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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 양장 ] 책세상 세계문학-002이동
리뷰 총점9.9 리뷰 12건 | 판매지수 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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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소설 32위 | 독일소설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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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12g | 133*207*26mm
ISBN13 9791159317965
ISBN10 1159317968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 안네의 일기
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금까지 넌 나에게 정말이지 큰 의지가 되어주었어. 내가 규칙적으로 일기를 쓰고 있는 너, 키티 말이야. 이런 식으로 일기를 쓰니까 훨씬 더 좋은 것 같아. 일기 쓰는 시간을 기다리기가 너무 힘이 들 정도란다. 너를 데리고 와서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 p.9

나 같은 사람이 일기라고 이렇게 쓰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어. 내가 그동안 일기 쓰는 걸 전혀 모르고 살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사람도 열세 살 난 여자애의 내면세계 따위에 관심을 갖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일기 쓰는 게 참으로 즐겁고,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는 이 자리가 너무나 좋아.
--- pp.15~16

영영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을 옥죄어와. 그건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야. 게다가 언제든지 발각되어 총살당할 수도 있으니 너무도 공포스러워. 그렇게 되는 건 당연히 그리 유쾌한 결말이 아니겠지. --- pp.45~46

어른들의 말로는 나는 어디 하나 올바른 구석이 없다는 거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대. 나의 외모, 나의 성격, 내 행동거지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조각조각 찢고, 씹고, 후벼 파고, 난도질하는 거야. 내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들, 즉 무서운 꾸지람을 듣고 큰 소리로 야단을 맞아도 끽소리도 말고 복종하는 자세로 참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난 그렇게 못 해! 나를 모욕하는 그런 행위들을 절대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일 수는 없어. 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안네 프랑크는 갓난애가 아님을 보여줄 거야. --- p.67

중요한 소식이 있는데 깜박했다. 나 아무래도 조만간에 생리를 시작할 것 같아. 속옷에 끈끈한 것이 묻은 걸 보니 그런 예감이 들어. 예전에 엄마가 미리 말을 해주었거든. 빨리 생리를 했으면 좋겠어! 내게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란 말이야! --- p.90

엄마는 내가 볼 때 부족한 점이 참 많은 사람이고, 그것이 내 마음을 너무나 무겁게 만들어. 이런 내 심정을 어떻게 진정하고 다스려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엄마에게 당신은 지저분하고, 말투가 비비 꼬였고, 냉혹한 여자라고 정면에다 대고 쏘아붙일 수 없어.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내가 죄를 다 뒤집어쓰는 것도 부당하잖아.
엄마와 나는 성격이 완전히 극과 극이야. --- p.198

오늘 난 그 애랑 다락방 창 앞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상상을 했어.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둘 다 울음을 터트렸지. 그리고 조금 뒤 그 애의 입술과 황홀한 뺨의 감촉을 내 얼굴에 느낀 거야! 오 페텔, 나에게로 와줘, 나를 생각해줘, 나의 소중한 페텔! --- p.234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이란 말로 완전히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생각해. 사랑이란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며,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일이야. 행운이든 불운이든 뭐든지 함께 나누면서. 지속적인 사랑은 육체적인 요소도 포함해. 뭔가를 나누고, 뭔가를 내주고, 뭔가를 받는 거지. --- p.284

내 인생을 현재의 1944년까지 고성능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옛날 집에서 살 때가 인생의 화창한 봄이었어. 그러다 1942년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 사건은 엄청나고도 갑작스러운 전환이었고, 그다음은 매일매일 벌어지는 싸움과 비난과 갈등의 연속이었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나로서는 기습당한 거나 마찬가지인 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나를 지켜나가는 방법이 오직 당돌하게 버릇없이 구는 것뿐이었지. --- pp.295~296

어제저녁 오라녜 라디오에는 볼케슈타인 장관이 나와, 전쟁이 끝나면 이 시기에 국민들이 써놓은 일기와 편지를 모아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어. 그러자 모두 당연하게 내 일기를 화제로 올리기 시
작했지. 내가 ‘은신처’라는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렴. 제목만 들으면 다들 무슨 추리소설인 줄 알겠지. --- pp.342~343

