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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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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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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19g | 150*210*30mm
ISBN13 9788984317475
ISBN10 89843174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산책을 하다가 멈추어 서면 내 발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때 내 샌들의 밑창은 고무였기에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작은 소리에 가려졌던 무수한 소리들이 귓가로 다가왔다. 소나무 가지 위에 쌓였던 눈꽃이 푸수수 흩어지고 이파리 없는 가지들이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는 소리. 깊은 땅속 고물거리는 벌레들이 몸을 뒤척이는 소리. 나무뿌리들이 아주 조금씩 깊은 데로 가느다란 발을 뻗는 소리. 그때 내 귀를 스쳐 가던 여린 바람 소리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내는 마찰음이었을까? 우주가, 신이 혹은 인간의 생이 아주 가녀리게 자신을 드러낼 것만 같은 순간들이 바로 그런 때였다. 그럴 때 가끔 내게 하늘이 홀연히 열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 같은 것이 가슴으로 쏟아져 내렸다.
--- p.11

수도원의 모든 일과는 종소리로 시작되어 종소리로 끝난다. 특별히 허락을 받지 않는 한 하루 다섯 번 모여 기도했다. 실제로 이 새벽의 기상이 너무 힘겨워서, 조금은 분주해 보이는 기도 일과 때문에 끝내 수도원을 떠나는 지망생들도 있었다. 나로 말하자면, 힘들다고 해서 그 종소리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 종소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새벽하늘, 푸르스름한 빛 속에 종탑이 우뚝 솟아 있고 종소리가 퍼져가고 있었다. 새벽의 찬 기운을 피하려고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올려다보면 그것은 이 지상에 유일하게 허락된 영원에의 통로, 야곱이 보았다는 그 사다리가 소리를 타고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만져볼 수도 붙들 수도 머물 수도 없으나 분명히 거기 있는, 그런.
--- p.22

“예전에요, 요한 수사님, 우리 엄마 살아 계실 때 그러셨어요. 언제든 엄마는 내가 옳다고 하셨죠. 사춘기 들어서 제가 한번 엄마한테 물었죠. 엄마 말은 믿을 수가 없어. 엄마는 맨날 내가 옳다고 하잖아? 하니까 엄마가 그러셨어요. 그러니? 미안하구나. 하지만 난 언제나 네가 옳은 거 같아. 난 솔직히 뭐가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안젤로. 하지만 혹여 네가 잘못한다 하더라도 네가 옳다고 해주고 싶어. 그래야 네가 정말 잘못했을 때 혼자 잘못한 듯 외로워지지 않을 거잖아……. 저 그 후로 엄마 말 많이 생각했어요. 내가 미카엘 수사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같은 편이 되어주고 싶어요. 혼자만 잘못한 것 같이 너무 외롭지 않게.” 그날 그 순간 나는 안젤로의 그 말을 다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아빠스님의 침묵이 엄청난 분노를 뜻한다는 것을 감지한 초조함 때문에, 아이를 꾸짖지도 못하는 한 엄마에 대한 한가한 회고담 같은 것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나는 가끔 안젤로의 이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리워질 때면 혼자, 울었다.
--- pp.65∼66

마음과는 달리 몸은 땅속으로 녹아들듯 피곤했기에 나는 씻을 생각도 없이 쓰러져 침대에 누웠고 불을 껐다. 불을 끈 바로 그 순간, 환한 빛 같은 것이 어렸고, 피곤한 내 의식이 문득, 내가 불을 끄지 않은 건가, 착각하려는 바로 그 순간, 그 하얀빛이 그녀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그것을 다 의식할 새도 없이 그 하얀 얼굴이 내 갈비뼈를 열고 가슴속으로 쑤욱 밀려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약간의 통증도 동반했던 것 같았다. 나는 경험에 비추어 이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고, 상대방이 쏜 화살이 내 가슴으로 날아오는 그 시간까지 날아오는 화살이 나를 쓰러뜨릴 것임을 뻔히 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며, 지독하게 감미로워서 지독하게 쓰게 느껴지는 고통을, 그러면 안 된다고 아주 조그만 소리로 거부하면서, 기꺼이 느꼈다. “왜 사랑하나요?”라는 문장은 문법적으로는 옳다. “어떻게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도 문법적으로 옳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말들은 성립되지 않는다. 왜 사랑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댈 수 있다면 이미 그건 사랑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먼 훗날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수도원을 떠났던 내 동료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A4 용지를 건네던 그녀의 손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건 A4 용지 때문도 그녀의 손 때문도 아니었으리라. 대답하자면 그건 그냥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 p.82

