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삼국지』의 시대는 어떠했는가?
지금부터 약 1,800년 전 3세기 중국에서는 약 400년간 이어진 대제국 한(漢)이 망하고 대변혁기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움직임이 있었는데, 크게 3가지 방향성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한 제국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향성입니다. 거기에 유비와 제갈량(제갈공명)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촉(蜀)이라는 나라를 세우는데, 촉은 사실 지역명으로 정확히 이한(李漢), 막내 한을 의미하는 국명이었습니다.
둘째, 세계적으로 기온이 떨어져 유목민이 남하하기 시작하면서 대국의 붕괴를 초래해 여러 나라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점을 파악하고 이제 대제국은 부흥하지 않으니 천하를 세 개로 나누자는 방향성을 취한 것이 손권이 만든 나라, 오 (吳)입니다.
셋째, 한과는 다른 형태로 통일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조조와 그의 아들 조비의 나라, 위(魏)입니다. 조조는 후세의 조용조제의 기초와 균전제의 원류가 된 둔전제 등 선진적인 정책을 수립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300년 뒤의 수나라와 당나라, 통일국가의 기본 제도가 됩니다.
그러한 위· 오· 촉을 둘러싼 3가지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한 매우 흥미로운 시대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위를 이은 서진(西晉)이 중국을 재통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바로 『삼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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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삼국지』에는 몇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우선 정사 『삼국지』입니다. 이것은 위나라를 계승한 서진의 역사가 진수(陳壽)가 3세기 말에 저술한 책입니다. 중국을 재통일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대, 즉 그들에게는 현대사로 쓰였습니다. 사실을 전하고 있지만 당시에 적지 않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위의 정통성에 주안점이 있었기 때문에 위의 조조, 서진의 기초를 닦은 사마의 등의 나쁜 점은 적지 않고 공적만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쪽에 치우친 경향과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이후 4~5세기의 역사가 배송지(裴松之)가 여기에 주를 달아 기술을 보충해서 삼국시대의 구체적 형태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진수는 촉나라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제갈량을 섬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 부흥을 목표로 한 촉나라에 마음이 있어 촉과 제갈량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했습니다. 뚜렷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촉이야말로 정통이고, 유비가 진정한 황제라는 생각이 행간에 숨어 있습니다.
이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후세에 주자학의 영향을 받아 역사소설로 집필한 것이 『삼국지연의』입니다. 14세기 원나라 말에서 명나라 초기에 나관중(羅貫中)이라는 인물이 썼다고 하는데, 나관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소설은 명·청 시대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소설이므로 ‘7할의 사실, 3할의 허구’라고 해서 여러 가지 픽션이 나왔는데, 정사 『삼국지』와 결정적인 차이점은 어느 나라를 정통으로 보느냐입니다.
『삼국지연의』는 촉을 정통으로 그려나갑니다. 그중 제갈량을 천재 군사로, 유비군의 무장 관우를 ‘의(義)’라는 덕목을 체현하는 신격화된 존재로 표현하는 데 픽션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조조는 한을 멸망시킨 극악무도한 인간일 뿐입니다.
『삼국지』의 유적에서 제갈량과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일본인이고, 관우와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중국인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조조와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모택동이 조조의 팬이었으니 모택동주의자일까요?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는 『삼국지연의』를 소년 시절에 애독한 듯한데, 그의 『삼국지』는 관우를 특별히 다루지 않고 장비와 비슷하게 취급합니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시대를 개척해가는 조조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 작품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전쟁 중에 썼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요시카와의 『삼국지』는 전반에는 역사적 사실로서 중요했던 조조를, 후반에는 한민족의 마음 중심에 있었던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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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삼국지』의 특징은?
