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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 개정판 ]
허수경 | 난다 | 2021년 10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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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10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68g | 124*188*18mm
ISBN13 9791191859041
ISBN10 1191859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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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자네, 마음병이라는 거 아는가?
너희들은 자매야
저 새가 진짜 좋은 소식을 가져오려나
나는 못 걸으니까
아이들은 우리보다 언제나 더 현명하다네
잃어버린 게 있어서 슬픈 거지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이루어져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는 내 딸이었어
마음이 다정해서 아마 다시 올 거야
너 외롭니?
나는 너야, 너는 나구
너는 정말 돌아온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같이 가자
마음의 말은 들어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갖고 싶은데 꼭 돈이 있어야 되니? 이거면 안 될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난데.”
늘메가 주머니에서 청딱따구리 깃털을 하나 꺼냈다.
“작년에 청딱따구리가 줬어. 내가 다리를 고쳐줬거든.”
“이건 안 돼.”
“왜?”
“이건 돈이 아니잖아.”
“이건 청딱따구리가 정말 고맙다고 소중한 자기 어깨 깃털 하나 준 건데, 마음으로 준 건데, 이건 나하고 청딱따구리 사이에서 제일 소중한 건데두?” --- p.100

“사람들은 다 의사야. 자기가 자기를 고칠 수 있는. 어느 날 우연히 벌을 치면서 알았지.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벌의 나라에는 사람들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단다.”
“사랑…… 사랑이 뭐예요? 뭘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해요?”
“사랑이란 자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아닐까. 마치 일벌들이 자기의 목숨을 다해 꿀을 모아 꿀벌 나라를 지키는 것처럼.”
--- p.127

늘메는 가로미를 업었다. 넌 깃털처럼 가벼워서 언제나 난 마음이 아파…… 늘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산으로 가려는 건, 가로미야 알겠니? 네가 옥당혜 그 고운 신발을 나한테 주었기 때문이야. 그 신발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거든. 늘메야, 엄마를 위해, 산지니를 위해, 산으로 가자, 그게 정말 착한 일이야.
--- p.218

산지니의 머리칼이 깃털이 아닌 연한 살점 위에 불이 지지고 간 아픔이 새파랗게 돋아들고 있었다. 자, 다시 들어보자. 이렇게 눈을 감고 자, 어느 봄날 저녁 환한 마늘등이 머루등이 강물을 조용히 거슬러갈 때 그 가슴에 담은 불이 물그림자에 어리듯 미나리를 넣고 화하게 무쳐놓은 청포묵의 들기름 냄새가 머리칼을 흔들고 가듯 은행나무 밑 보랏빛 머리핀이며 도라지밭 서붓거리던 도라지 흰 별이며 부순아 우리 어미소 부순이 외양간 기둥에 꽂아두었던 과꽃이며 이렇게 마음을 읽어내리는 게 진짜 마음을 아는 거지 그 순한 사람의 눈빛이며……
--- pp.232-233

외로운 한 아이에게 이 책을 드린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멀리,
멀리서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 사람도 외로웠다고.
--- 개정판 「작가의 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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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사랑, 그 풀리지 않는 오라
허수경 시인 3주기에 선보이는 그의 첫 장편동화


2021년 10월 3일 허수경 시인의 3주기를 맞아 새롭게 단장한 그의 책 한 권을 수줍게 내밀어요. 1994년 시인이 독일에서 쓴 첫 장편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의 개정판인데요, 이는 그가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개작에 매진했던 이야기이기도 해요. 1994년 5월 독일에서 처음 이 동화를 쓰고 작가의 말을 보탠 시인은 2018년 5월 독일에서 다시 이 동화를 고치며 개정판 작가의 말을 참으로 어렵사리 한 글자에 두세 호흡 꾹꾹 눌러가며 이렇게 보내온 바 있어요. “외로운 한 아이에게 이 책을 드린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멀리, 멀리서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그 사람도 외로웠다고.”

