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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리뷰 총점9.7 리뷰 25건 | 판매지수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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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440g | 140*210*20mm
ISBN13 9788931022377
ISBN10 893102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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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 신작 장편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소설 실험, 그 첫 번째 이야기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이 『모던하트』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에 이어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소설을 냈다. 전작들에서 헤드헌터, 교육을 좇는 학부모, 드라마 작가 지망생, 성형외과 의사 등 우리네 현실에 밀접한 인물들을 꼼꼼하게 그려내 ‘도시 세태의 관찰자’라 불린 작가가, 이번에는 ‘젠더’를 주제로 특유의 관찰자적이면서도 몰입도 높은 서사를 풀어놓는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형식의 소설로, 전자는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인 김지성의 입장에서, 후자는 남편과 딸 둘을 둔 주부 이화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지성과 화이는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보고 각자 자기만의 서사를 펼쳐나가는데, 두 남녀는 상대가 주인공인 소설에 다시 ‘조연’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 역할을 한다.

두 소설은 그 형식이 남성과 여성, 즉 ‘젠더’를 주제로 한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한국 문학에서 흔치 않은 흥미로운 시도를 완성해낸다. 젠더라는 주제를 미투, 여성의 몸, 성적 주체성, 모성, 인터섹스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해 서사에 녹여내면서, 소설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독자는 두 소설 중 한 권만 읽어도 좋고, 두 권을 함께 읽어도 좋다. 다만 두 권을 모두 읽을 경우, 작가와 편집자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를 먼저,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을 나중에 읽기를 권한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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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는 창에 한쪽 팔을 기대고 목을 양옆으로 움직였다. 민주의 사랑. 그것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민주는 보이는 모든 걸 사랑하는 종족이다. 우울증과 경계선 인격장애, 공황장애. 수많은 질병을 짊어진 채 만나는 생물들에게 잡아먹을 듯 덤벼든다. 지성은 상대에게 제 인생을 확 끼얹어버리는 듯한 민주가 부담스럽고 불길했다. 사랑한다니. 그런 얼굴로, 귀족처럼 꼿꼿이 앉아 만인 앞에서 명령하듯 제 감정을 공표하다니. 대체 어쩌란 말인가. 손을 내밀면 확 끌어당겨 순간을 만끽한 뒤 곧바로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것을 아는데 어찌 그 손을 잡는단 말인가.
--- p.78

“잘 봐. 한계에 갇혀 있는 건 형이야. 형이 학문에 갇혀 있는 거지. 내가 진짜로 살고 있는 거고. 형이야말로 그 함정에서 빠져나와. 말, 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숨 쉬고, 말하고, 움직이는 몸, 그게 형이잖아? 그게 형이 그토록 좋아하는 실존이라고. 형한테 시뻘겋게 마음을 드러내는 이 여자!”
민주가 한 손으로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를 높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진심을 토해내는 이 여자가 더 살아 있는 거라고!”
--- p.137

“천천히.”
채리의 입에서 나온 말과 함께 그의 손동작이 느려졌다.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음미하던 채리의 손이 일순간 그의 허리께를 향했고, 준비 없이 허를 찔린 그가 비명을 질렀다.
“아, 뭐 해.”
“뭐 하는 건지 알잖아.”
날아갈 듯 말하며 환하게 웃는 채리. 그 표정과 채리가 하고 있는 행동의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아찔함에 취해 그의 의식이 혼곤해졌다. 꼭 술에 취한 것 같구나, 생각하면서 그는 채리의 머리를 거칠게 젖혔다.
--- p.142~143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존재의 모든 측면을 정당화하며 살아온 자는, 더 이상 글쓰기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밥을 벌고 무엇으로 허허벌판 같은 생을 채워가야 하는가? 그는 자신에게 있는 글쓰기 능력이 저주스러웠다. 문학에 대한 열망이 지긋지긋했다. 자격을 박탈당했는데 왜 재능은 사라지지 않는가. 왜 열망은 수그러들지 않는가.
--- p.261

