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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올리버 시선집

리뷰 총점9.0 리뷰 8건 | 판매지수 4,146
베스트
시/희곡 86위 | 소설/시/희곡 top100 3주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578g | 135*210*25mm
ISBN13 9788960907034
ISBN10 8960907030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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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메리 올리버의 전미도서상 수상 시선집] 메리 올리버의 초기 시부터 대표작까지, 엄선한 142편의 시를 엮은 시선집. 번역가 민승남의 유려한 번역과 사진가 이한구의 아름다운 작품이 감동을 더한다. 그의 시를 통해 죽음을 껴안은 삶, 생명의 찬란함을 목격하며 되뇐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다. -시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푸른부전나비
죽음이 찾아오면
블루베리를 따다가, 뉴욕 오스터리츠, 1957년
개의 무덤
골든로드
폭포(메이 스웬슨을 위하여)
작약
오늘 아침 또다시 소나무 숲에서
마렝고 늪
앨라배마 린든 근처 들판
북양가마우지
쇠고둥
악어 시

황금방울새

양귀비
아침 공기에 스민 독기
비통
아침
물뱀
왜가리
눈덧신토끼

겨울
쓸쓸한, 흰 들판
능소화에 잠시 멈춘 벌새
흰 꽃
시월

2
당신이 할 수도 있는 몇 가지 질문들
모카신 꽃
부처의 마지막 가르침

싱가포르
소라게
백합
백조
인도네시아
왜가리 몇 마리
새벽 다섯 시 소나무 숲에서
과수원에 사는 작은 올빼미
웃는물총새
검은 물 위로 피어난 수련
자연
연못
여름날
장미, 늦여름
어쩌면
들판을 드나드는 흰올빼미

3
돔발상어
아침의 시
분노
기러기
로베르트 슈만
불가사리
여행
방문객
스탠리 쿠니츠
한두 가지만
거북
해돋이
두 종류의 해방
풍경
산酸
나방
1945?1985, 추모일을 위한 시
해바라기

4
팔월
버섯
번개
왜가리
첫눈
유령
독수리
오하이오에 내리는 비
보스턴 대학병원
앉은부채
개화
하얀 밤
물고기
늪을 건너며
혹등고래
만남
바다
행복
테쿰세
블랙워터 숲에서

5
숲에서 잠이 들어
홍합
검정뱀

딸기 달
트루로 곰
왕국에 들어가니
수사슴 달─ 곤충 도감을 보면

등불
뼈의 시
잎사귀 이모
사냥꾼의 달─ 곰을 먹으며
마지막 날들
검은호두나무
늑대 달
밤의 여행자

6
엘지 이모의 밤의 음악
농촌
개울
장미
시골의 겨울
가족
얼음
조개 장수
배에서 물을 퍼내며
까마귀
토끼
제임스 라이트를 위한 세 편의 시
블랙워터 연못에서

7
해티 블룸
교실의 봄
알렉스
인디언에 대해 배우기
야간비행

해답
에스키모에겐 ‘전쟁’이라는 말이 없지
마주침
마젤란
월든에 가기
리버 스틱스, 오하이오

8
여행하지 않고

스노벨트 너머
고향에서 온 편지
나무들 꿈
살인자의 집
시골에서 자라
수영 가르치기
새로운 땅에서의 아침
에어 강의 백조들
돌아가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오늘 아침 수련은 모네의 수련 못지않게
아름다워 보여.
그리고 난 더 이상 쓸모 있는 존재,
온순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
들판의 아이들을 문명의 교과서로 인도하고
그들이 풀보다 낫다고(못하다고) 가르치고 싶지 않아.
--- p.24, 「비」 중에서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 p.32, 「죽음이 찾아오면」 중에서

그대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가?
그대의 소박하고 비단결 같은 삶을 소중히 여기는가?
공포를 딛고 선 초록 풀을 숭배하는가?
--- p.47, 「작약」 중에서

어느 아침
여우가 빛나는 당당한 모습으로 언덕을 내려오면서
나를 보지 않았어─그리고 난 생각했지.

이게 세상이야.
난 이 안에 없어.
세상은 아름다워.
--- p.95, 「시월」 중에서

세상이 그저 고통과 논리뿐이라면, 그 누가 세상을 원하겠어?

