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노르웨이 북셀러 상’ 수상작! “당신의 삶은 지금 어떤 순간, 어떤 색인가요?” 새로이 피어나는 생부터 내면의 화사함이 꽃피는 노년의 삶까지,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담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삶의 모든 색』은 리사 아이사토가 시처럼 아름다운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그림 에세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방황하는 청소년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고 부모의 시간을 보내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간마다 마주하는 마음들을 섬세한 글과 함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 보여준다.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 한 장면씩 넘기다 보면 우리는 비슷한 시간의 굴곡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문장마다 삶을 있는 그대로 안아 주는 화자의 시선에서 따스함이 담긴 격려와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삶의 모든 색』에서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살짝 비틀어 웃음이 비어져 나오게 표현하면서 세대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다. 독보적인 스타일로 사랑받는 노르웨이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는 유년부터 노년까지의 방대한 시간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장면마다 특징이 살아 있는 인물들에게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 |
그림책이라는 경계선은 한없이 무너지는 듯하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도 있지만 성인들을 위한,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 제법 많이 눈에 들어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즐겁게 한다. 그림책 코너가 모두를 위하는 세상이라 너무 마음에 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그림책이다. 시원시원한 책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든다. 큼지막한 책 디자인과 간결한 문장이 가지는 힘 있는 목소리도 너무 좋다.
첫 장을 펼치면 아름다운 노년의 부부의 모습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아름다운 노년.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이들 부부의 모습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편견들과 선입견들을 모두 사라지게 한다. 그래서 이 작가가 좋고, 이 그림들이 좋았다. 빛나는 노년의 시간들과 순간들. 삶의 긴 장면들과 노고와 행복들이 켜켜이 쌓인 이 부부를 그려보게 한다.
'아이의 삶' 한 장씩 넘기면서 그림들과 문장이 던지는 '~기억하나요?' 질문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잊고 있었던 그 시절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골목길의 아이들 목소리, 나이라는 경계선도 없이 함께 어우러져서 놀았던 골목길 놀이들. 이 책에서도 작가가 그려내는 아이의 삶을 마주해본다.
우리는 저녁밥을 먹으러 집에 갈 생각이 없던 무당벌레들...
때때로 세상은 불공평했고
그래서 우리는 싸워야 했어요
'소년의 삶' 훌쩍 뛰어넘는 그 시절이 떠오른다. 갑자기 바뀐 모든 것들은 미성숙하지만 보고, 느끼며, 치열한 시간들을 보낸 시절이니까요. 달라졌고, 어떤 날은 힘껏 반항하고 싶었다는 글귀도 많이 공감하는 그림이며, 글이다. 그림의 주인공처럼 힘껏 외쳐보지는 못했지만 날아오를 거라고, 부조리를 끊임없이 기억에 담았던 시절이기도 하다. 작디작은 날개들을 키워가는 시절이기도 하다. 그 그림과 문장도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세상의 폭력들을 담고, 이겨냈고, 목격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간 시절을 떠올리면서 한 장씩 만나는 책이다.
때때로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으로 보였어요.
당신이 당신의 날개로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의 삶'의 그림들도 꽤 매력적이다. 작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호탕하게 웃고, 공감하면서 넘기는 그림들과 문장들. 때로는 혼자만 혼동을 시간을 보내는 듯하기도 하며, 불안이 엄습하기도 하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확신을 가지기에는 이른 날들이다. 뭔가를 찾는 날들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고정관념을 넘어선다. 자유롭고, 경계도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활짝 열린 다양한 사랑들을 그림으로도 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도 홀로 견디는 삶이기도 하다. 다양한 삶들이 펼쳐지는 인생 그림책.
어쩌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요.
아니면 영원히 함께할 수도 있겠죠.
'부모의 삶'은 한 장씩 넘기면서 많이 웃게 한 페이지들이다. 부모의 길은 모두가 처음이기에 좌충우돌하고 자신의 새로운 면을 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긴 여정을 잘 마무리하고 나니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시절이기도 하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건 사절이며 지금이 너무나도 좋은 날들이기도 하다. 부모의 길은 그런 것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서 다양한 시절들을 회상해 볼 수 있었다. 매력이 넘치는 작가의 그림들과 문장들은 충분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어른의 삶'과 '기나긴 삶'은 지금의 삶이며 확실하지 않는 그날들의 이야기이다. 어느 시점까지 우리들의 삶이 이어져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림과 문장들을 넘겨가면서 노년의 삶도 풍성하게 그려보게 한 시간이 된다. 그림들은 유쾌하며, 웃음을 가득히 선물해 준다. 문장들은 가볍지도 않다. 하나씩 만나며 만나갈수록 사고를 더욱 확장시켜주는 유익한 글들이었다. 멋진 작가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 멋진 선물과 같은 책이었다.
