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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 애치먼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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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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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
파일/용량 EPUB(DRM) | 51.04MB ?
ISBN13 979119023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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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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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항상 모래가 이긴다고? 지금 장난해요, 빌리?” 플로라는 조롱하듯 말을 던지고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또 담뱃불을 붙였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녀는 역시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는 에스더의 아들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비웃었다.
“결국은 항상 모래가 이긴다.” 빌리는 놀라울 정도로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 (중략) 이제 빌리가 늘 하는 그 말이 나올 차례였다. 그 말은 손가락을 푸는 피아니스트나 목을 가다듬는 배우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무대로 나갈 준비를 했다. 자신감으로 반짝이는 눈빛과 아치를 이루는 등,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의 떨림으로 시작하여 점점 높아지다 완벽한 높이에 이르렀다. “우린 전에도 기다린 적이 있고 이번에도 기다릴 거야.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오천 살 먹은 유대인이니까. 그래, 안 그래?”
--- p.43~44

“적어도 난 손자가 친할머니를 똑같이 사랑했으면 좋겠어.” 외할머니는 단호하고 지조 있게 사랑평등주의를 주장하듯이 말했다.
“왜 똑같이 사랑해 달라는 거죠? 원한다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나요?” 플로라가 물었다. “누가 누구를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일은 드물어요. 제대로 사랑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죠.”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여름날 오후 나와 함께 베네치아의 캄포모로시니를 걸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넌 이해 못 해, 플로라.” 성녀가 굽히지 않고 말했다. “손자가 그 여자를 사랑하길 바라는 건 그래야 그 여자가 날 질투하지 않아서야. 난 걱정돼. 내가 가 버리면 그 여자가 손자한테 어떤 할머니가 될 것 같니?”
“간다니요?”
“떠난다면 말이야, 플로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직 예순도 안 됐는데!”
“프랑스로 간다는 말이었어, 플로라. 죽는다는 게 아니라! 영국, 아니 콘스탄티노플로 갈 수도 있지. 그건 모르는 일이야.” 성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은 그런 뜻도 아니고, 아예 먼 훗날의 이야기도 아님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더 남았겠어?” 앞으로 살날을 말하는 거였다.
--- p.70~71

아버지는 그날 늦게 집으로 돌아와 일기장에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고 적었다. 꿈에 그리던 여인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도 않았고 생김새를 묘사하지도 않았다. 미신을 믿는 터라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피했다.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그녀라고만 했다. 그녀를 종이에 담거나 성격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너무도 복잡한 과제였으므로 그냥 이렇게만 적었다. 그녀를 생각하고 싶다.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라든가 그녀에게 마음이 향할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적지 않았다. 그저 회색 스커트와 적갈색 카디건, 어머니 옆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 어머니 카드에 눈을 고정하고 있을 때 카드 테이블 끄트머리에 닿은 무릎 피부를 묘사할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보는 그에게 미소 지었다. 나른함과 가벼운 사과가 담긴 상냥하고 너그러운 미소였다.
--- p.92

바포레토는 산자카리아를 지난 후 급강하하듯 널찍하게 돌아 석호를 거쳐 리도로 향했다.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 배가 시끄럽게 통통거리며 나아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안개 자욱한 시로코 날씨가 수그러들었다. 나는 비스듬히 누워 머리를 뒤로 젖혔다. 외할아버지의 농담을 흉내 내 이제 베네치아는 다 본 거네,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끝없는 밤으로 가라앉는 베네치아를 바라보며 플로라 숙모를 떠올렸다. 내가 아는 모든 도시와 해변과 여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여름을 사랑한 이들, 한때 사랑했고 이제는 사랑하지도 추모하지도 않지만 지금 이 순간 같은 집, 같은 거리, 같은 도시, 같은 세상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전부 떠올렸다. 내일은 가장 먼저 해변에 갈 것이다.
--- p.125