글을 쓰고 있으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려. 근심은 사라지고 용기가 솟아오르지. 아, 궁금해 죽겠어. 나는 언젠가 정말로 위대한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정말로 저널리스트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란단다! 글로써 내 생각, 내 이상, 내 환상, 뭐든 다 표현할 수가 있으니까. --- pp.350~351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한단 말인가? 인간은 왜 서로 평화롭게 살지 않는 것일까? 왜 모든 걸 파괴하려고 드는 걸까?’ --- p.390

사람들이 나 때문에 걱정하고 수선 피우는 건 싫어. 그러면 나는 톡톡 쏘면서 신경질적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좀 슬픈 마음이 들고, 마침내는 원래대로 돌려놓지. 즉 나쁜 안네를 밖으로 하고 좋
은 안네를 다시 안으로 넣어버리는 거야. 그런 상태로 계속 방법을 갈구하는 거야, 내가 되고 싶은 안네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어떤 방법을. 만약… 만약에 이 세상에 다른 사람이 한 명도 없어진다면, 과연 그때는 가능해질까?
--- pp.466~46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책세상 세계문학’을 출간하며

새롭게 펴내는 ‘책세상 세계문학’은 이전 ‘책세상문고·세계문학’이 영미나 유럽 문학 중심의 세계문학 소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3세계 문학에서 고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이념과 장르를 막론하고 문학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의 텍스트를 선보였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향점은 이어가되 작품 목록은 전면 재구성해, 고답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젊고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불어넣어 감성과 향수를 고양하는 문학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번역과 장정에 공들인 고품격 세계문학을 추구한다.
수많은 고전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을 되도록 중역 없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며, 누구나 부담 없이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제대로 만든, 함께 읽는’ 시리즈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만, 옛사람들의 삶과 해학, 그들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문학’이 전하는 메시지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기 바란다.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은 단순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지성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ㆍ원문에 충실한 정확하고 우리말다운 번역
각각의 작품 및 작가 특유의 느낌과 문체를 살리는 동시에 시대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분하고 정확성을 기하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원전 읽는 즐거움을 살리고자 했다. 이때 작가에 따라, 지문과 대화에 따라, 문체에 따라, 문맥에 따라 번역 원칙을 적용하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어렵고 까다로운 한문 투와 외국어 표현은 버리고, 현대인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말로 옮겨 독자의 작품 몰입을 돕는다. 또 낯설거나 어려운 단어, 전문용어 등 주해가 필요한 경우는 해외 문학이라는 특성상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사회·역사적 설명을 각주로 달아 뜻풀이를 했다.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안정된 텍스트를 만들기 위해 실력이 빼어난 번역진이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원서를 확인해가며 교정, 교열에 공을 들였고,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체크해 소홀하거나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편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ㆍ작품의 가치와 무게, 흥미와 진지함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독후감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천사와는 다른 성격의 ‘독후감’을 실었다. 작품을 먼저 읽은 글 잘 쓰는 ‘독자’가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한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를 비롯해 독서와 논술에 신경 써야 하는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들에게도 책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다.

ㆍ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작품 해설·작가 연보
고전문학 작품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고, 이해와 해석의 틀이 마련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작가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물론 작품을 집필한 배경이나 의도,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도 실었다.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는 기존의 백과사전식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하면서 작품에 몰두해 원저자의 의중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헤아렸을 번역가가 직접 써서 좀 더 편안하고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정보를 담았다.

ㆍ작품의 개성을 살린 유니크한 디자인·장정
표지 디자인은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색깔’과 ‘원제의 한 글자’를 각인해 세련되고 심플하면서도 강한 느낌을 살렸으며, 표지 글 또한 이미지에 어울리게 군더더기 없는 최적의 내용만을 부각했다. 본문 디자인은 유행하는 서체를 이용해 특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제도 성격도 분량도 저마다 다른 작품의 다양성을 감안해 오래도록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평범한 가운데 실용성을 고려했다. 띠지 디자인은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와 읽을거리가 많은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표지 디자인과 대비를 이루며 ‘책세상 세계문학’만의 개성을 연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지면의 집중력을 살린 판형과 탄탄한 각양장 제본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안네만의 일기가 아니라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안네의 일기
_완전판 《안네의 일기》가 출간되기까지


