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0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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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296g | 127*195*15mm |
ISBN13 | 9791197504136 |
ISBN10 | 1197504133 |
손수건 증정(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1년 10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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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296g | 127*195*15mm |
ISBN13 | 9791197504136 |
ISBN10 | 1197504133 |
MD 한마디
[김혼비 작가의 다정한 세계] 김혼비 작가가 다정에 대한 소감과 작고 소중한 감정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다정에 조금 유난스럽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잊혀지기 쉬운 희미한 것들이 보여준 다정은 작가에게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다정을 다짐하게 하는 김혼비의 다정한 세계에 천천히 빠져든다. - 에세이 MD 김태희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다정소감』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책 제목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다. 동시에 김혼비가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다정한 사람은 조금씩 유난하다. 작가의 문장은 그래서 유난히 반짝인다. 그렇게까지나 멀리 내다보고, 이토록이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실낱같은 마음으로 울었다가 매듭 같은 다정함으로 다시 웃는다. 격식을 갖춰 농담한다.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그러니까, 다정소감은 다정에 대한 소감이자 다정에 대한 감상이요, 다정을 다짐하는 일이기도 하다. 꽤 긴 시간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기에 만들어진 우리 마음속 얼음들이 서서히 녹길 바라면서. |
프롤로그 5 1부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 마트에서 비로소 15 여행에 정답이 있나요 21 거꾸로 인간들 31 축구와 집주인 41 가식에 관하여 53 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 66 조상 혐오를 멈춰주세요 77 납량특집, 나의 귀신 연대기 88 그의 SNS를 보았다 98 책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것 109 D가 웃으면 나도 좋아 117 2부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문 앞에서 이제는 129 그런 우리들이 있었다고 137 비행기는 괜찮았어 144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시련 154 wkw/tk/1996@7'55"/hk.net 164 뿌팟뽕커리의 기쁨과 슬픔 171 어쩌면 이건 나의 소울푸드 182 이따 봐! 랜선에서 187 커피와 술, 코로나 시대의 운동 192 제철음식 챙겨 먹기 198 한 시절을 건너게 해준 204 에필로그 213 추천사 223 |
정말이지 제발 가식과 위선이라도 떨어줬으면 좋겠다. / p.62
이 책은 김혼비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다정이라는 어감 자체를 좋아할 뿐더러 주로 잔잔하면서도 다정함이 묻어나오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인데 제목부터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서도 에세이로 추천하기도 했었고, 예전에 읽었던 음식에 관련된 에세이에서도 김혼비 작가님의 글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구매하게 되었다. 사실 구매한 시점은 올해 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읽을 기회가 나지 않아 최근에서야 읽을 수 있었다.
전체 2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목차와 별개로 저자가 느끼는 일상생활에서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산문집이다. 생활 밀착형 산문집이라고 느껴졌는데, 현실감이 그대로 와닿아서 너무 좋았다. 나 역시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또는 겪을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다. 나처럼 둔한 사람이 그냥 생각하지도 못하고 넘겼을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는 다소 깊게 서술이 되었던 내용들도 있어서 가벼우면서도 그렇게 썩 가볍지만은 않았던 글이다.
전체적으로 너무 좋았던 이야기들이었지만, <가식에 관하여>와 <조상 혐오를 멈춰 주세요>, <D가 웃으면 나도 좋아>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식에 관하여>는 위선과 가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선과 가식은 늘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 이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런 편에 속하기에 이 이야기가 새로운 전환을 주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가식 또한 배려와 존중에서 나오는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저자의 직장 상사를 통해 인식시켜 주었고, 세월호에 대해 질리니까 그만 이야기하자는 사람들에게 제발 가식을 떨었으면 한다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위선과 가식을 무조건 나쁘다고 지칭하는 게 하나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 혐오를 멈춰 주세요>는 여성의 전유물인 제사나 차례 음식 장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즈음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문화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데 그러한 와중에 상을 차리지 않으면 조상님께서 큰 벌을 주신다는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저자는 생일 때 다른 사람들이 생일상을 차려주지 않거나 잊고 살아가면 그 사람들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 큰 분노에 휩싸이는지 되물으며, 이러한 괴담에 대해 한마디를 던진다. 조상님들께서는 후손들이 잘 살기를 바랄 테니 이런 가부장적인 제도의 괴담으로 조상 혐오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대체 무슨 내용인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글을 보고 나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D가 웃으면 나도 좋아>는 현대 사회에서 차별적인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의 어렸을 때 같은 반이었던 D라는 인물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국어 시간에 '엄마 품처럼 따스한'이라는 직유법을 배울 때 D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이것 또한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로 구성되어 있는 정상 가족이라는 게 과연 맞는 말일까. 정상 가족이라고 칭하고 있는 경우보다 그외의 다른 가족의 형태를 생각보다 많이 보고 듣는다. 이야기에서 보는 것처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족, 혼자 사는 가족, 이혼이나 사별로 아버지와 어머니 중 한 분과 함께 사는 가족, 요즈음은 동성 배우자와 사는 가족 등 너무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그것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이 내용을 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섬세하면서도 다정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저자는 마트에서 본 김솔통을 보고, 같이 여행을 다녔던 캐리어를 지키고, 수제 사리곰탕면을 먹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에게서 다정함을 느꼈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환경들 속에서 큰 다정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 산문집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다정함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정함의 가장 기본은 체력이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있지만 거기에 섬세함이라는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해야 될 것 같다. 나에게는 평범한 일이었지만 그곳에서도 나 또는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따뜻하게 만드는 일. 그것은 체력보다는 섬세함에서 나오는 다정이 아닐까. 제목처럼 다정 소감들을 읽고 나니 나까지 다정 게이지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 축제 자랑> 등을 쓴 김혼비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전작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이 책도 역시 좋았다. 책 자체는 두껍지 않고, 글 한 편의 길이도 짧은 편인데, 내용이 의외로 묵직하고 문장이 워낙 좋아서 한 호흡에 후루룩 읽지 않고 한 편씩 아껴 읽었다. '다정다감'을 비튼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한 감정이나 흔한 생각에 어떤 약점 또는 허점이 있는지 지적하는 대목이 많아서 좋았다. 공감과 위로가 주로 내세우는 요즘의 산문집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책이라 좋았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임에도 ‘내 친구’로 여겨지는 인물. 책의 말미에서 만난 추천사를 읽으며 적잖은 이들이 나와 동일한 생각을 품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타고난 매력의 영향일까, 실상은 알 길 없지만 글이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새로운 무언가를 캐어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간만에 편히 책을 읽었다. 마치 내 친구가 옆에서 조잘대는 걸 부담 없이 듣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내내 느꼈으니 그걸로 족했다.