보통 사람보다 시끄러운 어머니의 고음은 멀리까지 들렸다. 나는 매일 아침 스쿨버스를 탈 때 어머니가 창문에서 잘 다녀오라고 외치면 못 들은 척 딴 데를 보았다. 어머니가 해변에서 돌아오는 나를 보고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내 별명을 소리쳐 부르면 갓 사귄 친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들은 그 사람이 우리 어머니라는 것도,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말하기 방식 때문에 그것이 내 별명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 소리가 들리면 나는 고개를 들어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는 내가 저 멀리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어머니는 내 미소가 왜 그렇게 모호한지 정확히 알았다. 너무 더워서 식탁에 앉아 과일만 먹는 여름날 오후면 어머니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의 말을 소리 냈다. 단어가 아니라 어머니가 아직 말도 배우지 못한 머나먼 어린 시절로 다가가는 소리였다. 함께 수영할 때 물속에서 외친 완전하지 않은 단어들, 파도 소리에 덮여 사납고 거친 느낌이 덜해진 어머니의 목소리는 갈매기 소리처럼 상냥했다.
--- p.132~133

옥상은 매우 고요했다. 저 아래에서 윙윙거리는 자동차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손 닿는 것마다 델 듯이 뜨거웠다. 텅 빈 옥상을 돌아다니며 다른 건물들의 옥상을 바라보노라면 무한한 지평선을 따라 늘어진 거대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파란색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제나 나를 손짓해 부르는 바다였다.
--- p.143~144

“오늘 파도가 정말 좋구나.” 할머니가 기대에 찬 얼굴로 내 허벅지를 두드렸다. 바다는 바로 눈앞에서 봐야만 거친지 고요한지 알 수 있었다.
--- p.153

내가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 물었다.
“같이 왔지.” 할머니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역장실에 구부정하게 서서 아랍어 뉴스 속보를 듣고 있었다.
“안 좋아, 안 좋아.” 아버지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이집트 전역에서 등화관제를 실시했대요.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공격을 개시했어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전차 옆에 선 아버지는 처음 보았다. 아버지는 항상 자가용으로 움직였다. 버스나 전차는 물론 택시조차 타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가 전차역에 있으니 대중교통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수수해 보였다. 그런 아버지가 더 마음에 들었다.
--- p.214~215

한 시간 가까이 어둠 속에서 다 같이 앉아 있었다. 가끔 건물 안뜰에서 “Taffi al-nur(불 꺼)!” 하고 외치는 성난 목소리나 증조할머니가 방금 누가 한 말을 다시 묻거나 라티파가 라디오 소리에 방해되지 않도록 까치발로 살금살금 걸어와 잔을 치우는 소리만 들렸다. 그럴 때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꼭 있었다. 우리가 이집트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새해는 다른 나라에서 맞이할 것이며 이렇게 한집에 다 같이 모이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그 뒤로 이어진 나날 동안 사촌이나 할머니들과 밖에 나갈 때마다 하루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거리를 걷거나 어디에 들르거나 익숙한 놀이를 하거나 예고 없는 방문으로 성녀를 기쁘게 해 주는 것 따위의 일 때문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고리타분한 사람들과 모여 있어야 하는 그 답답한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어서였다.
--- p.246

일주일 후 몇몇 가족이 이집트에서 추방되었다.
3개월 후에는 네 명이 스스로 떠났다.
곧바로 여섯이 더 떠났다. 다들 프랑스에 정착했다.
1년 6개월 후에는 성녀와 남편도 프랑스로 떠났다.
이제 이집트에는 엘사 할머니, 플로라 숙모, 공주, 네심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우리 세 가족 해서 여덟 명밖에 남지 않았다.
--- p.274

만다라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가로 달려가 바다 상태를 확인했다. 침대에 누워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만 듣고 그날의 날씨를 알 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물살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소리치는 날은 파도가 거칠다는 뜻이었다. 한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파도 소리도, 아이들 소리도, 노점상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공기 중의 무언가가 모든 소리를 덮어 버린 것처럼 고요했다. 그런 날은 플로라 숙모의 표현대로 바다가 엷은 기름막처럼 매끄러워 잔물결조차 없었다.
집 안에 커피 가루 향기가 퍼졌다. 록사네는 아침 일찍부터 주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작은 주전자에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수영복 차림이었다. 조이는 아직 잔다고 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고 하인들도 오기 전이었다. 우리는 베란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성글게 짠 커튼을 들어 올리면 기적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주차된 차들의 후드만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그 너머로 모래언덕과 오래된 야자수, 일요일의 고요함에 잠긴 저택들, 반짝거리는 옅은 파란색 바다가 펼쳐졌다.
--- p.375