《안네의 일기》는 1947년 네덜란드어로 출간된 뒤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으며, 독일어와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그 뒤 1986년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로부터 판권을 물려받은 네덜란드 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 안네의 일기 ‘비판주석본’을 출간한다. 그 주석본에는 ‘판본 a’로 알려진 1차 일기와 324장의 낱장으로 된 ‘판본 b’를 비교해서 실었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기의 진위 논쟁을 포함해 프랑크 가족과 일기에 관련된 역사적인 정보도 함께 실었다.
1999년 안네 프랑크 재단의 전 대표이자 미국 홀로코스트 교육재단 센터의 회장은 오토 프랑크가 일기를 출간하기 전에 빼놓은 ‘다섯 페이지’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발표하며, 판권을 팔아 미국에 재단을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2000년 네덜란드에서 재단에 기부할 뜻을 밝힘으로써 다섯 페이지의 원고는 2001년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그 다섯 페이지의 내용은 안네가 부모의 결혼에 대해 비판적으로 추측해서 써놓은 것과 아빠를 향한 애정의 갈구, 엄마에 대한 신랄한 표현 등이다.
그 후로 새로 출간되는 《안네의 일기》에는 빠져 있던 최종 다섯 페이지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이 책, 완전판《안네의 일기》에서는 1943년 10월 30일 자와 1944년 2월 8일 자 뒷부분의 긴 단락이 추가된 내용이다.

_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살아간 집단 공포의 기록이자 한 소녀가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려는 투쟁의 기록

안네는 1942년 6월 12일, 열세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편지 형식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안네에게는 아버지 오토 하인리히 프랑크와 어머니 에디트 프랑크 홀랜더, 세 살 위인 언니 마르고가 있다. 오토 프랑크는 유대인 박해가 자명해진 시기에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오펙타의 네덜란드 지부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가 위치한 건물 뒤편 공간에 가족들과 함께 지낼 은신처를 마련한다. 이후 마르고에게 노동 수용소로의 추방령이 떨어진 다음 날인 1942년 7월 6일부터 프랑크 가족 모두 은신처로 들어가 숨어 살게 된다.
은신처에 들어올 당시에는 몇 주나 몇 달 동안만 숨어 지내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의 은신처 생활은 2년 넘게 이어졌다. 그 2년여 동안 안네의 세계는 안과 밖에서 모두 요동쳤다. 밖에서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 정책이 시작되면서 가슴에 노란색 별을 달아야 하고, 전차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어두워질 무렵부터는 거리를 다니지도 못하는 억눌린 세계가 펼쳐졌다. 앞날의 안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은신처 생활은 거주자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긴장과 공포는 종종 거주자들 간의 갈등 관계를 첨예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네는 엄마와 갈등의 골이 깊었으며, 은신처에서 초경을 겪고 첫사랑의 열병도 통과한다.
다른 무엇보다《안네의 일기》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가장 분명한 특성은 기질이 한없이 분방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반항심이 강한 천성을 지닌 안네가 막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서던 시기에 일기를 썼다는 점이다. 그런 시기에 부모와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에 끝난다. 안네가 열세 살이 된 날부터 2년 2개월 동안 일기를 쓴 셈이다.
1944년 8월 4일 아침 10시, 은신처에 들이닥친 나치에 의해 그들은 모두 체포되었다. 누군가가 은신처를 밀고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확실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1944년 9월 3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에 은신처 식구들도 포함되었으며, 10월 28일 독일의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이송된 안네는 베르겐 벨젠에 티푸스가 창궐하던 1945년 3월에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네 프랑크의 묘비는 베르겐 벨젠의 추모 구역에 있으나 이는 비석을 세운 것일 뿐 안네의 매장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57년 5월 3일,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의 집을 수리해 공공에게 개방하기 위해서 가족 중 유일한 아우슈비츠 생존자 오토 프랑크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안네 프랑크 재단을 건립했다. 은신처가 있던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라고 불리며 1960년 5월 3일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안네의 죽음에 빚을 지다
_‘독후감’: 조해진(소설가)

안네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은 드물 것이다. … 그래서일까. 안네의 일기는 읽지 않아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지 모르겠다. 이 애매한 표현은 완벽하지 못한 기억 때문이다. 안네가 일기를 쓰던 나이, 그러니까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누군가에게서 빌린 책을 통해 안네의 문장들을 읽은 듯만 한데, 그래서 내 머릿속엔 전쟁, 다락방, 소녀, 이 세 키워드가 안네를 둘러싼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긴 한데, 일기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배수아 소설가가 새롭게 번역한《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안네를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안네는 전쟁 중에 다락방에 숨어 있던 고정된 이미지 속의 가엾은 소녀가 아니라 매 순간 갈등하고 고민하며 성장했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역동적이고 구체적인 생애 속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알게 된 것이다.

