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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기 베인

리뷰 총점9.6 리뷰 28건 | 판매지수 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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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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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738g | 140*210*30mm
ISBN13 9791191922004
ISBN10 119192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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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허락된 삶 그 너머를 꿈꿨으나 절망에 빠진 엄마 애그니스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된 아들 셔기의 무력하고도 절절한 사랑 이야기. 시대가 낳은 가혹한 운명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의 꽃이 핀다. 2020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 소설 MD 김소정

보수주의이자 반노동조합주의였던 마거릿 대처의 정책 아래 철공소, 광업소,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불황과 절망에 빠진 공업 도시 글래스고. 자신의 우상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빼닮은 아름답고 자존심 강한 여인 애그니스 베인은 비루한 현실이 그녀에게 건네준 것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가학적이고 이기적인 바람둥이 남편이 그녀를 떠나며 외진 탄광촌에 아이 셋과 버려진다. 애그니스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 점차 술에 의존하며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일삼고, 그녀의 곁을 지키던 아이들도 끝내 자신의 삶을 구하기 위해 한 명씩 떠나간다. 한편 다른 소년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잘못되었다’는 낙인이 찍힌 막내 셔기는 자신이 노력하면 어머니를 술의 손아귀에서 구할 수 있으며 자신 역시 정상적인 소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데…

2020 부커상 수상, 전미도서상 최종후보, 브리티시 북어워드 올해의 책과 올해의 데뷔작. 2020년 영미 문학계를 평정한 이 데뷔작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암울한 시기였던 1980년대에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과, 그 처참함 속에서도 빛나는 어머니와 아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생생하게 그렸다.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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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에 잃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소설,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며 역사에서 잊힌 한 시대와 장소를 기념하다


저자 더글러스 스튜어트가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며 틈틈이 집필해 십 년 만에 완성한 이 데뷔작은 서른 곳이 넘는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뒤에야 끝내 출간되었다. 하지만 일단 출간되고서는 평론계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나아가 영미 문학 최고의 영예라고 불리는 부커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2020년도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음은 물론 “고전의 반열에 오를 소설”로 인정받았다.
『셔기 베인』은 자전적 소설이 아니며 모든 내용이 허구이지만 저자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경험에 많은 부분을 기반한다. 실제로 글래스고의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스튜어트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알코올중독에 시달린 어머니를 보살피며 자랐고, 열여섯 살에 끝내 알코올중독 관련 질병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어린 시절 스튜어트는 어머니가 술을 마시지 않게 하기 위한 방책으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하는데, 그는 『셔기 베인』을 집필함으로써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그가 속했던, 고달픈 시대에 희생당하고 역사에서 잊힌 80년대 글래스고의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었다.
1980년대는 글래스고의 역사에서 암울한 시기였다. 현대화와 탈공업화라는 명목 아래 제조업을 폐쇄하고 노동조합을 가혹하게 짓밟았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대폭 감소한 마거릿 대처의 정책 아래 공업도시 글래스고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실업률이 25퍼센트를 넘었으며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희망조차 만무하고,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소외감이 만연한 도시에서는 알코올/마약중독과 범죄가 급증했다. 가족 대대로 제조업에 종사했던 노동계층은 현재와 미래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보잘것없는 실업수당에 생계를 의존해야 하는 한편, “게을러서 가난하다”라는 억울한 편견까지 안고 살아야 했다.

“아버지의 직업을 약속받았던 공영주택 출신 젊은이들의 미래가 깡그리 사라졌다. 남자들은 그들의 남성성 자체를 잃고 있었다.”

잿빛 도시에서 무지갯빛 삶을 꿈꾼 여자, 애그니스
무모한 희망일지라도 희망이 필요하기에


이렇게 암담한 사회적 분위기와 고달픈 현실 속에서 맞서 싸울 투지마저 잃어버리고 “불평하지 마라. 더 힘들 수도 있다.”라는 태도를 내재화한 주변 사람들과 달리, 『셔기 베인』의 헤로인 애그니스 베인은 사랑과 모험, 그리고 세상이 자신에게 허락한 것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기어이 넌 더 많이 바라야만 했지.”
“그럼 왜 안 되는데?”