우리 살아가는 모든 시절의 장면과 이야기를 색으로 담아내면 이렇게 될까. 이렇게 그립고 예쁜 색이 있을까? 우리가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칠하면서 살아왔을까? 개인이 살아온 모습이 다르니까 그 색도 다르겠지만 비슷할 것이다. 다들 그렇게 태어나고 자라면서 늙어가는 거라고, 그게 뭐 별거냐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상하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렇다. 간단한 한 마디로 풀어낼 수 없는 게 우리 살아온 시간이 아닐까 하는 마음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하고 농도가 다른 색채로 표현했을까 싶다. 하고 싶은데 표현되지 않는 많은 말처럼, 색으로 그 말을 계속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게, 지나온 시간의 색이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지나온 시절의 색은 희미했다. 이 봄날에 보는 찬란함과는 거리가 먼, 느슨하고 흐릿한 무채색에 가까웠다. 지금보다 어렸고,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힘이 넘쳤던, 말 그대로 찬란했던 시절의 우리가 걸어온 길의 색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다. 뭔가 해놓은 게 없어도 그냥 좋았던 때 아니었던가? 뭘 몰라서 천진난만했던 시절을 지나, 엄마한테 대들면서 눈을 부릅뜨던 청소년 시절도 겪었고,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어른이라 불리는 시절을 살아가고 있고, 부모가 되고 자기와 똑같은 아이를 키우면서 사는 동안 점점 나를 키웠던 부모의 마음을 알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늙어간다. 노년이라 불리는 나이가 된다. 어디 나이뿐일까. 외모도 마음도 나이를 먹는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항상 부족하게 살아왔던 마음이, 나를 노년으로 이끈다. 아이가 없으니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는 못할 테다. 지금 나는 아이를 키우며 부모의 마음을 읽는 어른이 아니라,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 마음을 배우는 중이다.
지금 하는 일은 노인분을 자주 대하는 일이다. 휴대폰을 조작하면서 간단한 문진을 하고, 검사가 진행된다. 검사를 받으러 온 어르신들에게 휴대폰과 신분증을 꺼내 달라고 말하면 서슴없이 꺼내시는데, 이렇게 저렇게 작성해달라고 안내를 하면 표정이 변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나는 이거 할 줄 몰라, 대신 좀 해줘. 바쁘지 않으면 한 분씩 천천히 응대해 드리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바쁘면 종이에 적어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때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침침해진 눈으로, 잘 배우지 못한 한글 때문에, 늙은 몸으로 손에 힘이 없고 떨려서 직접 작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그때에도 나는 천천히 그분들 신분증을 보고 개인정보를 작성해준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못하는 상황에 어르신들은 당황한다. 민망해한다. 못 배워서 슬프다며 혼잣말을 한다. 다 써주면 고맙다고 한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데, 그분들에게는 그게 고마운 일이 된다.
언젠가 내가 마주할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처럼, 그분들에게도 태어난 아기 시절이 있을 것이고, 부모의 손길로 잘 자라던 순간이 있을 테지.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조잘거리던 때도 있을 테고, 미래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걱정보다 그 순간을 즐기는 재미도 있었을 거다. 우리 모두 비슷하게 살아왔다. 또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나에게 그분들은 내가 지금보다 더 늙은 어느 순간의 모습이겠지. 나는 휴대폰을 아는 젊은 시절을 겪었기에 나이가 든 후에도 휴대폰으로 조작하는 웬만한 건 할 수 있겠지만,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그때가 되면 또 새로운 문명에 당황하고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도 이분들처럼 민망해하면서 혼잣말을 읊조리게 될까.
한 페이지 넘기고 한 문장을 곱씹을 때마다 노래 한 곡이 계속 생각났다. 김광석이 부르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사 한 줄 한 줄이 그대로 눈물 쏟아내게 하는지라, 웬만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노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떠올라버렸다. 젊은 시절부터 함께해온 부부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한 사람을 보내는 슬픔이 가득할 것만 같은데, 남겨진 사람이 소환하는 젊은 시절부터의 부부의 삶은 그리움이었다. 곱고 희던 손으로 넥타이를 만져주며, 아이들 학업 뒷바라지를 하던, 자녀 결혼식에서 흘리던 눈물을, 그렇게 흰머리 가득한 인생이 되어버렸음을. 이상하게도 그게 후회가 아니라, 그렇게 걸어온 삶을 추억하는 기분에 더 눈물이 나곤 한다. 우리 이렇게 잘 살아왔구려, 옆에 있어 주어서 고맙네, 누군가 먼저 떠나겠지만 먼저 가면 나를 기다려주시게, 곧 다시 만나세. 뭐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닐까. 누구나 가진 눈부신 시절을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한 사람의 생을 여행으로 표현한다면, 길고 긴 여행을 마친 누군가의 삶을 들려주는 것만 같다. 누가 만들어준 한 생의 동영상을 보는 기분도 든다. 지나온 세월이, 태어나고 자라온 젊은 시절이 결코 바래거나 잊힌 색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았다. 슬프고 아플 때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 시절에 어울리는 시기를 잘 건너왔고, 인생의 많은 감정을 배우고 표현하고 겪으면서 걸어왔으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역시 그렇게 걸어온 색으로 채워지고 칠해지고 있음을... 때로는 기억을 잃고 천진난만한 늙은 아이가 되어 있더라도, 어느 한순간도 사랑받지 않았던 때가 없으니, 언제나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태어난 우리가 자라는 모습 그대로, 소년에서 성인으로, 중년, 노년으로 가는 삶의 궤적이 짧은 그림과 몇 개의 문장으로 다 표현되는 게 놀랍다. 그 짧은 이야기에 눈물 줄줄 흘리고 있는 나는 또 뭐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출렁이는 이 울컥거림은 또 뭔지 모르겠다. 우리 삶의 색이 결코 흑백으로 저장되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어쩌면 그립고 아쉬운, 돌이킬 수 없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 아름답고 찬란하던 시간을 소환하는 마법 같은 책이다. 솔직히 구매하기 전에는 책값 비싸다고 많이 망설였는데, 이제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되어버렸다. 노년에 관한 책 읽고 있다가 꼬리를 물 듯이 함께하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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