을 일별하고 걸음을 옮겼다. 지금 무덤 속에서 잠자는 자들은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두 위대하다. 그들은 살아 있지 않고 죽었으므로 더욱 위대해졌다. 위대해진 건 무덤 속에 누워서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썩는 자들뿐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자들은 예외 없이 위대해졌다. 세상과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목숨을 건 자들은, 그 도전을 통해 위대해졌다. 자신의 자아와 싸우며 자아를 극복해 낸 자들은 초인처럼 위대해졌다. 모든 이들보다 더욱 위대해진 자는 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한 자이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생각해 내고 쾌재를 불렀다. 세상은 모든 존재의 싸움터고 생존을 위한 투쟁의 마당이다. 사람은 사람을 상대로 싸우고 신은 신을 상대로 싸운다. 한 사람이 수백 명과 싸우고 수백 명이 수천 명과 싸운다. 어떤 자는 싸움에 의해서 위대해졌으며, 어떤 자는 지혜로 말미암아 위대해졌다. 어떤 자는 희망으로 위대해졌고, 어떤 자는 사랑을 통해서 위대해졌다. 인류의 조상이자 첫 번째 피조물인 아담은 어떤 인간보다도 위대했다. 아담은 창조와 열정과 도전이라는 힘에 의해서 더욱 위대해졌다. 어리석음을 비밀로 하는 지혜에 의하여 위대했으며, 미친 상태의 희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인 사랑을 통해 위대하게 되었다.
“떠난 자는 위대할 수밖에 없다.”
그는 내면에서 울리는 진리의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 자신을 찾아 다른 한 곳으로 떠난 자들은 모두 위대해졌다. 믿음을 가지고 자신이 서 있던 곳을 떠난 자는 더욱 위대해졌다. 두려움을 무서워하지 않고 낯선 곳으로 떠난 자는 그 용기로 인해 더 위대해졌다. 아담은 믿음을 가지고 신의 땅을 떠났던 것이며, 약속의 땅에서 빛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증오의 마음도 일어나지 않았고, 연민의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모든 것에 대한 신기한 마음이 그를 무한한 동경의 세계로 이끌었다. 아담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영험을 얻어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오로지 신을 향한 의지에서 인간을 향한 의지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아담만큼 위대해지면 되지.”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에게 자위하듯 웃었다. 이 세상에는 자기가 사랑한 조국에서 추방된 사람도 있다. 자기 스스로 사랑하는 조국을 배척하고 도피자로 전락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그가 버린 조국으로부터 완벽히 잊혀진 것은 아니다. 서러움 속에서 찾아 헤매다가 발견하고 부른 애가도 망각된 건 아니다. 혼돈의 세상을 향해 슬퍼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이다. 슬퍼하는 자와 함께 슬퍼하는 것은 더욱 인간적인 모습이다. 한 점의 의구심도 없이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더욱더 인간적인 태도이다. 믿는 자를 진실되게 바라본다는 것은 그보다 더 한층 인간적인 행위이다. 아담은 새로운 땅에서 인간처럼 살다가 짐승처럼 죽음을 맞이했다. 아담은 죽는 순간에도 신의 땅을 떠난 선택을 뉘우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인간처럼 죽음을 맞이했고 동물처럼 땅속에서 썩어 갔다. 그 인간적인 선택이 아담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그대들은 죽었으므로 행복하다.”
그는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누워 있는 자들에게 소리치고 걸음을 떼어 놓았다.

--- p.33

7월 17일
경제행위는 수단의 희소성에 의해서 제약된다

1978년 7월 17일 제4차 서방경제정상회담이 미국, 캐나다, 서독,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7개국 선진공업국 수뇌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독의 수도 본에서 열렸다. 이 선진공업국 지도자들은 경제성장을 증진하고, 실업과 인플레에 적극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에너지 보존과 국제 주요통화의 안정을 통해 세계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의를 마쳤다.