구불구불하게 세팅한 머리, 화려한 화장, 하얗게 빛나는 의치, 밍크코트와 하이힐. 애그니스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글래스고 억양 대신 영국 표준 악센트로 말하고, “자기 외모에 자부심을 품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늘 단정한 모습을 보이고 예의를 지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애그니스는 사랑을 느끼지 못한 첫 남편을 떠나 택시운전사 셕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가학적이고 이기적인 남자 셕은 애그니스를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사용할 뿐, 곧 그녀의 친구들을 포함한 많은 여자들과 외도를 저지른다. 독자가 처음 만났을 때 애그니스는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인생에 실망하고 노골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끝까지 붙들고 있다.

“우리는 단지 새 출발이 필요한 거야. 전부 다 좋아질 거라고 셕이 말했어.”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이며 사랑에 대한 환상에 빠져 위험한 선택을 하는 애그니스는 고전 속의 보바리 부인 혹은 안나 까레니나를 연상시키며, 번번이 좌절을 마주하고 알코올중독의 수렁에 빠져서도 새로 거듭나길 꿈꾸는 그녀의 슬프고 무모하면서도 용감한 희망은 끝내 셔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타인에 의한 정체성의 파괴와,
우리를 우리로 살게 해주는 사랑의 힘


셕이 애그니스와 세 아이를 버리고 간 탄광촌은 지역 경제의 젖줄이었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곳이다. 하나뿐인 기차역마저 폐쇄된 후에는 “하루에 세 차례 지나가며 어디를 가든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버스 하나만 외로이 순회하는 이곳은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애그니스의 화려한 겉모습과 표준어 말씨, 그리고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는 당당한 태도는 이웃들의 적대감을 사고, 남편에게 버림받아 홀로 살면서 알코올중독이라는 약점까지 안고 있는 그녀는 남자들의 쉬운 표적이 된다. 한편 셔기는 “소년답지” 않은 말투와 몸가짐, 말쑥한 차림새 때문에 고작 여섯 살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옳지 않다”라는 낙인이 찍히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기도 전에 “호모”라고 불리며 학교 폭력과 조롱에 시달린다.
남자다움을 숭배하고 “다른 것”은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사회에서 셔기와 애그니스는 겪는 폭력은 비단 신체적, 성적 폭력만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고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을 주입하는 정신적인 폭력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자신이 잘하면 어머니가 나을 수 있다고 믿으며 보살피는 셔기의 헌신적인 사랑은 제삼자에게는 그 끝이 너무나도 뻔하기에 처절하게 아프지만 어두운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의 불씨이기도 하다. 또한, 아들이 다른 소년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가 자신답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려는 애그니스의 사랑은 끝에 가서 셔기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악한 사람은 없다. 악한 시대가 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의 리뷰어는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괴물 같은 행동을 많이 보여주지만 그의 소설에 괴물은 없다. 상처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셔기 베인』에 담겨 있는 스튜어트의 시선은 대처리즘 아래 깔려 있는 이념과 첨예하게 대조된다. 범죄, 중독, 가난을 순전히 개인의 잘못과 결함에서 비롯된 사회악으로 치부한 대처와 반대로 스튜어트는 그런 파괴적인 행동을 낳은 환경적. 시대적 요인을 고려해달라고 독자들에게 말하는 듯하다. 스튜어트는 심지어 셔기와 애그니스를 괴롭히는 인물들에게도 입체적인 인간성을 부여하고, 인간의 추한 이면을 미화 없이 폭로하면서도 그 어둠을 뚫고 나오는 인간미를 함께 전달한다.

『셔기 베인』 속의 페미니즘
『셔기 베인』에서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여성의 존재감이다. 이 소설에서 대부분 남성이 파괴적인 존재로 나타난다면 여성은 끈질긴 생존력과 강철 같은 의지, 가족에 대한 보호본능과 사랑으로 표현된다. 『셔기 베인』의 세계는 여자들의 세계다. 붕괴되고 있는 사회에서 공동체와 가정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여성들은 “적당한 일자리가 부족하여 소파에서 썩고 있는” 남자들을 대신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때론 가스 미터기, 전기 미터기를 따서 생활비를 마련하며, 도둑질을 해서라도 크리스마스 저녁을 차리는 둥 억척스럽게 자신의 가정을 지켜나간다.

