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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펀치

리뷰 총점9.0 리뷰 5건 | 판매지수 1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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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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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18g | 128*192*17mm
ISBN13 9788932039114
ISBN10 893203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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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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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이상하고 다정한 이유리 유니버스] 이유리의 소설은 능청스러운 상상력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무장해제시킨다. 소설에서는 일상의 고통이 환상으로 가시화되는데 긴장도 잠시, 그 끝은 미묘한 따스함을 내포하고 있다.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싶을 때 이 소설집을 펼쳐보자. 첫 맛은 떫지만 끝 맛은 달콤할 것이다. - 소설 MD 김소정

속수무책 벌어지는 이상하고 다정한 우연들
물음표와 느낌표로 가득 찬 이유리 유니버스의 맛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리의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낯선 상상력과 활달한 문체”가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은 데뷔작 「빨간 열매」와 2021년 ‘올해의 문제소설’ 「치즈 달과 비스코티」를 포함해 ‘이유리 유니버스’를 알리는 8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미 여러 기획에서 이유리의 이름을 눈여겨봤을 것이다. 데뷔 후 작가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을 부지런히 발표해왔다. 『브로콜리 펀치』에서 이유리는 일상에 초자연적 사건과 비일상적 존재가 불쑥 침범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를 소개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것을 환대하는 인물들로 인해 환상과 현실은 밀착되어 분리할 수 없게 된다. 잔뜩 심드렁하지만 알고 보면 살짝 다정한 사람들이 깊이 억눌리고 엉킨 서로 마음의 매듭을 끊어주는 이야기들. “텍스트를 읽는다는 게 힘들고 마음을 먹어야 되는 일인데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브로콜리 펀치』의 탐스러운 소설들을 입안에 넣고 굴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복합적인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빨간 열매
둥둥
브로콜리 펀치
손톱 그림자
왜가리 클럽
치즈 달과 비스코티
평평한 세계
이구아나와 나
해설│슈거 하이Sugar High - 소유정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버지는 그 뒤로 쑥쑥 자라 화분을 두 번이나 큰 것으로 바꾸어줘야 했고 물도 한 컵으로는 모자랄 만큼 많이 마셨다. 자랄수록 잎이 무성해지고 줄기가 굵어져 이제는 한 그루 나무로 손색없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잔가지나 시든 잎은 좀 쳐내면 더 보기 좋으련만 말만 꺼내도 비명을 지르며 엄살을 피우는 통에 할 수 없이 수북하니 멋대로 자라도록 놔두는 수밖에 없었다. --- 「빨간 열매」 중에서

요즘 아이돌 팬들은 ‘덕통사고’라는 네 글자로 이 경이로운 순간을 납작하게 정의하곤 하지만, 그 순간 내 안에서는 고작 한 단어로 다 담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직감했다, 내 남은 평생은 오로지 이 아이를 위해 바쳐지게 되리라는 것을. 꼭 신이 귀에 대고 속삭여준 것처럼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저 빨개진 귀에, 컵을 감싸 쥔 손가락과 아몬드 모양 손톱에 목숨을 걸게 될 거였다. --- 「둥둥」 중에서

살면서 누군가를 끔찍하게 미워해본 일이 있었고 눈물 나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 적도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그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더라. 내 속에서 싫다, 싫다 하며 몇 번이고 되뇌어지다가 결국,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 없던 일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쁜 감정은 틀림없이 사라졌고 그땐 그런 더럽고 괴로운 일이 있었어, 하고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건 분명히 내 몸 어딘가에 있는 무슨 기관이 작동한 결과임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선명하던 것들이 이렇게 감쪽같이 무뎌질 수가 있을까. 이런 것들을 오래 품고 있으면 올바르게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나를 다시 안온한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맡은 어떤 기관이 열심히 일한 것이 분명했다. --- 「브로콜리 펀치」 중에서

그냥 그랬어요.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고 잊으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는데 잊었어요.
잊었군요.
한 번에 다 잊은 건 아니고 조금씩, 그러니까 예를 들면 용준 씨가 찻잔이었다고 치면요. 깨지고 나서 반짝이는 부스러기까지 모두 손끝으로 찍어 모아서 갖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근데 그걸 점점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큰 조각들밖에 안 남았어요. 그 조각들도 원래는 꺼낼 때마다 손이 베일 만큼 날카로웠는데, 갈수록 각을 잃고 뭉툭해져가고.
「손톱 그림자」 중에서

