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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 목정원 산문

[ 양장 ]
리뷰 총점9.7 리뷰 8건 | 판매지수 2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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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에세이 7위 | 에세이 top100 2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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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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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0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312g | 127*200*15mm
ISBN13 9791189467302
ISBN10 1189467305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상품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원본 이미지
“슬픔을 아는 아름다움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는 목소리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비평 에세이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의 산문집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목정원이 2013년부터 프랑스에서 6년, 한국에서 2년 동안 마주했던 예술과 사람, 여러 사라지는 것들에 관하여 쓴 책이다. 공연예술에 관해 쓰고 말한다는 건 일면 공허를 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시간예술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관객의 눈앞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리하여 관객에게 남는 것은 점차 희미해질 기억뿐이다. 그럼에도 목정원은 사라지는 것에 관해 말하고자 하며, 오히려 자신에게조차 작품이 충분히 희미해졌을 때에 쓰고자 한다. 한 시절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은 흔적들과,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을 건네주기 위하여. 이 책은 그러한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에 보내는 비평이자 편지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뒤늦게 쓰인 비평 05
공간에서 11
봄의 제전 21
솔렌 35
관객 학교 45
김동현 선생님께 64
비극의 기원 69
꽁띠뉴에 83
테러와 극장 95
연극을 끝까지 보기 위하여 116
장 끌로드 아저씨 127
춤을 나눠드립니다 153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175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파리를 떠나던 날, 친구가 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다. 떠나기 전에 나는 울고 말았는데 그것은 나의 떠남 때문이 아니라 그의 남겨짐 때문이었다. 멀어지는 동안 나는 그녀를 아주 많이 뒤돌아봤다.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몇 번이고 뒤돌아보는 멋진 오르페우스 같았다고, 비행기를 타기 전 받은 문자에 쓰여 있었다.
누군가 내게 파리에서 무엇을 하였나 묻는다면 나는 그저 존재하는 일을 했다 하겠다. 공간 속에 서거나 앉거나 누워, 세계를 전부 감각했으므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몸을 마침내 연마했노라고. 그럼에도 거기 남아 있는 얼굴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고.
--- p.18, 「공간에서」 중에서

만일 그가 춤만 추었더라면, 왕자이거나 광대이기만 했으면, 세상은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날아오르기를 멈추고 땅을 굴렀으므로 세상도 그에 대한 사랑을 멈췄다. 물론 사랑과 고독은 호환되는 항목이 아니기에, 춤만 추었다 해도, 사랑받았다 해도, 그는 깊이 고독했을 것이다. 해서 그는 천재 무용수로 남지 않고, 스스로 외면당한 안무가가 되었다.
--- p.24, 「봄의 제전」 중에서

동시대인이라는 말의 가장 적합한 정의란 ‘함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는 시대를 견디며, 시대를 견디지 못한 이들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 그리하여 어떤 죽음들에 대한 기억을 설명 없이 나누는 사람들. 함께 웃는 사람들이기보다, 함께 웃지 못하는 사람들. 무언가가 좀처럼 웃기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 p.47, 「관객 학교」 중에서

프랑스어로 유령은 revenant이며, 이를 직역하면 ‘다시 돌아오는 자’라는 뜻이다. 떠나간 이가 미처 영영 떠나지 못하고 또다시 돌아오는 일. 부재하는 이가 현전하는 일. 드나들고 출몰 하고 배회하는 일. 아마도 할 말이 남아 있어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어서. 그 죽음이 개운한 안녕일 수 없어서. 납득하고 단념할 수가 없어서. 아파서. 아픔이 말이 되지 않아서. 산 자만이 그 말을 해줄 수 있어서.
--- p.80, 「비극의 기원」 중에서