내 또래일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건 저자의 사고 흐름이 마치 내 것인양 닮은꼴을 하고 있어서였다. 나라 하여 완벽할 리 없음에도 타인의 맞춤법 틀린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혀끝을 차곤 했는데, 저자는 아예 이와 연관 있는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호감을 가지고 오랜 기간 지켜본 인물. 음악하기에도 바쁜 그의 삶을 문장의 바름으로 재단하려 들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모를 아찔함을 자아냈다. 저마다 세상을 평하는 기준은 다르기 마련이다. 내가 그릇된 표현을 두 눈 크게 뜨고 한 번 더 응시하는 동안 누군가는 아름다운 음색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일에 매진한다. 나에게는 그저 어렵기만 한 숫자를 파고들다가 마침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하는 인물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부류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 평가하려 드는 건 외려 내 옹졸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고 무어겠는가! 저자에겐 시선은 애정 어리나 목소리는 날카로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끔 조언해주는 이가 있었다. 과연 나에게도 그런 인연이 있었던가. 인간관계의 짧음을 떠나 나이가 들수록 진심으로 다가오는 인물과 만날 기회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내 뿌리까지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 인물을 마주할 용기가 내게 없기도 하다. 아마 저자는 쓴소리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기에 그와 같은 귀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유독 흥미로웠던 글도 있었다. 도서의 두께가 화두에 올랐다. 두꺼운 책을 발등에 떨어뜨려 본 적은 없다. 대신, 책 모서리에 신체의 어딘가 찍혀 한동안 울부짖었던 경험은 있다. 수시로 부닥치고 넘어지고, 어른답지 못한 행동의 귀재인 나에게 책 때문에 앓은 일은 사건 축에 들지도 못한다. 저자는 운이 좀 나빴던지 발가락에 금이 갔다. 계획했던 일이 물거품이 됐다.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순식간에 가능성을 상실했다. 남의 불행에 기쁨을 토로하는 건 지양해야 할 태도일 터이나 책은 ‘역시 읽는 것보다는 맞는 쪽이 더 강력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라는 문장을 읽기가 무섭게 난 박장대소하고야 말았다. 한 손에 들어오지 않는 두께, 어마어마한 무게까지 자랑하는 책이라면 소화가 어려울 게 뻔하다. 머리를 쥐어짜며 읽은들 한숨만이 터져 나올 것이므로 차라리 발등에 떨굼으로써 책의 제목만이라도 분명히 기억할지어다?
비 오는 날 엄마를 기다리다 우산 없이 비를 맞았던 일이 저자의 글에서는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게 그려졌다. 오히려 미안해 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다. 스쳐 지나간 많은 인연들을 그려내는 저자만의 방식 또한 마음에 들었다. 장장 이틀에 걸쳐 사골국물을 우려내는 수고를 자처한 J의 모습이, 새 것을 마다할 정도로 소중한 신혼여행의 추억이 깃든 여행 가방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가 한없이 술술 읽혔다. 아아, 늦게나마 난 깨달았다. 내 주변에 이런 친구는 없었다. 익숙함이라 믿었던 건 익숙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사고의 흐름이 닮았다고 여겼던 건 원리원칙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연함에 눈뜬 저자의 삶이 부러워서였다. 무엇보다 난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다가서지도 못하면서 감히 기억되길 바라는, 그건 비현실적인 욕심이었다.
읽는 이의 마음이 편하려면 쓰는 이의 내면이 평온해야 하겠지? 글을 즐겨 쓰긴 하나 딱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건 뾰로통한 나의 심리 상태 영향이 클 것이다. 삶을 향한 애정이, 내 자신을 향한 애착이 내 글엔 부족했다. 마냥 부러워만 하고, 그래서 나로부터 벗어나길 희망했던, 그런 나에게 ‘다정’은 아직 도달하기 힘겨운 무언가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