물론, 세상은 그렇지 않아.
나는 지금 무슨 기적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삶에서 환히 비치는 빛을 이야기기하는 거야.
그녀가 파란 천을 펼쳤다 접었다 하던 모습,
오직 나를 위해 짓던 미소, 그래서
이 시도 나무들과 새들로 가득하지.
--- p.110~111, 「싱가포르」 중에서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 p.163, 「기러기」 중에서

오랜 세월 난 그저
삶을 사랑하기 위해 애썼지. 그런데

나비가
바람 속에서, 가볍게, 날아올랐지.

“삶을 지나치게 사랑하지 마.”
나비는 그렇게 말하고,

세상 속으로
사라졌지.
--- p.178~179, 「한두 가지만」 중에서

기적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진하고 뜨거운 거듭남으로 빚어지지.
부드러움이나 갈망이 아닌, 대담함,
얼어붙은 폭포를 깨부수는 힘, 돌파.
양치식물, 잎들, 꽃들, 그 우아하고 평화로운
마지막 정교한 장식은,
일어나 번성하기를 기다리고 있지.
길을 여는 건 꼭 예쁠 필요는 없어.
--- p.226~227, 「앉은부채」 중에서

나는 곰이 손에 쥔 나뭇가지들을 놓고
잎사귀들 향해 꿀 묻은 입을 드는 걸
봤어, 육중한 두 팔도 들었지,
온통 달콤함과 날개뿐인
거대한 벌이 되어 날아갈 것처럼,
인동덩굴과 장미와 클로버 우거진
완벽한 초원으로 내려가
떠돌다가, 눈부신 하루하루
꽃과 꽃 사이에서 흔들리는
얇디얇은 그물 속에서
잠이 드는 거지.
--- p.246, 「행복」 중에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 p.251~252, 「블랙 워터 숲에서」 중에서

내 평생의 꿈은
느리게 흐르는 강가에 누워
나무들 속 빛을 바라보는 것─
잠시 동안 그저
주목하는 풍요로운 렌즈 되어
무언가를 배우는 것.
--- p.267, 「왕국에 들어가니」 중에서

달콤한 세상이여,
아무런 징후나 소리 없이 시작되는
사랑이나 시들로 나를 당황시킬 생각은 말기를,
강가엔 아직 얼음이 남아 있고
봄은 멀리 있는데, 나 어둠 속에서 깨어
봄을 부르는 땅속 폭발음들에
가슴 두근거리며 귀 기울이지.
--- p.354, 「시골에서 자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메리 올리버 전미도서상 수상 『기러기』 국내 첫 출간

메리 올리버의 시집으로는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던 『천 개의 아침』에 이어, 전미도서상 수상 시선집 『기러기』를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소개한다. 『기러기』는 퓰리처상 수상 시집 『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를 포함해 그가 썼던 시 중에서 엄선한 작품 142편을 수록했다. 생의 대부분을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에서 살았던 메리 올리버는 그곳의 숲과 바닷가를 매일 거닐며 야생의 경이와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습지 순찰자”이자 “자연 세계의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라 불리는 그는 〈뉴욕 타임스〉 선정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메리 올리버의 시를 연대별로 총 망라한 『기러기』는 그의 시 세계를 깊고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전할 것이다.
국내에서 애송되어온 시도 눈에 띈다. 김연수 작가가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명한 메리 올리버의 대표작으로, 조 바이든이 9.11 테러 8주년 추모식에서 낭독했고, 대학생들의 기숙사 방을 장식할 만큼 널리 사랑받았다. 또한 이 시집에는 자연 예찬적 시뿐만 아니라 윌리엄 블레이크, 제임스 라이트, 로베르트 슈만 등 그가 사랑한 예술가를 다룬 시와, 시인 자신의 가족에 대한 시 등도 다채롭게 수록되었다.
제15회 유영번역상 수상자이자 메리 올리버 전문 번역가 민승남의 유려한 번역과, 사진가 이한구의 아름다운 사진 작품과 함께 만나는 『기러기』는 세상을 향한 시인의 깊은 애정과 생의 기쁨을 독자에게 전해줄 것이다.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기러기」