분명 나였다면, 아니 사람이었다면 민망하여 헛기침이라도 한 번 하며 혹시 누가 이 창피한 꼴을 보지는 않았나 슬쩍 주변을 두리번거렸을 법한 보기 좋은 실패였다. 하지만 왜가리는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 왜가리에게는 그저 매번 잘 노려서 잘 내리꽂는 것만이 중요했고 그 뒤의 일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같았다. --- 「왜가리 클럽」 중에서

기괴하지 않은 정신병은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입에 넣는 것마다 씹어대거나 다리를 떨지 않으면 앉아 있지 못하는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돌과 대화하는 편이 낫다. 훨씬. --- 「치즈 달과 비스코티」 중에서

듣고 싶지 않았다. 미안했다는 말, 용서해달라는 말, 나도 힘들었다는 말, 뭐 그런 종류의 무의미하고 지긋지긋한 얘기를. 아무것도 돌려놓을 수 없는 주제에 꼭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말, 곱씹을수록 공허하고 텁텁하기만 한 그런 말을 만약 내게 한다면, 하고야 만다면 나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평평한 세계」 중에서

나는 이구아나가 떠나길 바라는 걸까, 떠나지 않길 바라는 걸까. 그 질문은 곱씹고 곱씹다 보면 어느새 나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계속하고 싶은 걸까, 그만두고 싶은 걸까. 계속하면 어떻게 되고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 안으로 깊어지지도, 바깥으로 넓어지지도 못한 채 고이고 고여 단단해지는 그런 생각들을 알처럼 품다가 잠들곤 했다. 마음은 마음대로 괴로웠으나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 「이구아나와 나」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너무 많은 괴로움을 억지로 삼키다 고장 난 게 아닐까.
그래서 괴로움을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다
결국 어느 날 아침 별안간 브로콜리가,”

구병모, 박솔뫼 강력 추천!
속수무책 벌어지는 이상하고 다정한 우연들
물음표와 느낌표로 가득 찬 이유리 유니버스의 맛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구병모(소설가)

이상하고 웃긴 동시에 잘 다듬어진 소설,
다 본 뒤에도 그게 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이야기
박솔뫼(소설가)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리의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낯선 상상력과 활달한 문체”가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은 데뷔작 「빨간 열매」와 2021년 ‘올해의 문제소설’ 「치즈 달과 비스코티」를 포함해 ‘이유리 유니버스’를 알리는 8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미 여러 기획에서 이유리의 이름을 눈여겨봤을 것이다. 데뷔 후 작가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을 부지런히 발표해왔다. 『브로콜리 펀치』에서 이유리는 일상에 초자연적 사건과 비일상적 존재가 불쑥 침범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를 소개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것을 환대하는 인물들로 인해 환상과 현실은 밀착되어 분리할 수 없게 된다. 잔뜩 심드렁하지만 알고 보면 살짝 다정한 사람들이 깊이 억눌리고 엉킨 서로 마음의 매듭을 끊어주는 이야기들. “텍스트를 읽는다는 게 힘들고 마음을 먹어야 되는 일인데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브로콜리 펀치』의 탐스러운 소설들을 입안에 넣고 굴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복합적인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유리가 그려내는 환상에, 그 자체로 이미 리얼리티를 획득한 세계에 우리는 이미 매료되었다. […] 지금-여기를 적나라하게 재현하는 한국 문학에 대한 통감으로 조금은 지친 마음을 안고 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다시 한번 소설을 사랑할 수 있는 달달한 각성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정(문학평론가)


이유리 유니버스에 어서 오세요
세계관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머릿속에 세계가 있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글로 쓰는 게 제 소설이에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유골을 화분에 옮겨 심자 아버지가 나무로 되살아났다(「빨간 열매」). 복싱 선수인 남자친구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되었다(「브로콜리 펀치」). 6년 차 아이돌 팬의 티끌 한 점 없는 이타적 사랑인 ‘덕심’이 외계 생물체의 전 우주적 연구 대상이 된다거나(「둥둥」), 사고로 죽은 남자친구가 바닥을 뒹굴던 손톱에 빙의해 5년 만에 신혼집 안방에 나타난다(「손톱 그림자」). 이유리 소설 속 인물들의 일상에는 어느 날 갑자기 기이한 사건이 찾아들지만 그들은 그리 놀라지 않는다. 잠시 멈칫하다가도 금세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처한다. 「빨간 열매」에서 식물로 되살아난 아버지는 살아 있을 때처럼 딸 ‘유진’에게 귀찮고 자잘한 요구를 하는데 유진은 툴툴거리면서도 번번이 아버지의 바람을 들어준다. 번역가인 유진은 자신이 사과라고 믿는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번역하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한 그루 나무로 손색없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렇게 담담한 인물들과 함께 탄력 있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환상과 현실이 적절히 섞인 이유리의 세계에 휘말리게 된다. 돌과 말할 수 있는 사람(「치즈 달과 비스코티」)이나, 말하는 이구아나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수영 강사(「이구아나와 나」)쯤은 ‘이유리 유니버스’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고 설득당한다. 작가는 그런 방식으로 독자들을 자신의 호흡에 쉽게 적응시키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박또박 이어나간다.