그리고 그날 그녀는 연극을 하느라 아무도 죽이지 못했다. 앙헬리카 리델. 세계의 진창으로부터 얻은 상흔에서 비명 같은 작품을 길어내는 사람. 인간의 역한 위선을 조롱하고, 아직 충분히 울지 못한 자들을 연민하며,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함에 끝없이 절망하는 이. 그녀는 무대에 쌓인 흙더미를 파헤치고, 그 위에 엎드려 자위하고, 수십 개의 소파를 나르고, 레몬을 잘라 다리에 문대고, 허공에 팔을 휘젓고, 머리 위에 술을 뿌리고, 박제가 된 동물과 눈 맞추고, 자신의 피를 뽑는다.
--- p.96, 「테러와 극장」 중에서

티켓은 6유로였고, 한쪽 귀퉁이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가시성 없음.” 우리말로는 ‘시야제한석’ 정도였을 것이 그토록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에 웃음이 났다. 되려 솔직함이 좋으면서도, 그렇다면 왜 파는가 싶기도 했던 그 좌석. 그 발코니석. 무대 바로 옆, 오케스트라 피트에 면한 층층의 방. 무대의 3분의 2가 가려져 체념과 상상을 북돋우던.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볼 수 없는 것보다 많던.
--- p.129, 「장 끌로드 아저씨」 중에서

만일 당신이 춤을 춘다면 나는 가만히 앉은 몸으로도 그 춤을 따라 추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무대 위의 도약하는 몸이 저토록 가볍기 위해 얼마나 무겁게 근육을 조이는지, 저 한없는 회전이 얼마나 아찔하게 어지러움을 비껴가는지, 바닥을 기는 무릎은 어떤 저릿함으로 납작해지는지. 오직 몸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한에서 우리는 그만큼 더 춤을 볼 수 있고, 알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다.
--- p.155, 「춤을 나눠드립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슬픔을 기억하려는 힘

우리는 실체가 있는 것만을 사랑할까. 혹여 본 적 없는 얼굴을 더욱 사랑할 수도 있는 걸까. 그럼에도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야 한다면, 계속 사랑하기 위해 어떤 흔적이 더 필요할까.
─ 28쪽.

시간예술의 특징은 사라짐에 있다. 회화와 같은 공간예술이 한번 완성되면 파괴되지 않는 한 공간 속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달리, 연극과 같은 시간예술은 얼마간 시공간 속에 발생했다가 사라진다.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시간예술뿐이 아니다. 인간의 생 또한 한 편의 공연처럼 세상에 머물렀다가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지만, 그 와중에 어떤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흔적이 남는 것과 존재가 남는 것은 다른 일이기에, 이 모두에는 근본적으로 슬픔이 있다.

목정원은 예술과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그 슬픔의 흔적에 관해 말한다. 〈봄의 제전〉을 통해, 백 년 뒤의 관객들은 안무가 니진스키의 삶과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춤을 떠올린다. 춤이 기록되지 못한 채 원전이 소실된 작품을 복원하려 하거나 다시 만드는 일은 무엇일까. 이는 본 적 없는 이의 얼굴을 사랑하는 일이며, 그가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 그 얼굴을 다시 그려보는 일이다.

의상제작자 솔렌과 만난 때를 돌아보며 저자는 무대의상의 특수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대의상은 하나의 공연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그 옷들은 무대 위에서 잠시간 쓰였다가 이내 무용해져 창고에 보관되거나 애호가들의 수집품으로 남는다. 따라서 그 옷을 만드는 일은 발생하면서 소멸하는 고유함을 위한 일이며, 이때 무대의상은 그 자체로 생의 은유가 된다. 이는 목정원에게 안무가 알랭 플라텔의 〈타우버바흐(Tauberbach)〉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작품에는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부르는 바흐와 함께 무대에는 수백 벌의 옷이 무덤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무용수들은 음악을 비껴 가는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옷 무덤에 파묻혀 사라지고, 무덤 속에서 옷을 입고 나온다. 이어 알랭 플라텔의 다른 작품인 〈아웃 오브 콘텍스트 - 피나 바우쉬를 위하여〉를 함께 회상하며, 목정원은 누군가는 볼 수 없는 춤을 보고, 누군가는 들을 수 없는 노래를 듣는 일에 관해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사라진 것과 다름없는 경험에 따르는 슬픔에 대해.

