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2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42g | 137*210*30mm |
ISBN13 | 9791164051489 |
ISBN10 | 1164051482 |
발행일 | 2021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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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42g | 137*210*30mm |
ISBN13 | 9791164051489 |
ISBN10 | 1164051482 |
저자의 말 1강 시작은 울림이다 -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 『마른풀의 노래』 - 최인훈, 『광장』 -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걸』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 김훈, 『자전거 여행 1, 2』 『바다의 기별』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불안』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4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알베르 카뮈, 『이방인』 - 장 그르니에, 『섬』 5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장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 2, 3』 7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 - 법정,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행복하라』 -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강의실을 나서며 |
고전을 해석해주는 강연 내용을 적은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각이 깊어지고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
고전을 읽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때 참 많은 도움이 되었던 글들이다.
이 책을 읽고 고전들을 다시 읽어나가다 보면 새로운 시각과 함께
고전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게 되었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인문학책 <책은 도끼다>는 1904년 1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의 글귀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도끼다.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다. 광고인이자 이 책의 저자인 박웅현이 책으로 어떻게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워냈는지 이야기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이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만 제대로 읽었는지 나부터 살짝 의심이 되는 고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인문학책 <책은 도끼다>은 2011년 2월부터 그해 6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경기창조학교에서 열린 '책 들여다보기; I was moved by'라는 이름의 강독회 내용을 엮은 것이다. 총 7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인훈, 김훈, 니코스 카잔차키스, 밀란 쿤데라, 알베르 카뮈 등의 작품 등에서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총 7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4강인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이다. 지중해의 문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번역가 김화영이 아닐까? 그가 쓴 에세이 <행복의 충격>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다. 지중에는 아름다운 햇살이 있는 곳이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었던 지중해 사람들, 화창한 날씨 속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지중해 사람들에게 하루가 지난다는 사실은 행복이자 슬픔이기도 하다. 살아낸 만큼의 시간이 생에서 덜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찬란한 촉복을 온전하게 즐긴다. 그저 오늘 하루, 그 안에 담긴 햇살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지중해가 담긴 고전문학들과 번역가 김화영의 글들도 함께 살펴본다. 깊은 독서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알제는 해가 비칠 때면 사랑에 떨고 밤이면 혼절한다.
누가 그랬던가 '영원한 사랑'이라고? 영원한 것은 오직 돌과 청동과 푸른 하늘뿐이다.
저 이끼 낀 돌 속에 사랑의 혼이 서려 있을까? 그렇지 않다.
흘러가버리는 것, 먼지가 되어버리는 살, 무너져버리는 사랑의 철저한 무 - 해묵은 돌들이 증언하는 것은 그런 것뿐이다.
p.150~151
모두가 무너지고 오직 화려한 대문만 남은 이 사랑의 성은, 그리하여 마땅히 하나의 폐허인 것이다. 폐허 위에 내리는 햇볕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무슨 까닭에서인지도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분리되어 나와서 나를 엄습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이 그렇게 하듯, 인생의 우여곡절들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삶의 재난들을 무해하게 하고 그 덧없음을 착각인 것처럼 만들어주면서 내 속을 귀중한 실체로 가득 채워주었다.
p.152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황금빛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p.152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p.162
저자 박웅현의 시선으로 문장들을 다시 보니 이전에 내가 혼자 읽었던 문장과는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진 문장 같았다. 새롭게 재해석되고 재탄생되었다. 문장이 가진 힘과 '울림'이 감지되는 것 같았다. 내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워낼 도끼를, 책을 이제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깊이 읽는 법, 고전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죽기전에 꼭 읽어보아야할 인문학책으로 <책은 도끼다>를 추천하고 싶다.
※저자 소개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박웅현 작가는 제일기획에서 광고를 시작해 현재는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COO를 맡고 있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의 광고 카피를 만들어냈다.
저서로는 '책은 도끼다', '여덞 단어', '생각 수업 알키', '일하는 사람의 생각', '안녕 돈키호테', '망치,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청년 인생 공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시선' 등이 있다.
