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의 골절상
상실의 아픔은 항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찾아온다. 현실에서 맞이하는 상실은 영화 처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순식간에 준비도 없이 모든 것이 종료된다. 상실이라는 마음의 골절상을 치유하지 못하면 비틀대며 살아가야 한다. 상실감은 도미노와 같이 부정적 자기연민, 관계 단절, 호기심 상실, 능력에 대한 실망감, 자율적 결정력 결핍으로 이어진다. p21
#2. 부정적 자기연민과 무기력
자기연민은 자신의 결함에 대한 단죄, 속죄, 복수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자, 그러지 마시고 당신 자신을 돌보세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따위의 말이나 ‘당신, 그만하면 괜찮으니 더 못한 사람들을 보세요’등의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상처에 대한 부정적 연민이 쌓이면 관계가 단절되고 결국 무인도에 혼자 남은 심정이 된다. 용서가 안 되는 자신을 단죄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가출을 선택하게 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관계 탈출을 위해 시도한 위험한 비상,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숨겨둔 상처는 번지점프의 고무줄처럼 관계들과 연결되어 있다. 뛰어내릴 때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결단 이후 한 두 번 허공에 튀어 오를 때마다 비상하기 위한 점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번지점프를 한 후 대롱대롱 매달린 채 갈고리에 의해 육지로 다시 올라오는 모습과 같다. --- p.25
#3. 관계단절
관계 단절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시작된다. 차 유리에 불신이라는 송곳이 박히면서 생기는 유리의 균열과 같다.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 날 선 채 깨지면 위험한 상황에서 탈출하기도 어렵고 부상 위험 때문에 차 유리는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게 만들어졌다. 노숙인이 사람들로부터 받은 불신의 충격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p.30
#4. 능력에 대한 실망감
‘총량의 법칙’이 있다. 사춘기 아이에게 적용되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필두로 ‘시련 총량의 법칙’, ‘운수 총량의 법칙’, ‘건강 총량의 법칙’ 등을 보통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총량은 항상 가까운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재벌가 자녀들의 자살 소동, 화려한 연예인의 고독, 일찌감치 수석을 독차지하며 ‘최연소’, ‘최초’ 등을 달고 다니며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 예리한 두뇌가 날카로운 촉이 되어 편협한 시각이라는 창으로 돌아와 자신의 목을 겨누는 모습을 흔히 본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영민한 사람이 겸손, 배려 능력을 겸비하면 대부분 역사에 이름을 남기거나 깊은 감동을 전하는 명작을 쓰거나 시대를 구한 영웅이 된 경우가 많았다. --- p.41
#5. 자율적결정력의 결핍
집을 떠난 자신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이는 적절한 환경이 제공될 때 가능하다. 영화 “트랜스포머”시리즈는 ‘모든 것은 변신한다’라는 카피로 시작한다. 영화가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데는 로봇 범블비의 환상적인 변신과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한 번쯤 ‘저런 인공지능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상상이 현실이 되었고 기계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이 자리잡았다. --- p.52
#6. 가족, 그 정든 지옥
“선생님, 마약 해보셨어?”“아뇨. 해보지 않았습니다”“(웃음) 어이가 없네. 마약도 안 해보고 어떻게 우리를 돕겠다는 거지?”기세가 오른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오랜만에 맛보는 승리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활기를 띤다. 뒤에서 지켜보던 교도관이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뜬다. 당혹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상담 전문가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를 한순간에 잠재운 질문이 있었다. “저는 마약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왔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꼭 암에 걸려야만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닌 것과 같죠.” 그리고 나는 참여자들을 조용히 쳐다보며 말했다. “약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가족의 고발로 구치소에 오시더군요. 도대체 어떤 것이길래 가장 지켜줘야 할 가족이 고발을 하죠? 그만큼 멈출 수가 없나요? 가족의 권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저는 그것이 궁금합니다”분위기는 순간 머쓱해지며 조용해졌다. 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말이 터져 나온다. “그게 어떤 기분이냐면…”하면서 약물의 쾌감지수, 유통 경로, 생산처, 시장가격, 처음 접하는 방법 등 약물 성토장이 된다. 그리고 이어서 한 번 하고 나면 통제가 안 돼요. 친구고 가족이고 보이지 않아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을 하고 싶다’라는 유혹에 사로잡혀요. 처음에는 직장을 잃어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족은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려요. 오죽하면 가족이 고발하겠어요? 그때도 이야기 촉발제는 가족이었다.
