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방석을 깔고 앉은 해치의 통통한 엉덩이갓 도배를 마친 궁궐 전각의 고소한 냄새집 한 채보다 비쌌던 청기와 한 장..교과서 바깥의 유물 해설가 김서울이 들려주는우리 궁궐의 사랑스러운 매력 ★★★★★오래된 것들에 대한 가장 새것의 시선. 하나의 새로운 우주를 발견한 기쁨.김서울이라는 독특한 안내자를 곁에 둘 커다란 행운을 부디 놓치지 않길 바란다._김혼비, 작가때로는 뾰로통하고 때로는 견딜 수 없이 귀여운, 찡한 진심이 담긴 궁궐 유랑기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둥실둥실, 아니 궁실궁실해졌다._김겨울, 작가·겨울서점 운영자독립출판계 스타 작가 김서울이 들려주는이상하고 재미있는 궁궐 감상법작가이자 문화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울은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로 일하던 시절 SNS에 짤막한 설명과 함께 한 장씩 올린 유물 사진이 화제가 되어 해당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그렇게 출간된 《유물즈》가 전문가와 작가, 일반 독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독립출판물로는 이례적으로 품절 사태를 거듭하다 현재는 두 배의 가격을 내걸어도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금으로 더없이 화려하게 세공한 고려시대 신발 바닥을 보며 자신의 크록스를 떠올리고, 신라시대 불상을 ‘부은 눈 부처님’으로 비유하던 김서울만의 독특한 시선은 단번에 많은 이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유물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로 놀라움을 주는 동시에 국사 시험을 보기 위해 암기하던 딱딱한 유물 정보 대신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는 유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줌으로서 박물관 방문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서울의 새로운 상상력과 관점이 이번에는 궁궐로 옮겨갔다. “고려(시대 유물)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면 조선(시대 유물)은 어쩔 수 없이 친오빠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조선시대 대표 유적인 서울의 5대 궁궐을 거닐며 느낀 감상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버무려 산뜻하게 담아냈다. 어딜 가나 정신없는 서울 한가운데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조선의 고궁을 ‘돌과 나무로 만든 숲’이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휴식처로 바라보며 마치 내 친구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듯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궁궐 전각 아랫부분에 까는 석조 기단인 월대를 조선시대의 베란다로, 광화문 앞 해치를 마약 방석을 깔고 앉은 강아지로 상상해보는가 하면 궁궐 부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나무를 보면서는 그 꽃으로 전을 부쳐 먹고 술을 담가 먹었을 먹보 조상님들을 떠올리는 김서울의 설명에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텅 비어버린 궁궐 전각 내부에 놓여 있었을 조선시대의 물건과 소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함으로서 무채색의 지루한 고궁 이미지를 지우고 생동감 넘쳤을 그 시대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산뜻한 시선과 상상을 따라 즐기는나만의 고궁 언박싱하루가 멀다 하고 건물이 헐리고 또 새로 들어서는 대도시 서울에서 궁궐이라는 문화재는 오랜 시간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고마운 공원이자 휴식처다. 그런데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지겹도록 반복해서 봐왔다는 이유로, 언제든 가볼 수 있는 익숙한 유적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궁의 아름다움이, 궁궐 산책의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말이다. 전문 지식에 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입혀 과거와 현재를 직관적으로 연결하는 김서울의 글과 그 글을 주춧돌처럼 받쳐주는 정멜멜의 사진을 감상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금세 궁으로 통하는 다른 차원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다 문득 궁이라는 곳이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조선시대와 조선시대 왕궁을 향해 가졌던 오랜 오해와 편견을 풀게 될 것이다. 이 땅의 오래된 것, 아름다운 것, 이상하고 다정하게 생긴 유적과 유물들을 사랑해온 김서울이라는 독특한 안내자의 새로운 시선을 따라 고궁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산책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 소중한 공간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면 좋겠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작가의 그런 쑥스러운 바람이자 염원이 담긴 책이다. ※ 주의! 책을 읽고 나면 당장 궁궐에 가고 싶어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