“얘한테 이걸 사주고, 쟤한테 저걸 사주면, 본인은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 어머니들의 산수였다.”

또한 스튜어트는 애그니스가 셔기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여자라는 것을, 그녀가 단순히 알코올중독에 빠져 아이들을 방치하는 나쁜 어머니가 아니라, 그녀의 인생을 자신의 잣대에 맞추려는 남자들과 그녀를 성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남자들, 그리고 가부장적 사회적 제재와 고립 속에서 자신의 질병과 힘겹게 투쟁한 여성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셔기 베인』을 거절했던 다수의 출판사는 이 이야기가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하는데, 80년대 글래스고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배경에서 알코올중독과 가난, 폭력과 소외 등 어두운 주제를 다룬 이야기가 출판사들의 예상을 뒤엎고 세계 곳곳에서 공감을 자아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때론 고통스러울 정도로 참담한 이야기 속에서 점점 더 밝게 빛을 발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태양이자 블랙홀인 어머니의 굴레에서 끝내 벗어나야만 하는 셔기의 절망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과, 냉정한 세상과 내면의 악마에 맞서 싸운 애그니스의 용감한 투쟁은 모든 명작이 그러하듯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중독과 용기, 그리고 사랑에 대해 놀랍도록 진솔하고 따뜻하며 강렬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 데뷔작에 전율했다. 욕망의 파괴력과 가족에 대한 성찰이 가슴 절절하게 슬프지만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
-부커상 심사평

명작처럼 읽히는 데뷔작. 『셔기 베인』은 망가진 부모를 향한 아이들의 무력하고 절망적인 사랑을 여실히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

손을 뗄 수 없는 소설. 셔기가 홀로 남게 되기까지의 아름다우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 소설은 불굴의 인간 정신을 증명한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라이브러리저널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통렬한 소설은 비극이자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셔기 베인』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정신을 기린다.
-북페이지

독자는 『셔기 베인』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소설은 장면 하나하나가 걸작이다.
-커커스리뷰

놀랍도록 생생한 이 소설은 단순히 빼어난 데뷔작이 아니다. 감동적인 효의 실천으로 가슴을 울린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셔기 베인』을 읽는 것은 일종의 고고학을 수반한다. 소설에 담긴 여러 삶의 파편을 더듬다보면 인물들이 가혹한 존재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경이로운 순간과 위로라는 보물을 마주한다.
-가디언

회원리뷰 (28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셔기 베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z**e | 2022.06.1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최애가 될 것 같다. 특히나 화자의 어머니인 애그니스 베인의 캐릭터는 정말 독보적이다. 퀴어소설이라는 연관어에 고민했지만 동성애적인 관계에 관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인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인 것 같다. 셔기가 마음보다는 알콜 중독자인 애그니스의 중독과의 싸움, 그 싸움에 이기지도 못하지만&n;
리뷰제목

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최애가 될 것 같다. 특히나 화자의 어머니인 애그니스 베인의 캐릭터는 정말 독보적이다. 퀴어소설이라는 연관어에 고민했지만 동성애적인 관계에 관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인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인 것 같다. 셔기가 마음보다는 알콜 중독자인 애그니스의 중독과의 싸움, 그 싸움에 이기지도 못하지만 절대 기개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녀만의 성정이 읽는 내내 흥미를 이끌었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구매 사회경제 상실의 여파가 밀려든 가장 밑바닥에서는... 더글러스 스튜어트, 셔기 베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03.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셕은 엑셀을 세게 밟았다. 도시가 변하고 있었다. 변화가 사람들의 얼굴에서 보였다. 글래스고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고, 방황하는 도시를 셕은 택시의 창문을 통해 전부 보고 있었다. 변화는 셕의 벌이에서도 느껴졌다. 대처가 정직한 노동자들을 버렸으며 테크놀로지와 원자력과 사보험에 미래를 걸었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공업의 시대는 끝났다. 클라이드강의 조;
리뷰제목

  “셕은 엑셀을 세게 밟았다. 도시가 변하고 있었다. 변화가 사람들의 얼굴에서 보였다. 글래스고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고, 방황하는 도시를 셕은 택시의 창문을 통해 전부 보고 있었다. 변화는 셕의 벌이에서도 느껴졌다. 대처가 정직한 노동자들을 버렸으며 테크놀로지와 원자력과 사보험에 미래를 걸었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공업의 시대는 끝났다. 클라이드강의 조선소와 스프링번 철도건설의 형해가 부패한 공룡의 뼈대처럼 도시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을 약속받았던 공영주택 출신 젊은이들의 미래가 깡그리 사라졌다...” (p.66)