10월 초가 되면 1년 내내 이곳에 사는 베두인족 이집트인 몇 명만 남을 뿐 거리에 인적이 끊겼다. 여름 별장 주인들이 데려와 기르다가 여름이 끝나면 내버리는 강아지들이 들개가 되어 먹이를 찾아 헤매다 밤이면 우리 별장 앞에서 짖기도 했다. 그즈음이면 해변은 완전히 텅 비었다. 코카콜라 오두막도 문을 닫았다. 밤에 영화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면 불을 켜 놓은 집은 우리 별장뿐이었다. 압두가 라디오에서 아랍어 노래를 들으며 우리를 기다리는 주방에서 희미한 전구 불빛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압두가 밤에 시내로 돌아가는 날이면 우리를 기다리는 불빛도 없고 만다라는 유령도시로 변했다. 아버지가 자동차 라디오와 엔진을 끄면 우리가 차에서 내리는 소리와 현관문으로 이어지는 자갈길 걷는 소리, 집 뒤편 저 아래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의 불부터 켜고 숨 막히는 복도를 달려가 방마다 불을 밝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베란다, 주방, 거실 불과 내 방의 라디오까지 켜고 집 안에 활기를 되살려 아직 집 안에 있는 여름 손님들이 자기 방에서 나올 거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 혹은 곧 손님이 도착할 거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터였다.
--- p.393~394

아버지가 전 재산을 잃었다는 소식은 1965년 초봄의 토요일 새벽에 도착했다. 소식을 전한 사람은 공장의 야간 작업반장이 된 카셈이었다. 그가 초인종을 눌렀고 아버지가 문을 열었다. 그는 그 시간에 찾아온 자신을 보고 바로 이유를 짐작한 사장이 절망하는 모습에 미친 듯 울기 시작했다. “빼앗겼나?” 공장을 뜻하는 거였다. “빼앗겼습니다.” “언제?” “어젯밤에요. 전화도 못 하게 해서 직접 왔어요.” 두 남자는 현관에 조용히 서 있다가 주방으로 들어갔고 아버지가 담담한 얼굴로 차를 준비했다. 그들은 식탁에 앉아 낙담하지 말자고 서로 격려하다가 결국은 무너져 얼싸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둘이 어린애처럼 울더라. 어린애처럼.” 그날 엘사 할머니는 몇 번이고 구시렁거렸다.
--- p.400~401

우리의 일상생활, 한 시대, 1905년 아이작이라는 청년이 확신 없이 처음 발 들인 이집트, 친구들, 바다, 옴 라마단, 록사네, 압두, 구아바, 주사위 놀이의 칩이 바를 치는 심술궂고 시끄러운 소리, 늦여름 아침에 먹는 가지튀김, 비 내리는 평일 저녁에 흘러나오는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 영화관을 전전하는 중에 아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다 누군가 전차를 타자고 제안하면 이등칸 2층으로 올라가서 산스테파노를 지나 빅토리아 종착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알렉산드리아의 나른한 일요일. 내가 아는 모든 게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살아온 거짓된 삶이 발각된 것처럼 이제는 비현실적이고 덧없게만 느껴지는 일상이 남아 있었다.
--- p.407~408

“그럼 나는 뭘 해야 해요?” 최대한 괴로워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앞으로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는 척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뭘 하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여기까지 듣자마자 나는 벌써 학교를 그만두고 매일 아침 박물관에 갔다가 북적거리는 알렉산드리아 시내를 쏘다니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끼어들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된다.”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용납할 수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니. 얘는 계속 학교에 가야 해.”
--- p.408