생각해보면 그날 아침 민주의 연기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다.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간밤에 있었던 일을 국어책 읽듯 딱딱하게 늘어놓았다. 민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품격 있고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족속이었다. 모든 장면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 미학을 부여하는 완벽주의자. 그러나 그는 평소와 다른 민주의 언행이 당황한 데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담대함의 대명사 같은 민주라도 과음 때문에 일어난 돌발상황 앞에서는 어쩔 줄 모르는 거라고. 그리고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휩싸여, 그의 사고회로는 막혀버렸다.
--- p.293~294

여성의 육체에 멋대로 손대고 제 것처럼 구는 것은 분명 범죄고 폭력이다. 폭력으로 분류돼 처벌받아야 한다. 지성은 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가 없다. 남성들은 그 악습을 수십 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살아왔다. 사회의 상식이 급변했다면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갈 기회를 조금이라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은가? 범죄가 아니라 여겨졌던 것을 범죄로 인식하고 갱생할 기간을 주어야 하지 않은가? 예전에는 터프함 또는 과격함으로 축소되고 용납되었던 크고 작은 범죄행위들을 속죄할 방법이 죽음 또는 사회적 매장밖에 없다면,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고 낙인찍혀 남은 평생을 쓰레기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면, 어느 누가 성범죄자임을 인정하고 속죄하려 들겠는가.
--- p.37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몰락의 풍경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대중의 광기, 지식인의 위선, 그리고 반전하는 진실들

“그날 밤의 기억은 누가 일부러 의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 지성. 지성의 오랜 동료이자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시인 민주는 지성과 하룻밤을 보낸 후 에둘러 지성에게 사랑을 표현하나, 지성은 거절한다. 민주는 제삼자의 입을 통해 지성을 미투의 가해자로 밝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날 민주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 사실인가. 지성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진보 일간지 칼럼니스트이자 정치방송 패널, 라디오 프로그램 호스트, 북토크 사회자 등으로 숱한 러브콜을 받던 그는 일순간 몰락을 경험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지성은 성폭행범인가. 살인자인가. 수많은 셀럽과 장난처럼 염문을 뿌렸던 민주가 그를 사랑했던 것은 사실인가. 술로 잘려나간 기억과 민주의 죽음으로 인해 지성 자신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진실을 두고, 세상은 뜨겁게 양분한다. 페미니스트와 안티페미니스트,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적과 동지가 저마다 자신이 진실임을 주장한다. 소설은 점차 진실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매번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이것이 과연 진짜 ‘진실’인가?

작가는 보이는 현실의 이면과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비평이 업이었으나 이제는 세상 사람들에게 “품평의 대상”이 되어버린 김지성, 타고난 아름다움과 재능으로 때론 “부담스럽고 불길”한 존재가 되고 마는 이민주, 어느 날 나타나 몰락한 지성의 집을 장악해가는 “맹한 피조물” 나채리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하나의 캐릭터로 정형화되지 않는다. 선인과 악인, 옳음과 그름, 하물며 성별의 구분마저 점차 모호해진다. 다층적인 인간의 내면이 한 겹 한 겹 드러날수록, 진실은 거듭 반전되고 또 반전된다. 그날 민주와 하룻밤을 보내지 않았다면 지성은 결백하다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는 쾌락에 몸을 맡긴 “짐승”이 아니고 “지성인”이라 말할 수 있는가. 과연 그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소설은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은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작가와 편집자의 인터뷰


1. 하나의 이야기를 두 사람의 입장에서 각각 전개하는 굉장히 독특한 소설을 기획하셨는데요. 이런 형식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앉은 자리에 따라 각기 다른 지점을 보게 되는 현상에 언제나 흥미를 느꼈습니다. 《잠실동 사람들》을 쓴 뒤에 소설 속 인물들을 두 명씩 짝지어 본격적으로 차이를 드러내고 싶다는 열망을 한동안 품었는데요. 이번 소설도 그런 유의 열망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한 세상을 할애해서 본격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다는 열망. 차이와 다름은 사람들 간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강렬한 매혹의 동인이기도 하지요.