마음의 매듭이 자아낸 일상의 환상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
―「브로콜리 펀치」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계속하고 싶은 걸까, 그만두고 싶은 걸까.
계속하면 어떻게 되고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 안으로 깊어지지도, 바깥으로 넓어지지도 못한 채 고이고 고여 단단해지는 그런 생각들을 알처럼 품다가 잠들곤 했다.
―「이구아나와 나」

비일상이 섞인 소설 속 현실은 우리의 현실만큼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여러 장의 카드를 보여준 후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서 한 번 더 보여주지만 다 본 뒤에도 그게 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이야기”라는 소설가 박솔뫼의 추천사처럼 이유리의 소설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복잡한 맛이 느껴진다. 유쾌한 단맛과 처량한 쓴맛, 기이한 와중에 따뜻함이 얼핏 느껴지기도 하는 이 소설들을 무엇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단순히 유쾌하다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인물들이 경험하는 기묘한 현상이 억눌리고 지연된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힘듦을 숨겨둔 채로 오랜 시간 살아가다가 견디다 못해 생겨나는 암덩어리처럼. 감정 과잉 없이 담백한 이유리 소설 속 인물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내는 데는 영 익숙지 않아 보인다. 「브로콜리 펀치」의 복싱 선수 ‘원준’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되어버린 것은 상대 선수를 때리기 위해 밉지도 않은 사람을 억지로 미워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치즈 달과 비스코티」의 ‘나’ 역시 학교폭력을 당하던 과거에 가해자들의 괴롭힘이 아무 타격도 주지 않는다고 자신조차 속이며 버티다 무너진 순간에 돌과 말하는 능력이 생긴(그렇다고 믿는)다. 「이구아나와 나」에서 친구에게 직설을 듣고 자괴감에 빠진 ‘나’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두고 간 이구아나에게 말을 건다. “야, 우린 버림받았다, 그 쓰레기한테.” 푹 꺼진 눈두덩과 생기 없는 나의 몰골은 이구아나와 닮았다. 제 살 길을 모색하는 친구나 ‘이구아나의 천국’ 멕시코에 가고 싶다는 이구아나를 본 ‘나’는 고민에 빠진다.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계속하고 싶은 걸까, 그만두고 싶은 걸까.” 이처럼 이유리는 “인간 마음에 엉킨 매듭”(소설가 구병모 추천사)을 환상으로 가시화하는 방법으로 외면했던 감정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서로를 구원하는 우연한 유대

그저 새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일 뿐인데 신기하게도 그 모습에는 감동, 그래 감동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한 감흥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 감흥을 나만 느낀 게 아니라 여기 모인 네 명의 여자가 동시에 느꼈다는 것, 이게 범상한 반응이고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을 나는 새삼 깨달았고 그 사실이 왠지 재미있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왜가리 클럽」