“참 슬픈 일이야.” 엘사 할머니가 말했다. “이 방이 사람들과 촛불로 가득한 때가 있었는데. 테이블 덧판까지 펴도 앉을 자리가 모자랐지. 이제 이 집은 너무 커졌어. 네심 오빠도 건강이 좋지 않고.”
등화관제 시절 가장 나이 많은 사람과 가장 어린 사람이 백 살은 차이 나는 몇 세대가 이 집에 모여 있던 밤이 떠올랐다. 그 많던 사람이 거의 남지 않았다. 좋은 도자기와 화려한 은 식기는 해외로 몰래 실어 보냈기에 저녁 식사도 단출했다. 식사 시간에 라디오를 틀기도 했다. 생활비를 관리하는 엘사 할머니가 다이닝룸의 전구 와트 수를 줄여서 파리한 주황색 불빛이 남은 가족들의 얼굴과 음식을 비추었다. 우리 가족이 이집트에서 보낸 마지막 해의 그림자였다. 어머니는 휘황찬란했던 다이닝룸 샹들리에가 죽어 가는 사람 곁에 놓인 야간 등처럼 변해 버렸다고 말했다.
오래된 가구들은 더욱더 낡고 칙칙해 보였다. 이소타 프라스키니 시절부터 전혀 손보지 않은 곳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보조 계단은 너무 더러워져서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충 짜 맞추거나 망가져서 따로 치워 둔 가구들은 어느 날 귀인이 찾아와 인내심과 기술, 대를 이은 목수의 헌신으로 그동안 다이닝룸의 수많은 등의자에 붙인 접착지를 떼어 내고 오랜 시간 기다려 온 기적을 행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은 항상 모래가 이긴다.” 엘사 할머니가 그해 유난히 심했던 모래폭풍 이후 갈색 가구에 쌓인 먼지를 만지며 동생 빌리의 말을 읊었다.
--- p.410~411

도시의 소리가 들어오게 창문을 열었다. 어디에선가 누군가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행인의 웃음소리처럼 무심하고 아득한 소리였다. 생명력 없는 암울함을 떨쳐 버리는 방법은 밖으로 나가거나 서재 한구석에서 아르노 당숙의 야한 책을 읽는 것뿐이었다.
--- p.417

“그럼 잘 자라.”
“안녕히 주무세요.” 나는 아버지도 지금 잘 건지 물었다.
“아니, 아직. 먼저 자라. 난 여기 앉아서 생각 좀 해야겠다.”
아버지는 오래전 할아버지의 무덤에 갔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 말없이 팔꿈치를 커다란 대리석 판에 올려놓고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때 나는 아버지에게 공동묘지와 죽음에 대해, 살아 있는 자들에게 기억되지 않을 때 죽은 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따위를 물었다. 아버지는 참을성 있게 하나하나 모두 대답해 주었다. 죽음은 조용히 잠자는 것과 같다고, 오래오래 평온한 꿈을 꾸면서 자는 거라고. 어느덧 지루해져서 그만 가자고 하자 아버지는 “아니, 아직. 난 여기 서서 생각 좀 해야겠다.”라고 했다. 한참 후에 우리는 몸을 기울여 대리석 판에 입을 맞추고 묘지를 떠났다.
--- p.425~426

축축하고 오돌토돌한 방파제 표면을 만지는데 문득 이 밤을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산책로 아래의 커다란 바위를 때리는 물소리가 들리고, 해변을 향하는 구불구불한 행렬처럼 어른거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갈망에 휩싸였다. 내일 밤도, 모레도, 그다음 날 밤도 다시 오고 싶었다. 이곳을 떠나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이런 밤이 다시 없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해안 도로에 앉아 질척한 팬케이크를 먹는 일은 올해도 그 어떤 해에도 다시없을 것이기에. 비록 잠깐일지라도 사랑하는지조차 몰랐던 이 도시를 갑자기 갈망하는 혼란스러운 순간의 묘미 역시 다시는 없을 것이기에.
---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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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이야기와 선명한 기억으로 가득한 페이지를 넘기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이 회고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 제임스 메릴 (『The Changing Light at Sandover』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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