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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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568쪽 | 556g | 136*194*28mm |
ISBN13 | 9788932431505 |
ISBN10 | 8932431507 |
발행일 | 2021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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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568쪽 | 556g | 136*194*28mm |
ISBN13 | 9788932431505 |
ISBN10 | 8932431507 |
1. 기억 2. 중세 시절의 추억 3. 칼란다의 북 4. 사라고사 5. 콘치타의 추억 6. 이 세상의 즐거움 7. 마드리드 대학생 기숙사 1917~1925 8. 파리 1925~1929 9. 꿈과 몽상 10. 초현실주의 1929~1933 11. 미국 12. 스페인과 프랑스 1931~1936 13. 사랑, 사랑들 14. 스페인 내전 1936~1939 15. 신 덕분에 무신론자 16. 다시 미국으로 17. 할리우드, 그 이후와 끝 18. 멕시코 1946~1961 19.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20. 스페인-멕시코-프랑스 1960~1977 21. 백조의 노래 추천의 글 - 영화 평론가 정성일 | 필모그래피 | 찾아보기 |
모든 자서전은 둘 중의 하나이다. 1)자기성찰을 하거나 2)자신을 선택적으로 은폐하고 과장한다.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니 전자이다. 치부를 낱낱이 드러낼수록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과, 위대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찬양하는 건 연결이 된다. 하지만 재소자가 쓴 수기를 읽어보면 구구절절한 글 속에서 자신의 범행은 축소되어 있다. 변명을 하며 범행을 합리화하는 게 보이고,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거나 자기야말로 피해자라는 개소리를 씨불인다. 재소자가 쓴 수기는 후자이다.
루이스 부뉴엘의 <마지막 숨결>은 어떤가. 이 자서전은 후자인데 허풍을 떠는 게 보인다. 자기가 뭘 하려고 했다가 안 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자기 작품에 안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돌을 던지려다 말았다거나 어떤 종교 행사를 엎어버리려고 했다가 말았다는 식이다. 스페인 내전을 서술하면서 자기가 마치 큰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말하는 것도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허풍같았고, 모든 이야기에서 자기가 중심인 것도 재밌었다. 부뉴엘은 자신을 선택적으로 은폐-과장했지만 재소자의 은폐-과장과 다르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가만히 웃음이 나왔다.
자기 성찰을 하거나 자신을 과장하기에 자서전은 개인적이지만 <마지막 숨결>이라는 자서전은 사회적이기도 하다. 가톨릭 종교가 만든, 당대 사회의 성적 금기에 대한 반발이 자서전 바닥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행위는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때때로 그 안에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자리잡는다는 것을 루이스 부뉴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자서전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시대의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부뉴엘이 초현실주의 그룹과 어울린 것이나 영화를 만든 것도 시대의 증상을 포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로테스크하고 성적 금기를 해체한 영화를 만든 사람의 고백에는 현실을 떠나려고 애쓴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 개입하려고 애쓴 사람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