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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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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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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4g | 133*200*19mm
ISBN13 9788954682855
ISBN10 895468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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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슬픔 아닌 쪽으로 보내주는
조용한 산책의 시간들,
정용준 6년 만의 신작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정용준의 세번째 소설집. 작가는 땀과 피로 얼룩진 삶의 근원적인 죄의식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다른 생에 대한 사유까지, 작품의 스펙트럼과 깊이 모두를 확장시켜왔다. 지난 6년 그가 얼마나 성실히 인상적인 작품들을 써왔는지 이번 소설집 수록작 편편이 보여주는바, 등단 12년을 맞은 작가의 이번 작품집은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분기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가는 섬세한 감정적 파동의 기록”이라는 평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선릉 산책」과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라지는 것들」, 2021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으로 뽑힌 「미스터 심플」을 포함해 총 7편이 실렸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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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거였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길래 언젠가 그것이 찾아오리란 생각에서 이토록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일단 애썼다. 방어적으로 살았다. 사건 하나, 갈등 하나가 뭔가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을 걱정하고 대비하며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어떤 일 때문에 무너지는 게 아니었다. 일이 일어나지 않게 버티는 힘으로 무너지는 거였다. 안에서 밖으로 점점 갈라지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초라한 집 한 채. 그래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삶.
--- p.59, 「사라지는 것들」 중에서

“넌 몰랐지? 왜 울었겠어? 널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 배신당한 아픔이 주먹으로 맞는 것보다 더 아팠던 거야. 그런데 너도 똑같네. 걔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네가 아직까지 걔를 생각하는 거야. 걔 이름도 아는 거고. 난 기억도 안 나. 그래서 네가 더 많은 벌을 받은 거야. 맞는 건 아무것도 아니거든. 피도 멈추고 멍도 사라지고 뼈도 붙어. 그런데 네가 한 짓은 회복이 안 돼. 사람을 죽이거든.” --- p.144~145, 「두번째 삶」 중에서

천막 한쪽 구석에서 팽이를 만지작거리는 주우를 보는 미이의 마음이 복잡했다. 하도 만져 이제는 까만 보석처럼 변한 한 토막의 나무를 주우는 부적이라 했고 친구라고 했으며 충격을 막아주는 쿠션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왜 너는 부적이 필요했을까. 왜 쿠션 같은 것이 있어야만 했을까. 나 외에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던 걸까. --- p.170, 「이코」 중에서

세탁과 건조에 각각 삼십 분. 짧지만 순도 높은 시간이다. 잘 읽히고 잘 써진다. 활자가 눈을 통해 뇌로 바로 인쇄되는 것 같다. 생각과 이미지는 막힘없이 단어와 문장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상하지. 여기에 오면 좋을 걸 알면서, 이렇게 써지고 읽게 될 것을 알면서, 안 오게 된다. 아니, 그래서 안 오는 것일지도. 좋아지는 것을 원하면서, 좋아지는 나 자신은 원하지 않는 마음. 지친다. 지겹고.
--- p.199, 「미스터 심플」 중에서

나는 내 삶에서 뭘 배웠나. 무엇을 알고 있나. 그래서 얼마나, 얼마큼, 표현할 수 있나. 솔직하게? 순간 마음을 뚫고 무엇인가가 지나갔다. 국수를 먹으려다 젓가락을 움켜쥐었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관절 마디가 하얘졌다. 그 순간 내 표정에서 무엇이 보였던 걸까. 그가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 p.217, 「미스터 심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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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자기 상처의 주인이 되려는 이들을 위한 소설이 여기에 있다.” _김금희(소설가)

슬픔을 슬픔 아닌 쪽으로 보내주는
조용한 산책의 시간들,
정용준 6년 만의 신작 소설집


2016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선릉 산책」
2019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라지는 것들」
2021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미스터 심플」 수록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정용준의 세번째 소설집. 작가는 땀과 피로 얼룩진 삶의 근원적인 죄의식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다른 생에 대한 사유까지, 작품의 스펙트럼과 깊이 모두를 확장시켜왔다. 지난 6년 그가 얼마나 성실히 인상적인 작품들을 써왔는지 이번 소설집 수록작 편편이 보여주는바, 등단 12년을 맞은 작가의 이번 작품집은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분기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가는 섬세한 감정적 파동의 기록”이라는 평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선릉 산책」과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라지는 것들」, 2021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으로 뽑힌 「미스터 심플」을 포함해 총 7편이 실렸다.