2. 작가님도 처음 시도해보는 소설 형식이라 쉽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작들과 비교해 집필할 때 어떤 점이 달랐나요?

동일 사건을 각각 다른 인물에 이입해서 그려야 하기에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성의 이야기에서 한 줄을 고치면 화이의 이야기에서 몇 개 문단을 통째로 바꿔야 하고, 그렇게 바꾼 여파로 다시 지성의 이야기를 바꿔 써야 하고. 이 과정이 계속 순환하는 거죠. 초고를 마친 뒤 다듬으며 다시 쓰는 과정이 예전에 썼던 소설들보다 더 오래 걸리고 복잡했습니다.

3.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를 읽으며,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이어져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소설의 주인공 ‘김지성’이 ‘나쁜’ 사람 같았다가 ‘좋은’ 사람 같기도 하고, 좋은 사람 같았다가 나쁜 사람 같기도 하고… 지성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선 선인과 악인이 뚜렷하게 나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의 삶에서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나누는 경계선이 사실 불분명하죠.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의외의 순간에 악한 지점을 발견하고, 악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우연히 선량함을 발견하는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반복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선과 악을 품고 있기 마련인데요. 지성은 현실 속 우리 모두가 그렇듯 선과 악을 동시에 품고 있는 다면적인 인간입니다. 다만 ‘지식인’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기에 그 다면성이 더 교묘하게 굴절되어 드러날 따름이죠.

4.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에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데요, 특히 아름답고 자유로운 시인 ‘이민주’가 기억에 남습니다. 지성은 자신에 대한 민주의 사랑을 부인하는데요, 한편으론 ‘이번만큼은’ 민주의 사랑이 진실이기를 기도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연 사랑이었을까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배타적인 이성 간의 사랑은 최고의 덕목이자 이상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며 일생을 함께한다는 목가적이고 깔끔한 이야기. 하지만 우리네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랑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정의할 수 없고, 한결같지 않고,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감정에 기반한 사랑. 우리네 현실에선 예외적인 사랑이 더 다수라는 말이죠. 민주와 지성의 관계엔 그런 현실성을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5.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에 등장해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에서 그 정체가 밝혀지는 ‘인간고양이’나,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에서 주인공의 반려묘 등, 두 소설에서 ‘고양이’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왜 하필 ‘고양이’일까요?

예전에 취재를 위해 어떤 분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집에 흰 털이 북슬북슬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보통 고양이보다 조금 큰 편이었고, 털이 탐스러운 멋진 외관을 갖고 있었죠. 제가 다가가면 바람처럼 빠르게 도망쳐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집의 주인을 인터뷰하고 있는 동안 고양이가 현관으로 가서 제 신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동안 냄새를 맡더라고요. 누군가가 제 신발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게 어쩐지 미안해서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인터뷰에 몰입해서 고양이의 존재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한참 인터뷰가 진행되던 도중 갑자기 고양이가 불쑥 탁자 위로 올라오더니 드러난 제 팔뚝에 제 몸을 스윽 비비고 지나가는 거예요. 그 후로 한 2분 정도? 고양이는 왔다갔다하며 계속 털로 제 몸 이곳저곳을 감각했습니다. 저는 무슨, 신을 영접한 듯, 황홀하게 그 흰 털 생명체가 만져주는 순간이 지속되길 기도했는데요.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사정엔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생명체, 호기심을 느끼면 주저 없이 다가와 몸으로 감각해보는 생명체, 그런 생명체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는 그 순간이, 굉장히 강렬했어요.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매혹적인 순간이었지요. 그 뒤로 종종 생각했습니다. 감각으로 만나는 그런 관계가 인간들 사이에도 가능할까. 인간 내부에서 감각과 지성은 서로 반대편에 있을까. 둘 사이에 교집합은 없을까. 혹시 서로가 서로에게 속해 있는 건 아닐까.