내 글쓰기는 안네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죽음에, 미완인 생애에, 그녀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에. 아니, 글쓰기와 무관하게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녀에게 빚을 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모든 이의 삶은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9.9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소녀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라*마 | 2022.06.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안네 프랑크. 유대인 소녀의 일기이다. 세계2차대전 당시 어린나이였던 안네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위선과 전쟁의 참혹함을 읽어내려갔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현상을 이야기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들어내는 모습의 안네는 정말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성장 중인 청소년이었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전쟁의 무모함과 참혹함, 그리고;
리뷰제목

안네 프랑크. 유대인 소녀의 일기이다.

세계2차대전 당시 어린나이였던 안네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위선과 전쟁의 참혹함을 읽어내려갔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현상을 이야기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들어내는 모습의 안네는 정말 다른 또래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성장 중인 청소년이었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전쟁의 무모함과 참혹함, 그리고 비인류적인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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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감금 속의 해방, 『안네의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c*****3 | 2022.05.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안네의 일기』는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하여 2년 동안 은신처에서 생활한 안네의 기록이다. 안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토 프랑크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프랑크 일가는 히틀러 집권 이후 점점 심해지는 독일의 박해를 피하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네덜란드가 독일에 점령 당하자 1942년부터 은신처를 마련하고 도피 생활을 시작한다.;
리뷰제목

  『안네의 일기』는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하여 2년 동안 은신처에서 생활한 안네의 기록이다. 안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오토 프랑크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프랑크 일가는 히틀러 집권 이후 점점 심해지는 독일의 박해를 피하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네덜란드가 독일에 점령 당하자 1942년부터 은신처를 마련하고 도피 생활을 시작한다. 안네는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가상의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일기를 써 내려갔다. 『안네의 일기』는 세계적인 고전이 되었고,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다이제스트본이 널리 읽혔기에, 일기의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유대인에 대한 차별상, 숨어 지내야만 하는 삶의 불안과 공포, 전쟁과 탐욕에 대한 비판적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럼에도 잃지 않는 희망 등의 주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고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아무나 제대로 읽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이더라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새로운 지점들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요한 사실들이 비본질적인 면으로 보이기도 하고, 감춰져 있던 사실들이 보물처럼 나타나 기존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부수기도 한다. 『안네의 일기』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일반적 내용보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 어머니와 언니와 겪은 불화, 함께 은신처에서 생활하는 판 단 가족과의 끊임 없는 마찰, 페터 판 단과 나누는 사랑, 성에 대한 호기심, 청소년의 독립성과 자유 옹호, 여성의 지위에 대한 성찰,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태도, 엄청난 공부량, 열악한 식량 문제 등 생활세계 측면의 테마는 이념적 주제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안네의 실존은 유대인 박해로 희생된 소녀라는 단편적인 이해를 훨씬 초과한다. 무엇보다도 13세의 소녀가 15세에 이르기까지 이룩한 인격적 성숙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긍지를 생각케 한다. 이 글에서는 『안네의 일기』의 내용을 정리하기보다는 글의 형식적 특성과 안네 프랑크의 정신적 해방 과정에 주목하려 한다.

 

생생한 인물 묘사

 

  『안네의 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안네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일기는 보통 자신의 상념과 에고에 대한 집착이 추상과 과잉으로 흐르기 쉬운데, 안네는 관심을 자신이 아닌 대상에 기울인다. 외부 세계를 섬세하게 인식하여 언어로 옮긴다. 사람 사이의 대화까지 옮겨져 있다. 그래서 흡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우린 이미 약속을 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지는 말자고. 난 약속을 꼭 지킬 거야."

"나도 그래, 페터. 하지만 아빠는 그걸 안 믿어. 아빠는 우리가 그냥 친구인 줄로만 알았대. 네 생각엔 우리가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니?"

"난 그렇다고 생각해, 넌?"

"나도 그래. 그래서 아빠에게 말했어, 널 믿는다고. 널 신뢰한다고. 내가 아빠를 믿는 것처럼 페터 너를 믿고 네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안 그러니?"

"그랬으면 하고 바라지."

그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어.

"난 널 믿어, 페터."

나는 계속 말했어.