기꺼이 자기 상처의 주인이 되려는 이들을 위한 소설이 여기에 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슬픔을 묵묵히 걷기로 한 사람에게 여러 번 들려주고 보내주어야 할 격려, 그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화답으로 우리는 정용준의 소설을 기억할 것이다. _김금희(소설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돌아갈 수도 없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니까”
남은 자’들에 의한, ‘남은 자’들에 대한 소설,
실패와 상실의 경험 이후 계속 사라지는/살아지는 삶


‘남은 자’들에 의한, ‘남은 자’들에 대한 소설.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축 가운데 하나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실패와 상실의 경험 이후에도 계속 살아지는 삶.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도 찾지 못한 이들에게 ‘회복’이란 쉽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사라지는 것들」의 ‘성수’는 끔찍한 사고로 어린 딸을 잃었다. 그후 삶은 모르는 것투성이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도 아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만 살기로 했다”고 아들에게 선언하듯 말하는 그의 어머니가 그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란 것. “안다. 마음먹은 사람에게 그런 마음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못 먹게 했어야지. 먹은 마음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소설은 이 두 모자가 강화도로 즉흥적으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 삶은 왜 이럴까. 이유를 생각해본 적도 있었어. 죄가 있었겠지. 운이 없었겠지. 실수를 했겠지. 나쁜 선택을 했겠지. 누가 나를 미워하는 거겠지. 하지만 모르겠더라. 극복해보려 애썼는데 뭘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건지 몰라 아무것도 못했다. 그후로 모든 게 다 치욕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사는 것도.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분위기도. 화를 내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하는 해인 엄마를 보는 것도. 이제 날 좀 내버려둬라. 그만. 그만하고 싶어. 피곤해. 너무 피곤해.
_57쪽, 「사라지는 것들」에서

남은 자들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서로를 괴롭힌다. 납득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애도에 끝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피곤”한 이 삶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실패와 상실의 이야기가 소설에서 낯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에 대한 실패이며 왜 상실했나,에 방점을 찍기보다 그후의 시간이 감당할 수 없는 피로감으로 남은 자를 무력하게 하는 이야기는 드물다. 절망과 체념의 다름 이름으로써의 이 피로감은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감각으로,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가 바탕 되었기에 가능하다. 특히 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주체가 어머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내하고 감내하는 모성’ 대신 자기 목소리로 직접 ‘자기 삶에 대한 혐오를 발화하기로 택한’ 어머니는 한국 소설에서 그간 보기 어려웠으므로.
「미스터 심플」은 치명적인 상실 후 견고한 상처에 갇혀 있던 두 인물이 중고물품 직거래 플랫폼에서 알게 되어 몇 차례 ‘거래’하는 과정을 담았다. “자신에게조차 진짜 마음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물들이, “좋아지는 것을 원하면서, 좋아지는 나 자신은 원하지 않는”, 그렇게 스스로를 벌주듯 살아가던 인물들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자기 안의 슬픔과 비로소 대면하게 된다.
한편 「스노우」는 ‘장소’를 잃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종묘 해설사 ‘이도’는 예기치 못한 대지진으로 자신의 일터였던 종묘를 화재로 잃었다. 숭고한 무언가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데 이도는 괴로워한다. 한편 같은 곳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서유성’은 “기억하는 이들이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는 한 어쨌든 복구될 거고 다음 세대로 전승”되리라 믿는 인물이다.