“엉킨 매듭”을 마주한 다음엔 어떻게 될까. 이유리의 소설이 복합적인 맛 끝에 대개 미묘한 따뜻함을 품고 있는 것은 이 지점 때문인 듯하다. 같이 버림받은 이구아나가 ‘나’의 새로운 의지에 힘을 실어주었듯이(「이구아나와 나」), ‘오른브로콜리’를 오른손으로 되돌려준 것은 여자친구이자 사회복지사인 ‘나’, ‘나’가 돌보는 할머니, 할머니의 남자친구인 할아버지로 이루어진 헐거운 공동체다. 혈연 같은 끈끈한 인연으로 얽혀 있지 않은, 어쩌면 우연에 가까운 관계인 그들과 보낸 시간으로 인해 원준은 맺힌 마음을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손톱 그림자」에서 ‘수정’은 갑자기 나타난 전 남자친구 ‘용준’의 유령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찌개를 끓여 같이 먹은 뒤, 그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용준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수정 자신에게 필요했던 애도의 과정을 끝마치는 행동이기도 하다.
함께 밥을 먹고, 산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별것도 아닌 일에 깔깔 웃는 일. 그런 걸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 「왜가리 클럽」에서 폐업 후 방황하던 ‘양미’를 위로한 것은 왜가리의 사냥 장면을 함께 구경한, 세대도 직업도 다른 동네 주민 네 명이다. 어쩌면 돌과 대화하는 「치즈 달과 브로콜리」의 ‘나’에게도 “다 이해한다”고 말해주는 단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생겨났던(만들어낸) 능력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순간 흔들린다. 폭력에 시달리다 몸이 반투명해져버린 「평평한 세계」의 ‘고미’와 ‘새어머니’처럼 싫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이에서도 “지독하게 외면해왔지만, 이렇게 투명해지고 난 다음 감출 것이 없어진 뒤에야 두 사람은 그들 사이의 유대마저 바라볼 수 있게 된다”(문학평론가 소유정). 아무리 들여다봐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 엉킨 매듭도 우연한 유대로 단번에 풀릴 수 있다고 『브로콜리 펀치』는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지. 살다 보면 꼭 있어, 그런 일이”(「왜가리 클럽」). 백도처럼 “조금만 스쳐도 멍이 들고 물크러”지는 우리 인간이 실패와 상처를 체념 없이 말끔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그래도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단단한 멘탈의 왜가리를 부러워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기묘한 평안함을 독자에게 선사하면서 “이상하고 다정한 얼굴들”을 이끌고 ‘이유리 유니버스’를 채워나가고 있다.


작가의 말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어디서 멋진 벽시계를 하나 얻어온 적이 있다. 그것을 걸어둘 만한 곳을 찾다가 마침 작은방 벽에서 빈 못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왜 거기에 아무것도 걸어두지 않았는지 새삼 의아했을 만큼 딱 맞춤한 자리였다. 그러나 시계를 거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계 뒤에 나 있는 눈사람 모양의 구멍은 아주 작았고 못 대가리는 그보다 더 작았기 때문이었다. 시계를 뒤집어 구멍 위치를 대강 확인한 뒤 도로 뒤집어 이쯤이다 싶은 곳에 갖다 대기를 반복했으나 구멍과 못은 서로를 찾지 못하고 계속 어긋났다. 나는 시계를 벽에 대고 비비고 돌리며 한참 애를 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위치(시계 구멍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시계 중심부에 가깝게 나 있었던 것이다)에서 못과 구멍이 짤깍 들어맞았고, 그 순간부터 시계는 마치 이 집의 모든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온 존재마냥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벽에 들러붙었다.
나는 밟고 서 있던 의자에서 내려오며 이것이 소설 쓰기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고 먼 미래에 내가 생각보다 더 잘되어 책이라는 물건을 짓게 된다면 그 책의 말미에 이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다고 여겨 기억해두었으며 지금 그것을 꺼내어 쓴다.

2021년 가을
이유리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평소 같았으면 나는 이 자리를 좀더 진중하고 고상한 응원과 기대의 말로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엽록소가 넘치는 상상력에 광합성의 언어와 개성이 풍부한 인물 묘사를 비롯하여, 그냥 ‘오다 주웠다’ 모드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투척하는 유머와 위트 또한 일품이어서 어느 쪽으로든 꼽을 수 있는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됐으니까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나 혼자만 이 과즙에 취하고 살 순 없다. 당신의 몸에 닿을 것은 성분 불명의 빨간 열매일 수도, 필사의 비밀이 담긴 초코머핀일 수도 있고 인간 마음에 엉킨 매듭을 양분으로 피어난 브로콜리일 수도 있는데 뭐가 됐든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 구병모(소설가)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 보면 따라 해보고 싶어진다. 반복해서 읽으며 흥미로운 지점들의 정체를 파악하여 조금 다르게 따라 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빨간 열매」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이상하고 웃긴 동시에 잘 다듬어진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환상적이지만 이상하게 생생하고 로맨스 같지만 뭔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싶어지는, 여러 장의 카드를 보여준 후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서 한 번 더 보여주지만 다 본 뒤에도 그게 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이야기였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매력적이라는 것, 그래서 반복해서 읽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어진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똑같이 느끼게 되겠지?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 박솔뫼(소설가)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어처구니 없지만 빨려 들어가자, 오리무중의 세계로... 이유리, 브로콜리 펀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03.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자, 이제부터 밑도 끝도 없는, 아니 그렇지는 않고 그러니까 작가가 엉뚱한 상상력으로 세밀하게 구상한 밑과 끝은 분명 있지만, 어처구니없고 그러면서도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오리무중의, 라고 하기에는 그 격파된 차원의 뿔뿔이 흩어진 조각들이 손에 잡힐 듯 천연덕스럽게 펼쳐지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지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기에는 생생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
리뷰제목