“그토록 세세한 야생의 목격담”
시인이 전하는 야생의 생생한 목격담, 자연의 경이

생전 했던 인터뷰에서 메리 올리버는 시상이 떠올랐을 때 바로 기록하기 위해 항상 노트를 들고 다녔는데, 펜이 없어서 낭패를 본 이후로는 산책길 나무들에 펜을 숨겨두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메리 올리버는 자연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면서 야생의 경이를 절묘한 묘사와 비유로 독자에게 전했다.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법칙으로 흘러가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예찬하기도 하고, 알을 낳으러 모래밭을 기어가는 거북을 보면서는 거북이 자신의 본성대로, “오랜 맹목적 소망”을 따라 해야 할 일을 한다며 경이로워한다. 블루베리밭에서 잠이 들었다가 사슴과 부딪혀 깨어난 경험을 떠올리면서는 자연과의 행복했던 만남을 찬양한다. 이렇듯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메리 올리버의 시선은 자연과 동화하고 싶은 마음까지 가닿는다. 그는 꿈속에서 버펄로 새끼를 낳는 어미를 바라보며 자신에게도 그들과 함께할 자리를 내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팔월」에서는 블랙베리를 먹는 곰에 감정이입해 곰의 기쁨을 표현하기도 한다.
죽음을 생명의 과정으로 수용하는 시인의 시선도 특별하다. 「물고기」에서 화자는 물고기를 먹으면서 자연에서 먹고 먹히며 이어지는 “생명의 대장정”에 대한 신비로움을 노래하고, 「죽음이 찾아오면」에서는 자신이 죽음을 맞이한다면 “호기심 가득 안고 그 문으로 들어서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블랙워터 숲에서」


1960년대에 썼던 초기 시부터 대표작까지
메리 올리버의 시 세계 속으로

첫 시집 『여행하지 않고』(1963년)를 포함해서 메리 올리버가 30년간 쓴 시들을 모은 『기러기』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다룬 시를 만날 수 있다. 먼저 시인이 좋아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쓴 시가 눈에 띈다. 「푸른부전나비」에서는 현실의 삶에서 눈을 돌려 “상상력의 삶”을 향했던 소년 시절의 제임스 블레이크에 대해 쓰기도 하고, 「제임스 라이트를 위한 세 편의 시」에서는 시인 제임스 라이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절절함이 전해온다. 메리 올리버가 ‘단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하는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을 다룬 동명의 시도 수록되어 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시에서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 이전의 메리 올리버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는 말 짝짓기를 해주러 갔던 기억을 쓰기도 하고(「봄」) 완연한 봄날, 바깥의 자연에 마음을 빼앗겨 학교 교실에 붙들려 있는 처지에 화가 났던 일을 유머러스하게 「교실의 봄」에 담기도 한다. 「시골에서 자라」에서는 자신이 시골에서 자라서 “나무의 오감과 물의 육감을 지녔”고, 그렇기에 자연의 징후를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한 시도 눈길을 끈다. 『리버 스틱스, 오하이오』에서는 할머니, 나이 든 엄마, 메리 올리버가 함께 오하이오주에 있는 ‘리버 스틱스’(그리스신화 속 저승의 강 이름이기도 하다)에 간 경험을 쓴 시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죽음이란 주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엘지 이모의 밤의 음악」은 환청에 시달리는 나이 든 이모를 보살피며 사랑을 느끼는 시인의 마음이, 「보스턴 대학병원」은 사랑하는 이의 병문안을 가서 그의 부재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할머니는 주전자들과 국자들 사이에 서 계셨지.
환한 미소 지으며, 문법에 맞지 않는 말로,
넌 복이 많다, 꼭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하셨지.
그래서 난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공부했지─
그 풍요의 해에 온갖 과일들을 따서
조리고 식혀서 이름표를 붙인 할머니를 난 늘 기억할 거야.
-「해답」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메리 올리버 시가 빛나는 점에 대해서 말할 때, 자연의 경이를 노래했다는 것만을 이야기할 순 없다. 경이를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을 그녀는 시에 새겨 넣었다. 그녀의 시가 그토록 세세히 야생의 목격담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떨 때는 타이름 같고, 어떨 때는 경고처럼 다가온다.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들에 대한 그녀의 정성은 놀랍고 신비하다. “결국, 난 실컷 보았지”(「나방」)라는 시 한 줄을 나는 오래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문득 실컷 본 사람이 되었다. 은총과도 같았다.
- 김소연 (시인)

