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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요괴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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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88g | 140*205*11mm
ISBN13 9788954447652
ISBN10 895444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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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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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는…… 아니 그 요괴는 분명 철골귀요.”
법사님의 주장이 간절하면서도 단호했던 것이다
“조카를 납치했다는 그것은 철골귀입니다. 물론 내가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요괴인 것은 확실합니다.”
선비를 앞에 둔 법사님은 턱없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비웃음을 남기고 손님이나 나가 버릴까, 나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선비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사실 내가 법사를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요.”
선비는 윗대의 명성이 아니라 요괴 잡는 구랍 법사의 소문을 듣고 왔다고 했다.
“지호를 아시지요?”
“암요, 알다마다요!”
법사님은 듣자마자 지호 선비를 기억해 냈다. 훼훼귀 잡는 구랍 법사, 별명을 지어 준 그 선비였다.
“그 친구에게 법사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어요.”
법사님은 감격한 얼굴이었다.
“나는 결코 귀신을 믿지 않습니다. 요괴라고 다르겠소? 한데 내가 직접 본 그것은 설명이 되지 않으니…….”
--- p.36

법사님은 큰소리를 땅땅 쳤고 나는 말마다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시시덕대느라 우리는 밤늦게야 잠들었다. 그런데도 새벽같이 일어났는데 그만큼 의욕이 가득해서였다. 법사님은 아홉 마디짜리 대나무 지팡이를 들었고, 나는 일곱 켤레의 짚신을 어깨에 걸쳤다.
“무겁지?”
생전 없던 일로 법사님이 내 짐을 들어 주기까지 했다. 아니에요, 하면서 나는 하하 웃었다. 하지만 법사님의 배려나 나의 웃음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니까 딱 화석골에 닿을 때까지였다.
들은 대로 화석골은 꽤 먼거리였고, 그곳에 있는 광산업자의 집은 커다랗고 은밀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높은 담장과 넓은 집터와 가득한 잡초를 빼면 밥그릇 하나, 천 조각 하나 없는 그냥 빈집이었다.
집에서 뭐라도 찾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것이 꺾이자 몇십 리 길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가득했던 의욕을 쫓아내면서였다. 괜히 주변을 서성인 우리는 터벅터벅 주막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 p.66

“나는 요괴를 풀어 준다고 한 적 없다. 사람을 풀어 준다고 했지.”
“예?”
“그놈은 사람이 아니야.”
괜한 억지였다. 훼훼귀 잡는 법사님은 자신의 전과에 또 다른 요괴 하나를 추가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우길 걸 우기세요. 아무리 봐도 사람인데.”
“막동아.”
법사님은 또다시 나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의 마음이 없으면 요괴다.”
법사님은 잔뜩 점잔을 뺐다. 그러고는 묻지도 않은 말이 술술이었다.
“마음이 괴물이라서 요괴야. 괴물 짓을 했으니까 요괴고. 다시 사람이 될 수가 없어.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온다. 이미 요괴거든.”
법사님은 끝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 그러고는 휘적휘적 앞서갔다. 자기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뽐내는 표정을 하면서였다.
--- p.109

“혹시 철골귀를 아십니까.”
워낙 은밀한 이야기라면서도 법사님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도를 닦는 방사들다웠다. 논쟁이 언제 있었냐는 듯 관심이 금방 바뀌었고 모두가 철골귀를 알고 있었다.
박여랑이 물릴 뻔했네, 김영처의 외삼촌도 보았네, 피부가 단단하네, 박여랑은 진도에 살았네,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 앞 순서를 놓친 방사들은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다들 잘 아시네요. 제가 바로 그 철골귀를 잡을 겁니다!”
그런 선언 뒤에 법사님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다행히 비밀로 하겠다는 선비와의 약속은 깨지 않으면서였다. 선비와 조카 이야기는 하지 않고, 훼훼귀를 잡은 자신의 전적과 화석골과 탄채 그리고 광산을 찾아 헤맨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게 울렁귀라면서요?”
“네?”
분명히 방사란 대답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방사들은 짧은 되물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태껏 추임새가 많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하더니 또 어느 순간에 모두가 떠들썩했다.
대단하다는 칭찬이 많았고, 조심하라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으르렁 소리와 울렁귀를 입에 담지 않는 것은 모두가 같았다.
--- p.149

사람의 걸음이었지만 그것이 사람은 아니었다. 얼굴에는 눈도 코도 입도 없었다. 그냥 동그랗기만 해서 번들거리는 얼굴은 마치 옻칠을 한 커다란 염주 알 같았다. 그렇다면 피부는 딱 달라붙는 옷이었다. 얼굴을 뺀 전부가 금파리의 몸통처럼 푸른색으로 반짝였다. 아니다. 그것은 진짜로 딱 달라붙는 옷 같기도 했다. 그런 옷을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지만 여기는 요괴의 방이 아니던가.
법사님이 이전에 놓쳤다는 요괴가 저것이기를 바랐지만 아닌 듯했다.
“이놈! 내가 네놈 자식은 놓아주었으나 너는 가만두지 않을 테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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