그가 은행 안으로 들어갔을 때 대출계 직원은 자리에 없었다. 그는 대출계 창구 앞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그는 물로 목을 축이면서 자신이 당면한 처지를 돌이켜 보았다. 자신은 무엇 때문에 은행을 찾아왔으며, 대출을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자신은 왜 어려움에 처했으며,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는가.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 봐도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즉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는 지금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그가 술에 취해 북한으로 들어간 것과 그곳에서 경희를 만난 일도 분명히 잘못이었다. 경희로부터 편지와 기념품을 받아 가지고 온 것도 명백한 과오였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40대의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그는 자신에게 말을 붙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잘 다려진 양복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상태였다. 또한 광택이 나는 구두를 신었으며, 다듬어진 헤어스타일과 기름진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보아 은행 간부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상체를 세우고 중년남자를 향해 용건을 말했다.
“대출을 상담하러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직원이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언제쯤 자리로 돌아올까요?”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남자는 대출창구를 돌아보며 은행원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엉거주춤 일어선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 정도의 정황은 이미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대출계 직원이 자리를 비웠으며, 시간이 돼야 돌아올 것이라는 걸. 그렇지만 그는 남자에게 허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은행 간부에 대한 경외의 표시라기보다 관심을 보인 사람에 대한 예의였다. 그는 지금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아온 힘없는 소시민이었다. 그런 그에게 은행 간부는 부드러운 태도로 말을 걸어 왔다. 남자의 그런 태도는 은행에 대한 거부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었다. 그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남자가 미소를 흘리며 객장을 걸어갔다. 그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저앉았다.
“자본주의에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 자본주의하에서는 돈이 없으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같은 소비자본주의 체제로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빌어먹을.”
그는 경제제도가 가지고 있는 모순점을 생각하며 씨부렁거렸다. 경제적 행위를 할 수 없는 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라는 말인가. 춥고 어두운 방에 누운 채 죽어 가란 말인가. 아니면 흉악한 범죄라도 저질러서 경제권을 획득하란 말인가. 바로 그것이었다. 눈을 뜬 채로 죽지 않기 위해서는 집이나 땅을 저당잡히는 수밖에 없다. 즉 개인이 적극적인 경제행위를 해야만, 경쟁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그렇게 돌려 먹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소파에 등을 묻고 직원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금방 자리로 돌아온다던 대출계 직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대출계 직원을 기다리다가 지쳐 눈을 감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는 사무적인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떴다. 흰 와이셔츠 차림의 대출계 직원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서 상체를 떼고 입가에 흐른 침을 닦았다.
“대출상담을 하려고 왔습니다.”
“담보는 어떤 걸로 하실 겁니까?”
“집을 담보로 할까 해서요.”
“어떤 집입니까?”
“어떤 집이라니요?”
“슬래브냐 조립식이냐 그 말이죠.”
“아 그런 뜻이군요. 집은 철제 조립식입니다.”
“평수는요?”
“이십오 평입니다.”
“방은 몇 개죠?”
“세 갭니다.”
“일단 그 서류에 자세히 기록해 주십시오.”
대출계 직원이 서류를 꺼내 데스크에 올려놓았다. 그는 대출신청서의 빈칸을 메우며 젊은 직원을 쳐다보았다. 대출계 직원은 지금 그에게 금융자본주의에 예속되는 1차적인 행위를 시키는 중이었다. 즉 담보물건에 대한 가치평가를 매기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그는 대출 신청서에 주소와 직업, 재산상태, 소득내역 등을 기록하며 생각했다. 도대체 자본주의는 무엇이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자본주의는 무엇을 위해 경제행위를 하며, 누구를 위해 자본축적을 하는가. 그렇다. 자본주의하에서의 경제행위는 항상 수단의 희소성에 의해 제약되고 가늠된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의 경제행위는, 수단의 희소성을 전제하지 않고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부언하자면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언제나 수량에 한정되지 않는 상대적인 효용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적 행위에는 이와 같은 이론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상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라는 것은, 자기의 처분력에 의해 통일적으로 의도된 행위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위는 효용성이나, 효용성의 기회를 얻으려는 노력에 의해 제약된다. 그의 경제행위는 지금 대출계 직원의 경제행위에 종속되려고 하는 중이다. 즉 그의 경제행위가 스스로를 행위하지 못하고, 하나의 경제단체에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성된 신청서류를 데스크 안쪽으로 밀어 놓았다. 대출계 직원이 신청서를 집어 들고 들여다보았다.
“얼마나 융자를 받으려고 하십니까?”
“되는 대로 많이 받았으면 하는데요.”
“되는 대로 많이 받다니요?”
“담보물이 허용하는 금액 안에서 말입니다.”
대출계 직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멀뚱한 표정으로 대출계 직원을 바라보았다. 대출계 직원이 서류를 확인하고 단정적으로 말을 꺼냈다.
“이 집을 가지고는 융자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융자를 받을 수 없다니요?”
“융자 규정상 대출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요새는 농촌지역 실물경제가 어려워서 시가 오십 퍼센트밖에 대출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집이 삼억 원이 나간다고 해도… 방 하나에 사천만 원씩 제하면 일억이천만 원이 깎이게 되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은 일정한 소득이 없다는 게 문젭니다.”
“소득이 없다니요?”
“고정된 소득을 올리는 직장이 없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일정한 사업장도 없고, 세금을 낸 기록도 전무하지 않습니까?”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것은 캄캄해지는 게 아니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그는 뚜렷한 직업도 없고 일정한 직장도 없는 사회적 패배자였다. 상담원의 말대로 그는 사업장도 없고, 적을 둔 곳도 없는 무능한 인간이었다. 상황이 그러니 세금을 낸 기록과 일을 한 근거가 없을 수밖에. 그는 대출계 직원에게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
“잘 알았습니다.”
그는 대출창구를 뒤로하고 걸어가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슨 이유로 죄를 지은 사람처럼 행동하는가. 자신이 은행에 잘못한 것은 무엇이고, 왜 은행에서 쫓겨 가듯 도망치는 것인가. 그는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잘못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가 잘못한 것은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왔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렇다. 그의 잘못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아무런 자격도 없이 대출을 받으러 왔다는 것. 너무 용감하게 은행의 높은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 문제는 바로 그 자신의 입장을 망각한 무모한 행동에 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주차장으로 내려가 시동을 걸고 승용차를 출발시켰다.

