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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라이온의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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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0g | 128*188*20mm
ISBN13 9788925579245
ISBN10 8925579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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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어느 조용한 섬의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주인공과, 그 곁의 여러 삶과 죽음을 그린다. 일요일 오후 세 시의 특별한 간식 시간, 함께 나누는 따뜻하고 뭉클한 행복의 맛!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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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원과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마돈나를 뒤따라가면서 무심결에 말했다. 나는 자식이 없지만, 딱 한 번 친구가 출산한 조산원에 아기를 보러 간 적이 있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니까요.”
걸음을 멈추고 마돈나가 말했다.
“어느 쪽 문을 여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문?”
마돈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게 삶과 죽음은 극과 극에 있다. 머릿속 이미지로는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펼치는 일대일 대결이다. 마돈나는 그런 내 마음속을 알아차렸는지 좀 더 쉽게 말해주었다.
“네, 이쪽에서는 출구여도 저쪽에서 보면 입구입니다. 삶도 죽음도 큰 의미에서는 같은 거죠. 우리는 빙글빙글 모습을 바꾸며 돌고 있을 뿐 그곳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p.21

내게는 나밖에 없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 부모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 수의를 고르는 것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 p.35

하지만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좋아할 필요 없다.
더 멋대로 살아도 된다고 바다가, 바람이, 내게 속삭였다. 있는 그대로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바다를 보고 깨달았다. 바다는 절대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다. 밀려드는 파도는 저항 없는 물의 모습이다.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
인생 마지막쯤은 마음의 족쇄를 풀어라, 하고 신이 부드럽게 입맞춤하면서 말했다.
--- p.47

귀여워, 하는 말을 백 개 늘어놓아도 천 개 늘어놓아도 만 개 늘어놓아도 내 속에서 끓어오르는 ‘귀엽다’는 감정은 쫓아갈 수 없다. 마치 샘에서 달콤한 물이 퐁퐁 솟구치듯이 끊임없이 내 몸 저 밑에서 어떤 감정이 끓어오른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내 손톱 끝과 머리카락, 어금니 안쪽, 내장 구석구석까지 침투한다. 사람은 이것을 모성이라고 부를 것이다.
…… 롯카, 만나서 기뻐.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규칙적이지 않은 심장 고동, 팥색 코에 작은 물방울, 늘 붙어 있는 눈곱, 조금 거칠어진 발바닥, 하품할 때 훅 나는 독특한 입 냄새도 전부 포함해서 나는 롯카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좋아하게 됐다.
--- pp.86~87

내가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필사적으로 밤하늘을 찾으면 나를 보아주고 있는 별이 분명히 있다. 의미 없는 것은 하나도 없어.
--- p.115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 어차피 인생은 끝나니 자포자기할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마음껏 인생을 음미하는 것. 이미지를 그리자면, 옛날에 아빠와 살던 동네 상점가 빵집의 소라빵 같은 것이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크림이 잔뜩 든 소라빵처럼 마지막까지 제대로 알차게 사는 것이 지금 내 목표였다.
--- p.191

인생이란 한 개의 촛불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은 자기 스스로 불을 붙이지도 못하고 불을 끄지도 못합니다. 한번 불이 붙으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다 타서 꺼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당신의 친부모님처럼 큰 힘이 작용해 갑작스럽게 불이 꺼지는 일도 있겠죠. 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빛이 되는 것. 자기 자신의 생명을 깎아가며 누군가의 빛이 되죠. 그렇게 서로를 비추는 것이죠.
--- pp.29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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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생의 끝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간식들이 나오는 소설이라니, 죽음의 돌이킬 수 없는 무거움과 간식의 포슬포슬한 가벼움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해하며 읽었다. 오가와 이토 특유의 매력적인 도약들이 가득해서, 역시나 상상 밖의 지점들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얼굴들이, 계절이, 맛이 떠올라 기분 좋게 울게 된다. 유난히 귀여워해 주셨던 친척 어른의 호스피스를 방문했을 때, 그분이 웃으며 내밀었던 아이스바의 맛 같은 것들이 반짝반짝하게 되살아나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가 잃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빛이 된다는 것을 언제나 믿고 싶다.
- 정세랑 (소설가)
《라이온의 간식》은 ‘죽음은 삶에 이어지는 다음 페이지일 뿐이구나’ 하는 담담함을 전해주었다. 산 자의 오만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려견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에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많은 위안이 됐다. 나의 삶과 반려견의 죽음은 한 권의 책에서 페이지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슬픔이 덜했다. 마지막 페이지쯤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테니까.
- 권남희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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