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종교개혁을 이끈 경건주의의 선언문!
17세기 독일 루터교회 안에서 발생한 경건주의는 교회사, 신학사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정통주의의 경직성에 반발하여 일어난 경건주의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임을 일깨웠고, 개인의 주관성을 강조함으로 근대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신앙적, 신학적 지식이 닫힌 체계 가운데 탐구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체험에 근거하여 늘 새롭게 확장되는 열린 체계의 지식이라는 루터 신학의 중요한 면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경건주의는 하나의 신학 사조로 그치지 않고, 루터의 종교개혁을 이은 교회 개혁 운동으로서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형식적 교회 생활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인격적 결단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신앙, 성경 말씀의 강조, 이웃 사랑 실천의 중요성, 거듭남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칭의의 은혜, 루터의 만인사제직 사상에 근거한 평신도 중심의 소그룹(colligia pietatsis, 경건한 모임) 운동 등은 교회의 삶의 모습을 근본부터 바꾸는 동력이 되는 동시에 이후 개신교 선교운동과 각성과 부흥 운동의 계기가 되었다.
필립 야콥 슈페너가 경건주의의 시작이며, 그의 소책자 『경건한 열망』이 경건주의의 선언문(manifesto)으로 이해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개혁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슈페너의 『경건한 열망』을 16세기 종교개혁의 불씨가 되었던 루터의 「95개조 논제」에 비할 수 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슈페너는 먼저 교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한 후에, 이어서 교회의 미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긍정적으로 기억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끝으로 여섯 영역에서 교회 개혁을 위한 제안을 제시한다: 성경 말씀의 강조, 영적 제사장직(만인사제직) 실행, 행함과 실천의 강조, 논쟁의 거부, 신학교육 개혁, 설교의 변화 등.
새로울 것 없이 그저 상식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개혁 과제들이지만, 이 평범한 제안들이 슈페너 개인의 순수한 간절함과 열정에 힘입어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늘날 독자들 역시 이 작은 책자의 문장마다 담겨 있는 슈페너의 숨길과 더불어 당대 교회와 사회, 나아가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역동적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너도나도 외치는 한국교회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모습을 바꾸려 하지 않는 타성에 젖어 있다. 개혁을 필요로 하는 현실을 누구나 개탄하지만 실은 그저 비난만 할 뿐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듯 회개와 반성의 능력을 잃어버린 오늘날 한국교회의 실상을 이미 300여 년 전에 슈페너가 정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이 소품이 부디 한국교회를 위해 살아 있는 개혁의 지침으로 활용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이번에 출간된 번역본에 대해 말해 두고자 한다. 마치 우리말로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 번역과 문단을 묶어 짧은 소제목으로 친절하게 정리한 구성, 또한 세심한 편집자 주 등 여러모로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역본을 슈페너가 제안한 방법을 따라 성경과 함께 읽는 소그룹 독서 교재로 삼아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 박일영 (교수, 전 루터대학교 총장)
경건한 열망으로 교회를 교회되게!
교회의 교회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며, 무엇에 기초해야 하는가? 교회의 교회다움이 무너져 내릴 때 그것을 새롭게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회의 교회다움이 시대정신을 이끄는 주류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비틀릴 때 갱신의 고삐를 누가 쥐어야 하며 또 어디로, 어떻게 당겨야 하는가? 들보와 티 이야기를 꺼내며 침묵을 경건의 모양으로 퇴화시킬 때 소리 지르는 돌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여기에 그것을 보여 주는 경건한 열망이 있으니 루터의 95개 논제에 버금가는 교회사적 영향을 미친 소책자로 1675년에 필립 야콥 슈페너가 세상에 던진 광야의 소리라.
이 소리 다시 들려주기 위해 슈페너가 남긴 문자와 경건한 씨름을 한 이가 있으니 경건주의의 대가 이성덕 교수라. 그의 학문적 노고에 갈채를 보내며 교회의 교회다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강치원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