이 책 『만화 삼국지』는 유비를 주역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유비는 각각의 『삼국지』에서 주인공이기는 하나 주역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자 주역입니다. 그래서 유비를 묘사하는 방식이 이렇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삼국지연의』에 가깝지만, 요시카와 에이지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관우를 특별히 취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요코야마 미스테루[?山光輝]가 그린 만화판 『삼국지』가 있는데, 그 책은 거의 요시카와 에이지 판을 따랐습니다. 이 만화는 그 책과는 확실히 다르며, 독창적인 부분도 몇 곳 눈에 띄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황건적 삼형제를 조조와 손견, 유비가 토벌하는 것은 이 만화의 독창적 설정입니다. 또 가짜 유비가 나오는데, 그가 살해된 것을 이유로 토벌에 나서는 장면도 그렇고 장비의 사인도 조금 다릅니다. 그러나 정사 『삼국지』, 『삼국지연의』와의 비교 등 곳곳에 적절한 주석이 달려 있으므로 작가가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를 잘 읽고 그린 것으로 봐도 좋을 것입니다. --- p.543
2권
유비, 제갈량을 그리는 방법에서 보이는 것
이 책 『만화 삼국지』에서는 유비와 제갈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 책의 유비 상(像)은 『삼국지연의』 이후 회자되어온 유비 상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역사적 사실에는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유비 상은 도원결의, 삼고초려 이야기를 봐도 인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옛날의 이상적인 아시아 리더상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 만화에 그려진 유비는 원래부터 강하고 용병대장으로서의 능력도 매우 탁월합니다. 무예도 뛰어나고 결단력도 있습니다. 조조도 인정할 만한 군사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하는 현실의 유비 상에도 비교적 가깝습니다.
제갈량은 역사적 사실에서 보면 우수한 지휘관이지만 군사적으로는 뛰어나지 못합니다. 중국에서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서로 속이기입니다. 제갈량은 성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속이는 것을 별로 잘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유비가 전쟁은 잘했습니다.
제갈량은 전체적인 구상을 하는 사람입니다. 전체적인 구상을 전략이라고 한다면 제갈량은 초일류 전략가지만, 전술 단위로 생각한다면 우수한 지휘관 정도입니다. 전혀 개개의 전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개개의 전투에서 마법을 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삼국지연의』에 그려진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 p.540
또한 그는 참모로서 자신의 정치 기반을 견고히 구축했던 사람이며, 자신의 지지 기반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유비가 경계할 정도의 권력을 쥐고 적극적으로 관료들을 조정해 국내 정치를 제대로 했던 사람입니다. 단, 일인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의 뜻은 한나라의 부흥에 있었으며, 자신이 군주가 되면 한나라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리더가 아니라 참모입니다. 리더가 되는 것은 자신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므로 군주의 자리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제갈량의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삼국지』에서 무엇을 읽을까?
전통적인 제갈량 상이 그려져 있어서 저는 이 책이 참 좋습니다. 그는 매사에 열심이고 헌신적입니다. 바람을 부르지만(웃음), 전투 장면에서 바람을 부르는 마술은 현실적인 모습이 아니라 전적으로 허구지요. 제갈량은 비운의 인물입니다. 그는 한을 부흥시키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혁신도 없었지만 한의 부흥을 위해 살았습니다. 제갈량이 조조를 무찌르고 중국을 통일했다면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오장원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마속에게는 배신당하고 부하 중에는 우수한 인재가 적었습니다. 정말 가여운 인물입니다. 거기에서 로망과 비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국지』는 무엇을 바라며 읽느냐에 따라 달리 보입니다. 『삼국지』의 재미는 다양한 인물상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비나 관우에게 꼭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조조나 동탁처럼 살고 싶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거기에서 배우면 좋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국지』는 중국이라는 대국이 크게 변해가는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전국시대나 메이지유신 때도 그러했지만 역사가 크게 움직이는 시대에는 사람들의 개성이 빛나는데, 거기에 끌리는 것은 각자의 드라마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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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금처럼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때는 과거를 돌아보고 역사를 보고 고전을 읽게 됩니다. 『삼국지』는 그럴 때 아주 매력적인 고전입니다. 『삼국지』는 허구가 아니라 실제 역사이고 일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역시 다른 이야기와는 무게가 다르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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