이상하다. 이 지상을 떠난 사람의 자취는 그가 남긴 사물에서가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발견된다. 죽어서 삶이 더 선명해지는 사람이 있다. 죽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아나는 사람이 있다. 살아 있었으면 그저 그렇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 평범하고 시시한 한 사람의 생이 죽어서야 모든 이의 삶 속에 선명해지는 것. 아마 대표적인 이가 예수였겠지. 죽은 몸이 벌떡 일어나지 않아도 그것이 어쩌면 부활이 아닐까.
--- p.170

‘우리가 이 시련을 다 이긴다 해도, 우리가 심지어 여기서 하느님을 위해 순교한다 해도, 아니 자네와 내가 여기서 이 모든 사람을 무찌르고 탈출한다 해도 우리가 이 시련을 사랑이 아니라 악으로 참아내는 거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라네. 어제 저녁 경당에서 졸면서 경배드릴 때 나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 예수에 대한 사랑, 진리에 대한 사랑으로 이 시련을 수락했네. 하느님께 예, 하고 말씀드렸어. 나는 알았네. 저들이 우리에게 빼앗을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그들이 억지로 우리에게 준 이 고통을 우리가 기꺼이 받아 사랑에게 봉헌한다는 것이네. 그건 저들이 우리를 죽인다 해도 어쩔 수 없겠지. 우리는 참으로 존귀하며 우리는 이 모든 우주의 주인인 분이 특별히 지어내신 귀염둥이들이 아닌가 말일세. 이 짧은 세상이 끝나고 설사 죽어보니 모든 게 무(無)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저들과 나 둘 중 어떤 역을 맡겠느냐고 묻는 신에게 저들처럼 학대하는 역을 맡지는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걸세. 그러자 모든 고통의 의미가 내게로 다가왔네. 나는 적어도 무의미의 고통에서는 벗어났네…….’
--- pp.233∼234

한편 할머니가 왜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부지하고 어린 아기였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살아냈으면서 끝내 아버지와 가까울 수 없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옳다는 게 아니라, 할머니에게는 하필이면 남편이 죽는 그 순간에 배를 찢고 태어난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게 한 장애물일 수도 있었다는 걸 읽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의 말대로 느낌에는 옳고 그른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할머니와 함께한 이 오후의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지나가고 있었다. “어린 네가 대답하더구나. 딱 하나만 간직하려구요, 미워서 버리는 게 아니라구요. 요한, 네가 진정 간직하고 싶은 단 하나의 조개껍질은 무엇이니?” 할머니는 내내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 생각을 하는데 문득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나는 운전대를 꽉 그러쥐고 말았다. “소희요, 소희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
--- p.279

“……오늘은 창밖으로 바람이 많이 불더라구요. 바람은 잡을 수 없어요. 한 방향으로만 불어 가니까요. 그리고 가버리니까요. 강물도 그렇죠. 한번 흘러간 강물은 더 이상 방금 전의 그 강물이 아니죠. 시간도 한 방향으로만 흘러요. 말할 것도 없죠. 이 세상의 모든 흘러 다니는 것 가운데 어떤 한순간 한 지점에서 양방향으로 흐르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에요. 그러나 그것조차 대개는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우리는 불평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지요. 아니 사랑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 에너지를 어디에 쓰는 게 좋을까? 더 나을까? 의미가 있을까? 10년이 지나도 잘했다고 느낄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랑합니다.”
--- p.294

시간은 모든 것을 마모시킨다. 본질적인 것만 남기고. 결국 젊음도 본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마모되니까. 그러나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은 마모되지 않았다. 내 사랑은 진심이었다. …… 슬픔도 희석되고 실은 아픔도 아팠다는 사실만 남고 잘 기억되지 않지만, 사랑은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젊음아 거기 남아 있어라, 하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사랑아, 언제까지나 거기 남아 있어라.
--- p. 37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어느 날 밤, 요한 신부는 사무엘 아빠스님으로부터 소희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의 젊은 수사 시절을 떠올린다. 그 시절, W수도원의 요한 곁에는 늘 미카엘과 안젤로 수사가 있었다. 아빠스님의 조카인 소희의 일을 돕다가, 둘은 사랑하게 된다. 요한은 휴가를 떠나고, 할머니에게 요한은 한국전쟁, 흥남 부두 폭격, 배를 탔던 이야기들을 듣는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온 요한은, 미국 뉴튼 수도원 인수 문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신에게 소희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아빠스님과 함께 뉴저지 뉴튼 수도원으로 가, 수송선의 선장이었던 마리너스 수사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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