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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뷰 총점9.8 리뷰 16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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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32g | 130*210*20mm
ISBN13 9791191842050
ISBN10 119184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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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기사는 몰이채로 돼지들의 등을 때리면서 트럭 안쪽으로 밀고 들어간다. 3층으로 쌓아 빼곡이 실은 260마리 돼지를 하차시켜야 한다. 계단 앞에서 돼지들이 멈칫댄다. 귀를 앞으로 향하고 눈을 크게 뜬 채 녀석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꼭대기 계단에 서 있다. 그러다가 처음 몇 마리가 조심조심 몇 걸음을 내딛는다. 기사가 얼른 그곳으로 달려와 다시 녀석들의 등을 때린다. 한 녀석이 맞기 싫어 트럭 쪽으로 달아나려 하지만 매를 피하지 못한다. 또 한 녀석은 꽥꽥 소리를 지른다.
--- p.13

― 5일
나는 쪼그려 앉아 손을 창살 사이로 더 멀리 뻗는다. 돼지들이 내게로 몰려오지만 맨 뒤에 있는 녀석들은 앞으로 밀고 나올 수가 없다. 스웨덴에선 도축용 돼지를 사육할 때 마리당 약 1제곱미터의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 계류장은 그보다 훨씬 좁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를 밟지 않으면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면?
--- p.51

― 17일
실태조사는 금방 끝나고 공장장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다.
“평소엔 이렇지 않잖아요.” 나는 폭발한다. 벌써 점검이 끝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나도 알아요. 우리가 뭘 하는지, 왜 여기 왔는지 알아요.” 마리아가 말한다.
“다 연극이잖아요. 이러면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우리의 보고서도 내가 읽었던 다른 수의사들의 보고서와 다를 것이 없을 테다.
--- p.83~84

― 38일
언제 항의해야 하고 언제 문제점을 추적해야 하는가? 절룩이거나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돼지를 볼 때마다? 전부 일일이 선별해서 죽이기엔 숫자가 너무 많고 또 모든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 어떨 땐 괜히 내가 간섭했다가 돼지의 마지막 몇 분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떠밀려 이산화탄소 가스실로 걸어가는 고생은 면할 수 있고 가스를 마시는 것보다 총을 맞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자면 친구들과 떨어져야 한다. 나는 여러 가지 나쁜 대안들을 두고 쉼 없이 고민을 해댄다.
--- p.133

― 41일
점심시간에 단의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그는 도축장 품질평가사이며 우리 사무실 옆 복도의 창문 없는 방에서 일을 한다.
“제가 돈방 배수 문제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나는 이렇게 운을 떼며 돈방 바닥이 아침이면 젖어 있고 물이 빠지지 않아서 돼지들이 물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구석에 몰려 있는 사정을 설명한다.
“돼지들이 추워서 떨어요. 보여드리고 싶어서 아침마다 돈방 사진을 찍어봤어요.”
단은 정말로 친절하고 다정하다. 그가 사진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말한다. 퇴근길에 복도에서 그와 마주친다.
“맞아요. 그런 상태면 안 돼요. 아침 미팅 시간에 계류장 직원들에게 말할게요.” 그가 눈썹을 치켜뜨며 말한다.
--- p.143

― 47일
여기선 동물을 제품 취급한다. 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단순하고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계류장을 나서려는 데 방혈 공정에서 일하는 직원 한 사람이 나를 불러 세운다.
“수의사라면서요?”
“네.”
“우리 강아지가 며칠 전에 발톱이 절반 정도 찢어졌어요. 그래서 동물병원에 가서 뽑고 왔는데요. 이 녀석이 목에 보호대를 안하려고 해요. 아무리 달래도 절대로 안 해요. 발을 핥지도 않고 상처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대로 둬도 될까요?”
“핥지 않고 상처도 깨끗하다면 괜찮을 거예요.”
--- p.162

