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속도와 모양으로 만들어 가는 ‘하루’. 미래를 확신할 수 없음에도, 눈앞에 주어진 일상을 최선을 다해 마주하는 사람들을 향해 정성스럽게 보내는 따뜻하고 뭉클한 안부 인사. 화가로 살아가는 ‘나의 하루’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창작 에세이 그림책
천천히 그리기도 하고 빨리 그리기도 하고 신이 나서 그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막막해지지만…….
순간, 순간이 쌓여 ‘나’를 위한 ‘하루’를 만듭니다.
분홍 맨투맨 티에 빨간 백팩 차림의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갑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었네요. 출근길 지하철역은 늘 붐빕니다. 그래도 풍경 사진 찍을 여유는 있죠. 하나둘 문을 여는 상점을 지나 작업실로 향합니다. ‘나’는 화가입니다. 어떤 날은 춤을 추듯 경쾌하게 작업이 진행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막막해서 그만 그리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날이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하루’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 갈 ‘미래’에 보내는 깊은 공감과 따뜻한 응원 잔잔한 듯 흐르다가 마음의 어느 부분을 탁, 치는 문장들. 한 장면, 한 장면, 감정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그림들.
분주한 아침부터, 도시가 잠들 때까지 이어지는 작품 《하루》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강혜진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꾸준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들은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고,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미래를 알 수 없이 그저 준비하는 과정이 어떻게 즐거울 수만 있을까요? 때로는 막막하고, 때로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작가는 끈질기게 작업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에 담긴 사람들과 거리 풍경에는 개성과 살아 있는 생명력이 넘칩니다. 페이지마다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과 우리 삶의 공간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독자들 역시 그곳에서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듯한 느낌 또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됩니다.
빼곡한 거리의 모습에 비해 혼자만의 작업실은 고독하고 외로울 때도 있습니다. 그림이 막힘없이 그려지는 날도 있지만 고독과 싸우며 꾸역꾸역 그려야 하는 날도 있으니까요. 반복되는 일상이 늘 순탄하게만 흘러 주지 않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겠지요.
그럴 때, 주인공은 거리로 나가서 사람들을 둘러보고 서점에 들러 멋진 책을 만납니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환기가 이뤄지면 돌아와 한 장, 또 한 장…… 다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하루가 저물어 가지요.
누구에게나 시작의 시간이 있듯이 그 힘든 ‘처음’의 과정을 치열하게 그려나간 기록 《하루》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하루는 어떤 모습으로 쌓여 갈까요? 《하루》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알 수 있습니다. 뒤표지 가득한 그림들 옆에 깨알 같은 메모들은 이 그림이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그려졌다는 걸 보여 주지요. 그 멋진 ‘하루들’이 모여 바로 우리가 보는 이 책, 멋진 작품이 된 것이겠지요. 여러분의 시간도 차곡차곡 쌓여 ‘나’를 가장 나답게,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겠지요? 이 이야기가 그 모든 하루를 응원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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