 

  《셔기 베인》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한다. 신자유주의의 팽배와 함께 허물어져가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자들, 그 노동자들의 삶이 머무는 도시가 바로 소설 속의 글래스고이다. 그렇지만 소설이 정치경제적인 메시지에 주목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계급에서 헛된 꿈을 꾸었던 애그니스가 바로 그 노동자 계급의 남자들과 함께 하면서 잃어버린 것을 메시지로 삼는다.

 

  “애그니스가 달려들어 셕의 목을 움켜쥐었다. 셕은 허리 지갑을 식탁에서 들고 애그니스의 입에 혀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작은 손뼈를 모조리 으스러뜨릴 것처럼 쥐고 나서야 애그니스의 손을 떼어낼 수 있었다. 애그니스는 셕을 사랑했고, 셕은 그녀를 영영 떠나기 전에 완전히 망가뜨려야 했다. 훗날에 다른 사람이 와서 사랑할 수 있게 고이 두고 가기에는 애그니스 베인이 너무 특별한 여자였다. 그 누구도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부숴버려야 했다.” (p.154)

 

  애그니스가 첫 번째 결혼을 그만둘 때 두 자녀 캐서린과 릭이 있었다. 이후 택시 기사인 셕 베인과 결혼했고, 셔기 베인이 태어났다. 소설은 셔기 베인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셔기 베인이 아버지의 얼굴을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애그니스와 셕은 파탄에 이른다. 애그니스는 버림받았고, 셔기 베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셔기 베인은 너무 어렸고 배다른 누이와 집을 떠난 다음까지도 애그니스의 곁에 남아야 했다.

 

  “가끔, 자주는 아니고, 애그니스는 콜린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이 아타까웠다. 애그니스는 인정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겠지만, 사실 두 여자는 공통점이 많았다. 한 번은 빅 제임시가 마지막 실업수당을 중고차와 아이들 비비총에 탕진했다고 진티가 말했다. 그 덕분에 콜린은 파인페어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훔쳐서 크리스마스 저녁을 차려야 했다. 애그니스와 콜린 두 여자 모두 가난의 모서리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았다...” (p.225)

 

  셔기 베인이 눈으로 보고 미루어 짐작하는 애그니스의 파탄지경은 읽어내기 힘들 정도이다. 알콜에 완전히 의존하게 된 애그니스는 정부에서 제공되는 쿠폰으로 술을 산다. 술만 마실 수 있다면 도시의 허름한 노동자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거기에 셔기 베인이 함께 있다는 사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중에는 거기에 셔기 베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그녀는 잊은 것 같다.  

 

  『“다 합쳐서 얼마예요?” 돌런 씨가 염장햄을 장바구니에 넣으려는데 애그니스가 물었다.
  “5파운드 2펜스요.” 돌런 씨가 대답했다.
  애그니스는 잠시 머뭇거렸다. “오, 오늘 신문도 주실 수 있을까요?”
  “5파운드 27펜스요.”
  “우리 셔기 줄 캐드버리 초콜릿도 하나 주세요.”
  “5파운드 50펜스요.”
  “또 뭐가 필요하더라.” 애그니스는 기억을 더듬는 척했다. “아, 맞다. 잊어버릴 뻔했네.” 셔기는 창피해서 신발만 내려다봤다. “스페셜 브루 열두 캔 주실 수 있을까요?”』 (p.454)

 

  그 사이 유진이라는 또 다른 택시 기사가 애그니스의 앞에 등장한다. 애그니스는 알콜중독자 모임에 나가는 중이었고 금주 성공의 기한을 점차 늘려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결국 애그니스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술 한 잔 가볍게 하는 것으로 정상인임을 입증하라는 유진의 요구를 애그니스가 받아들이는 순간은, 소설의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모두 합친 것만큼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다.