  자, 이제부터 밑도 끝도 없는, 아니 그렇지는 않고 그러니까 작가가 엉뚱한 상상력으로 세밀하게 구상한 밑과 끝은 분명 있지만, 어처구니없고 그러면서도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오리무중의, 라고 하기에는 그 격파된 차원의 뿔뿔이 흩어진 조각들이 손에 잡힐 듯 천연덕스럽게 펼쳐지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지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기에는 생생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니 마음의 준비들 단단히 하시라...


 
  「빨간 열매」
  아버지의 부탁으로 나는 ‘흙과 뼛가루를 섞어 화분,이라고 이제는 부르지만 원래는 유골함이었던 그것에 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거실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을 때 갑자기 베란다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물.’ 이라고... 그리하여 “아버지는 그 뒤로 쑥쑥 자라 화분을 두 번이나 큰 것으로 바꾸어줘야 했고 물도 한 컵으로는 모자랄 만큼 많이 마셨다. 자랄수록 잎이 무성해지고 줄기가 굵어져 이제는 한 그루 나무로 손색없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잔가지나 시든 잎은 좀 쳐내면 더 보기 좋으련만 말만 꺼내도 비명을 지르며 엄살을피우는 통에 할 수 없이 수북하니 멋대로 자라도록 놔두는 수밖에 없었다...” (pp.15~16) 이러고도 소설은 쑥쑥 자라나서 나는 화분이 된 아버지와 산책을 하다가 화분이 된 어머니와 산책하는 남자 P를 만나고, 화분이 된 아버지는 화분이 된 P의 어머니와 눈이 맞아 결혼식을 하여 하나의 화분에 옮겨 심어진 다음, 급기야 둘 사이에서 빨간 열매가 만들어졌고, 나와 P는 그 열매를 반으로 쩍 갈라서 맛있게 먹었고, 혹시 태몽인가 싶은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


 
  「둥둥」
  “아마 형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날 호미화방이 아니라 신촌 쪽으로 올라가 삼익화방에 갔었다면, 아니면 날이 너무 더우니 그냥 외출하지 말고 인터넷으로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서 졸업 작품을 무사히 제출하고 대학을 졸업했다면 나는 그대로 유학을 떠났을 것이다. 자유로이 유럽을 떠돌며 실컷 그리고 싶은 걸 그리다가 질리면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비슷한 가정의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아마 동네에 그럴싸한 화실을 하나 차려놓고 가끔 개인전을 열며 유유자적, 긴 파마 머리를 질끈 묶은 화가가 되어 있었겠지.” (p.45) 하지만 은탁은 그날 신촌 쪽으로 방향을 잡아 버스킹 중인 형규를 만나 형규를 아이돌로 키웠고 지금은 형규에게 조공할 (대마초 샌드위치가 들어 있는) 캐리어를 가지고 공항으로 가다가 사고로 물에 빠져 ‘둥둥’ 떠다니는 신세이다. 소설은 더 나아가 은탁은 범우주생연구협회 소속의 외계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협조하여 나는 기억이 지워진 채로 아침에 눈을 뜨고, 호미화방이 있는 홍대 쪽이 아니라 신촌 쪽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운다.


 
  「브로콜리 펀치」
  나의 남자 친구 원준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되었다. “우리 젊었을 때도 고런 몹쓸 병이 종종 있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버얼건 고추가 되고 그랬지, 응. 그게 다 마음에 짐이 커서 그런다.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으응,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 맛난 거 먹이고 푸욱 며칠 쉬게 하면 거뜬히 낫긴 했다마는. 죽을병은 아니긴 해도 꼬라지도 우습고 사는 데도 불편허고 영 몹쓸 병이야. 요즘에는 애들한테 접종도 맞히고 해서 많이 없어졌는가 보더만. 원준이 고놈 허약해졌는가 보다. 나중에 한번 오라 해라. 닭이라도 고아 먹이게.” (pp.91~92) 그 이야기를 들은 안필순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는데, 안필순 할머니의 남자 친구인 박광석 할아버지는 산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네 사람은 함께 산에 오른다.