어엿한 동시대인이 되기에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르는 동안, 어떤 이들은 멀리 떠나버리기도 했다. 남겨진 편지가 해독되지 않을 곳으로. 잊히지 않는 것들을 잊은 곳으로.
─ 47쪽.

목정원은 배삼식 작가의 〈먼 데서 오는 여자〉로부터 동시대인으로서 목도했기에 우리가 아는, 우리 몸의 역사가 된 죽음들을 읽어내고, 김동현 연출가를 추모하는 공연을 본 뒤 고인에게 편지를 쓴다. 현실과 작품 속에서 죽어간 여성들을, 왕명을 어기고서라도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티고네에 주목한다. 2015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죽음이 지닌 슬픔과 두려움이 극장을 무겁게 감싸고 있을 때,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세계의 고통을 직시하고자 하는 앙헬리카 리델과 의도치 않게 참상을 재현하는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연극을 통해 여러 죽은 자들 앞에 살아 있고 현존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한다.

이렇듯 여러 상실에 관한 기억을 오래 묻어뒀다가 이윽고 말로써 남기는 일은 저자에게 있어 슬픔을 해소하는 방식인 동시에 소멸 뒤에도 남는 것들을 통한 애도처럼 보인다. 그러한 애도는 어쩌면 〈봄의 제전〉에서처럼 떠난 이가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 얼굴을 다시 그려보는 일과 유사할 수도 있고, 오르페우스가 마지막으로 보고야 마는 에우리디케의 얼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바라보고픈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이 기억하는 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그 과업에는 필연적으로 사랑이 수반되는 셈이다.

사랑은 소멸을 넘어서 무언가를 기억하게 하고, 또한 그것이 개인의 기억을 넘어 다른 이들의 몸에도 새겨질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다. 관객을 사랑한 예술가 장 빌라르에 관한 일화, 그리고 오페라를 사랑하는 장 끌로드 아저씨와의 우정 이야기, 그리고 저자 자신이 사랑했던 외할아버지에게 보내는 노랫말 등을 통해 사랑은 다른 이에게 많은 것을 전하는 일임을, 그러한 사랑의 흔적들을 유산으로 삼아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음을 목정원은 또한 말해주고 있다.

나는 당신에게 노래를 나누어준다. 당신은 또 다른 곳으로 가 노래의 일부를 나눠줄 것이다. 목도한 슬픔을 당신의 몸에 기입하며. 당신의 호흡대로 춤추며. 다시 사랑하며.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되었다가, 마침내 우리가 아닌 것들로 흩어진다. 죽음 이후에는 정말로 영혼만 남게 될까. 그때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서로를 비춰볼 몸이 없어도. 모든 계절을 춤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 172쪽.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목정원의 관객 학교에서

내게 맡겨진 일은 이 책의 추천사를 쓰는 것이었지만, 원고를 미리 받아 세 번째 읽을 즈음, 정직하게 토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목정원의 아름다운 에세이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에 관해 내가 무엇을 쓰든 그것은 결코 추천사가 될 수는 없다고, 그것은 오히려 저자에게 돌려 전하고픈 감사의 인사에 가까울 거라고.
추천은 수행적 발화이자 공적 언술로서 특정한 맥락을 전제한다. 화자가 어떤 대상을 청자 집단에 추천할 때, 적지 않은 경우, 화자는 대상에 관한 지식을 청자 집단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소유했다고 간주된다. 추천은 화자의 지식에 청자 집단이 부여한 권위와 신뢰에 기반하여 수행된다. 그런데 화자가 자기가 말하려는 것에 앎이 얼마나 모자라는지 절감한다면? 화자와 청자 집단 사이에 위계를 설정하는 권위를 온당하지 않다고 부인하고 그럼으로써 위계 자체를 해제하려 한다면? 게다가 무지할뿐더러 권위 없는 자기의 언술을 바로 그렇기에 비로소 신뢰해달라고 요청한다면? 한 권의 책을 경유하여, 그것의 필연적인 독서 효과로, 위계 없는 세계에 새로 그어진 미지의 지평에 누구하고든 공생하는 사건을 더 절실히 겪고 싶어졌다면?

