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0월 18일 |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18g | 118*188*12mm |
ISBN13 | 9788936438586 |
ISBN10 | 8936438581 |
출간일 | 2021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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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18g | 118*188*12mm |
ISBN13 | 9788936438586 |
ISBN10 | 8936438581 |
MD 한마디
[소설가 황정은의 첫 에세이] 소설가 황정은의 첫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일기 日記』라는 제목처럼 작가의 어떤 날들의 기록을 담아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하루와 조카의 낙서에 대한 일상의 에피소드부터 차별과 혐오, 아동 학대, 그리고 세월호에 대한 마음까지. 반짝이는 문장들로 사랑과 위로를 건넨다. - 에세이 MD 김태희
우리가 손꼽아 기다려온 황정은의 첫 에세이집 일상의 기록으로 다다른 내일의 안녕 반짝이는 문장으로 담아낸 우리의 나날들 이름만으로 독자를 설레게 하는 작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 황정은의 첫번째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만해문학상 수상소감(2019년)에서 소설을 쓰기 위해 “메일 답신을 쓰는 데 사용하는 문장도 아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소설 이외의 글을 발표하는 일이 드물었다. 거기다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제 생활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는 데서 이번 출간은 이미 공고한 황정은의 팬덤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책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생활 속에도 피어나는 정원의 꽃들, 어린 조카가 그리고 간 낙서의 비밀을 탐구하는 작가의 모습 등 일상에서 길어 올린 에피소드부터 아동학대 사망사건, 목포항에서 본 세월호 등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두터운 상념까지 황정은의 마음 속 지도가 폭넓게 그려져 있다.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에세이&’ 시리즈의 첫 책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출간의 의미는 남다르다. 에세이&은 일상과 세계 사이에서 빛나는 이야기를 발굴해 사회와 조응하는 책으로 묶어 창비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는 시리즈로 꾸려질 예정이다. |
일기日記 일년一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과 책꽂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민요상 책꽂이 목포행木浦行 산보 쿠키 일기 고사리를 말리려고 흔痕 일기日記 작가의 말 미주 |
문득 아름다운 문장이
간절하다.
마음이 헛헛할 때
더욱 그러하다.
내 마음 표현할 길 없을 때
작가의 문장은 우리를 명료하게 한다.
매몰찬 사회는
약자들이 계속 고통받고 소외되게 한다.
무언가 잘못되어있음을 느끼지만
그에 알맞은 언어를 찾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
작가의 언어는
가혹한 세상을 향해 분노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소설가 황정은은
첫 에세이에서 이러한 일들을 거뜬히 해낸다.
일상의 기록을 섬세하게 담아내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에 과감하게 문제 제기도 한다.
우리가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가장 적절한 언어로 작가는 대신 말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분노하며, 기억한다.
그렇게 우리는 위로받는다.
황정은 작가의 책은 『야만적인 앨리스씨』와 『디디의 우산』을 접해보았고 두 책을 읽었을 때 나의 감상은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거침없다는 것이었다. 어떠한 방식으로 폭력이 이뤄지는지, 폭력을 당한 삶은 어떻게 균열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글을 보면서 나는 그들에게 폭력을 가한 사회의 구성원임을 자각하고 불편함을 느꼈다.
작가의 개인적인 글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냉소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작가의 시선은 한없이 다정하고 세심했다. 사랑이 천성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다정함을 왜 이제까지 소설에서 찾아내지 못했을까.
글을 쓰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떤 일상을 보낼까? 어떤 생각을 할까? 여러 가지 물음들에 차곡차곡 답을 적어준 것 같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아무래도 소설과 에세이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입을 빌려서 말을 하는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것은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말하는 방식이, 내용이 조금씩은 다르다.
책은 일상적인 이야기로부터, 아주 사적이고 깊은 이야기로 나아간다. 어쩌면 작가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첫장부터 연습을 하고 있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치 독자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듯 어색함을 풀고 근황을 나누고 끝에 와서야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다. 작가는 단지 독자에게 고민을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있었고 여전히 나를 구성하지만 괜찮다고 말한다. 그리고 왜 괜찮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딘가 같은 아픔을 겪고, 혹은 겪었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하는 것도 같다.
