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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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576g | 140*208*24mm |
ISBN13 | 9791168120716 |
ISBN10 | 1168120713 |
출간일 | 2021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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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576g | 140*208*24mm |
ISBN13 | 9791168120716 |
ISBN10 | 1168120713 |
“이제 우리는 책 때문에 울어도 된다. 재영 작가가 우리 편이니까.”_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는 책 수선가의 작업 일지 어떤 책은 나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때때로 어떤 책은 평생 내 곁에 함께한다. 이 책은 낡아가는 책에 담긴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자, 종이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 ‘재영 책수선’은 책장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오래된 책의 미감을 세심하게 돌아본다. 수선 맡긴 책을 찾으러 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의뢰인, 기대에 가득 차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의뢰인,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 새라 의뢰품을 조심조심 꺼내놓는 의뢰인까지, 재영 책수선에는 책에 얽힌 반짝이는 기억들이 가득하다. 쓰던 물건도 무엇이든 쉽게 사고파는 시대에 저자는 낡고 손때 묻은 책을 버리지 않고 굳이 고쳐 읽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되살리는 곳, 재영 책수선과 함께 뒤틀리고 망가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자. |
프롤로그 내 직업은 책 수선가다 살아남는 책 낙서라는 기억장치 ‘수선’과 ‘복원’의 차이 | 책으로 자전거 타기 | 대물림하는 책, 그 마음을 담아 떠난 자리에 남은 책 재단사의 마음으로 | 오늘도 무사히 책 수선가입니다 |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는 일 버터와 밀가루의 흔적을 쌓아가기를 당신의 찢어진 1센티미터는 어디인가요? | 나의 오랜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1 | 할머니, 여기는 산수유 꽃이 피어날 계절이 곧 돌아와요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다 우리 일상에 스미는 책 수선 | 나의 오랜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2 | 한 글자씩 써 내려간 마음이 살아갈 집 파손이라는 훈장 ‘반려책’과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 나의 초콜릿 크림 파이 | 재영 책… 아니, 종이 수선! 소모품과 비품의 경계 우연히 만나 운명이 되는 책 | 책의 진화론 | 33년간의 사랑 고백 오래된 책을 위한 자장가 어떤 사랑의 기억 앞으로의 책생에 함께하는 방법 | ‘재영 책수선’에서 수선을 기다리는 책들 | |
신선함. 비교적 생소한 영역의 업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신선함이 책장 곳곳에 가득하다. ‘책 수선’이라는, 어쩌면 생소한 영역 속에서 마주하는 과정 및 도구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따스함. ‘수선’ 혹은 ‘복원’이란 단어가 갖는 특유의 따뜻함이 모든 챕터와 사연 구석구석 스며있다.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전해지는 따스함 덕분에 수선 과정을 지켜보는 여정이 내내 훈훈하다.
질문. 신선함과 따스함이 독서 과정에서 전해지는 이 책의 매력이었다면, ‘질문’은 독서 과정의 끝에서 찾아오는 이 책의 또 한 가지 매력이다. ‘책 수선을 맡기고 싶은 책이 나에게는 있는가?’ ‘그 책에 얽힌 나의 사연 및 추억은 무엇인가(혹은 무엇이었던가)?’ 비록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여정은 끝이 났지만, 책이 남기는 굵직한 질문 덕에 내 주변 책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여정이 새롭게 시작되는 셈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정한 이 책의 매력이 상기 세 가지일 뿐,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한 책이라 비친다. 가볍고 경쾌한 문체와 표지 디자인, 비포/애프터를 비롯해 수선 과정에 디테일을 더하는 다양한 사진 기록들, 언제 어디서든 읽고 덮고를 반복할 수 있는 단락 구성 등.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책이니 만큼, 독자 저마다에 따라 건져 올리는 책의 매력이 조금씩 다를 뿐, 종국에는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이 책에 매료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재영 책수선은 세상의 모든 망가진 종이들을 환영합니다! / p.235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독한 책 한정 결벽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책에는 어떤 흔적이라도 남지 않도록 조심히 다루었다. 밑줄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으며, 그 흔한 인덱스 한 장도 붙이는 일이 없었다. 책도 무조건 빳빳한 새 책으로만 구매했었다. 표지도 구겨지지 않게 읽느라 목과 허리가 아픈 일은 다반사. 주변의 사람들은 뭘 그렇게 책을 불편하게 보냐고 웃었지만 내 몸 건강보다는 책의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헛소리 대답을 했었다.
독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풀어진 것 같다. 책에 인덱스를 붙이고 있으며, 그동안 하지 않던 책 중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중고로 구매한 책이 절반이 넘을 정도로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책에 밑줄을 긋거나 구김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배송 중 오는 상처에 마치 내 몸의 상처처럼 느껴기지도 하지만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책에 대한 스타일 때문인지 몰라도 중고서점에 파는 책들마다 전부 최상 도장이 찍힐 정도이기에 나름 의미가 없는 일 또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재영책수선 님의 직업 에세이이다. 우연히 SNS와 즐겨 보는 유튜버 님의 영상을 통해 이 책의 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책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하면 출판사 편집자, 도서관 사서 등 떠오르는 직업이 한정되어 있는데 책 수선가라는 직업 자체가 조금 생소했다. 책을 내 몸보다 더 소중하게 다루면서 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관심이 생겼다. 서평 이벤트에 신청할 정도로 눈 여겨보던 책 중 하나였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이렇게 읽게 되었다.
