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공룡이 발견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공룡과 일종의 감정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는데, 그 감정은 어떤 점에서는 인간이 개나 고양이 등 살아있는 동물에 대해 느끼는 유대감만큼 복잡하고 양가적이며 다면적이고 친밀했다. 이 관계는 대중과 유명인의 관계처럼 주로 공상 속에서 맺어졌지만 진정성은 결코 그보다 덜하지 않았다. 공룡은 전시회, 놀이 공원, 소설, 장난감, 영화, 만화, 로고와 그 밖의 대중문화 관련 상품에 등장해 왔다.
----「1. 용의 뼈」중에서
거대하고, 원시적이며, 여러 조류와 포유류의 특징을 가진 도마뱀 같은 생명체인 공룡은 태곳적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공룡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처음 시작되었던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 여러 모습이 혼재된 괴물이 등장하는 전설을 파헤쳤다. 이런 연구는 악령, 괴물, 반신반인과 (유럽인의 입장에서) 이국땅에 다녀온 탐험가들이 말하는 생물들의 도해에 많이 의존했다. 고생물학이 유망한 분야로 떠오른 덕분에 이 괴물들은 새로운 이름을 얻었고 먼 과거의 어느 기간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어떤 면에서는 고생물학의 영향으로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공룡은 항상 본질적으로 용이었고, 부정적으로 등장하는 법이 없었다. 동양의 용은 비를 부르는 존재이자 원시 에너지의 상징이다. 연금술에서 용은 변신할 수 있는 힘을 상징했다. 용은 웨일스의 상징이고, 많은 귀족 가문의 문장(紋章)에도 들어간다. 공룡의 모습은 먼 곳을 다녀온 여행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대한 뱀을 비롯한 다른 상상의 동물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이런 모습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꽤 흔했으며 대영 제국이 팽창하면서도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2. 용은 어떻게 공룡이 되었나」중에서
책과 영화 속의 공룡들은 본질적으로 ‘살아 있는 시체’, 즉 좀비이다. 그들은 인위적으로 생명을 되찾았고 자연에도 사회에도 속하지 않는다. 특히 영화 속 좀비처럼 떼를 지어 사냥하고 끊임없이 공격하는 벨로키랍토르가 그렇다. 그에 반해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예전 영화에 나오는 고지라처럼 다른 괴물로부터 착한 사람들을 구하며 신성한 정의의 대리인이 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마지막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한 무리의 벨로키랍토르를 죽여서 겁에 질린 과학자들과 그 동료들을 구한다. ??잃어버린 세계??에서는 인간 악당이 어미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잡혀 둥지로 끌려간다. 어미는 새끼들에게 그 인간을 먹이로 준다. 크라이튼은 그 악당의 죽음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죄인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악마이다. 이 죄인은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서처럼 악령에게 잡아먹히고 배설될 것이다.
----「3. 거구 씨와 난폭 씨」중에서
메리 애닝, 기디언 맨텔, 윌리엄 버클랜드가 공룡을 발견하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사심 없는 호기심 덕분이었다. 그들은 때로 작업에 집착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 일은 취미에 가까웠다. 애닝과 맨텔은 삶의 대부분을 가난하게 보냈지만 버클랜드는 좀 더 수익성이 좋은 일로 일정 소득을 벌었다. 오언은 영국 최초의 전문적인 고생물학자였으며 이 분야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했다. 이전 세대의 고생물학자들은 화석 연구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나, 오언은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그곳으로 식별이 필요한 화석이 보내졌다. 여러 연구자들이 동일한 발견물에 대해 공을 다투고 학문적 모의가 늘어나면서 고생물학자들의 지위가 달라졌다. 하지만 고생물학이 19세기 후반에 돈과 권력, 화려함을 두고 투쟁하는 진원지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4.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쥬라기 공원까지」중에서
바커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공룡이 살던 시대에 공룡의 크기와 생물학적 다양성을 기준으로 공룡이 우세하다고 여겼는데, 이런 기준에서라면 인간은 결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적당히 크고 단 하나의 종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이런 우세의 기준을 다른 종에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는다. 지구상에는 대략 37만 5천 종의 딱정벌레가 있는데 이는 포유류보다 엄청나게 많은 수이다. 육상 동물 중에 가장 몸집이 큰 동물은 코끼리이고 그 다음으로 하마와 코뿔소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딱정벌레나 코끼리가 ‘우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우세의 개념은 속수무책으로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일관성에 대한 고민조차 없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공룡이 초기 포유류를 앞지를 수 있었다는 바커의 말은 마치 공룡과 포유류가 앞다투어 몸집을 키우고 종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애썼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초기 포유류보다 공룡이 더 멋지게 느껴지겠지만, 둘 다 오랜 기간 동안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동물이다. 오늘날 쥐가 성공적으로 번식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초기 포유류도 비록 제한적이었겠지만 자기에게 적합한 환경에서 잘 살았을 것이다.
----「5. 공룡 르네상스」중에서
‘크고 난폭한 데다 멸종되었으니까요.’ 공룡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스티븐 J. 굴드에게 아동 심리학자 셰프 화이트(Shep White)가 대답했다. 간결하지만 함축적인 이 답은 공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갑옷을 입은 기사나 털북숭이 매머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답변에는 공룡에 대한 애정이 잘 요약되어 있다. ‘크다’와 ‘난폭하다’는 모험에 대한 갈망을 내포하고 있다. ‘멸종’은 심리적으로 좀 더 복잡한데, 언뜻 앞의 두 특징과 모순되어 보일 수 있다. 실제 죽음을 이해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이며, 결코 누구도 완전히 끝마칠 수 없는 과정이다. 멸종을 이해하려면 방대한 시간 안에서 시대를 순서대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7. 멸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