"난 네가 좋은 성격을 가졌고, 앞으로 이 세상을 씩씩하게 해쳐 나갈 거라고 믿어." (387~388쪽)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면면도 그림 그리듯 되살아난다. 함께 지내는 사람에 대해 평하는 문장들이 많은데, 막연하게 판단하지 않고 언행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긍케 한다. 뒤늦게 합류한 뒤셀은 자기중심적인 생활 방식 때문에 안네의 가족, 판 단의 가족과도 많이 다투게 된다. 안네의 묘사만으로 뒤셀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

 

뒤셀 씨가 생일을 맞았어. 처음에는 생일에 아무 관심 없는 것처럼 굴더니 미프가 커다란 시장바구니에 선물 꾸러미를 가득 채워서 들고 오자 어린애처럼 급흥분을 하더군. 그의 애인인 샬롯테가 달걀이랑 버터, 과자, 레모네이드, 빵, 코냑, 야채가 든 케이크, 꽃, 오렌지, 초콜릿, 책, 그리고 편지지를 보낸 거야. 그는 선물을 탁자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사흘 동안이나 자랑스럽게 전시했단다. 유치한 사람!

뒤셀 씨는 어디 가더라도 절대 굶주릴 일은 없을 거라고 믿어. 그 사람이 찬장에 숨겨둔 빵이랑 치즈, 잼과 달걀을 우리가 발견했으니까. 우리는 그를 받아들여 은신처를 제공했느넫, 그런 우리 등 뒤에서 자기 혼자만 배를 불리며 그렇게 시치미를 떼다니, 정말 염치 없고 뻔뻔하지 뭐야. 우리는 모든 걸 그와 함께 나누었는데! 더더욱 참을 수 없는 건 우리뿐 아니라 클라이만 씨, 포스카윌 씨, 베프도 철저하게 나 몰라라 하면서 빵 부스러기 하나 베풀려 하지 않는 거야. 예를 들면 클라이만 씨가 오렌지를 그렇게 먹고 싶어 하는 걸 알면서도 뒤셀 씨는 자신의 식욕이 더 급하다는 식이지. (141~142쪽)

 

  안네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분명 모든 사건을 사실 그대로 옮겨 적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키티에게 '최대한 재미있게 알려주려고 한다'고 종종 언급한다. 친구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조곤조곤 얘기해 주듯이. 안네는 이미 일기를 쓰는 때부터 작가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있는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았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구미에 맞게 각색해 흥미롭게 들려주었다.

 

변증법적 지양의 정신

 

  2년 간 이어진 안네의 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면 은신하는 기간 동안 안네가 도달한 정신적인 성숙에 감탄하게 된다. 일기는 주관을 토로하는 텍스트이므로, 안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어렵지만, 자신을 여러모로 객관화하여 서술하려는 면모가 두드러지며, 그러한 자의식을 스스로 감지하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여덟 명이 함께 생활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지속되는 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안네는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전쟁'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말을 '폭풍우'에 빗대곤 했다. 안네는 고분고분한 언니 마르고와는 달리 어른들의 말에 부당한 점이 있으면 맞대응해서 버릇없는 아이,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아이라는 비난을 종종 받은 모양이다. 일기의 초기와 중기에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른이 없다는 생각에 고독을 자주 토로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런 나를 좀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까? 안전하게 지내는 걸 감사할 줄 모른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 유대인이건 아니건 그 문제를 넘어서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 순수한 즐거움을 갈망하는 어린아이를 이해해줄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을까? (217쪽)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기를 좋아하며,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는 판 단 부인을 안네는 싫어했다. 일기에는 판 단 부인이 안네를 비난하는 말들이 다수 기록되어 있으며, 그녀의 언행에 대해 불쾌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안네는 은신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달리 보게 된다. 13세에는 판 단 부인과 판 단씨가 안네의 부모님과 싸우는 까닭은 판 단 가족의 이기심과 편견에 찬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했으나, 14세부터는 그들의 좋은 점도 함께 보려고 노력한다. 판 단 부인의 경우 그녀의 말을 잘 경청해주면 억지를 부리는 일이 별로 없다며 옹호하는 부분도 있다. 거꾸로 아빠는 자기 마음을 이해하는 자상한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안네의 고독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음도 깨닫게 된다. 예전에 알고 있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2년 사이에 빠르게 변화한다.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열악한 삶의 조건이 정신의 부화를 촉진한 것 아닐까.