어느 작가가 말했던가. 가족은 자신이 싼 똥을 보는 것 같다고.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 기다리다가 만나 엉키면 냄새나고 이게 원활하면 있는 듯 없는 듯 알 수 없고 자주 보면 불편하고 안 만나면 죽을 것 같고 만나면 힘주어 아웅다웅 몰아내고 싶고 돌아서면 시원하면서도 금세 허기지는 것은? 답지에 똥과 가족을 적었다면 당신은 어느 것을 정답으로 간주하겠는가? 가족은 정든 지옥과 같다. --- p.64-65
#7. 목발을 들고 집을 나서며
상처입은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는 따뜻하고 단단한 마음과 마음을 추스르고 어르는 인내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동기면담의 정신과 기술 과정을 바탕으로 ‘변화를 돕는 의사소통 카드’를 활용하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접한 많은 대상자 중 노숙인을 만나게 된 것도 사실 저자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만나는 절차를 동기 면담에 기반해 구성했다. 상처난 마음을 만나 보면 마음은 전쟁을 치른 상이군인의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어떤 판단이나 선입견, 설득도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나는 전사의 마음으로 무장하기로 했다. ‘걱정 질문하기, 아픔 이해하기, 애씀 인정하기, 옳고 그름 판단하지 않기, 그의 한걸음 뒤에서 돕기, 그의 지향점 부추기기, 꽃을 모아 프러포즈하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정든 지옥을 떠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동기 면담을 녹여 만든 나만의 백
신이다. --- p. 87-88
#8. 따듯한 전사가 되어
- 걱정을 질문하기
“가장 강력한 창조적 영감을 발휘할 때는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추구할 때”라고 말한 사라 엘리자베스루이스의 ‘근접성공’처럼 인생은 끊임없는 추구의 과정에서 빛난다.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방법과 해결책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진심어린 마음으로 걱정해주는 질문이다. 걱정하는 질문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근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 p.94
“당신 지금 어때요?”“어떤 걱정이 있으신가요?”“지금 가장 걱정되시는 건 무엇인가요?”“그 걱정을 덜기 위해 어떤 도움을 받고 싶으신가요?”“지금 어떤 시도를 하고 계신가요?”--- p.100
- 아픔을 이해하기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은 상대방에 대한 어떤 공감의 표현보다 강력하다. 걱정하는 마음을 질문하고 나면 상대방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때 그동안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물어보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려면 상대방의 경험 가치와 동기를 겉으로든 속으로든 판단하지 않고 그의 온전한 동기에 귀 기울여야 가능하다. 아픔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방침과 선택의 수용이고 개인이 경험하는 어려운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픔을 이해하는 데는 타인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 p.101
“많이 아프셨네요”“세상에! 숨이 멈춰버리길 바라셨네요”“정말 힘드셨겠네요”“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으셨네요”“술만한 친구가 없으셨군요”--- p.108
- 애씀을 인정하기
“어떻게 견디셨어요? 애쓰셨네요” 애씀을 깊이 인정받으면 생기가 난다. 자신감과 용기를 불러일으켜 애쓰는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볼 힘을 준다. 자신이 얼마나 애쓰며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한테도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의 무능력에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못난 자신을 단죄하기 위해 일부러 험한 일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혹사시킨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 그 애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힘드셨어요? 이만큼 버티시느라”라는 한마디에 눈물을 쏟는 모습은 면담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흔히 볼 수 있다. --- p.113-114.
“많이 아프셨겠네요. 그래도 이렇게 견디셨어요?”“세상에! 숨이 멈춰버리길 바란 적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셨네요”“정말 힘드셨겠네요. 그들이 정말 힘들게 했네요” --- p.116
- 그의 한걸음 뒤에서 돕기
한 학생이 친구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벌을 받고 있었다. 벌을 받던 학생은 소변을 참지 못하고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친구들 앞에서 오줌을 지린 걸 들킨다면 큰 망신이었다. 그때 이를 눈치챈 선생님이 물을 떠와 학생의 머리에 부으며 말했다. “이 녀석, 똑바로 못해?” 선생님의 이 한마디는 평생 못 잊을 배려일 것이다. --- p.127
#9. “변화를 돕는 의사소통카드”로 닦아 비추기
의사소통은 상호 감정이나 생각, 기대, 상황 등을 나누는 통로로 이를 통해 인간은 서로 이해하고 생각, 행동, 감정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의사소통 능력은 사회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생활이나 직업 적응에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