 

  「손톱 그림자」
  수정이 오년전 사랑하던 사람인 용준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일년전 석기와 결혼했다. 그리고 오늘 용준이 수정의 앞에 나타났다. 용준은 살아 생전에 손톱을 물어 뜯어 여기저기 툭툭 뱉는 습관이 있었고, 그 손톱을 생각하다보면 어찌어찌 수정에게 당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되었다. 석기는 용준을 두고 일단 회사에 출근하고 수정과 용준은 아침을 먹고, 자신이 죽은 다음 수정의 마음 상태를 수정에게서 듣는다. “한 번에 다 잊은 건 아니고 조금씩, 그러니까 예를 들면 용준 씨가 찻잔이었다고 치면요. 깨지고 나서 반짝이는 부스러기까지 모두 손끝으로 찍어 모아서 갖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근데 그걸 점점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큰 조각들밖에 안 남았어요. 그 조각들도 원래는 꺼낼 때마다 손이 베일 만큼 날카로웠는데, 갈수록 각을 잃고 뭉툭해져가고.” (p.136) 그리고 반차를 내고 돌아온 석기를 포함한 세 사람은 용준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소를 찾아간다. 오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이제야 이루어지는 이별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다.

 

  「왜가리 클럽」
  양미씨가 하던 ‘양미네 반찬’ 가게는 결국 망했다. 양미는 이후 개천의 벤치에 앉아 망연한 마음으로 왜가리를 들여다보았고 그 모습이 ‘왜가리 클럽’의 리더 김하영의 눈에 띄인다. 그리고 왜가리 클럽의 다른 이들과 함께 두 주에 한 번 개천에 나가 왜가리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 하지만 왜가리는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고기를 잡았다고 해서 왜가리가 특별히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왜가리에게는 그저 매번 잘 노려서 잘 내리꽂는 것만이 중요했고 그 뒤의 일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같았다. 그것이 멋있었다고, 가슴이 뻐근하도록 부러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pp.171~172)

 

  「치즈 달과 비스코티」
  유명 패션 잡지의 편집장인 엄마를 둔 나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다 열일곱 살 때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향해 말하는 돌멩이를 집어 던진 이후 자신이 돌멩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나는 그날 새로운 취미가 생겼기에 견딜 수 있었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돌멩이라는 돌멩이는 모두 주워다 말을 걸었던 것이다. 저기요? 제 말이 들리나요? 제발 대답해주세요.저 들을 수 있어요. 제발... 물론 모든 돌이 대답해준 건 아니었지만.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귀찮아질 만큼 많이 사귀었다... 나는 이게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초능력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pp.190~191) 나는 엄마의 독촉으로 여러 심리 상담사를 겪었고 그룹 심리 상담을 하다 쿠커라는 이를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새로운 돌멩이 친구를 찾으러 갔다가 그만 오래된 돌멩이 친구인 스콧을 잃을 뻔하였다. 그러나 결국 스콧은 찾았고 쿠커랑도 친구가 된 것 같은데다, 쿠커의 놀라운 재능까지 확인하게 된다.

 

  「평평한 세계」
  “...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팔이 침대를 짚고 누르는 느낌이며 발이 바닥을 디디는 감각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 내 몸이 닿는 모든 부분에 몰캉몰캉하고 폭신폭신한 얇은 막 같은 것이 씌워진 느낌이랄까. 나는 어리둥절해서 일어선 채로 잠시 서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반투명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p.214) 나는 이러한 반투명 현상이 혹시 밥그릇에 있던 얼룩을 먹어서 벌어진 일인가 하고 의심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반투명이 된 나를 함께 사는 새어머니는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나는 그래서 자유로워진 것인가 싶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새어머니 또한 어떤 남자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 반투명의 상황을 겪게 된다.


  
  「이구아나와 나」
  “... 이구아나는 원래 재호의 전 여자친구가 기르던 녀석인데, 재호는 그때 살던 자취방에서 그 여자와 몇 달가량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자기 짐과 함께 이구아나를 데리고 온 거였다. 깜짝 놀란 재호가 이런 것을 키웠느냐 물으니 전 남자친구가 기르다 떠맡긴 것이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전 남자친구를 욕했는데, 갑자기 이탈리아로 바리스타 공부를 하러 가겠다며 이구아나를 놔두고 사라졌다나.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들으니 천하의 재호도 이구아나에 대해 따지기가 무엇해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고, 결국 이구아나는 그 집 방구석 어딘가에 놓이게 되었다는 거였다.” (p.249) 그리고 재호의 여자친구는 이구아나를 남겨 놓은 채 재호를 떠났다. 살아 있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 함께 지내던 이구아나를 데리고 재호는 나의 집으로 들어왔고, 어는 날 이구아나를 남겨 놓은 채 재호도 떠났다. 그렇게 이구아나와 내가 함께 살던 어느 날 이구아나가 내게 말을 건다. 수영강사인 내게 수영을 가르쳐달라는 것인데, 수영을 배워 이구아나의 천국인 멕시코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구아나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함께 경포대로 가고 거기에서 이구아나는 바다로 들어간다. 나는 어느 날 맥시코로부터 아무 내용도 적히지 않은 엽서를 받게 된다. 해피 엔딩!!!