※책에 나오는 고전문학
1강 -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마른풀의 노래', '이렇게 좋은 날', 최인훈 '광장', 이오덕 엮음 '나도 쓸모 있을걸'
2강 - 김훈 '자전거여행1,2',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화장', '바다의 기별'
3강 - 알랭 드 보통 '불안', '우리는 사랑일까', '동물원에 가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4강 - 김화영 '행복의 충격', '바람을 담는 집',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천상의 두 나라', 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알베르 카뮈 '이방인',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장 그르니에 '섬', R.M 릴케 '말테의 수기'
5강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강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1,2,3'
7강 - 법정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미술에 홀린, 손철주 메실러니',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 '그림 속에 노닐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하고 싶은 이야기
독서를 처음 했을 때는 장르에 관계없이 읽고 싶은 책이면 무엇이든 찾아 읽었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어떤 취미를 가지든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당시에 읽었던 독서 입문서에는 100권 읽기를 목표로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매년 새해가 찾아오면 1년 동안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제대로 이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매달 책을 구매해서 많이 읽었다고 자부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했기에 결국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읽었던 책을 잃지 않으려고 서평을 기록했다. 글을 작성할 때면 항상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모두 담아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 인생은 현재보다 더 발전되지 않았기에 '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오래 전 SNS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소개해줬던 '여덞 단어'라는 책을 통해 광고인 박웅현 작가를 알게 됐다. 이 책이 출간됐던 시점은 2013년으로 당시 내 나이는 20대 중반이었지만 여덞 가지 주제로 인생 경험을 담아낸 문장에 감동받았고 이후 신간이 나올 때면 항상 찾아서 읽어봤다.
고전문학 추천 '책은 도끼다'는 '여덞 단어'보다 이전에 나온 작품이었는데 매번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읽어보진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지난해 12월 10주년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이 출간되어 읽어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김훈 작가와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이 나와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2월 12일부터 6월 25일까지 총 7개의 강독회를 통해 박웅현 작가가 직접 강의했던 내용을 온전히 담아냈다.
독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을 혹은 들어봤을 여러 고전문학이 나오는데 나의 경우에는 몇몇 작품을 읽어봤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장 하나하나를 씹어먹지 않고 눈이 흐르는 대로 읽어서인지 남는 게 하나 없었다.
고전문학 추천 '책은 도끼다'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하나의 사물을 보더라도 그냥 보느냐, 감동을 받느냐에 따라 창의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현재의 나는 박웅현 작가만큼 유명한 광고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 살면서 여행 명소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소개하지만,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글쓰기를 할 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담아내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나름 독서를 많이 한다고 자부했으나 읽기에만 그쳤고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건 분명했다.
그렇기에 고전문학 추천 '책은 도끼다'를 읽는 동안 이름으로만 들었던 작품 내용을 타인의 관점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고, 나 또한 박웅현 작가처럼 어떤 분야의 책을 읽든 서평을 쓰거나 다른 이에게 알려줄 때 공감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책에서 나오는 여러 고전문학 작품 중에서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건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다. '책은 도끼다'에서 작가가 설명해주는 '안나 카레리나'에 대한 내용을 읽어본다면 누구나 톨스토이의 매력을 푹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총 36개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고전문학의 힘과 매력도 느끼게 됐다. 감동을 주는 문장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느꼈기에 고전문학은 어렵다고 기피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면서 앞으론 꾸준히 문학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책이 나온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재 사회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용할 만한 게 많다는 걸 느낀다. 이것이 고전문학의 힘이고 저자의 내공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고전문학 추천 '책은 도끼다'를 쓰신 박웅현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읽었던 다른 작품을 더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강의 진행은 언제쯤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만나서 그의 명강의를 듣고 촉수를 더 뻗어나가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사과가 떨어진 걸 만유인력 때문이라고 기어이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야 마는 것은 서양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동양의 장점은 때가 되어서 떨어지는 걸 왜 안달복달 난리들이야 하며 자연을 아우르는 철학입니다.
과학적으로 끌고 온 서양의 담론과 노력은 인정하지만, 동양의 것은 이렇게 쾌도난마의 느낌이에요. 칼로 퍽 쳐서 단숨에 꼬인 실타래를 확 풀어버리는 맛이 있죠.
서양의 장점이 가져다준 문명적인 혜택, 충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자연적 재앙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자연현상은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동양의 지혜가 다시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이 통찰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창의력이 무엇이냐고 자주 묻는데, 저는 이런 통찰이 창의력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사과를 많이 봤지만, 뉴턴이나 이철수와 같은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이 사람의 힘인 것이죠 - 22
이철수의 판화집은 광고를 하는 저에게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참 많이 됐던 책입니다. 마음을 먼저 빼앗긴 것은 텍스트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레이아웃도 안정감 있고 정돈되어 있는 것이 아주 훌륭했어요.