회원리뷰 (8건) 리뷰 총점9.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파워문화리뷰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책*****우 | 2022.11.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유학생일 땐 도서관에 가길 좋아했다. 방학 땐 거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는데 개가식 도서관은 일종의 보물섬 같았기 때문이다. 여름의 도서관만큼 쾌적한 곳도 없고. 지금은;
리뷰제목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유학생일 땐 도서관에 가길 좋아했다. 방학 땐 거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는데 개가식 도서관은 일종의 보물섬 같았기 때문이다. 여름의 도서관만큼 쾌적한 곳도 없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만해도 한국문학 섹션은 따로 없었지만, 일본어 원서나 영어 번역서로 된 일본 작가들의 책들은 많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만으로도 서가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해 맨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로 시작을 했다. 작가 자신이 번역가이기도 했으니 두 언어의 가교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으로 읽기 시작한 건 미국의 작가들이었다. 처음엔 잘 아는 작가들로 시작해 점점 모르는 작가들, 낯선 작가들로 옮겨 갔는데 그러다 발견한 시인이 메리 올리버다.

아마도 메리 올리버가 낯설지 않았던 건 그 즈음에 출간된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1935년생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시인답게 시집들도, 산문집도 많아서 꽤 오랫동안 흡족하게 읽을 수 있을만큼 책들이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메리 올리버의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책 날개나 책 뒷표지에 실린 사진. 평생을 반려견과 함께 한 메리 올리버는 얼굴만 담은 프로필 사진 대신 집안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편안하게 찍은 사진을 함께 싣곤 했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평온해서 좋았다.

(여담이지만, 그와 평생을 함께 산 M.은 사진작가였다.)

 


 

사실 기존에 내가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념이 가볍고 시끄럽고 통속적인 것이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메리 올리버 덕에 미국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그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전인적 존재라는 자각과 함께 꽉찬 충일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기러기』는 '선집'이기 때문에 메리 올리버가 평생에 걸쳐 써온 시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메리 올리버의 책 중 단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표제작인 「기러기」를 비롯해 메리 올리버의 시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시들이 선별되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학생 시절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던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그때의 햇살과 공기... 이미 늙었다고 생각했던,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과 두려움이 종종 엄습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겨우 서른을 갓 넘겼던 풋풋했던 때의 나.

대체로 시인은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 자연이 어떻게 상처받고 나약한 인간을 치유하고 어루만져 주었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은 얼마나 인간다워질 수 있는지를 고백한다.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다 보면 걷고 싶다는, 자연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그 과정 자체가 인간 혹은 인간 사회에서 보호받고, 그곳에서 받은 상처들을 치유하는 행위이다), 그런 감정들과 더불어 내가 좀더 좋은 사람,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정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내가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사람인가 하는 자각(우리는 왜 이 사실을 자주 잊고 살까?)에 목끝까지 행복감이 꽉 차는데, 그 감정이 너무 생경하고 벅차서 오래도록 품고 싶어진다.

그리고 종국엔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질문은 하나뿐.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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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기러기 _ 메리 올리버 시선집 . 마음산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숲 | 2022.07.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시를 만날 때마다 긴호흡으로 시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공간, 시간, 사유, 시선의 끝, 촉감과 자연들을 떠올리는 날들의 연속이 된다. 어떠한 마음으로 그녀가 머무른 공간에서 삶을 엮어왔는지 촘촘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인디언들이 작품에서도 언급된다. 그들을 떠올렸고 그 인물들을 글로 남겼다는 것. 할머니의 발길과 손;
리뷰제목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시를 만날 때마다 긴호흡으로 시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공간, 시간, 사유, 시선의 끝, 촉감과 자연들을 떠올리는 날들의 연속이 된다. 어떠한 마음으로 그녀가 머무른 공간에서 삶을 엮어왔는지 촘촘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인디언들이 작품에서도 언급된다. 그들을 떠올렸고 그 인물들을 글로 남겼다는 것. 할머니의 발길과 손길, 자신에게 건네는 대화들도 떠오른다. 가족들에 대한 시, 그녀의 주변을 채웠던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남긴 시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랑하기... 끌어안기... 놓아주기 252

난 당신이 진흙을 축복처럼 두 손 가득 쥐었으면 좋겠어. 67

빛으로 목욕하기. 하나의 응답. 288

 

해바라기에게 질문하는 걸

두려워 마!

태양을 따라가는

...

씨들... 따로 떨어진 우주처럼

 

고독하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찬양으로 만들어가는

긴 여정은 녹록지 않지...