“아……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꼭 장소인 것 같다니까요. 그 기분과 그 느낌이 종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갈 수도 있고 머무를 수도 있고 볼 수도 있고 그래서 묘사할 수도 있는 곳.”
이도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감정이 장소인 것 같다는 서유성의 말을 곱씹었다. 감정이 장소다. 감정이 장소다. 그곳엔 여전히 어둠이 있고 고요가 있고 스노우도 있고 서유성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분노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 하나마나 한 생각이지만 그런 연쇄되는 생각들이 좋았다.
_263~264쪽, 「스노우」에서

“모두에게 일어난 비극이었지만 내용과 상실의 감각은 제각각이었다.” 그 비극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텅 빈 곳에 분명히 존재하는 ‘있음’들. 그 힘은 어쩌면 생각보다 셀지도 모른다.


“흔들흔들 걷는 엄마가 찍어놓은 발자국에 발을 포개어 걸었다.”
홀로 혹은 함께 걸으며 해답 없는 문제에 골몰하는 인물들


이번 작품집의 또하나의 특징은 편편에서 만날 수 있는 ‘걷는 인물들’이다. 인물들은 홀로 혹은 함께 걸으며 해답 없는 문제에 골몰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다 알 수 없는 진실/진심에 가닿고자 애쓴다. 표제작 「선릉 산책」은 발달장애 청년 ‘한두운’과 높은 시급의 알바가 절실한 청년 ‘나’의 하루를 담았다. ‘나’는 ‘한두운’과 하루를 함께하며 그의 자해 방지용 헤드기어와 무거운 책가방을 벗겨주고, 그에게 놀라운 암기력과 권투 실력이 있다는 것도 발견한다. 여기서 소설이 끝났다면 소통 불가한 상대와의 관계에서 얼핏 엿본 교감의 순간들 같은 말로 포장되었을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보호자로부터 추가로 세 시간을 더 부탁한다는 연락이 온 순간부터 흐름이 바뀐다. 이후의 시간에 벌어진 일들은 두 사람 사이의 필연적인 거리를 확인시켜주며 결국 ‘나’는 무력해진 모습으로 그 산책을 끝낸다. ‘모르겠다’, 속으로 반복해 말하며, 다 정리하지 못한 감정들을 어쩌지 못하며.

어쩌면 그의 삶은 오해되고 왜곡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지. 솜씨 좋은 작가처럼 거짓을 진짜처럼 혹은 진실을 가짜처럼. 영혼은 편하게 침대에 눕혀놓고 하루종일 내 손을 잡고 유령처럼 산책하다 집에 돌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닌가.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일이니까. (…) 오늘 만난 한두운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나. 정말 권투를 배운 걸까?
_108쪽, 「선릉 산책」에서