짧고도 명징한 메시지. 따뜻한 제 마음을 우리에게 내어주는 것 같은데 시린 제 마음을 우리에게 들켜주는 것 같아서 어딘가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어 저기 하늘을 쳐다보게 만들고 여기 땅을 바라보게 만드는 시인의 뼈가 단단한 말. 외로움과 사랑함, 사람 사이에 너무나 만만하게 너무도 흔하게 오가는 이 두 심경은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죽음의 끝자락에 놓인 그 순간에도 뒤엉켜서는 왜 그 오라가 풀리지를 않는 걸까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는 시인의 첫 장편동화지요.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떠난 지 1년 반 뒤에 펴냈던,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처음 선을 보였던 책이고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삼촌과 함께 사람의 손에서 자라게 된 오빠 가로미와 신령한 바위산을 두 날갯죽지로 품은 지킴이 매와 함께 자연의 손에서 자라게 된 동생 늘메의 이야기가 담긴 환상동화이기도 해요.

사고 이후 마음병이 깊어져 걷지 못하고 바퀴의자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가로미는 멀리 보이는 자연을 동경하며, 사람들을 치유하는 약초를 책으로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나는 것처럼 뛰고 걷는 늘메는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읍내 마을을 불편해하지만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약초를 손으로 직접 따며 살아가고 있지요.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로미와 늘메는 마주친 순간 서로가 찾던 서로의 오빠와 동생임을 직감적으로 알아버려요. 만남에 있어 시끌벅적한 껴안음이나 콧물 섞인 눈물바람은 없어요. 속이 묵직한 이 두 아이는 누구한테 배운 적 없음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른바 ‘순리’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아 말을 아낄 줄 알지요. 아이 둘의 속내가 담긴 독백을 좇다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이것이 ‘성장’이라는 과정이 아니려나 그 수순을 일견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게도 되니 이들에 우리가 자동 덧씌워지기도 해요. 삶의 환경은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고비고비를 숙성으로 우리는 성숙해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테지요.

우리나라 산의 능선과 강의 물결을 닮은
시인 허수경의 시작과 끝, 그 전부


그러니까 떨어져 있다는 그 ‘거리’로 말미암아서요. 거리감이 있어야 멀리 산도 계곡도 호수도 한눈이라는 한 도화지에 그려넣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독일로 떠난 시인이 ‘우리나라 산과 강과 물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가장 한국적으로 쓸 수 있었던 연유 역시 그 거리의 그리움이 간절함으로 두 무릎을 꿇게 하였겠구나, 새삼 알게도 되었어요.

이들 남매뿐 아니라 동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우리 전통을 고수하는 역할로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도요. 우리 전통의 농사를 지을 줄 알고 우리 전통의 악기를 만질 줄 알고 우리 전통의 약을 지을 줄 알고 우리 전통의 절기와 우리 전통의 사계절을 우리 전통의 문화로 알고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도통 거스름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왜 산의 능선을 강의 물결을 닮았는지도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잘 읽혀요. 줄거리의 요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심코 툭 시인이 흘린 문장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까 두 손 가득 담으려 안달이 나는 데서 이야기를 꼼꼼히 붙잡게 되는 읽기의 방식도요. “잃어버린 게 있어서 슬픈 거지” “마음이 다정해서 아마 다시 올 거야” “나는 너야, 너는 나구” “마음의 말은 들어서 아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특히나 이 두 문장요. “사랑…… 사랑이 뭐예요? 뭘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해요?” “사랑이란 자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시인이 마냥 그리웠던 이유는 시인이 간절히 그리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저의 몸과 마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우리나라 산천이 키워준 나에 대한 생각”(「작가의 말」)을 고스란히 받아적었다 하는 데서 이 책은 시인 허수경의 시작과 끝, 그 전부더라고요. 결국 시인의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은 시인 자신이었겠구나, ‘뜨거운 눈물과 함께’ 이제야 정확히 아는 뒤늦음. 더 살피지 못해 미안했다고, 그리 외롭게 두어 미안했다고, 그러나 시인은 일찌감치 초연해 있던 것 같아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는 그러니까 지금 제가 가진 삶의 조건을 부정하면서 씌어진 것”이라(시인의 말) 단호히 기술했으니까요.

