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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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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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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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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0.9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2.9만자, 약 4.2만 단어, A4 약 81쪽?
ISBN13 978895625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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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1920년대 베를린,
전쟁 직후 혼란 속에서 갈피 잃고 헤매던 영혼들.
무채색조의 겉모습에 감춰진 찬란한 첫사랑의 환희!
감시와 검열이 판치던 시절,
망명자가 되어 국경을 넘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터키 국민 작가 사바하틴 알리의 기념비적 고전!


1943년, 이스탄불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사바하틴 알리의 다른 저작이 큰 관심 속에서 회자되는 동안에도 이 소설은 예외였다. 심지어 세상에 책이 나온 지 불과 다섯 해 만에 저자는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살해됐다. 터키 정부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으려다 극우 인사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바하틴 알리는 1950년대에 이미 유럽에 이름을 알리며 불가리아 교과서에 실렸을 만큼 특별한 작가였으나 그렇게 소설의 운명은 갈피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반 세기가 넘는 세월 속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살아남았다. 70년이나 된 사랑 이야기가 터키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2013년 이후 여러 해 동안 터키 출판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한국어판이 출간되는 2017년 가을, 지금도 터키 문학 시장에서 이 소설은 당당히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영국 펭귄 북스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문학성과 권위를 검증해 보였다. 영문판 이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미인’으로 꼽힌 영화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를 여주인공으로 영화화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문학가 오르한 파묵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독자들은 끊임없이 사바하틴 알리의 소설에 호응한다. 특히나 청년 독자들의 관심이 놀랍다. 남녀도, 세대도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의 힘일까.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가 뒤늦게 ‘터키 문학의 고전’으로 떠오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이제 한국 독자들도 함께 소설을 읽고 그 이유를 함께 이야기할 때다.

저자 소개 (2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불멸의 걸작을 남기고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사바하틴 알리,
어둠속에 묻히고도 끝내 살아남은 작품의 운명


우리에게 터키 문학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6년 오르한 파묵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변방이라 여기던 터키가 세계 주류 문학계에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우리 문학계가 보인 기대나 호기심은 남달랐다. 국내에 소개된 터키 작품은 60여 종 정도다. 오르한 파묵이나 아지즈 네신, 야샤르 케말, 엘리프 샤팍 등 굵직한 작가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세계적인 명성과 문학적 의미에 비해 아직까지 소개되지 않은 것이 이상한 작가가 바로 사바하틴 알리다.

사바하틴 알리는 1930년대 터키 농촌의 현실을 스케치한 작가이자 시인이다. 혼란스런 사회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 작품으로 격동기 터키 문학의 최전선에 선 한편, 사랑의 근원적인 속성과 상대적, 양면적 측면을 진지하게 조명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를 비판한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교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두 차례나 투옥되는 등 박해를 받았다. 검열과 감시 속에서 손발이 묶여 트럭 운전수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으나, 아무 뜻도 펼치지 못하고 여권마저 발급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 국경을 넘어 망명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마저 불발돼 사바하틴 알리는 불가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정보국 일원으로 의심되는 극우 인사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후 그의 글은 오랜 세월 금서로 묶였다가 뒤늦게 인정받으면서 오늘날 터키와 불가리아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대표작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터키 문학사에서 불멸의 걸작으로 꼽힌다.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않아 작가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음에도 이 소설은 터키에서 매달 1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고, 2017년 현재까지 85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2016년에야 비로소 영어로 번역되면서 영미권에서도 크게 주목받았고, [가디언]은 진심 어린 찬사로 이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열정과 치기, 환희와 좌절을 오가는 첫사랑의 긴장과 흥분
사라져버린 시대의 진흙탕 속에 매몰되고 만 사랑과 청춘