 

  안네가 공동체에서 느낀 고독은 그녀의 실존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녀는 외로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에 절망하다가 구원의 빛을 본다. 그것은 사랑이다. 페터를 달리 보게 된 것이다. 일기의 초반에는 페터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가 중반 이후로 페터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일기장은 페터 이야기로 채워진다. 페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시작하여, 페터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그의 마음을 궁금해 하고,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들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낭만적 사랑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형성하는 에고의 환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실제로 사랑하는 것은 대상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대상에 덧칠된 나의 환상이다. 청소년기부터 사랑에 눈 뜬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보편적 경험이 안네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안네는 페터와 볼을 스치는 꿈을 꾸고, 페터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도 계속 그 꿈을 언급한다. "꿈속에서 느꼈던 페터의 뺨을 잊을 수가 없어. 그 황홀하던 순간!"(346쪽) 안네에게 그 꿈은 사랑의 원형인 셈이다.

 

  환상이 실재가 아님을 자각하게 되는 때, 다시 말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콩깍지가 벗겨질 때는 언제인가?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서로의 마음을 탐색하는 기간에는 상대에게 거절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환상을 존속시키거나 강화한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기를 바랐으면서도 소망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순간, 환상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욕망은 결여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핍이 충족되었을 때, 내가 원하던 것이 사실은 다른 데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안네는 페터가 자신에게 완전히 의존하기 시작함을 확신한 순간부터 페터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한동안 페터를 맹목적으로 미화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페터의 자상하고 친절한 면모와 약한 신념과 의지를 동시에 보게 된다. 페터의 약점을 진심으로 보완해주고 싶어한다. 일기에 나타난 관심사는 다시 다양해진다.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통해서 안네는 낭만적 사랑에 빠졌다가 나오면서 인간을 바라보는 안목을 확장한 것이다.

 

  은신처의 생활은 안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정신은 변증법적으로 성숙해진다. 그녀는 만약 피신하지 않고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어땠을지 생각한다. 그랬다면 안네는 고독을 경험하지 못하고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밝고 쾌활한 아이로 불리며 즐겁게 생활했을 것이다. 대신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은신처에서 겪은 고독감으로부터 진정한 자기('무거운 안네')와 겉으로 보이는 자기('가벼운 안네')의 괴리를 인식하고 '진정한 자기'와 대면했다. 그녀의 비정상적인 격리 생활이 자기 존재의 자각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선사한 셈이다.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된 실존

 

  안네의 정신적인 성장은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안네가 지니고 있는 타고난 자질도 한몫했다. 옳지 않은 말이라면 어른들의 입에서 나왔더라도 반박하고 저항했다. 나름대로의 뚜렷한 주관을 지니고 있었고, 그에 맞지 않으면 회피하기보다 싸워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비록 버릇 없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그녀는 '힘에의 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안네는 어른들을 매개로 주입되는 지배적 담론에 맹목적으로 젖어들지 않고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 있었다.

 

  일기의 후반부에는 사회에서 유포되는 일반적인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안네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를 테면, 연합국인 영국에 대한 네덜란드 사회의 편견을 비판한다. 네덜란드인은 영국이 네덜란드의 해방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며, 네덜란드를 해방시킨 뒤에는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네덜란드인의 일방적인 희망 사항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집단적 환상이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을 돕는 미국은 우리의 친구라고 믿는 것과 같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그들은 친구가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장치일 뿐이다. 그들이 선의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고 비현실적이다. 안네는 어른들이 품은 허상을 말도 안 된다고 평가한다. 안네는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성에 비해서 여성의 불리한 지위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대목은 놀랍다. 안네와 함께 지내는 가족 누구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 안네와 같이 생각하고 안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안네는 혼자서 성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여성의 존엄성'을 획득해야 해! 남자들은 어딜 가나 존경의 대상이 되는데, 왜 여자들은 거기에 아예 낄 수조차 없는 거지? 군인과 영웅에게는 감탄과 찬미를 바치고, 탐험가는 불멸의 영예를 얻고, 순교자들은 경배의 대상이 되지만, 여자를 한 명의 전사로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거잖아."(442쪽) 여자를 한 명의 전사로 보아야 한다는 문장에 눈이 간다. 안네의 정신은 지속적으로 해방을 향하고 있었다.