저자는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미국 대학원에서 제지와 북아트를, 이후 도서관의 서적을 수선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 재영책수선이라는 개인 작업실을 열게 되었다. 에세이에서는 책 수선가로서의 이야기뿐 아니라 수선을 의뢰하는 책들이 가진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특별하지 않은 책들이지만 돈과 시간을 투여해 전문가에게 수선을 맡길 정도의 애정 어린 책에 대한 사연들을 읽으면서 눈으로 보는 라디오 사연을 보는 것 같았다.
사연이 깊은 책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할머니의 일기장과 자녀에게 성경을 대물림하고, 아끼는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 등 사연이 깊은 책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여행 일지에 대한 사연과 옥편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여행 일지에 대한 사연은 친구와 전라도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과 기록이 담긴 노트가 의뢰로 들어온 내용이다. 읽으면서 집에 있는 손바닥만한 여행 노트가 떠올랐는데, 대학교 졸업 이후 취업까지 미루고 대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내일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나보다 더 계획적인 친구가 여행 일정과 체크 사항들을 링 제본을 해서 나눠주었는데 거기에 사진이나 관련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게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내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 내 머릿속에서도 희미해질 정도인데 기록이 있었다면 그러한 추억을 더 오래 친구들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옥편 사연은 할아버지에서부터 삼촌과 아버지, 의뢰인에게로 내려온 한자 사전의 이야기이다. 사실 나에게 옥편이라는 것에 큰 기억이 없다. 단지 초등학교 졸업에서 선물로 받았다는 것 정도. 그것도 심지어 나에게는 존재 자체가 없어진 사전이어서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70~80년이 넘는 세월동안 3대에 걸쳐 한자 사전을 사용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족보와 같은 가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가끔 내가 아끼는 책을 조카와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맥락과 비슷한 생각이지 않았을까. 인터넷으로 한국어와 영어,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의 사전들을 볼 수 있는 시대에서 옥편이라는 게 신기했었다.
책의 사연뿐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면 좋은 정보들도 많이 있었다. 수선과 복원의 차이부터 책 수선가가 사용하는 도구들, 책 수선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렇다. 책 수선이라고 해서 수선의 범위가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갈피나 굿즈 등 종이로 만들어진 물건들이라면 전부 수선이 가능하다는 게 새로웠다. 또한, 책 수선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파트너라고 칭했다. 도구를 알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한낱 일할 때 사용하는 물건들을 파트너이자 동료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직업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직장과 관련 시스템들을 동료로 여기지는 않았던 내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 장갑을 끼지 말라는 내용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책을 유난스럽게 아끼는 입장에서 항상 책을 읽을 때 손을 씻고 책장을 넘기는 습관이 있다. 심지어 손에 유분이 남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손이 갈라져 피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책을 읽을 때에는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는다. 덕분에 가뭄 때 땅이 쩍쩍 갈라지는 현상들이 내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 부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조금 더 희생하라는 속마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생소한 직업에 대한 이야기여서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너무 쉽게 풀어진 내용들이어서 읽는 것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수선가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미적 감각이 제로에 수렴하는 나로서는 꿈도 못 꿀 직업이라는 한계가 단박에 느껴졌다. 그래도 새로운 직업을 떠나 책의 이야기와 책을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우연히 다른 사람의 서평을 보고 끌려서 구매한 책이다. 표지부터가 특이하다. 노란색 바탕에 상하 두 개의 흰색 모양. 아마도 위쪽은 수선 전의 상태를, 아래쪽은 수선 후의 상태를 의미하고자 한 것 같다. 그건 작가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편집자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심플한 그 표현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이 책은 배재영이라는 책 수선가의 수선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알기 전에 이 분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으며 SNS를 본 적도 없었고, 책수선이라는 직업이 있는줄도 몰랐다. 참으로 흥미로웠다. 책을 수선해서 본다니. 어떤 책들이기에.
이 책에 담긴 기록들은 비싼 고서나 중요한 책이 아닌, 대부분은 추억 혹은 의미가 담겨진 것들이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수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건 단지 비용으로만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책 뿐만 아니라 종이로 된 것은 무엇이든 수선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 책에 담긴 내용 중에 결혼앨범을 수선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도 많은 사연들이 '아, 그래서 책 수선을 했구나'라는 공감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수선 전후의 사진들이 함께 있어서 글로만 보는 것보다 이해를 돕는다. 대부분은 원래의 모습과 달라진 것들이 많지만 복원이 아닌 수선이기에 실용성도 고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한 작업들은 의뢰인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니 의뢰인도 충분히 납득하고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수선가라는 직업이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전공도 있는 것 같다. 저자도 미국에서 수 년간 책수선을 공부하고 일했고, 국내에 와서도 도서관에서 전문적으로 책수선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사업을 하고 있지만 과연 사업이 잘 될까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저자의 얘기론 걱정할만큼은 아니라고 하니 더 많은 이들에게 책 수선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럼 다음번 책에서 또 다른 책 수선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