그리움의 증거가 이런 허기는 아니었을까
내 두 손을 다시 보게 하는 그리운 수경……


묘하게도 이 책은 참 맛있기도 해요. 시인이 그리워한 고국의 밥상이 등장하는 까닭에 군침 도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곤 하였지요. “미나리와 김을 구워 만든 바삭한 김 가루로 초장에 버무려놓은 청포묵은 들깨 냄새가 머릿속까지 스며들 만큼 향기로웠다.”(113쪽) “맛깔나게 끓인 호박된장국이나 계란을 하얀 꽃망울처럼 띄운 수란이나 색색의 야채에 치잣물을 입혀서 김 한 장을 둘러 만든 부침개나 제비처럼 날렵하게 띄운 감자수제비나 또, 또, 보랏빛 물이 돋아나는 갓물김치나 굴을 넣어 아리게 부벼놓은 젓갈이나……”(115쪽) 얼마나 이 밥상을 그리워했을지, 그리움의 증거가 이런 허기다 싶으니까 오늘 주어진 밥상 위의 반찬 가운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시인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의 치유는 말씀이 아닌 이런 오감의 뚜껑을 열어주는 두 손에서부터 비롯하기도 하는구나, 그리하여 시인은 내 두 손을 다시 보게도 하는 사람이구나.

시인은 말했지요. “저는 우리나라 산과 강과 물과 모습이 닮아 있는 이야기, 풀과 새, 꽃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산천에 사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그러기 위해서 시인이 택한 글쓰기의 정공법은 ‘잘’이라는 능수능란함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단도직입이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도통 융통성을 몰라 휘기보다 부러지는 편인데 묘하게 그 대목에서 사람에 대한 신의를 다시 새기게도 되더라고요. 말에 속기보다 몸을 믿기에서 오는 행함. “간절한 마음이 여럿” 모이면 멈췄던 소리도 일으킬 수 있다 하니 그 한데 모음으로 허수경이라는 이름을 한번 모아보고 싶어지네요.

사람 허수경이 궁금하고 시인 허수경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를 찬찬 펼쳐주세요.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사람 허수경이 살아 있고 어느 문장을 짚어도 시인 허수경이 살아 있어요. 독일에 살던 스스로를 ‘허깨비’라 칭했지만 이 책에서만은 허깨비일 수가 없는 이유, 산이 저기 있으니까요. 저기 산이 있음으로 이제 아주 조금 허수경을 알 것도 같으니까요. 허수경을 생각하면 산이 금방 마음의 지도 위에 나타나기 때문이니까요. 그리운 수경……이라고 불러볼 때마다 마늘처럼 아리지만 까치마늘 새순만큼은 행복해질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감히 허수경 일러두기라 하고 싶네요.

회원리뷰 (1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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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귀한 자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 2021.12.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귀한 자리. 거긴 하늘바위이고 산 밑 마을이다. 거긴 귀한 언어들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우리 옛 것들이 사라져가는 기억과 함께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들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해 절로 말 못하고 눈 뜨지 못한 그 많은 우리의 귀한 자리가 아직은 우리에게 있지 싶어 가슴을 쓸어 보았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말들이 가득 담긴 어쩌면 어른을 위한 동화였다. 교통;
리뷰제목

귀한 자리.

거긴 하늘바위이고 산 밑 마을이다.

거긴 귀한 언어들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우리 옛 것들이 사라져가는 기억과 함께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들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해 절로 말 못하고 눈 뜨지 못한 그 많은

우리의 귀한 자리가 아직은 우리에게 있지 싶어 가슴을 쓸어 보았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말들이 가득 담긴 어쩌면 어른을 위한 동화였다.

교통사고로 헤어져 살게 된 가로미와 늘메 남매의 따듯한 아픈 이야기였다.

사고가 난 산길 한구석에서, 신령한 매인 지킴이가 늘메를 늑대로부터

구출하여 하늘바위로 데려온다.

지킴이처럼 매인 산지니와 함께 자매로 산다.

만수 삼촌은 너무 미안하다.

늘메는 산에서 찾았지만 지금은 데려올 수 없고, 가로미와 함께 키울 수

없어서다.

너희들 앞일을 너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어른들 생각대로 결정해서다.

바퀴 의자에 앉아 지내는 가로미는 초의 영감에게서 약초 공부를 한다.

“삼촌, 내 발만 겨울이야, 다 봄인데. “

봄이 오려는지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이런 날, 가로미는 진짜 한번

걸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디 봄이 오는지 가보고 싶어서다.

만수 삼촌은 가로미를 번쩍 안고 말한다.