6.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은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에 비해 주인공의 변화가 더 뚜렷이 드러나는,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주인공 ‘화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성은 일생 타인의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정언명령 하에 놓이면서도 정작 제 욕망을 드러내는 데는 제약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최근 자본의 영역이 인간의 신체라는 영역까지 침투해 들어오면서 ‘성’에 관한 모든 금기가 무너지고 여성들이 성적으로 해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서 이미지로만 보이는, 그렇기에 실생활에서는 더욱 멀리 떨어져 있는, 일종의 착시현상이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인류가 이뤄온 문명들에서 ‘남성은 타고나길 넘치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늘 주장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성은 어떤가요. 여성은 성욕이 있는 존재일까요, 없는 존재일까요? 이런 모순과 오해가 가장 많이 중첩된 분야가 ‘모성’과 엮인 분야입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된 여성이 제 몸을 제 의지에 맞추어 운용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성관계는 물론이고 차림새, 체중, 흰머리 염색, 피부관리까지, 유자녀 여성은 전방위적으로 사람들의 훈수 대상이 됩니다. 화이는 사회로부터 몸에 대한 다양한 지침을 받고, 별 생각 없이 지침에 따르며 살아온 유자녀 여성의 전형이지요. 소설 속에서 화이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기보다는 자신이 뭘 원할 수 있는지, 혹은 원해도 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7. 어떤 면에서 ‘사랑’은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이 두 소설에서 사랑은 그것을 넘어 어떤 ‘정치적인’ 영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그것과 뗄 수 없는 ‘몸’이라는 실체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이윤 폭을 유지하는 패턴을 더는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자본주의는 기존에 자본의 장막 바깥에 놓였던 영역으로 급속하게 침투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교육이나 의료, 전기나 가스 같은 사회의 공공재, 그리고 인간의 신체처럼 열외였던 분야 모두에 손을 뻗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본이 변화를 모색하는 도중에, 오랫동안 이등 시민으로 살아온 여성이 급격하게 깨어나면서 페미니즘이 도래했습니다. 자본, 인간의 몸, 페미니즘이 각각 다른 소망을 품고 급속하게 엮여 들어가게 된 건데요. 개인의 삶에 침투해 들어오는 이 새로운 조류에 사람들은 각자 다른 사고와 배경지식, 한계를 갖고 대응합니다. 그에 비례해서 과도하거나 부족한 정치 행위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정동이 따라붙지요. 각각 다른 성별과 다른 성장환경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개별 인물이 이런 사회의 물결을 타고 어떤 단면을 내보이는지를 특정한 상황을 설정해 제한적으로 그려 보이고 싶었습니다.

8. 책을 읽으며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습니다. 이전 소설 《잠실동 사람들》이 드라마 판권 계약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이번 소설도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된다면, ‘지성’과 ‘화이’ 역할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있으실까요?

아, 이런 상상은 언제나 즐겁죠.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지만 뭐, 상상은 누구나 해도 되는 일이니까 한번 해볼까요.^^ 지성은 좀 마르고 날카롭게 생긴 남자배우, 이를테면 조인성이나 김남길 같은 배우가 떠오르고, 화이 역할은 박보영 같은 배우가 불쑥 떠오르네요.

9. 끝으로, 이번 소설에서는 ‘작가의 말’을 쓰지 않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짧게나마 남겨주신다면?

지성 편을 초고 상태에서 미리 읽어주셨던 한 작가분이 “김지성을 한 명의 인간으로 봐주려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감상을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그 말씀을 그대로 드리고 싶어요. 부디 어리석고 비열하고 위선적인 주인공들을 각각 한 명의 인간으로 연민하며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원리뷰 (25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독***권 | 2021.11.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비밀이 없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비상식적인 언동을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한다. 애초에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를 모르거나 ‘실수’라고 가볍게 여길 여지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처벌이 법적으로 미비하다 생각되면 사회적 매장 수순으로 넘어간다. 보통사람보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공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법적 용어가 ‘무고;
리뷰제목

비밀이 없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비상식적인 언동을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한다. 애초에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를 모르거나 실수라고 가볍게 여길 여지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처벌이 법적으로 미비하다 생각되면 사회적 매장 수순으로 넘어간다. 보통사람보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공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법적 용어가 무고죄인 걸 보면 저자의 의도는 매우 현실적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직설적이다. 당사자가 아니면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며, 설사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한 번 달린 꼬리표 떼기는 결코 용이하지 않다.