「이코」의 ‘주우’와 ‘미이’도 함께 걷는다. 틱 장애로 괴로워하던 ‘주우’는 스스로 말문을 닫아버렸고, ‘미이’는 학창시절 ‘주우’의 유일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함께 도시의 이곳저곳을 말없이 걷는다. “초조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침묵. 편하게 주고받는 대화를 능가하는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었다.” 「두번째 삶」의 ‘준범’은 남한강 산책로를 혼자 걸으며 그 강 어딘가에 유골이 뿌려진 ‘지운’을 생각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십 년형을 살고 나온 ‘준범’은 자신을 ‘악마’로 만든 동급생 ‘한준일’을 생각한다.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과, 나쁜 짓을 저지르도록 만든 사람 사이의 복수와 단죄란 어떤 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두부」의 화자 ‘나’는 자신이 잃어버린 반려견 ‘두부’와 꼭 닮은 개와 줄을 잡고 함께 걷는 남자의 뒤를 따라 걷는다. ‘두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라졌었다.
이렇듯 인물들이 내딛는 여정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 길의 끝에 해결이나 회복 같은 손쉬운 해답은 허용되지 않고, 다만 “(엄마가) 오른발을 디딜 때마다 오뚝이처럼 십오 도쯤 몸이 기울었다. 흔들흔들 걷는 엄마가 찍어놓은 발자국에 발을 포개어 걸었다”(「사라지는 것들」)거나, “두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작은 발자국에 발을 맞춰 걸었다. (…) 걷는 동안 미스터 심플의 호른 연주를 떠올렸고 멜로디 그대로 허밍을 했다”(「미스터 심플」)거나 하는 식의 앞선 이의 발자국에 내 발을 포개어보는 일 정도. 그러나 부서지고 무너진 누군가가 자기만의 슬픔을 묵묵히 걸을 때 그 뒷모습을 지켜보고 손을 흔드는 일 정도만으로도 어쩌면 그의 삶이 증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서서히, 슬픔을 슬픔 아닌 쪽으로 보내주는 조용한 산책의 시간들이 쌓여 “아무 변화도 없지만 그사이 시간이 흐르고 종종 기분도 마음도 나아지는 밝은 밤들”(‘작가의 말’에서)이 찾아오게 되리라.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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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구**방 | 2022.05.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번에는 제목을 보고 손에 든 소설집이다. ‘선릉 산책’. 딱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고, 소설 속 선릉역 인근은 내가 가장 자주 돌아다니는 지역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돌아다녔던 거리의 풍경을 읽으면서, 기억 속 내가 봤던 골목들 어디쯤일까 하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좀 더 몰입이 됐다.     이 책은 일곱 편의 중편 소설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다. 표제;
리뷰제목

이번에는 제목을 보고 손에 든 소설집이다. ‘선릉 산책’. 딱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고, 소설 속 선릉역 인근은 내가 가장 자주 돌아다니는 지역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돌아다녔던 거리의 풍경을 읽으면서, 기억 속 내가 봤던 골목들 어디쯤일까 하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좀 더 몰입이 됐다.

 

 

이 책은 일곱 편의 중편 소설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다. 표제이기도 한 ‘선릉 산책’은 그 중 세 번째로 실려 있는 작품. 각각의 이야기들은 등장인물도 내용도 독립적인데, 한 가지 공통적인 소재가 있는 것 같다. 모두 어딘가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삶이라는 게 그렇게 계속 어딘가로 걸어가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소설 속 ‘걷는 일’은 ‘살아가는 일’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일곱 개 이야기 속 인물들과 그들이 마주하는 사건들이 모두 개성이 있다. 다들 삶의 무거운 무게를 어깨에 지고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데, 아무리 대화가 진행되어도 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슨 벽에 부딪힌 건 아닌데, 뭔가 좀처럼 서로의 생각이 만나지 않는 달까.

 

예를 들면, 표제작이기도 한 ‘선릉 산책’ 속 주인공은 아는 형의 부탁으로 하루 아르바이트를 대신하게 된 인물이다. 그가 하게 된 일은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한 소년과 함께 선릉역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겨우 하루 동안의 시간이지만, 그리고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둘이 함께 선릉역 인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공감을 이루는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변주를 준다.

 

소년의 보호자로부터 세 시간만 더 맡아달라는 연락이 온 것.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주인공은 급격히 짜증이 치솟았고, 어둑해질 무렵 공원 어딘 가에서는 동네 양아치 청소년들과 사건도 발생한다. 서로 친해진 줄 알았던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투명한 장벽이 생겨버린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말할 때 거기에 담긴 무게는 얼마나 가벼운지...

