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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The Cactus

캑터스 The Ca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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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70g | 128*188*28mm
ISBN13 9791191560060
ISBN10 119156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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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에 고아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가 태어났을 때 이미 부모님은 서른이 넘은 나이였고, 아빠는 좋지도 않은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당신 손으로 수명을 깎아 먹었다. 이제 엄마는 말년, 자식이라면 응당 자주 들여다봐야 마땅했지만 나는 그만큼 엄마를 돌보지 않았다.
--- p.10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가 없었다면 사무실 생활은 훨씬 견딜 만했을지 모른다. 오늘은 유난히도 더 짜증스러운 날이었다. 아침 10시 반이 채 되기도 전부터 먹다 남은 중국 음식 냄새가 탕비실에 진동했다. 체격이 좋은 동료 중 하나는 사무실에 딸린 탕비실의 전자레인지로 아침 식사를 한 번 더 했다. 목구멍으로 토기가 치밀어 올라 화장실로 뛰어가지 않으려면 차가운 음료가 필요했다.
--- p.13

“있잖아, 수즈. 엄마 유언장 있어. 몇 주 전에 쓰셨어. 라디오에서 유언장을 꼭 써놔야 한다는 내용을 들으셨다나 봐. 나는 엄마한테 유언장은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엄마는 필요하다고 그러시더라고. 엄마가 얼마나 고집이 센지는 누나도 잘 알잖아.”
나는 그의 목소리에 약간 방어기제가 깃들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그때 이상한 낌새를 챘던 건 아닐까?
--- p.20

어쩌면 엄마의 정신상태가 두 번의 뇌졸중 이후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던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마지막으로 엄마를 본 후로 상태가 악화되었고, 엄마는 통화 목소리만이라도 어떻게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 에드워드의 압박에 엄마가 두 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당장, 많을수록 좋은 내 몫의 정당한 유산을 받아내려면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 p.34

“엄마가 어쩔 수 없이 너랑 같이 사신 거지.”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엄마한테서 독립을 해도 번번이 그 집으로 기어 들어갔잖아. 엄마 때문이 아니라 빈둥거리면서 집세 안 내고 살려고 엉겨붙은 거지. 기생충처럼.”
“개소리 하지 마.” 에드워드가 손가락으로 내 어깨 언저리를 쿡쿡 찌르며 소리쳤다. “엄마를 모시고 장을 보러 가고, 마당에 잔디를 깎고. 그 집에 허드렛일은 내가 다 했어. 그리고 엄마와 늘 함께 있던 건 나라고. 엄마가 아팠을 때 누가 간병했어? 넌 뭐 했어? 몇 달에 한 번 잠깐 얼굴이나 비추고 갔지. 그래놓고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했다고 자위하면서 말이야. 내가 누나보다 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신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 p.104

내가 마지막으로 본 아빠는 제멋대로 기른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 수염은 하나도 다듬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관에 누워 있던 아빠는 깨끗이 면도한 얼굴에 머리카락도 잘 빗어 넘긴 모습이었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초라한 행색 대신, 아빠는 비단 같은 흰 천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소년합창단의 유니폼 같은 긴 칼라가 올라와 있었다. 평화롭게 잠들었다는 진부한 표현처럼 아빠는 마침내 평화로워 보였다.
--- p.109

“이런 선물은 기대한 게 아닌데.” 그가 웃었다. “꼭 발리우드의 영화배우 같네요.”
아무리 참으려 노력해도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은 식힐 수가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장신구를 풀고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수치스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상자의 뚜껑을 닫고 나는 별일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방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머그잔을 받았다. 롭은 침대 끝에 있는 오토만에 앉았다. 인스턴트 커피향이 감돌았다.
--- p.182

“요즘 동화의 결말은 다양한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공주는 왕자와 함께해도 괜찮고, 하인과 함께해도 괜찮고, 혼자의 힘으로 극복해도 괜찮아요. 또 다른 공주와 사랑에 빠지거나 고양이 여섯 마리를 키우며 살아도 되고, 자기가 왕자가 되겠다고 선언해도 돼요. 그렇다고 해서 더 페미니스트라거나 덜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
--- p.243

“결국 저는 그린 양의 인생에 그리고 아마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중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라서요. 그리고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직접 털어놓아야 하는지 계속 고민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어머님께서 비밀을 공개하시려고 했다, 믿습니다. 그러므로 오래도록 심사숙고 끝에, 돌아가신 어머님의 비밀 유지 의무보다는 진실을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요. 다음 주 금요일 오후 어떠세요?” 내가 물었다.
“완벽합니다.” 그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친구나 친척을 데려오도록 하세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드실 겁니다.”
--- p.35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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