목정원은 공연예술에 관한 깊은 사유와 고유한 체험의 글쓰기에서 관객의 지위를 철저하게 고수한다. 극장 안팎에서의 각별한 기억을 이야기할 때, 동시대 예술가들과의 귀한 만남에 대해 들려줄 때, 작품을 서술하고 해석할 때, 목정원은 본다는 행위에 결부된 미적, 정치적, 윤리적 의미를 가장 명철하게 인식하고 가장 급진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주체적 관객의 이상에 가닿으려 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독려한다.
목정원은 책에서 “창작자나 비평가를 변화시키는 대신 관객을 변화시키는 일에서 희망을 보았다”면서, 언젠가 관객 학교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관객으로서의 “우리가 부끄러워 않고 스스로 느끼는 좋음과 나쁨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우리가 새로움을 요청한다면. 보다 섬세한 사유와, 대상화하지 않는 예의와, 고유한 형식미를 갖출 것을 우리가 작품들에 요구한다면.” 이 학교에서 관객은 연구자, 학자, 비평가, 전문가라기보다는 애호인(amateur)으로서의 자긍심을 함양할 것이다. 그 이름의 뿌리에 가장 가까이 닿은 뜻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서로를 돌보고 길러낼 것이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읽고 나는 목정원의 관객 학교에 입학하고 싶어졌다. 간절하게. 책이 이미 학교의 기능을 수행하여서, 무지한 자로서 어렴풋이 배운 것이 있는데, 바로 세계는, 극장은, 헤어짐을 거듭 겪고 익히는 장소라는 사실이다. 필멸자의 타고난 속성으로, 불가피한 재난으로, 증오와 폭력에 부당하게 희생되어, 죽는 존재들이 있다. 상징 체계와 시야의 바깥으로 배척되는 존재들이 있다. 극장은 세계사가 이러한 헤어짐과 멀어짐의 사건들로 점철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깨우치게 하는 학습 시설이자, 죽고, 사라지고, 밀려나고, 억눌렸던 존재들이 유령처럼 돌아와 일시적으로나마 점유하는 해방 공간이기도 하다.
작별 이후에 비로소 발생하는 이야기와 이미지가 있다. 사후의 시간에 고유한 비애와 미가 있다. 이처럼 뒤늦은 것들의 진실은 증언의 형식으로만 전할 수 있다. 우리는 극장에서 유령들이 증언하는 소리와 몸짓을 통해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세계사의 슬픔과 고통을 재차 감각한다. 공연이 끝나면 현실로 돌아와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한다. 뒤늦게. 관객은 그렇게 그 역시 증언하는 자가 된다. 유령을 닮는다.

목정원의 관객 학교에서 나는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을 말하고 보여주려 가장 먼 곳으로부터 돌아오기를 체념하지 않는 자로서의 유령이 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삶의 어떤 국면에서 결핍했다고, 온전하지 않다고, 갖추지 못했다고 배척된 자로서, 뒤늦음을 한계이자 조건으로 인식하여, 우리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들려주고 내보이는 일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해방적 용기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바닥에 사랑이 자리함을 항변하고 싶었다. 소망을 표현하는 과거 시제의 문장들은 미래를 향해 돌아올 것임을 입증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었고, 다시 읽을 자로서.