문학평론가인 지성은 근래 정치평론을 하면서부터 문화평론가로 불리고 시간강사이지만 교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신조차 정체성이 모호한 와중에 갑자기 기억의 오류가 난무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정권의 부정부패를 역설하며 친구에게 쓴소리 하다가 배신자로 찍혀 안팎으로 심란한데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낯선 여자와 함께 있다. 오랜 동료이자 후배인 시인 민주는 하룻밤 지성과 보낸 후 고백을 하지만 지성이 거절하자 제 삼자를 통한 미투고발을 하고 얼마 뒤 죽음에 이른다. 순식간에 별거상태인 아내의 상습구타범이 되고 함께 일했던 편집자와 작가지망생에게서 미투선언이 연달아 올라오면서 모든 사회적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지성이 그 모든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죄로 가능한 한 많이 고소하십시오.”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지성은 당당함 반, 체념 반의 심정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기억이 없고 이제껏 누릴 만큼 누렸다는 자포자기에 그래도 누명은 벗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반전의 반전이 있는 결과 역시 진실 반, 거짓 반이다. 허울뿐인 겉모습만으로 어떻게 타인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한다면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게끔 말하고 행동했어야 하는 것이다. 지레짐작이 무고를 양산하는 듯하다.

지성도 마찬가지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는 좋으니 전혀 모르는 여자와 함께 생활하고 기억이 나지 않지만 민주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자신이 오해할만한 행동을 먼저 해 놓고 유야무야 하니 상대방은 상처받고 혼자 아파한다. 오랫동안.

전문작가인 저자가 자신이 체험한 작가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말하고자 한 것이 어떤 이슈 단 한 가지는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고 구경꾼이 될 수도 있고 토론자도 될 수 있으니 항상 깨어있는 시각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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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d****i | 2021.11.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일단 아리송한 제목도 한몫했지만 그와 더불어 '정아은'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한편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호기심에 동해 잡게 된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는 한국 사회 기저에 깔려있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지성은 젊은 시절 운동권에 있었고 그런 전력을 담아 현재는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대학에서;
리뷰제목

 

일단 아리송한 제목도 한몫했지만 그와 더불어 '정아은'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한편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호기심에 동해 잡게 된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는 한국 사회 기저에 깔려있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지성은 젊은 시절 운동권에 있었고 그런 전력을 담아 현재는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대학에서 시간 강사는 물론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라디오 진행을 진행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시간강사에서 정직 교수가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자각할 정도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더라도 여러 매체를 통해 그의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지만 소설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여성이 한 침대에서 나체로 잠든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지성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술김이나 완력으로 여자를 범할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 침대에 잠들어있는 나체의 여인 채리는 그가 지금껏 지켜온 지성인에 반하는 혼란을 주었고 당장 집을 나가라는 지성의 말에도 지성의 집에 눌러앉아 함께 동거하게 된 채리와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좀체 마주하기 힘든 묘함을 던져준다.