--- p.260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직립한 그 순간부터 판단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은 인간보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즉 동물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보다 본능을 위해 행동하면 그만이었다. 인간의 슬픔은 동물처럼 본능에 의존해서 움직일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간은 본능적 활동 대신, 자신의 마음속에 가능한 활동과정을 헤아려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행동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문제야. 인간이라는 것.”
그는 푸른 하늘을 향해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태초에 남자와 여자는 에덴동산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거기에는 평화가 존재했으며, 생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선택이 없었고, 판단이 없었으며, 갈등도 없었다. 그와 같은 것이 없는 대신 그들에게는 선악과를 따먹는 행위가 금지되었다. 그들은 용감하게도 신의 명령을 어기고 자연과의 조화상태를 깨뜨렸다. 선과 진리의 명령에 반항하는 것은 강제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그것은 또한 인간 이전의 무의식적인 존재로부터 인간의 수준으로 나오게 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권위의 명령에 대항하는 행위, 즉 죄를 범하는 것은 최초의 인간적인 행위였다. 신화에서 죄악은 그 형식적인 측면으로 볼 때, 신의 명령에 대항해 행위하는 것이다. 반면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죄악은 지혜의 열매를 따먹는 창조적 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행위인 불복종은 이성의 시작이고 지성의 각성인 셈이다. 이성의 시작과 지성의 각성.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샤워를 하는 화니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역시 그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
“살아가는 건 어디든 마찬가지예요.”
“아마 거기는 그렇지 않을 거야.”
“그곳이 그렇게 좋은 장소예요?”
“아마 여기보다는 조금 나을지도 몰라.”
그는 지금이야말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실행에 옮길 때라고 결론지었다. 비록 그곳이 조건에 맞지 않아서 다시 회귀하더라도.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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