이야기는 1930년대, 터키 앙카라에서 시작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민족운동이 일어나면서 터키에 공화정이 수립된 무렵이다. 청년 화자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직장을 잃고 의기소침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이다. 일자리를 구하던 화자는 우연히 만난 동창의 도움으로 취직을 하고, 새 직장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라이프 에펜디를 만난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주 평범하고, 아무런 특징도 없으며, 매일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수백 명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의문에 빠지고 만다. ‘저들은 뭣 때문에 살까?’, ‘저들에게 삶의 의미는 과연 뭘까?’, ‘저들이 숨 쉬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마땅한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8쪽)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가련하고,
심지어 가장 바보 같은 사람도
깜짝 놀랄 만큼 복잡한 영혼을 지니게 마련이다.
우리는 왜 이러한 내면을 헤아리려 하지 않고
인간이라는 피조물을 섣불리 이해하고 손쉽게 판단하는가?”
화자가 라이프 에펜디를 더 가까이 알게 된 건 오로지 우연이었다. 그는 좀체 속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내면에는 외롭게 소용돌이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지극히 인간적인 호기심에 빠져든다. 그리고 머지않아 라이프 에펜디는 화자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툰 열정과 꼬여버린 관계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연상시키고
설명할 길 없는 여운은 『위대한 개츠비』만큼 강렬하다


전쟁 이후 어수선하던 터키, 이십 대 중반 청년 라이프는 아버지의 권유로 가업인 비누 제조업을 배우러 베를린으로 간다. 예술, 특히 그림에 관심이 많은 라이프는 우연히 들른 전시회에서 어느 화가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그림 속 여자는 분명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눈길을 떼지 못하고 여자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그림은 이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라이프는 이 자화상이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아르피에의 성모]에 나오는 마돈나와 닮았음을 알게 된다. 자화상에 빠져든 라이프는 날마다 전시장에 가 화랑 문이 닫힐 때까지 그림 앞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그림에 몰입한 나머지 이러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인이 라이프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의 느낌을, 그때 나를 휘감은 격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오로지 모피 코트를 입은 어떤 여인 그림 앞에서 얼어붙고 말았다는 기억뿐이다. 그때까지 어떤 여자에게서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낯설고 강인하고 거만하며 심지어 야성적이었다. 이 얼굴 혹은 이와 비슷한 얼굴을 어디에서도 본 적 없지만 마치 아는 여자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그때, 그림 속 여자가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지, 이건 자화상이잖아! 그녀가 세상에 있다! 그녀가 살아 있다! (92쪽)

“아니요, 아니요, 그렇게 듣기 좋은 말로 얼버무려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생각해봐요. 남자와 여자는 서로 뭘 원하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어요. 우리 감정이란 게 얼마나 모호한지, 누구도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급류에 휩쓸려가지요. 난 그렇게 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여자는 항상 수동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왜 항상 우리는 도망치는 쪽이고 당신들은 쫓아오는 쪽이어야 하지요? 왜 항상 우리는 항복하고, 당신들은 전리품을 챙기지요? 왜 당신들은 애원할 때조차 우월한 위치에 서고 우리는 거절할 때마저 무력해야 하지요? (…) 우린 멋진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내 말을 가로막지 않고, 내 생각에 반박하지 않고,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러니까 버릇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귀 기울여준 첫 번째 남자가 당신이에요. 나를 이해했다는 게 그 눈빛에 역력히 보여요. 나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중요한 문제에는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어때요, 나랑 친구할 거예요?” (175쪽)

우리는 영혼의 가장 은밀한 구석까지도 망설이지 않고 드러내 보였고,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도 절대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게 뭔지 우리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사람과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지금까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이 친밀함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아마도 내 욕망의 마지막 목표는 그녀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소유하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러다가 이미 가진 것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나 커서 감히 이 목표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새를 바라보면서, 자칫하면 새를 놀래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벌벌 떠는 꼴이었다. 그러나 응큼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193쪽)

집 단장을 하는 까닭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영문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유럽에서 잠시 살다 오더니 시건방이 들어 천박하게 유럽풍을 모방하며 겉치레한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하기야 수확도 하기 전에 올리브를 입도선매하고 그도 모자라 여기저기서 빚을 낸 초짜 농사꾼이 그렇게 장만한 돈을 거울 달린 장식장과 욕실 꾸미기에 퍼붓는 것은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빈정거리는 소리에 전혀 개의치 않고 쓰게 웃었다. 그들이 이해할 턱이 없었다.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 다시는 그녀로부터 소식이 오지 않았고, 어디서도 마리아 푸데르의 이름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제…, 아직 여기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한 달 뒤,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가 ‘수취인 없음. 발신인에게 반송’이라는 소인이 찍혀 되돌아왔다. 그때서야 모든 희망을 버렸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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