나도 조금씩 '나는 이제 괜찮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누군가 열렬하게 좋아하게 되면 그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진다. 유명 연예인의 팬이 그러하듯 기사를 사진을 찾아보고 기사나 인터뷰 내용을 읽고 그를 알아간다. 독자에게 소설가도 다르지 않다. 특히 나에게 황정은이라는 작가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사적이면서 내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일기를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모든 걸 다 기록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밀스러운 뭔가를 감추기를 바랐다. 이상한 마음이지만 그랬다.
그의 글에서는 단조로우면서도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출퇴근을 하는 동거인과 사는 작가에게 파주의 공간은 뭐랄까 어떤 경계처럼 다가왔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나눠진 것 같았다. 산책을 하는 일상, 눈이 오면 베란다에 눈사람을 만드는 일, 화단에 식물을 가꾸는 일, 그것은 보편적인 일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그만의 시간과 그만의 사유는 우리의 그것과 달랐다.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내부를 보여주다가 한 발짝 다시 뒤로 물러나는 그 모습이 나는 좋았다. 물론 이 모든 건 나의 기분이며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뭐 어쩌겠는가. 나는 그녀가 좋고 그녀를 읽고 그녀를 기대하는 게 전부인 것을.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고 책을 쓰는 사람이기에게 책갈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이런 한 문장에서 나는 괜히 고마웠다. 그 역시 내게는 다른 사람이고 그가 만들어 낸 것으로 나는 위로받았고 무기력했던 어떤 시간을 구했으니까. 그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게 새삼 고맙다고 할까. 우리에게는 우리를 구원할 누군가의 글, 누군가의 음악, 누군가의 영상이 필요한 존재들이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들어낸 것으로 내 삶을 구한다. (19쪽)
사실 황정은의 글에 대해 더 많은 걸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더 안다고 말하고 싶은 욕망, 그의 소설에서 내가 발견한 작은 기쁨 같은 것들에 대해 그게 맞냐고 질문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글은 때로 아무 말도 필요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저 거기 있어 읽고 읽은 후 가만히 후련해지고 뻐근해지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황정은의 하루하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글들이 그러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거리에 나가 집회를 참여하고 목포항에서 바다에서 건져올린 처참하고 녹슨 세월호를 보는 시간이 그러하다. 우리는 그의 글에서 함께 그 순간을 떠올리고 그 기억을 붙잡고 간직하려 애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76쪽)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듣고 같은 걸 겪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전혀 같지 않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 나를 같게 둘 수는 없다. 코로나를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기억을 갖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며 지내온 시간은 곧 삶에서 지워질 수도 있다. 그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것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피할 수 없는 천등과 번개처럼 다가오는 무언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황정은이 추천사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소설이나 동생들의 동의를 얻고 꺼내놓은 상처의 기억들. 나는 그가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 소설이 무언인지 알 수 있었고 그가 언급한 책들의 목록을 잊기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는 삭제하고 싶었을 말들이 저 깊은 곳에서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한 그것이 바로 그런 책이니까. 글이 힘이니까. 내가 황정은의 글에서 얻는 그것처럼.
그래도 나는 자주 바란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당신의 건강을 바라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굳이 희망하는 마음을 나는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160쪽)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지켜보는 일은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거기다 여전한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정치를 행한 기대일 수도 있고 예술을 향한 마음일 수도 있고 한 줄의 문장을 붙잡는 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하루를 견디며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버팀목이 되면 좋겠다. 황정은의 글은 아마도 그 버팀목 가운데 든든한 하나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계속 그의 글을 읽고 살아갈 것이다. 함께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기의 중요한 부분으로 기록될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갑고 좋은 일인가.
더 많은 이들이 그의 글을 읽기를 바라면서도 어떤 글은 나만 읽고 싶은 욕심을 부린다. 이런 우습고 보잘것없는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수줍게 고백해 본다. 고백이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