 

이유리 / 브로콜리 펀치 / 문학과지성사 / 304쪽 / 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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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없는 귀여운 상상력이 가득 담긴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깔**s | 2022.02.2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작가님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할 만큼 함박웃음 지으며 읽을 수 있었던 단편집이었다.8개의 짧은 단편이 한 권에 담겨 있었는데, 하나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았던 책이었다.'브로콜리 펀치'복싱 선수인 남자친구 고원준의 오른손이 하루아침에 싱싱한 브로콜리가 되어버렸다.요양보호사인 주인공이 돌보는 안필순 할머니의 애인, 박광석 할아버;
리뷰제목
작가님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할 만큼 함박웃음 지으며 읽을 수 있었던 단편집이었다.

8개의 짧은 단편이 한 권에 담겨 있었는데, 하나도 놓칠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았던 책이었다.

'브로콜리 펀치'
복싱 선수인 남자친구 고원준의 오른손이 하루아침에 싱싱한 브로콜리가 되어버렸다.
요양보호사인 주인공이 돌보는 안필순 할머니의 애인, 박광석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멀쩡하던 사람 손가락이 하루아침에 강낭콩이 되고 벌건 고추가 되는 일이 흔했는데, 이게 다 마음에 짐이 커서 그런다고 했다. 원준의 마음고생을 풀어주기 위한 방도로 할아버지는 산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고, 브로콜리가 된 오른손을 고치기 위해 안필순 할머니, 박광석 할아버지, 주인공과 고원준은 산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산에서 박광석 할아버지의 치료법으로 브로콜리가 된 오른손을 고칠 수 있을 것인가?
싱싱한 브로콜리가 된 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내가 마음의 병이 생기면 어던 야채가 될지 굉장히 궁금해졌던 단편이었다.

작가님의 모든 작품들이 이런 식이었다.
다 읽고 나서도 어떻게 발상을 했을까 하는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환상적 작품은 생각보다 굉장히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상했고, 새로웠고, 재밌었다.
황당한 설정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정한 우연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했다.
천천히 풀어내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조근조근 한데 가볍지만은 않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뭔가 로맨스 같다가도 로맨스는 아닌 거 같은 묘한 기시감,
작품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한가득 쏟아져 나와 정신 차리지 못하게 하면서도 길게 여운을 남기는 작가님만의 특유의 문체가 굉장히 내 취향이었다.
망태기에 담아두고 읽고 싶은 작품이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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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치유와 회복으로 이끄는 환상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련 | 2022.02.07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모호하거나 너무 재미있어서다. 다음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단편의 확장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작가가 들려주는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뜻이다. 내게 이유리 작가의 「빨간 열매」가 그러했다. 자신의 유골로 화분을 만들어달라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인 「빨간 열매」에서 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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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모호하거나 너무 재미있어서다. 다음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단편의 확장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작가가 들려주는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뜻이다. 내게 이유리 작가의 「빨간 열매」가 그러했다. 자신의 유골로 화분을 만들어달라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인 「빨간 열매」에서 아버지는 진짜 화분이 되고 식물로 되살아나다. 어디 그뿐인가. 식물이 된 아버지는 말을 건다. 물을 달라고 산책을 나가자고 딸을 귀찮게 한다. 딸은 순순히 아버지를 데리고, 그러니까 화분과 함께 산책을 나선다. 아버지는 산책에서 만난 다른 화분과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서 결실은 빨간 열매로 이어진다.

