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1세기 생태와 환경의 위기에 직면해 다시 한번 이 대륙을 주목하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내포된 한계를 극복하고 생태계와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근원적인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8년에 제정된 에콰도르의 신헌법은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자연에는 ‘자연권(The Right of Nature)’이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볼리비아 역시 2011년에 세계 최초로 ‘어머니 지구’의 생존권을 보장하자는 일명 ‘어머니 지구 권리법(Ley de Derechos de la Madre Tierra)’을 명문화했다. 안데스 국가들에서 께추아어로 ‘어머니 대지’를 의미하는 ‘빠차마마(Pachamama)’, ‘좋은 삶(good living, living well)’을 의미하는 ‘수막 까우사이(Sumak Kawsay)’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생을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태문명총서’를 발간하며」중에서
메소아메리카에 유리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두 정수의 비율, 분수, 십진법의 소수 등을 나타낼 방도가 없었다. 하루의 부분들(아침, 낮, 저녁 등)을 구별할 수는 있었지만, 하루는 성스러운 단위였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나눌 수는 없었다. 그 결과 1년은 365일의 기간으로 이루어졌지만, 그것에 하루를 쪼갠 시간을 더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1회귀년이 365.24219일로 측정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실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났다. 유럽 역법 전통에서는 이 편차를 두 가지 방식으로 수정했다. 하나는 4년마다 하루를 더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42년)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교황 그레고리오스 13세의 방식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개혁 시점(1582)에 1년의 계산에서 10일을 없앤 뒤, 00으로 끝나는 해에는 윤달을 두지 않는 계산법이었다. 마야인들은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하늘에 대한 지식」중에서
옛말에도 있듯이 죽음이란 인간이라는 완성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인체 중 조밀한 물질로 이루어진 가장 부드러운 부분은 즉각적인 해체가 이루어지는 반면, 뼈에는 영혼의 일부가 계속 머물며 가족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몸을 이루는 연한 물질은 각기 다른 운명에 처한다. 어떤 영혼은 원래의 근원으로 돌아가고, 또 어떤 영혼은 악귀가 되어 대지를 떠돈다. 주 영혼, 즉 본질적 영혼 역시 원래의 근원, 즉 신성한 산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거대한 저장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화를 위해 안에꾸메노의 공간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본질적 영혼은 자신에게 붙어 있던 삶의 잔재를 떨어내게 된다.
---「인간」중에서
빠끼따(Pakita)라고 불리는 어느 장소, 즉 조상의 성스러운 집에서 우리의 옛 어머니들, 우리의 조상 사이에서 옥수수가 태어났다. 우리의 조상들은 바다 건너편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합의해서 결정했다. 조상들은 다섯 번 길을 떠나고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바다에서 살게 되었다. 마침내 자신들이 어디에 마을을 만들 것인지 다시 의논했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를 건너 반대편 해변에 도달했다. 그곳 동쪽 해변에 이전 마을보다 다섯 배가 큰 마을을 만들었다. 이들이 바로 처음으로 모든 집을, 신성한 집, 신들의 집인 ‘깔리우에이(calihuei)’를 만든 사람들이다. 그곳 신성한 집에 ‘늘 자라는 옥수수의 어머니’, ‘옥수수의 젊은 어머니’인 우리의 어머니 꾸꾸루(Ku?kuru?)가 있었다. 사람들은 식량이 있었지만, 아직 옥수수를 알지 못했다.
---「신화」중에서
발람 끼체의 자손인 우따뜰란(Utatla?n)의 지배자들은 …… 밤에 전투를 벌였다. 그들이 밤에 적지(敵地) 사람들을 죽이려고 가자 사람들이 속수무책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사람들을 겁박하려고 악령(Demonio)의 힘을 빌려 재규어와 퓨마로 변해 사람들 앞에 나타났고, 밤에는 입으로 불을 내뿜으며 공중을 날아다녔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큰 해를 끼침으로써 엄청난 공포를 유발해 로보날(Robonal)의 모든 땅을 복속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만물을 창조한 차꼴 삐똘(Tzacol Pitol)의 아들들, 말하자면 조물주의 아들들이라고 이해하게 만들었다.
----「권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