“...... 여기 안 가보면 죽겠구나 싶은 곳이 생기면,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지킴이는 늘메를 마을로 내려 보낸다.

사람이 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날은 꼭 삼백 날인, 산지니를 딸려서다.

산지니더러 사람의 남자를 너무 다정하게 쳐다보지 마라는 당부와 함께.

그렇게 가로미와 처음 만난 날, 늘메는 갈빛에 흰 점이 하나 박혀 있는

새의 깃털을 준다.

우리 엄마 거라고, 갖고 있음 마음이 착해지고 힘이 난다며.

늘메가 크게 얘기하는 바람에 가로미의 바퀴를 빠르게 밀어버렸고.

작은 트럭과 부딪는다 싶은 순간에, 푸드덕! 큰 새의 날갯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부신 햇살에 몸이 가볍다, 산지니 덕분이다.

남매가 칠 년 만에 그리 수선스럽게 만난 셈이다.

만수 삼촌은 늘메에게 가로미가 못 걷는 이유를 너무 무서운 일을 당해서

겁이 크게 생긴 거라고 한다.

늘메는 나랑 똑같다고, 산 밑에 내려오는 게 겁나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도망친 일이 있다고 고백한다.

방울새의 도움으로 하늘을 날 때 가로미가 뒤에서 늘메를 꼭 껴안는다.

늘메는 가로미에게 머리를 기댄다.

그건 다 안다는 뜻과 같았다.

“가로미야. 둥굴레꽃은 걸을 줄 몰라. 그 자리에 언제나 가만히 있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둥굴레는 따뜻한 말을 할 줄 알아.

그러니까 사람의 몸을 도와주지.

네가 만일 의사가 된다면 넌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 뿌리를 착하게 키우는

그런 의사가 되어야 해.“

그렇게 늘메는 말한다.

가로미는 늘메에게 색동신을 선물한다.

말을 한 적은 없으나 늘메가 제 꼬마 동생일 거란 짐작을 가로미는 진즉

하고 있어서다.

산지니를 위해 향비파를 찾으러 가던 날, 산불을 보았고, 늘메는 사람을

구하러 간다, 불 한가운데로.

가로미는 두 발에 힘을 준다, 두 발로 저곳까지, 늘메에게로 걸어서 간다.

한참 산을 헤매던 산지니가 가로미를 발견한다.

가로미는 늘메의 어깨를 싸안은 채 정신을 잃고 있다.

가로미를 등에 태우고 부리로는 늘메를 물고는, 하늘에 불덩이 하나처럼

산지니가 솟아오른다.

그렇게 살아나고서도 늘메는 다시 약초를 지키러 간다, 산으로 간다.

택사, 맥문동, 부들, 참쑥, 질경이, 흰민들레, 둥글레, 개구리밥, 뱀딸기,

범의귀...

정답고 정겨운 식물의 이름들이 가로미에겐 좋은 약초가 될 것이므로.

“네 이놈, 공부하다 말고 웬 산은 그렇게.”

그렇게 초의 영감에게 호통을 들어도 가로미는 내내 행복하다.

우리나라에 흔한 텃새들이 날아와 포르르, 가로미 어깨 위에 내려앉아서다.

노랑턱멧새, 곤줄박이, 어치, 무당새, 청딱따구리, 동고비, 방울새, 직박구리,

박새...

늘메는 새랑 얘기도 하는데, 늘메의 친구라서.

내 친구도 되어서.

 

[뒷이야기]

가로미는 ‘밭을 갈다’라는 뜻을 가진 옛말이라고 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으나 없다.

‘산에 대해선 언제나 할 말이 많다. 그래서 이름이 늘메란다. 늘 산이라고.‘

라며 정 있게 말해 준 작가의 말을 듣고 늘메도 찾아보니 단어 하나가

있긴 하다.

‘늘메 :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혼인 잔치를 치르고 돌아왔다가

몇 달 뒤에 신부를 데려다가 자기 집에서 잔치를 베푸는 일.’이라는

다른 뜻이다.

따뜻한 가로미와 포근한 늘메는 귀한 자리 어디쯤 있겠지 싶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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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그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알겠니. 살면서 조금씩 배워나갈 뿐이지.’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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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j*****5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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