- 윤경희 (『분더카머』 저자)

회원리뷰 (8건) 리뷰 총점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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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밀*티 | 2022.11.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책은 진작 구입해두고 미루고 미루다가 읽게 되었다. 그러는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꼽고 싶은 이유는 책 속 글씨가 작고 빽빽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 들고 보니,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며 야금야금 맛보아야 하는 글이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된다. 다소 얇은 듯한 책이지만, 읽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한 걸음식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리뷰제목

이 책은 진작 구입해두고 미루고 미루다가 읽게 되었다. 그러는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꼽고 싶은 이유는 책 속 글씨가 작고 빽빽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 들고 보니,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며 야금야금 맛보아야 하는 글이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된다.

다소 얇은 듯한 책이지만, 읽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한 걸음식 천천히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고 하면 되겠다.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공연예술.

현장감 있게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기억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공연'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공연예술은 시간예술이기 때문이다. 그 존재 방식이 시간에 기대고 있어,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예술. 작품을 다 본 순간 그것은 이미 세상에 없다. 그것은 사라졌다. 남는 것은 기억뿐이며, 기억도 금세 바스라진다. 그러므로 대개 공연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가쁜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흐릿해지기 전에. 영영 지워지기 전에. 그러나 아무리 현재적이어도 그 글쓰기는 공허를 면할 수 없다. (6쪽)

공연 비평.

저자는 사람들이 문학 비평이나 영화 비평을 읽는 것처럼 공연 비평을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을 읽다가 흥미로울 경우 뒤늦게 찾아볼, 작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생과 동시에 사라져버리는 '공연'이라는 예술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하는 듯하다.

나에게 공연은 그저 옛날에 보긴 봤고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들춰보며 그의 기억을 함께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목정원. 서울대 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렌느2대학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에서 공연예술이론 및 예술학일반을 가르치며, 변호하고 싶은 아름다움을 만났을 때 비평을 쓴다. 가끔 사진을 찍고 노래 부른다. (책 속에서 작가 소개 전문)

이 책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두 해 반을 더 보내면서 품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보았던 무대, 걸었던 풍경, 만났던 사람, 못 지킨 죽음, 읽었던 말들과 불렀던 노래가 담겨 있다. 이는 그 모든 지나간 것들에 대한 뒤늦게 쓰인 비평이다.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 유예되고 간직되었던. 어쩌면 삶도 한 편의 공연처럼 흘러가면 그만이기에. (7쪽)

 

이 책은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오묘하다.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의 세계를 만나러 우리는 그곳에 간다. 몇 시간짜리 허구를 기꺼이 함께 용인하는, 약속이 이루어지는 곳. 지구 위에는 내가 사랑하는 극장들이 몇 있고, 사랑을 촉발시킨 것은 대체로 거기서 마주한 허구의 세계였다. 나는 아름다운 가상을 만난 곳에서, 그 공간을 또한 아름답다고 여긴 것이다. (11쪽)

이 책을 읽으며 극장이라는 공간부터 다시 생각해본다. 이 책은 극장이라는 공간으로 비유하자면, 눈앞에 보이는 무대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 무대 밑 공간, 배우들의 대기 공간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세밀한 시선으로 조심스레 살짝 건드리면서 파고드는 장치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고 함께 고찰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그녀의 문장은 이렇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툭 건드려주어서 나의 상상의 영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아, 그런 의미이겠구나!'하고 다시 바라보고 생생하게 살려낸다.

만일 당신이 춤을 춘다면 나는 가만히 앉은 몸으로도 그 춤을 따라 추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무대 위의 도약하는 몸이 저토록 가볍기 위해 얼마나 무겁게 근육을 조이는지, 저 한없는 회전이 얼마나 아찔하게 어지러움을 비껴가는지, 바닥을 기는 무릎은 어떤 저릿함으로 납작해지는지. 오직 몸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한에서 우리는 그만큼 더 춤을 볼 수 있고, 알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다. (155쪽)

 