자신의 쌓아온 지성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인 나채리는 오십 대인 자신보다 한참 어린 30대 중반의 여인이고 남편까지 있지만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으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 인물이다. 기괴한 면도 있지만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순간 지성의 허를 찔러 유쾌함을 이끌어내는 인물인데 평상시의 그라면 절대 엮이지 않았을 법한 인물인 나채리와의 동거는 다른 남자와의 동거로 일 년 넘게 별거 중인 아내와 최근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통령 라인에 일침을 가해 실시간 검색을 오르내리며 그간 자신이 기고하던 칼럼이나 교수직 자리에서 위태롭게 된 경위, 더불어 25년간 문단에서 일하며 가까이 지냈던 이민주 시인이 자신을 겨냥한 미투 발언과 죽음으로 연결되며 지성에게 나채리라는 인물이 주는 관점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작가는 한국에 불고 있는 미투를 통해 남성들의 입장을 지성과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그들의 대처 방법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여지를 보여주고 여성의 인권과 그동안 묵인되었던 성인지 감수성을 놓고 벌이는 토론에서는 진심으로 고민하고 변화하려는 생각에서 저런 발언을 하는 것일까라는, 순수하게만 볼 수 없는 의도의 발언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파장도, 그것을 악용하며 편승하려는 부류도, 미투 고발에 모든 걸 잃고 전락하게 되는 지성도, 왜 작가는 채리라는 인물을 등장시켰을까란 의문에 대해서도, 읽다 보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지성의 이야기라면 이어진 두 번째 소설인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채리라고 불리었던 화이라는 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두 번째 소설은 어떤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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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79;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정아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h*****1 | 2021.11.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낯선 여인이 내 옆에 누워있다. 이름이 '나채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자기 집에 왔는지 알 수가 없다. 정말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다. 술을 마시고 지난 날의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은 아내와 별거 중인 문학평론가 '김지성'이다. 잘 생기고 매력적인 모습을 가진 것을 강점으로 대학강사, 시사 평론과 라디오 방송 출연 등으로 활약해 왔다. 대;
리뷰제목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낯선 여인이 내 옆에 누워있다.

이름이 '나채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자기 집에 왔는지 알 수가 없다.

정말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다.

술을 마시고 지난 날의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은 아내와 별거 중인 문학평론가 '김지성'이다.

잘 생기고 매력적인 모습을 가진 것을 강점으로 대학강사, 시사 평론과 라디오 방송 출연 등으로 활약해 왔다.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으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한다.

동료들과 술을 마시면서 동창인 교육부장관을 비난한 내용으로 비난을 받게 된다.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술김에 솔직하게 입밖으로 내보낸 것이다.

이때까지 외부에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를 한순간 잃어버린다.

진보가 아닌 보수 경향의 칼럼 의뢰를 받고 고민하기도 하는 생활인이다.

또한 친한 동료로 지내며 눈에 띄는 외모의 소유자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이민주가 지성과 하룻밤을 지냈다는 것을 알리며 미투의 가해자로 몰려 위기에 처한다.

술로 인해 만취 상태로 필름이 끊어져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완력으로 민주를 취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름이 알려진만큼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막다른 길에 들어서게 된다.

암울한 현실에서 지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민주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죽은 민주의 여동생이 찾아오면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린다.

모든 의혹이 풀릴 줄 알았지만 사람들의 잣대는 다르게 나타난다.

다양한 의견과 논리에 암담한 마음으로 변호사에게 의뢰를 하고 고소를 진행하기로 한다.

지성은 자신이 예전에 연인으로 발전했던 또다른 기억의 인물을 만나고 진실을 기억하게 된다.

기득권인 남성으로서 잊어버리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치게 되며 다시 반전이 시작된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가 우리 나라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거의 겪지 않았던 남녀차별을 사회에 나와 경험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소재로 작가의 세밀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말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고 미투를 이용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도 사회의 시각이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

이런 일련의 시선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연작 작품인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이번 작품과 연결되는 실험 소설이라고 한다.

같은 내용을 다른 주인공 '화이'의 시각으로 펴냈다고 하니 또다른 사연으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그남자의집으로들어갔다#정아은#문예출판사#책좋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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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4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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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술술 읽히는 문장과 스토리! 각 등장인물의 매력에 푹 빠져 읽었습니다. 미투에 대한 인간이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플래티넘 뚱* | 2021.11.26
구매 평점5점
사랑.. 위선.. 이 소설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플래티넘 a*****e | 2021.11.20
구매 평점4점
독특한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플래티넘 t*********8 |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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