수수한 얼굴들, 소박한 이파리 옷,

꼿꼿이 서서 불타오르는 땅속 거친 뿌리들과 이야기 나눠. 200

 

어린 날 마당을 가득히 채워준 꽃밭에는 해바라기가 있었다. 그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작가가 사유한 시선은 기민하며 태양과 질문을 연관 지으면서 뿌리와 잎, 씨까지 그녀가 작품으로 그려 넣는 깊은 깨달음에 감동하게 된다. 삶과 찬양, 긴 여정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외에도 자연을 깊게 호흡하는 작가의 시선은 매우 놀랍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의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세상을 함께 공존하는 생명체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과 삶을 무수히 연상하면서 인생을 켜켜이 쌓아올린 날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었던 멋진 시집이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세상의 놀라운 조화로움을 떠올려보게 한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식물학 등 조화로움에 감탄하면서 신앙적인 부분까지도 연상하면서 만나는 즐거움은 더욱 경이롭게 한다. 이 시집도 그러하다. 작가의 시선과 눈길, 사유들을 함께 거닐었던 기나긴 날들은 충족했고 축복이었다. 월든을 만나기도 하고, 인디언을 만나기도 했다. 잔인한 역사를 기록한 인물도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Acid(산) 작품도 매우 인상적이다. 놀랍고 섬뜩한 교활함을 의외의 순간에 우리는 마주하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러한 순간이었다.

 

기적과 용기에 대해서도 작가는 언급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도 경이롭고 깊다. 무엇 하나도 가볍지 않다. 주위를 채우는 소리와 움직임까지도 작가는 긴 시간을 요한다. 그 작품들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그 공간에 머무르면서 그 풍경과 소리와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관심이 가는 첫 단추가 되었다.

 

당신이 행복해질 용기...

당신이 기도할 용기... 160

 

요제프 멩겔레 : 아우슈비츠에서 잔인한 생체 실험을 자행한 나치 의사로 '죽음의 천사'로 불린다. 198

독일은 다시 그 쇠 발톱을 드러내지, 영원히. 196

 

자카르타에서,

...

섬뜩한 입을 가진 아이가

구걸하는 걸 보았어.

먹고살기 위해 일부러 낸 상처임을

알 수 있었지.

...

교활한 표정...

그걸 한 방울의 acid처럼 지니고 다니며

기억하지,

이따금,

...

이 넝마,

...

신맛을,

위대한 원동력이 되는

모욕감과 분노...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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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형상을 알 수 없는 것들의 기로에 서서... 메리 올리버, 기러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06.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삼 년 전, 십팔여 년을 함께 한 고양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내가 내가 선택한 결과였다. 마지막 며칠 고양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페에 물이 찼고 어떤 자세를 취해도 숨을 쉬는 것이 불편해져만 갔다. 나와 아내는 고양이의 병간호를 십팔 개월 동안 했고, 그 긴 간호가 시작될 때 참가하였던 한 고양이 모임의 참가자의 말을 떠올렸다. 우리 고양이는 저 때문에 쉽게 떠나;
리뷰제목

  삼 년 전, 십팔여 년을 함께 한 고양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아내가 내가 선택한 결과였다. 마지막 며칠 고양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페에 물이 찼고 어떤 자세를 취해도 숨을 쉬는 것이 불편해져만 갔다. 나와 아내는 고양이의 병간호를 십팔 개월 동안 했고, 그 긴 간호가 시작될 때 참가하였던 한 고양이 모임의 참가자의 말을 떠올렸다. 우리 고양이는 저 때문에 쉽게 떠나지도 못하고 고생을 했어요, 지금이라면 다른 선택을 할 거예요.


   마렝고 늪


  구정물에서 금잔화 피어나네.
  모기떼 모슬린 천같이 덮인 늪가에서
  구름옷 걸친 백로 날아오르네.
  안개 같은, 운모 같은 보슬비 사이로
  시든 이끼 벌판 되살아나네.


  나는 죽는다면, 비 오는 날
  죽고 싶어―
  긴 비, 느린 비, 영원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


  그리고 하늘이 비를 삽으로 퍼내고 퍼내는 동안 열 수 있는
  작은 의식을 치르고 싶어,


  그리고 그 의식에 오는 사람은 커다란 늪 가장자리를 돌듯
  천천히, 생각에 잠겨서 여행하겠지.