프랑스 극장들의 시즌은 가을에 시작된다. 긴 바캉스를 끝으로 동네의 상점들이 문을 열고, 반가운 얼굴들이 돌아오고, 개강을 맞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거리를 점령하고, 여름 끝 무렵의 눅진한 볕을 맞으며 사람들은 카페 테라스에 앉고, 청명한 바람이 섞여들고, 잎은 초록을 내려놓는 계절. 일상이 돌아온 그 자리에 여름 내 닫혀 있던 극장의 문도 열려, 미리 예매해둔 새 시즌의 티켓을 하나씩 꺼내들고 집을 나서는 날들. 시즌 첫 공연의 왁자한 로비. 객석의 불이 꺼질 때 익숙한 두근거림을 되찾던 가슴. (153쪽)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가다 보면 현장감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내가 파리에 갔던 것도 가을. 그때의 길거리와 왁자한 사람들의 모습, 카페 테라스에 시끌벅적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던 풍경, 그런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파리 현장에 내가 있는 듯 심취하며 읽어나간다.

 

언어를 통해 사유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선형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대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 머릿속에 문장이 줄지어 흘러간다. 우리가 살아갈 때, 눈앞에 세계가 지나간다. 그 가없는 흐름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재라는 찰나 속에 우리는 산다. 일몰의 시간, 사라지는 빛이 물들이는 하늘을 보며 옆에 선 이에게 아름답지, 말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이미 지나가고 없다. 그것이 우리의 언어가 우리에게 허락한 생의 방식이다. (179쪽)

개기월식도, 결혼식도, 생일도,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의 매일매일은 소중하다. 그것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무심히 지나가는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소중히 숨결을 불어넣고 가치를 되살려주는 표현을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스르륵 넘길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머물면서 음미해야 한다.

저자가 글 속에 표현한 존재들과 공연 등을 되살리며, 내 오래전 기억들도 함께 떠올리는 시간을 보낸다. 파리의 기억도, 그 밖의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에서 교차점을 발견하며 한참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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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모국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4****4 | 2022.07.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목정원 작가님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리뷰입니다.   친구가 보여 준 문장에 반해 집에 오자마자 주문 넣었습니다. 단어의 선택이며 부드럽게 읽히는 수려한 문장까지 전부 다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 작품을 읽고 싶어 찾아보았는데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공연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눈으로 보는 예술이 너무 아름답고 멋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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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원 작가님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리뷰입니다.

 

친구가 보여 준 문장에 반해 집에 오자마자 주문 넣었습니다. 단어의 선택이며 부드럽게 읽히는 수려한 문장까지 전부 다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 작품을 읽고 싶어 찾아보았는데 없어서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공연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눈으로 보는 예술이 너무 아름답고 멋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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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현실, 자각...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2.06.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지나고 나서 생각하길 학창 시절이 좋았다. 생존 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음을 당시에는 몰랐다. 가난했더라도 누리려면 그 순간이 적절했다. 스스로 돈을 벌어 내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난 오히려 각박함의 노예가 됐다. 주변의 풍성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문화는 나와는 동떨어진 무언가인양 여겨졌다. 일상이 일상 같지가 않아서 한숨으로 일관한다. 이로부터 벗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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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서 생각하길 학창 시절이 좋았다. 생존 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음을 당시에는 몰랐다. 가난했더라도 누리려면 그 순간이 적절했다. 스스로 돈을 벌어 내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난 오히려 각박함의 노예가 됐다. 주변의 풍성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문화는 나와는 동떨어진 무언가인양 여겨졌다. 일상이 일상 같지가 않아서 한숨으로 일관한다. 이로부터 벗어나면 삶 아닌 죽음일진데도 다른 곳에 나와 꼭 맞는 옷이 존재하진 않으려나 곁눈질을 하곤 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프랑스에 머물렀다. 비행기로도 꽤 긴 시간을 이동한 끝에 닿을 수 있는 나라다. 물리적 거리가 상당한 만큼 모든 게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생김새, 옷차림, 사용하는 언어, 심지어 얼굴에 서린 표정까지도 어쩌면 우리의 것과는 전혀 같지가 않을 수 있다. 일종의 유예 기간이었을지도 모를 그 곳에서 접한 것을 풀어낸 책이었다. 나에겐 매우 낯선 공연예술이, 낯섦에도 동경의 대상이었던 프랑스에 속한 것들이 그렇게 내 눈 앞에 쏟아졌다. 주어 담으려다가 흠짓 놀란다. 전혀 들어본 바 없는 이름. 낯설다는 표현이 내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 말을 아끼게 된다. 부끄럽게도 흐름을 완벽히 따르지 못했다. 이야기들은 단편적으로 다가왔다가 멀어지길 반복했는데, 모습이 마치 날 놀리는 것만 같았다.

