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이야기를 안 들어 주는 게 ‘젤리’ 때문이었다고?
친구들은 벌써 다 갖고 있는 최신 스마트폰을 자기도 사 달라고 조르는 수아의 말을 엄마는 못 들은 척 묵묵부답이다. 엄마가 자신의 말을 자주 안 듣는 것에 화가 나 가출을 몇 번 시도한 적 있는 수아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가출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다가와서 수아의 상태와 마음을 꿰뚫어 보는 말을 한다. 이상한 아이는 수아 엄마가 왜 자신의 말을 집중해서 안 듣는지 알려 준다. 엄마 귀에 소리를 삼키는 젤리가 박혀 있어서 그렇다는 것! 수아는 반신반의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낮잠 자는 엄마 귓속에서 젤리를 발견하고 꺼내는 데 성공하고, 엄마가 자신의 사소한 말까지 귀담아듣게 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엄마가 너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서 여러 사건 사고가 생기는 등 피곤해진다. 궁리 끝에 수아는 젤리 하나를 반으로 잘라 엄마 귓속에 다시 넣었고, 엄마가 수아 이야기를 적절하게 듣고, 적절하게 자르는 데 ‘성공’한다.
어느 날, 수아는 엄마의 지겨운 잔소리도 젤리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남은 젤리를 반으로 잘라 자신의 귀에 넣어 보기로 한다. 그러자 엄마의 말소리만 빼고 다른 소리가 다 들려 ‘성공!’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아는 상상에 잠긴다. ‘엄마의 잔소리뿐만 아니라 엄마의 ‘사랑한다’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엄마와 영영 소통할 수 없으면 어쩌지?’ 불안감에 휩싸인 수아는 자신의 귀에 넣은 반쪽 젤리를 다시 빼려 하지만, 그럴수록 젤리는 귓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과연 수아는 이대로 영영 엄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까?
잔소리는 피하고 공감은 받고 싶은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
글을 쓴 이수용 저자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엄마가 종종 자신의 이야기에 신경 써 주지 않았던 기억을 더듬고 거기에 유쾌한 상상을 섞어 맛깔나게 이야기를 지었다. 아이들의 심리를 간결한 문장으로 잘 표현해 온 저자는, 요즘 아이들의 욕망과 관심사가 어른이 된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지, 수십 년간 ‘젤리를 넣고 살아가는 엄마’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열 살을 넘지 않은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에게 소상히 재잘거리면서 하교 후 시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부모는 그 나이대 아이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보호자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모두 일을 하거나, 집안일로 분주해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정성을 다해 주지 못할 때가 많다. 한편 아이들은 자기 말을 엄마가 잘 들어 주기를 바라면서도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한다.
눈에 띄는 수아 캐릭터를 창조해 놓은 최보윤 작가는 주인공의 마음을 잘 읽어서 과장된 만화적 표현으로 극대화시켰다. 저자의 말에서도 썼듯이, 엄마 아빠에게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묵묵히 삼키는 때가 많지만, 하고 싶은 말은 간결하게라도 꼭 해 버릇해야 나중에 진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은 잔소리는 피하고 공감은 받고 싶은 아이들의 욕망, 자녀와 더욱 잘 소통하고 싶어 하는 부모의 소망을 재미있게 잘 버무린, 말랑말랑한 젤리 한 봉지 같은 이야기이다.
교과 연계
1학년 2학기 국어 10.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2학년 1학기 국어 8. 마음을 짐작해요
2학년 1학기 국어 11. 상상의 날개를 펴요
3학년 1학기 국어 1. 재미가 톡톡톡
3학년 2학기 국어 4. 감동을 나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