 

그래, 소설이니까. 소설에서 상상과 환상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기한 건 그 환상이 너무 좋다는 거다. 그 환상이 아름답고 신비해서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현실에서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다가온 것이다. 이유리의 환상은 첫 단편집 『브로콜리 펀치』에 가득하다. 이유리가 그린 환상은 우울하고 답답한 현실의 도피처가 아닌 즐거움과 치유의 세계라고 할까. 그러니 자꾸만 그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단편집에 수록된 8편 가운데 단연 최고는 표제작인 「브로콜리 펀치」다. 복싱 선수인 원준의 오른손이 하루아침에 브로콜리로 변한 것이다. 세상에나 손이 브로콜리로 변하다니. 놀라운 건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빨간 열매」에서 딸이 화분이 된 아버지를 무시하고 방관하지 않고 인정한 것처럼. 그러니까 이유리의 소설에서는 기이한 현상이나 환상은 낯선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는 게 기조라고 할까. 그러니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병원에 가니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약과 물을 마시 마시고 푹 쉬라고 처방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경험한 일상, 누군가는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고추가 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소설을 읽으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이 힘들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니 신나게 놀고 노래 부르면 좋아질 거라는 소설 속 어른의 말대로 원준의 손은 나아진다. 회복의 과정은 브로콜리가 꽃으로 피어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그 모습은 무척 묘한 감동을 안겨준다. 상대 선수를 때려야만 했던 복싱 선수 원준이 쌓아둔 지치고 아픈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할까.

 

 

모든 봉오리가 저마다 한껏 피어나 가장자리의 꽃은 축 늘어지고 가운데의 꽃은 곳곳이 하늘로 뻗어, 마치 화려한 샹들리에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손끝으로 꽃송이 하나를 살짝 쥐어보니 깜짝 놀랄 만큼 맵싸한 향이 물큰 퍼져 나왔다. 평범한 꽃향기와는 다른, 훨씬 강렬하고 정신을 청량하게 해주는 향이었다. ( 「브로콜리 펀치」, 109~110쪽)

 

우리의 마음속 어떤 미움과 분노가 브로콜리의 꽃처럼 터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말할 수 없었던,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의 힘듦이 소설처럼 브로콜리나 다양한 채소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내가 이렇게 아프구나 돌아보고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유리의 재밌고 신나는 환상은 우리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하나의 신호가 된다. 그런 신호는 죽은 연인이 유령으로 돌아온 『손톱 그림자』, 옛 남자친구가 버리고 간 이구아나가 말을 하는 『이구아나와 나』에서도 만난다.

 

『손톱 그림자』에서는 5년 전 버스 사고로 죽은 연인 용준이 수정을 깨운다. 용준은 수정과 작년에 결혼한 남편 석기에게도 보인다. 수정과 석기는 무섭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용준과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묻는 용준에게 사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석기와 어떻게 만나 결혼했는지도 알려준다. 심지어 석기가 출근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용준은 자신이 죽은 후 수정이 어떻게 자신을 조금씩 잊었는지 듣는다.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었던 수정의 마음이 드디어 상대를 찾았다고 할까.

 

오후에 돌아온 석기는 용준을 돌려보낼 방법으로 용준이 죽은 장소를 제안한다. 버스가 전복된 장소에서 용준은 사라진다. 용준이 나타난 건 자신을 잊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한 사람을 잊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 처음부터 잊히는 건 아닐 것이다. 누군가 떠나도 남은 이의 삶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이구아나와 나』의 ‘나’가 남자친구가 남기고 간 수조 안 이구아나를 선뜻 버리지 못하는 심정도 비슷하다. 그런 이구아나가 멕시코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니 수영 강사이 나는 특훈을 시작한다. 싱싱한 채소를 먹이고 커다란 고무대야에서 수영을 가르친다. 한국에서 멕시코까지 수영을 해서 가겠다는 이구아나나 이구아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나 황당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유리의 소설에서는 이상하기는커녕 그들을 격려하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까지 든다. 나무가 된 큰언니도 내가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나에게 말을 거는 건 아닐까. 한 번쯤 멈춰서 매만지고 안아줘야 할까. 자꾸만 많아지는 흰머리나 한 번씩 병원을 찾게 만드는 나의 오른쪽 귀는 내 마음이 지쳤다는 걸 확인시키는 신호는 아닐까 싶은 거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는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과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마음 한 조각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니까.

 

이유리의 단편집 『브로콜리 펀치』는 모자가 된 아버지와 죽은 자를 만나는 문이 열리는 황정은의 단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첫 소설집을 생각하며 읽었다. 비슷하게 닮았지만 이유리의 환상은 경쾌한 왈츠처럼 가볍고 빠르게 중독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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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r**h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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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 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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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l******4 | 2022.03.28
구매 평점5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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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e***m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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