숱한 에피소드 중 와 닿았던 부분을 몇 언급한다. 재불 독립운동가. 이런 정체성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으며 홍재하라는 인물을 내 마음에 들인 적 또한 전혀 없었다. 나라 잃은 국민이 끌어안아야 하는 건 비단 설움만이 아니다. 실존함에도 어디에도 존재해선 아니 되는 상황이 빚어내는 간극.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용어로 일컫자면 디아스포라. 그의 자녀에게 프랑스 땅은 결코 낯선 곳이 아닐 터이지만, 직접 인종 차별 등을 당하지 않았을지라도 완벽한 프랑스인으로서의 삶은 대대손손 허락되지 않은 듯했다.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 편지를 소중히 간직한 아들 장 자크. 한국인을, 한국어를 아는 사람을 만날 적이면 그 편지를 펼쳐 한 존재를 이해하려 드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서글펐다. 너무도 쉬이 사라지는 게 존재임을 저자는 이어 말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 극장. 기억은 선명한데, 그 기억에 대해 말해줄 것들은 부재다. 아슬아슬하게 실존을 건드리는 작품이라면 필히 아플 것이므로 차라리 아니 보리라.

장 끌로드아저씨의 일화 또한 마음을 적셨다. 그의 수첩에 기록으로 남았고 형언하기 어려운 의미로 각인됐다. 배우들의 주름살까지도 세세히 살필 수 있는 정면 자리를 고수해야만 예술을 제대로 즐긴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장 끌로드아저씨가 내민 표는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비스듬히 사선을 그으며 무대를 응시하면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데, 굳이 경험하려 든 적이 난 있었던가. 기피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친절로 받아들여야 할 때의 마음은 다분히 씁쓸할까, 그마저도 고마울까. 친분을 쌓기에는 모호해 보였으나 기꺼이 시간보다 일찍 몸을 움직였다. 그만을 위한 의자를 슬쩍 앞으로 밀어 두는 센스는 앞서 행한 배려에 대한 보답이었다. 프랑스여서 가능했던 걸까. 마지막의 순간마저도 오가는 정은 표현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도 마음과 마음은 맞닿았다.

현실 아닌 공연이어서, 무대 위에서만 벌어져서 다행인 것들도 많았다. 아니, 그래야만 하는데 굳이 세상에 존재한 것들은 또 어찌나 많았던지. 테러, 여성을 향한 공격. 시대착오라 말하지만 현재도 무심히 행해지는 일들이 버젓이 예술 안에 담겼다. 그 시절엔 보편의 범주 안에 속했던 것이겠지. 부디 이 문장은 과거형으로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람은 아직 실현되지 않아 바람일 수 있다는 문장이 가슴을 때린다. 아무도 구하지 못한 2014년이 우리에게 있다면 니하오외침 속에 숨겨진 칼날이 프랑스엔 있었다. 예술과 현실의 경계는 모호했으며, 둘 다 아픔이자 비극이었다. 존재를 자각하는 일이 타자여서인지 프랑스에선 보다 명료했다는 거. 알지 못하는 작품의 늪을 허우적댄 끝에 나는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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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1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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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매일 아껴 읽는데 문장도 생각도 감탄스럽다. 느리게 읽어야 온전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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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4 | 2022.12.05
구매 평점4점
명품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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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3 | 2022.08.27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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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4****4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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