  기로에 서다, 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나의 기로, 라면 나는 선뜻 선택할 수 있다. 나는 후회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런 탓에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기로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누군가의 앞에 놓인 길을 대신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리 쉽게 제스처를 취할 수가 없다. 나는 그 상태로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고, 수영을 한다. 선택을 미루고, 아는 길을 아는 제스처로 오간다.


   아침


  소금이 원기둥 유리통에서 반짝이고 있어.
  푸른 그릇에 담긴 우유. 노란 리놀륨.
  고양이가 베개 위에서 검은 몸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
  작은 친절의 몸짓에 곡선미로 응답하는 거지.
  그러곤 우유를 핥아 그릇을 깨끗이 비워.
  그러곤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해.
  아무 이유 없이 가볍게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어가
  풀 위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어.
  나는 잠시 고양이를 지켜보며 생각해.
  내가 야생의 말들로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추운 부엌에 서서 고양이에게 고개를 숙여.
  나는 추운 부엌에 서 있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경이로워.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천만원을 갚으라고 통보하였다. 나는 직장을 그만 둔 상태였고 (물론 아버지는 알지 못하였다), 아내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아버지가 (목돈이 없는 우리를 위하여?) 아버지의 이름으로 개설한 삼 년 만기의 적금 통장에 매월 오십 만원 가량을 이체하였다. 적금의 마지막 몇 달은 아내의 카드빚으로 감당했는데, 이후 나는 다시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당신이 할 수도 있는 몇 가지 질문들


  영혼은 쇠처럼 단단할까?
  아니면, 올빼미 부리 속 나방의 날개처럼
  가냘프고 부서지기 쉬울까?
  누가 영혼을 가졌고, 누구는 갖지 못했을까?
  난 계속 주위를 둘러보지.
  말코손바닥사슴의 얼굴이
  예수의 얼굴처럼 슬퍼.
  백조가 흰 날개를 천천히 펼쳐.
  가을이면, 검은 곰은 어둠 속으로 나뭇잎들을 옮겨.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
  영혼은 형상을 갖고 있을까? 빙산 같은?
  벌새의 눈 같은?
  뱀과 가리비처럼 폐가 하나일까?
  어째서 나는 영혼을 갖는데, 제 새끼들을 사랑하는
  개미핥기는 영혼을 못 갖는가?
  어째서 나는 영혼을 갖는데, 낙타는 영혼을 못 갖는가?
  그러고 보니, 단풍나무는 어떨까?
  파란 붓꽃은 어떨까?
  달빛 아래 홀로 앉아 있는 작은 돌멩이들은 어떨까?
  장미, 레몬, 그리고 그 빛나는 잎들은 어떨까?
  풀은 어떨까?


  다른 하나의 질문은 아버지가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의 일이다. 이삿짐 정리를 위해 들렀던 내게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내가 받은 상장이 잔뜩 든 상자를 내 앞에 놓고 물었다. 가져갈까? 나는 대답했다. 됐어요. 상자를 들고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집 옆 공터에는 아버지가 파놓은 구덩이가 있었고, 아버지는 다른 잡동사니들과 함께 내 어린 시절의 기록물을 태웠다. 열기로 붉어진 얼굴로 내가 아버지를 도왔다. 


   블랙워터 연못에서


  밤새 비 내린 후 블랙워터 연못의 뒤척이던 물결이
  잔잔해졌어.
  나는 두 손으로 물을 뜨지. 그 물을
  오랫동안 마시지. 물에서
  돌과 나뭇잎, 불 맛이 나. 물은
  내 몸속으로 차갑게 떨어져, 뼈들을 깨우지.
  뼈들이 내 몸 깊숙한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오, 방금 일어난
  그 아름다운 일은 뭐지?


  두 달 전, 코로나를 앓고 난 이후 (인과 관계를 알 수는 없으나) 아버지의 영혼과 육신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나는 한 달 보름여 동안 주중에는 점심을, 주말 중 하루는 저녁을 부모님과 함께 했다. 나는 여전히 후회하기를 싫어 하는 인간이고, 그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쉬운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렇게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다.

 

메리 올리버 Mary Oliver / 민승남 역 / 기러기 (New and Selected Poems 1) / 마음산책 / 379쪽 / 20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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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8건)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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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다. 초겨울에 읽기 좋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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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책*****우 | 2022.11.18
구매 평점5점
번역시지만 편하게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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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 2022.04.22
구매 평점5점
마음이 평안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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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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