 

  감금되어 있던 그녀를 누가 해방으로 이끈 것인가? 안네의 일기에 묘사된 바에 따르면 은신처의 구성원들은 아니다. 그녀가 자유로운 정신을 구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공부'가 있었다. 어른들은 공부량이 많지 않았으나 청소년에 해당하는 페터 판 단, 마르고 프랑크, 안네 프랑크는 거의 매일 오랜 시간 공부했던 것으로 보인다.

 

페터 판 단: 영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통신강좌), 네덜란드어 속기, 영어 속기, 독일어 속기, 영어 상용 편지 쓰기, 목공, 경제학, 가끔가다 계산, 독서는 거의 하지 않으며, 어쩌다 지리 서적을 읽음.

마르고 프랑크: 영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 통신강좌로 라틴어 공부, 영어 속기, 독일어 속기, 네덜란드어 속기, 역학, 삼각법, 물리학 화학, 대수, 기하학, 영문학, 불문학, 독문학, 네덜란드 문학, 무기, 지리학, 근대사, 생물학, 경제학을 공부함. 책이라면 일단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종교와 의술에 관한 책을 선호함.

안네 프랑크: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를 공부함 네덜란드어 속기, 기하학, 대수, 역사, 지리, 예술사, 신화, 생물학, 성경, 네덜란드 문학을 공부함. 좋아하는 책은 전기류(교양서든 통속서든 구분하지 않음), 역사책, 때로는 문학류와 대중소설도 읽음.(414~415쪽)

 

  이들은 격리되어 있었지만 끊임없이 언어학, 수학, 문학, 역사, 지리, 경제, 예술, 신화, 종교 등의 학문을 공부했다. 안네가 자신을 객관화하고 보편적 진리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토대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공부 역량에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안네는 공부가 힘들다고 하면서도 힘든 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타자를 수용하는 훈련이 일상에서 꾸준히 반복되었다. 무엇을 공부했느냐보다도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마음의 꼴이 중요한 셈이다. 공부의 요체는 자기-변화이며, 안네는 자기-변화의 의지가 강했다. "솔직히 나는, 자기 입으로 "난 나약해" 이따위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나약한 채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아니, 자신의 나약함을 안다면서 왜 그걸 물리쳐버릴 방도를 구하지 않는 거지? 왜 자신의 기질을 강하게 훈련하지 않는 거지?"(448쪽) 안네는 거의 니체적인 '힘에의 의지'를 깨닫고 있었던 듯하다.

 

매일 저녁 그날 하루의 일을 되새기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했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사람들이 훌륭하고 착하게 살 수 있지 않겠니.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모색을 할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분명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겠지.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야. 돈도 전혀 들지 않고, 효과도 아주 좋지. 이걸 모르는 사람은, 이제라도 배워야 하고 경험해봐야 해.

"맑은 양심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450쪽)

 

  안네의 육체는 감금되어 있었지만, 모순되게도 정신은 해방되어 갔다. 그녀가 1944년 8월에 비밀경찰에 의해 발각되지 않고, 아우슈비츠로 떠나는 마지막 기차를 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티푸스로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안네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안네는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세계에 이름을 남기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안네 프랑크는 죽은 후에야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운명의 장난과 같은 모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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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다시 읽는 안네의 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캔**디 | 2021.12.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13살 안네가 1942년 6월 12일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명명식을 가져요. 이름은 키티. 나치를 피해 아빠의 공장에 마련한 은신처로 피신할 때에 가장 먼저 챙긴 게 바로 이 일기장이었어요. 사람보다 훨씬 참을성 넘치는 종이들은 이후 2년 동안 안네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됩니다. 어떻게 네덜란드에 살게 됐는지, 은신처에서의 삶은 어떤지, 네덜란드 안;
리뷰제목

 

13살 안네가 1942년 6월 12일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명명식을 가져요. 이름은 키티. 나치를 피해 아빠의 공장에 마련한 은신처로 피신할 때에 가장 먼저 챙긴 게 바로 이 일기장이었어요. 사람보다 훨씬 참을성 넘치는 종이들은 이후 2년 동안 안네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됩니다. 어떻게 네덜란드에 살게 됐는지, 은신처에서의 삶은 어떤지, 네덜란드 안팎이 전쟁으로 얼마나 혹독하게 변했는지를 안네는 키티에게 보내는 편지인냥 써내려가요. 책으로 엮어도 400 페이지가 훌쩍 넘는 긴 이야기들은 "앞으로 너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p9)는 안네의 바램으로 시작합니다.

