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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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00g | 128*188*20mm |
ISBN13 | 9788925579245 |
ISBN10 | 8925579243 |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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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00g | 128*188*20mm |
ISBN13 | 9788925579245 |
ISBN10 | 8925579243 |
MD 한마디
어느 조용한 섬의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주인공과, 그 곁의 여러 삶과 죽음을 그린다. 일요일 오후 세 시의 특별한 간식 시간, 함께 나누는 따뜻하고 뭉클한 행복의 맛! -소설MD 박형욱
라이온의 간식 옮긴이의 말 저자의 말 |
책의 제목인 '라이온'도 '간식'도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뜻을 얻을 수 있다. 섣불리 설명하려고 했다가는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 같다. 더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짐작하게 해 버릴지도 모를.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 죽음을 치르는 이들을 보내는 처지에 있는 사람, 가까운 사람이 죽고 난 이후의 상황을 견디고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 사람들의 이야기. 상상이라지만 충분히 그럴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가깝게 와 닿는 이야기들. 죽음을 마냥 아름답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방식이라면 조금은, 적어도, 두려움과 막막함에 따른 고통으로 시달릴 것 같지는 않다.
호스피스에 대해서도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아프든 아프지 않든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겠지만 그 시간을 맞이하는 태도를 준비하는 일은 참 난감하다. 이게 도무지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경험자가 없는 탓이다. 아무도, 이 세상에서는 알려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지 나 혼자만 겪고 끝날 일. 사랑하는 이가 남아 있든 어찌 되었든. 남은 사람에게는 남은 대로의 몫이 있겠지만.
앞서서 굳이 대비할 필요는 없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만약 내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모른 척 하며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이다. 아직 내가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가까운 누군가가 아픈 것도 아닌데, 건강한 죽음이라는 화제가 떠나지 않는다. 장수 시대라고 해서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이는 셈.
읽어 보면 두루 좋으리라고 권해 본다.
내일이 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9)
태어나는 것과 죽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니까요. (21)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언제나 모든 것을 ‘좋다’나 ‘나쁘다’로 정했다. 그것도 나한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상대에게 좋은가, 나쁜가로 판단했다. 미리 상대의 기분을 추측하고 상대가 기뻐해 준다면 나를 희생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상대가 웃어준다면 그것이 내 행복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물론 그것도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게는 아주 바른 행위다. 하지만 내 감정을 희생해 온 것은 확실하다.(46)
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빛이 되는 것. 자기 자신의 생명을 깍아가며 누군가의 빛이 되죠. 그렇게 서로를 비추는 것이죠. (296)
오가와 이토 작가의 책을 좋아했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잔잔해진다고 할까?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책은 여전히 마음 안의 울림이 있다. 대 놓고 울라는 포인트를 주지 않고 슬며시 혹은 그냥 눈물이 나게 만드는 책.
주인공 시즈쿠. 그녀는 바다 건너 ‘라이온의 집’으로 향한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고 의지할 부모도 없는 서른 셋. 그리고 살날이 얼마 없는 암 환자다. 연명치료 대신 남은 시간을 이곳 라이온의 집에서 보내기로 한다. 자신의 수의마저 직접 골라 온 시즈쿠는 이곳에서 괜찮은 시간을 보낸다. 라이온의 집에서는 식사 외 독특한 이벤트가 있는데 일요일 오후 세 시 특별한 간식 시간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각인된 추억의 간식.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었는지 편지 형식으로 사연을 쓰면 마돈나가 추첨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간식과 함께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사연도 밝혀진다. 그리고 시즈쿠 역시 조금씩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오랜만에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그러면서 눈물 나는 책을 읽었다. 올해, 유난히 죽음에 가까운 사연이 많았다. 지인들의 남편 혹은 식구들이.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 감사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느낌일까? 지인 남편분이 폐암 3기라고 했다. 앞으로 2년 정도 산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지만 지인분도 충분히 더 살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좋은 약이 생길 것이고 더 좋은 기술이 나올 거라고.
죽음 앞에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아니 시즈쿠도 결코 처음에는 담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란 녀석이 시즈쿠를 담담하게 아니 담담한 척이라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3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닐까? ‘내일이 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라는 문장.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내일이 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그게 행복이라는 것. 나는 이 말을 알 것 같다. 나도 내일이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요즈음은 그게 행복이라는 걸 안다. 나에게 그리고 나와 내 지인들에게, 내 가족에게 내일이 온다는 게 당연하다는 것. 이 또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
오늘 다시 나의 삶을, 인생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하다.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내 인생이,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을. 매일 사소한 일에도 웃을 수 있는 내 시간이 감사하고 고맙다. 열심히 살 필요는 없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조금은 게으르게 그렇게 살고 싶다. 이젠 너무 열심히 사는 건 패스. ^^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앞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한 간식을 제공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나는 수명이 정해져있는 삶을 아직 살아본 적이 없기에 그런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감정이 느껴질 거 같다. 감정의 변화도 많을 것 같은데 끝에는 체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거 같다.
책을 읽을 때 가끔 이렇게 끄적끄적하면서 읽고는 한다. 캐릭터들이 다 조금씩 안타깝기도 했고 그들의 연관성을 한 눈에 파악하고 싶어서 끄적이면서 읽었지만 음... 지금 보니까 되게 낙서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런 식으로 읽으면 더 파악이 잘 되어서 좋아하는 독서방법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아프기 시작해서 '돌고래 조련사'라는 꿈을 품고만 있었던 '모모'의 죽음이 마음이 아팠다.
사실 여자주인공 격인 '시즈쿠'는 조금 더 오래 버텨가며 살아가는 그런 열린 엔딩으로 가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아버지와의 만남, 그리고 자신은 알지 못 했던 여동생의 존재. 그녀는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산책을 가자고 했던 것이겠지? 247p에 자신의 죽음(이별)때문에 슬퍼할 가족을 생각해 일부러 산책을 나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본 것을 가지고 돌아가라는 시즈쿠의 마음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아팠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정말 간절히 살고 싶어질 거 같은데, 시즈쿠는 이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깨달아가면서 단단해진 것일까?
나의 독서노트 한 켠에 자리잡은 '라이온의 간식' 부분. 나중에 이 책이 다시 보고 싶어지면 일단 독서노트로 돌아올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 아프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하고 '죽음'과 '시한부'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