 

그렇게 모든 이야기 하나같이 말끔하게 끝나는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영 어영부영 밋밋하고 찝찝하게 끝나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나름의 결말이 있는데, 그게 썩 공감이 되는 측면이 있다. 아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가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가볍거나 하지도 않다. 읽던 도중 다른 생각이 들거나 하지 않게 재미도 있고.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재능있는 작가 같다.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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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당신이 있어 고맙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e | 2022.04.1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좋은 단편집이다. 일주일에 하나씩 곱씹어며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라는 제약으로 푸다닥 7편의 단편을 모두 읽어 버렸다. 한편한편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좋은 작가를 만난 느낌이다.    먼저 "선릉 산책"을 읽었다. 사무실을 선릉으로 이전하면서 나에게도 이제 산책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그전 공간은 산책할 공간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점심시간에 선정릉을 산책하면;
리뷰제목

좋은 단편집이다. 일주일에 하나씩 곱씹어며 읽어야 하는데, 시간이라는 제약으로 푸다닥 7편의 단편을 모두 읽어 버렸다. 한편한편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좋은 작가를 만난 느낌이다. 

 

먼저 "선릉 산책"을 읽었다. 사무실을 선릉으로 이전하면서 나에게도 이제 산책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 그전 공간은 산책할 공간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점심시간에 선정릉을 산책하면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였다. 고유 명사가 나오는 매우 익숙한 공간이다. 이미 선릉역 주변에 익숙하고, 선정릉도 거의 매일 산책을 했기에 참으로 익숙한 공간이지만, 역시 이야기는 새로운 느낌을 준다. 거절하기는 어렵고 탐탁하지 않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른 청년과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뛰어난 재능을 지닌 "레인 맨”에 나오는 20세 정도의 정신지체자와 만나는 내용이다. 어떻게 교감을 이루고 서로 이해하는가가 이 소설의 중심내용일 것 같다. 

 

이 소설집의 대부분은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번째 삶"이 학원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오랜 기간 교도서에서 있다 나온다. 너무나 당연한 요소인 언론이 과장하여, 억울한 가해자를 만드는 요소는 나온다. 가장 동적인 소설인데, 끝에 반전의 요소가 있다. 

앞의 소설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는 학원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을 지켜주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이교"에서도 등장한다. 앞의 소설이 제3자의 술수에 의해 선의와 동정심이 부러졌다면, 이 소설의 내용은 우정 혹은 사랑이 10년이 지나도 지속된다는 내용이다.  

 

첫번째 소설인 "두부"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함께 사라진 반려견인 두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부가 누구의 개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머니와의 이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인 것 같다. 두번째의 경우에도 자식을 잃고 난 후 가정이 붕괴되는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미스터 심플"의 경우 당근 마켓을 통한 교류에서도 우정과 고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계는 가까운 사이에서 치유된다는 그런 느낌을 준다. 