 

안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어요.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3년 안네 가족은 네덜란드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안네의 외삼촌들처럼 미국으로 도피하는 편이 훨씬 안전했을테지만 설마하니 이토록 빨리 전쟁이 발발하고 네덜란드가 항복하게 될 줄은 몰랐을 거에요. 가슴에 노란 별을 달게 된 유대인들. 그들은 전차나 자동차를 탈 수 없어요. 개인 소유의 자전거도 모두 반납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모든 길을 두 발로 걸어다녀야 합니다. 입장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갈수록 줄어들었는데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안네에게 극장 금지령은 무척 우울한 일이었을 거에요. 저녁 8시 이후부터는 외출마저 금지되는 등 유대인에 대한 금지와 제약은 갈수록 늘어갔지만 이마저도 은신처의 삶과 비교하면 천국이었어요.

안네와 언니 마르고, 부모님, 판 단 씨 부부와 그들의 아들 페터, 독신의 치과 의사 뒤셀까지 총 여덟 명이 거주하게 된 공장의 은신처는 저의 기억과는 달리 한 뼘 다락방 크기는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충분할만큼 너른 공간도 아니었죠.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지만 안네는 뒤셀 아저씨와 함께 방을 쓰기도 하거든요. 아빠랑 아저씨가 방을 쓰고 엄마랑 두 딸이 방을 쓰는 편이 나았을 것 같은데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게 당시의 가치관에선 이상한 일이었는지 하여간에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요. 안네와 부모님을 포함해 은신처의 모든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싸우며 반목하는데 갇힌 삶, 부족한 식량, 나치에게 체포될지 모른다는 공포, 시시때때로 터지는 폭격, 더불어 해도 바람도 쉽사리 들일 수 없는 은신처의 특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큰 탓이었어요. 시궁창의 쥐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사는 삶이라니 그 괴로움이 얼마나 컸을까요?

 

안네는 자신이 어떤 우악스런 손길에 잡혀 날개가 찢긴 새 같다고 느껴요. 아무리 날아보려고 애를 써도 좁은 새장의 쇠창살에 부딪히기를 반복하는 여린 새요.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큰 소리로 웃고 싶다고 소망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질 새도 없이 일기는 1944년 8월 1일자로 급작스럽게 끝이 납니다. 2년 동안 숱한 위험이 은신처를 멤돌았어요. 종전에 가까워질수록 도둑이 기승을 부렸고 경찰이 찾아와 비밀문을 막은 책장을 탕탕 두들기며 안쪽을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마지막 날엔 그렇지가 않았어요. 어떤 경고나 두려움도 없이 끝나버린 일기에 놀라고 먹먹해진 마음에 일기 이후의 이야기나 작품 해설을 읽는 일이 무척 힘들더군요. 하지만 이 일기장이 불타거나 버려지지 않고 세상에 공개된 일이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건 후기를 읽어야 알 수 있는 사실이라서요. 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서를 마치지 마시고 꼭 뒷 내용까지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숙제로 읽을 땐 모르겠더니 저의 의지로 이 책을 다시금 만나고 보니 일기장 곳곳에 남겨진 솔직발랄한 안네의 개성이 보여요. 세계와 충돌하며 자아를 키워나가는 사춘기 소녀의 혼란, 충동, 결핍, 소망, 애정, 강제로 종료된 삶에 웃고 또 울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요? 전쟁이 끝난 후의 세상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날조차 다락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에 위로받을 줄 알았던 안네. 이런 세상이 있는 한, 이런 햇살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존재하는 한, 결코 슬퍼하지만은 않으리라 다짐하던 안네. 안네는 일기장을 쓰던 초반에 일기의 내용을 남이 읽게 둘 생각이 없다고 말해요. 언젠가 자신에게 진짜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죠. 여러분이 안네의 진짜 친구가 되어주세요. 미래에 누군가가 이 일기를 읽게 되지는 않을까 궁금해하는 안네의 질문에 "응! 내가 지금 읽고 있어!"라고 힘차게 대답해 주시면 좋겠어요. 작가가 되기를 꿈꾸던 안네에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존재가 부디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세상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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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가치있는 역사적 사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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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라*마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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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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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P*******군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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