― 48일
수송 트럭 한 대에 실려온 돼지들 중에 두 마리가 꼬리에 상처가 나서 부었다. 꼬리를 물어뜯겨도 대충 넘어갈 때가 많지만, 트럭 기사나 수송업자가 절대 놓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는 기사에게 돼지 상태가 안 좋다고 말한다.
“아, 못 봤네.” 그가 대답한다.
나는 그에게 돼지를 가리킨다.
“그러니까요. 못 봤어요. 50마리 돼지를 한꺼번에 실으니 하나하나 다 살필 수가 없어요.” 그가 다시 대답한다.
“그렇다면 지적하기 잘했군요.” 내가 대답한다.
“어쨌거나, 저런 건 우리도 미리 발견하고 싶어요. 신고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다들 잘하고 싶다고요.” 말을 마친 그가 나를 찬찬히 살핀다. “돼지 실을 때 농장에 가 본
적 있어요?”
“아니요. 왜요?”
“꼬리가 그렇게 중요하다니까, 그렇다면 가서 한 번 봐야 하지 않나…….”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규정대로 하기가 불가능해요.” 그가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연다. “여긴 돼지가 트럭을 내려갈 수 있게 시설이 잘 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농장은 적재 사다리와 축사 출구의 높이가 달라요. 아니면 축사 문이 너무 작든가. 그래서 돼지들이 앞으로 가지 못해요. 심지어 이만한 높이에서 돼지를 트럭으로 밀어 올리는 농장도 있어요.” 그가 약 1미터 높이를 가리킨다. “때리고 꼬리와 귀를 잡아당기죠. 요즘은 전기 몰이판을 못 쓰게 하니까 더 심해졌어요.” 그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돼지를 앞으로 몰 수 없어요. 어쨌든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해요.”
“힘들겠네요. 그렇게 힘들여 실어 오면 우리가 떡 하니 서서 몰이채로 때리지 말라고 하고…….” 내가 말한다.
“넵. 가끔은 불합리하다 싶죠.” 그가 말한다.
--- p.165~166

― 58일
오후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카리나가 묻는다. “오늘 어땠어요? 충격적이었어요?”
“예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동물보호 시각에서 보니 문제가 많네요. 감염 예방을 집단 차원에 생각하는 건 이해되지만 한 마리 한 마리를 챙기는 건 어떻게 할지……. 모든 개체가 소중하니까요. 동물도 감정이 있어요. 유럽연합은 이미 2004년에 전기수조 기절법을 서서히 중지해야 한다고 선언했어요. 아시죠?”
“문제가 있다는 건 동의해요. 거꾸로 매달릴 때 어떤 기분일지 그것부터가 의문이거든요.” 카리나가 말한다.
누군가 나의 고민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않고 반발하지도 않으니 참 좋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니 참 좋다. “그건 그래요. 그건 문제예요. 하지만 우리가 풀지는 못하는 문제죠.”
--- p.194~195

― 62일
“맞아요. 예전에는 그랬죠. 위반 사항이 있으면 기록만 하고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죠. 하지만 동물보호는 특히나 어려운 분야입니다. 내 생각엔 우리가 여기서 감독하지 않으면 더 나빠질 것이고…… 우리가 꼭 여기 있어야 해요.”
--- p.212

― 80일
돼지 한 마리가 트럭에서 비틀대며 걸어 나온다.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서 용감하게 친구들을 쫓아가 보지만 또 쓰러지고 만다. 녀석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동물병원에 왔던 강아지들을 떠올린다. 그 녀석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었던 위로를 생각한다. 그들이 더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서 울던 반려인들을 떠올린다. ……
질병과 죽음과 맞서는 투쟁을 생각한다. 같은 투쟁을 바라보는 우리 평가가 얼마나 다른지도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욕망에 따라서만 주고 뺏는다. 시멘트 바닥에 앉은 외로운 돼지를 보며 그 모든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녀석은 숨을 헐떡이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로베르트가 볼트총을 들고 내 옆에 선다. “쏴요.” 내가 말한다.
-- p.23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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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에 진심인 수의사가 그들의 마지막 현장 한가운데에서 전하는 먹먹한 기록이다. 그동안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있었지만, 농장 동물의 종착지인 도살장의 현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문득 궁금해진다. 저자 말대로라면 ‘복 받은 스웨덴 돼지’에 비해 우리나라 돼지들이 처한 상황은 어떨까? 이 책을 통해 인도적 사육과 도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또 넓어지기를, 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 명보영 (수의사,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동물복지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던 스웨덴조차도, 도축장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죽음의 현장일 뿐이다. 저자는 살아 있는 돼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이 되어 우리 밥상에 고기로 오르는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석 달 가까이 저자의 일상을 낱낱이 지켜보면서, 그이가 겪은 죄책감과 슬픔, 갈등과 혼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노력 덕분에 우리는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한다.
- 고은경 (기자, [한국일보]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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