"스노우"는 국가 대 재난의 마당에 기껏 종묘가 불타는 것이 뭐 중요하냐는 생각을 가졌고,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작대교 등이 끓어지면 그것을 복구해야지! 종묘는 나중에 복구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종묘는 너무 멋진 건물이 아닌가! 옆으로 엄청 긴 건물, 장엄한 공간감이 끝내주는 건물이다. 종묘를 아끼는 직원들의 상실감과 한편으로 고양이를 통해서도 위안을 삼는 것도 좋은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조용하지만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해고 있고, 그 아픔을 자신에 맞게 자신의 방법으로 조금 조금씩 버티면서 방향을 찾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힘들지만 당신이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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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하게 응시하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2.02.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순식간에 읽었다. 끝이라 믿었던 순간이 시작이었다. 이야기들을 다시금 들춘다. 인물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에 이유 모를 쓸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만 할 거 같다. 서로 독립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연결이라도 된 것 같이 여겨졌다.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녹이려 들었는데 아무리 숟가락으로 휘저어도 녹지 않고 알갱이가 남아 있는 것 같은 모양새가 각기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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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었다. 끝이라 믿었던 순간이 시작이었다. 이야기들을 다시금 들춘다. 인물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에 이유 모를 쓸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만 할 거 같다. 서로 독립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연결이라도 된 것 같이 여겨졌다.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녹이려 들었는데 아무리 숟가락으로 휘저어도 녹지 않고 알갱이가 남아 있는 것 같은 모양새가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 계속됐다. 굴곡이 심한 게 아니었기에 오히려 묘했다. 평범한 나머지 나 또한 이들과 유사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거 같았는데, 혹은 그랬기에 더더욱 남 아닌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하였다. 
첫 번째 이야기 ‘두부’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반려 동물의 존재야 현실에서도 흔하니, 작가가 이를 소재로 사용한들 하등 이상치 아니하다. 특이하게도 두부는 이미 주인공 아닌 이에게 속한 상태였으며 이름 또한 ‘승희’로 불리고 있었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상처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 것처럼 만났다. 두부를 되찾은 기쁨은 곧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대치됐고, 승희를 잃은 아픔은 강아지를 만나면서 해소됐다.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리려던 시도가 온전한 환희일 수는 없었고, 두부 혹은 승희는 어쩌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사라지는 것들’은 역설적이게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상처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였다. 결속의 나사가 풀어진 것만 같은 모양새. 그래도 가족이어서 이따금 서로를 찾았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툭 던질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상대를 바라볼 때면 예전의 오류에 잠식당한다. 나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 내가 그 때 그리 행동하지만 않았더라면. 애써 화제를 돌리고 생각이 비극을 향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들 소용없다. 죽음만이 살 길인 것처럼 구는 이, 그런 이를 타박하는 게 전부인 이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나날들은 어딘가 모르게 지난한 우리네 인생을 풀어낸 듯해 보였다. 
급작스러운 만남, 무얼 어찌하면 좋을지 알 길 없으나 나름 최선을 다했던 하루. ‘선릉 산책’은 묘하게 전개된다. 일당 9만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라지만 덜컥 떠맡을 일은 결코 아니었다. 책임감이 투철한 건 아니나 그렇다고 남들처럼 눈 가리고 아웅할 순 없어서, 푸름이 잔뜩 깔린 능으로 한두운을 이끈다. 수시로 침을 뱉고, 대화도 도통 통하지 않는, 하지만 그는 나무 앞에서 모르는 게 없는 존재로 돌변한다. 알다가도 모를 존재는 마지막까지 이해 불가능한 폭력성을 보이며 주인공에게 혼란을 선사한다. 그가 공격하고자 했던 건 무어였을까. 
다른 이야기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이어진다. 억울한 감옥살이, 진실이 전적으로 왜곡되는 모양새, 모두가 주인공에게 참회하고 새 삶을 살라고, 그러나 감옥살이 이전의 그와 결코 동일한 삶을 꿈꿔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건 틱 장애를 지닌 주우도 마찬가지. 이들에겐 주어진 운명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세상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기꺼이 맞아가며 버티는 것만이 선택 가능한 옵션 같아 보인다. 가족은 떠나고 자신이 유일하게 행할 수 있는 일로부터도 배척당하고, 심지어 결코 무너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종묘가 대지진으로 몰락하는 모습까지. 누구라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인공들을 억누른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이를 받아들였을까. 길길이 날뛰며 또 다른 공격을 부를 섣부른 전복에 나섰으려나.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움으로써 굴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꿈꿨을까. 
짙푸른 녹색 표지가 선사하는 상큼함이 왠지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눈이 시리고 온몸이 아린데, 이를 어찌 푸른 빛에 담아낼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세상 모든 건 서로 연결돼 있고, 내 아픔이 현재진행형인 순간에도 누군가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물며 자연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게 어이 이상하겠는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내 것이므로, 인정이 어렵다면 평행선을 긋듯 곁에 두고 응시하는 것 또한 하나의 용기어린 태도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 속 어느 누구도 비굴하지가 않았다. 저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그들은 정녕 모를 테지만 난 그들로 인해 적잖이 위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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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l*e |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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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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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비* |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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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두 잘 읽혔어요. 읽다보니 나오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하고 행복을 바라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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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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