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생각하면 법과 교육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 교육이 공교육을 지향하는 한, 교육은 법을 떠나서는 한시도 존재할 수 없다. 학교를 세우고, 교과서를 만들어 공급하고, 교원과 학생을 배정하고, 가르친 것을 평가하여 성적을 매기고, 성적과 생활기록을 작성하여 상급학교 진학자료로 이용하게 하고, 교원-학생-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모든 일들이 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법이 교육의 소중함을 잘 알아서,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일 때가 더 많다. 교육이 본래 역할을 다하도록 법이 교육활동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간섭과 규제를 가해 도리어 정상적인 교육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 관련 법령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서 교육과 법은 자주 긴장관계에 놓인다. 법의 내용이 서로 상충하여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헛갈리기도 하고, 낡은 관행에 사로잡혀 시대의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있다. 모법에서 정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하위법인 시행령이나 행정규칙에 위임하여 원래 입법 취지를 벗어나는 것도 적지 않다. 교육 관련 법령들을 가리켜 ‘지뢰밭’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어디로 가면 해답을 구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교육 관련 법령의 숲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해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대한민국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사립학교법」 등 주요 법령의 종류와 읽는 법, 인터넷과 모바일 앱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교권침해와 아동학대 등 최근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는 문제들에 대한 법적 접근과 해석은 덤이다.
- 송원재 (퇴직교사, 전 전교조 대변인 및 교권상담실장)
정성식 선생님과의 인연은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안전공제회 개선 방안 토론회였는데 어색했던 첫 대면 이후 온라인상에서 대화가 이어지며 조금씩 알아갔던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면, 단위 학교 학부모회 활동에서부터 교육청 정책 제안, 교육 이슈 기자회견 등을 앞두고 정성식 선생님의 페이스북을 많이 참고했었다. 교육정책이나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냉철하게 비판하고 가끔은 과도하게 앞서가는, 머리과 몸과 손가락 행동이 일체형으로 움직이는 그야말로 실천하는 교사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성격과 고음으로 따지는 음성과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영상까지 지원되는 팝업북 같다. 교육법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따분하고 어려울 것 같아 미루다가 뒤늦게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 소개에 교사가 알아야 할 교육법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알아야 할 교육법이라고 덧붙여야 할 것 같다. 학교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교육권부터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할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을 마치 수업하듯 쉽게 풀어 놓았다. 수시로 바뀌는 법령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볼 수 있게 어플과 링크(QR코드)까지 배치한, 알기 쉬운 교육법 가이드북이다.
나는 학부모 대상으로 교육할 때 학부모의 권리가 명시된 「교육기본법」과 「초 중등교육법」 설명으로 시작한다.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가 무無와 유有의 차이임을 이해시키고 지식이 아닌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시작한다. 이 책의 강점은 법령을 소개하면서 검색포털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화두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령을 왜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비판해야 할지 끊임없이 말을 건다. 단순히 법조문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한계를 알리고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아니라 ‘법 모르고 산 사람’이었다는 자기반성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지 말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밝힌다. 그래서인지 필요한 내용만 찾아서 읽든 공부하듯 집중해 읽든 읽는 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 현장에 법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악법과 관행들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
우리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덕담처럼 건네곤 한다. 그러나 법을 모르더라도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지혜만큼이나 몰라서 위반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사는 교육법에 따라 교육이라는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법은 늘 멀다. 수업 준비와 수업, 공문 처리와 부서 업무,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상담까지 하다 보면 직접 근거 범령을 찾아볼 틈이 없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급히 관련 법령을 찾게 된다. 미리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발견하곤 ‘아, 미리 교육법 좀 봐둘 걸’ 하고 후회한다.
여러 번 겪었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교육법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건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막연해서다. 교무실 어딘가에 꽂혀 있는 두꺼운 법전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 책은 친절하고, 생생하다. 변호사나 법학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현장 교사로서 동료교사와 눈을 맞추고 있다. 이제 교육법은 교사와 만날 준비가 끝났다.
- 박종훈 (산청 간디학교 교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