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거리에서 굶주렸습니다. 소년의 고통에 대해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아무도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옥상과 어두운 계단 등 에서 자면 쫓아내거나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여기 수상한 아이들이 있다고…. 생존을 위해 허기와 잠자리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던 소년은 살기 위해 물건을 훔치고, 돈을 빼앗는 등 비행을 저지르다 경찰에 붙잡혔고 소년 재판을 받은 뒤에 세품아에 왔습니다. 후배의 끔찍한 사연을 노래로 만든 전 군이 이렇게 반문합니다.
“이 아이가 정말 나쁜 아이일까요? 어른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몸부림칠 때, 어른들 은 후배의 고통을 달래주지도, 이해해주지도 않았어요. 후배가 비록 비행을 저질렀지만 그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몸부림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 청소년을 나쁜 아이라고 무조건 낙인찍는 게 속상하고, 후배의 이야기가 가슴 아파서 「우리 엄마」를 만들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나쁜 아이가 절대 아닙니다. 아픈 아이들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몸부림치는 위기 청소년의 아픔을 들어주세요. 조금만이라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세요.” --- p.47~48
소년이 흘리는 눈물의 진원지는 가정입니다. 위기 청소년의 70퍼센트는 결손 가정 또는 극빈 가정 출신입니다. 가난과 실직, 부모의 이혼과 아빠의 알코올중독 등의 사정으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서 소년들은 위기 상황에 내몰립니다. 그렇게 방치된 소년들은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결석과 가출, 흡연과 음주 등으로 무분별한 생활을 하면서 비행의 늪에 빠져들게 됩니다.
굳세게 지켜야 할 것은 조국보다는 가정입니다. 표면적인 가정 해체의 주범은 술과 폭력이지만 진범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비인간적 사회입니다. 위기 가정을 원하는 부모는 한 명도 없습니다. 다만 경쟁에서 패배하자 그 불똥이 가정으로 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패배의 모든 책임을 패자에게 전가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불공평한 사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짓밟아야 살아남는 무자비한 경쟁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요? --- p.60~61
박 경위는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들의 사부(師父) 즉, 스승이자 아버지입니다. 박 경위는 2015년 한 비행소년을 구하기 위해 인천지방법원 소년법정에 섰습니다. 29년 7개월 경력의 베테랑 경찰인 그는 체면 불구하고 판사에게 열네 살 “골통이”를 책임지겠다고 호소해 선처를 받았습니다.
(……) 박 경위는 제자들의 변화를 "기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변화에 대해 이런 표현을 해봤습니다. 인간애의 승리!
“그냥 일진이 아니라 ‘개골뱅이(골통 중의 골통이란 뜻의 은어)’였던 아이들이 반장이 되고, 성적으로 1, 2등을 다투더니 서울에 있는 명문대의 체육 대학에 진학했어요. 여학생 일진이었던 열여덟 살 보살이는 서울 대 진학을 목표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 되었고, 일진에서 모범생으로 바뀐 동갑내기 민들레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인권변호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킨 방법이 뭐냐고요? 딴 것 없습니다. 아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편들어주고, 밥 사주고, 안아주면서 끝까지 지켜주었더니 달라졌습니다.” --- p.99~100
한 소녀가 죽었습니다. 해변에서 발견된 난민 꼬마 쿠르디의 주검은 안아줄 수라도 있었지만 아빠에게 맞아 죽은 소녀는 안아줄 수도 없었습니다. 아빠의 폭력을 좀 말려달라고, 지옥 같은 집에서 나 좀 꺼내달라고 구조 요청할 때 손을 내밀었어야 했는데 아무도,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소녀여, 미안합니다.
백골로 발견된 여중생 소녀는 가정폭력에 무관심한 사회와 정부의 미비한 시스템을 끔찍한 죽음으로 고발했습니다. 소녀의 죽음에 충격받은 정부와 사회는 어떤 대책을 세울까요? 난무하던 대책과 구호는 흐지부지되고 우리들의 자책은 소녀처럼 재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소녀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 p.195
어떻게 해야 거리 소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오랜 실패와 좌절을 통해 해답을 얻었습니다. 마을공동체가 해답입니다. 마을 안에서 위기 소년들을 발굴하고 욕구를 파악해(발굴과 상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도시형 대안학교에서 가르치고(교육), 집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룹홈 생활(보호)과 직업훈련(자립)을 시켰더니 절망의 소년들이 희망으로 거듭났습니다. 24년 거리 스승이 도출한 이 해법을 ‘소년 희망 시스템’이라고 명명하렵니다.
“송파에서만 24년간 활동하면서 얻은 결론은 마을 아이들은 마을에서야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을의 당구장, 화원, 카페, 교회 등이 교실이 되고, 주민들이 선생이 돼 당구와 꽃꽂이 등을 가르쳤습니다. 대안학교에서 난타와 춤 등을 배운 아이들은 마을 축제에 참여해 꿈과 끼를 맘껏 발휘했습니다. 서로 불신하던 주민과 아이들이 마을 축제에서 신뢰의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반면 마을이 아이들을 포기하면 아이들은 비행소년 그리고 범죄자로 전락합니다. 마을에선 보는 눈 때문에 조심하지만 마을을 떠나면 과감해집니다. 부천과 신림동 등 가출 청소년 밀집 지역으로 진출하면 사기 치고, 훔치고, 성매매를 하는 등 비행에 전염되면서 범죄의 늪으로 빠집니다. 마을이 아이들을 포기하면 위험한 범죄자가 되어 나타나고 마을이 아이들을 품으면 고령화 사회를 책임질 미래가 됩니다.”
--- p.24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