 

  “장애판정서비스국은 애그니스의 화장 비용은 부담하겠지만, 월리와 리지가 묻혀 있는 가족묘에 공간이 없으므로 새로 터를 잡아 매장할 비용까지는 대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릭은 애그니스의 죽음이 알려지지 않게 막았다... 그러나 애그니스와 같은 AA 모임에 종종 나가던 옆 단지 여자를 통해 소식이 단체에 알려졌고, 곧 낯선 얼굴들이 집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식이 흘러 흘러 핏헤드에까지 닿아서, 그 옛날의 악귀들이 전부 댈더위 화장장에 나타났다.” (p.572)

 

  결국 허구이지만 소설의 많은 부분은 자전적이라고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밝히고 있다. 때문에 작가가 원했건 그러지 않았건 바로 그 시대, 1980년대의 노동자 계급을 둘러싼 디테일들이 꿈틀댄다.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경제적 상실이 발생할 때 그 여파가 밀려드는 가장 밑바닥, 작가의 글이 결국 가라앉게 되는 것은 바로 그곳인 셈이다. 그리고 셔기 베인,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그곳으로부터의 생존자이다.

 


더글러스 스튜어트 Douglas Stuart / 구원 역 / 셔기 베인 (Shuggie Bain) / 코호북스 / 593쪽 / 20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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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셔기 베인을 찾아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m****o | 2022.01.1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살다가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떨어지는 때가 있지요.” 얼마 전 나를 위로하려, 친애하는 지인이 전한 글 속의 한 문장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통과 슬픔, 외로움으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을 맞는다. 관건은 그 추락의 깊이와 그 순간의 길이다. <셔기 베인>은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거의 모든 추락을 보여준다, 묘사한다, 표현한다, 경험하게 해준다. (어떤 동사가 적절;
리뷰제목

“살다가 바닥이 어딘지 모르게 떨어지는 때가 있지요.” 얼마 전 나를 위로하려, 친애하는 지인이 전한 글 속의 한 문장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통과 슬픔, 외로움으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을 맞는다. 관건은 그 추락의 깊이와 그 순간의 길이다.

<셔기 베인>은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거의 모든 추락을 보여준다, 묘사한다, 표현한다, 경험하게 해준다. (어떤 동사가 적절할지는 선택하기가 난감할 정도로 장면을 하나하나 마주 대하듯 펼쳐주는 글이었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는 듯 착각마저 들었으니까. 책을 읽어 가면서는, 책 속의 인물들과는 모든 것이 너무도 달라 완벽한 타인이라고 느꼈던 독자인 내가, 어느새 그들 속 한가운데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인간의 거의 모든 추락에 대한, 이토록 적나라하고, 대담하면서도, 세심한 묘사가 어떻게 가능할까. 무척 놀라웠다. 작가의 재능에 대한 놀라움은, 셔기가 작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존경으로 변했다. 그 시간을 오롯이 견디고, 삶을 지키고, 그 이야기를 자기 밖에 꺼내 세상에 보여준 작가의 용기와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그 모든 추락을 목도하고, 온몸으로 경험하고도, 아니 감당해 냈기에 <셔기 베인>은 오히려 생에 대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인생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가차 없는 추락을, 셔기는 무엇으로, 어떻게 견딜 수, 오히려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오늘의 그가 될 수 있었을까. 셔기는 <셔기 베인>에서 보여 주었듯, 오늘도 자신의 생활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전해주고 있으리라. 그 해답 중 하나가 10여 년에 걸친 <셔기 베인>의 집필과 숱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루어낸 출판이 아니었을까. 결국 관건은, 그 추락의 모양, 길이와 깊이를 뛰어넘는 삶에 대한 의지, 희망과 열정이다. 그들의 원천에 대해서라면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번역하기 까다롭고 난해했을 텍스트를 기꺼이 고르고, 정성껏 번역해 주신 구원 번역가님, 코호북스의 문학에 대한 애정과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셔기 베인>을 읽는 중, 코호북스에서 출판된 <뉴 그럽 스트리트>의 장면들이 여럿 중첩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였다. 100 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둔 다른 공간, 인물들의 이야기인 이 두 작품이 겹쳐지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참 묘하고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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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 | 2022.03.16
구매 평점5점
삶은 계속된다.. 셔기의 삶의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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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m**o | 2022.03.15
평점4점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 끊임없이 질문했고, 한없이 안타까웠다. 셔기, 최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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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m***h |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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