바디카피와 이미지의 구성은 늘 고민해야 하는 저의 입장에서 공부하기가 좋은 견본이었죠. 레이아웃은 이철수의 판화뿐 아니라 우리나라 동양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광고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동양화의 세밀한 구성을 눈여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품마다 찍힌 낙관의 위치도 다 다른데 딱 그 작품과 어울리게 꼭 맞는 자리에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이렇게 이철수의 판화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이 풀무원 지면 광고였는데요. 콩 하나만 놓고 주변을 비워버렸어요. 그래도 꽉 찬 느낌입니다. 이철수처럼 여백을 살려서 만든 광고예요.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것은 이렇게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에요 - 29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의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보고 잊히는 것과 '몸은 길을 안다' 이 구절 하나 건져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인훈의 '광장'을 다시 읽는다면 저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에 줄을 칠 것 같습니다 - 34
우리가 배우는 이론 대부분은 소림사 마당입니다. 그 마당에서는 기본만 익히는 거예요. 생각의 기초체력만 기르는 겁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들을 이론으로 전부 다 정리해놓을 수는 없어요.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다른 일들도 그렇겠지만, 광고는 특히 변수가 많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요즘 강의할 때 광고에 필요한 발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실은 책이나 수업이 아니라 회의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것이죠 - 43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곳에 있을 시간이 삼 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 일 있다가 떠난다는 걸 아니까 모든 게 난리인 겁니다.
에펠탑 봐, 이게 퐁피두래, 이게 샹젤리제 거리야, 그런데 만약 거기에서 삼십 년을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그것들이 그렇게 감탄스러울까요?
대한민국, 서울,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도 들여다보면 좋은 게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러니까 그 시선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번 말했듯 그런 것들을 기르는 데 가장 좋은 것이 책입니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들은 돈이 있건 없건 상관없어요. 그 친구들은 나뭇잎 하나에도 감탄하고 음악 하나 들으면서 정말 좋다는 걸 알아요. 그런 친구들이 일도 잘하고 인생도 풍요롭죠. 이런 친구들을 벤치마킹해보자는 게 이 수업의 마지막 목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51
"돈과 밥이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것은 필시 흥부의 박이다" 흥부의 박 속에 있는 돈과 밥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대치 않았던 무언가가 나왔다는 거예요.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겁니다.
왜냐하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늘 보아서입니다. 저는 자주 "결핍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을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수박이라는 게 없어서 어느 날 수박이라는 걸 처음 수입해 나눠줬다고 침시다.
생전 처음 수박이라는 걸 본 거죠. 그럼 김훈이 보듯이 볼 겁니다. 동그란 녹색에 검은 줄은 뭐지? 그 속의 빨간색은? 그 씨앗은? 달콤한 맛은? 이렇게 되는 거죠. 결핍의 결핍, 너무 낯이 익어서 볼 수 없는 겁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인 조르바를 통해 "그에게 두려웠던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 속에 정말 좋은 것들이 주변에 있고, 끊임없이 말을 거는데 듣지 못 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 90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는 이야기죠.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가 초점을 맞춘다는 겁니다. 사실 진정한 자아라는 것은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와 관계없이 안정된 동일성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높은 사람을 만나면 벌벌 떨고, 아랫사람을 만나면 오만해지는 자아는 진정한 자아가 아니죠. 내 자아가 진정으로 있다면 내가 이 사람을 만나든 저 사람을 만나든, 사장을 만나든 직원을 만나든 다 '똑같은 나'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는 이게 잘 안 됩니다.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큼은 내가 아닌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저 사람이 좋아해줄까가 중요해집니다.
관점이 모두 상대로 돌아서는 것이 사랑인 겁니다. 때문에 진정한 연인들의 생각은 두서가 없고, 조리가 서지 않는다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합니다 - 104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에게 꽂혀서라기보다는 석 달째 주말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벽만 보고 있는 '나'가 사랑의 출발점인 거에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상대가 운명적인 남자라서가 아니라 석 달 동안 데이트도 못 하고 주말이면 혼자 있어야 했던 외로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도 되고 저 사람도 될 수 있고요.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사랑하는 거죠. 내가 사랑하는 건 그 상대가 아니라 나예요. 내가 사랑의 이유가 되는 겁니다.
그 남자의 눈빛, 대화법, 지적인 모습이 아니고요. 만약에 그랬다면 외로움 때문에 그 남자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해요. 결국 외로움이 시작인 것이고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겁니다 - 109
책을 읽고 난 후 받은 감동과 여러 느낌들을 정리해보니 행불행이 이렇게 정리되더군요. 나는 불행해, 나는 행복해, 우리는 이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똑같은 현상을 두고 내가 행복을 선택할 것이냐, 불행을 선택할 것이냐라는 것이죠. 돈이 많아야 하고, 어디에 살아야 하고, 어디에 가야 하는, 그런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 가졌다고 행복할까요? 우리는 행불행의 조건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니까요.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밤의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는 삶, 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 122
책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계속하면서 작가가 내 일상에 있다면 정확히 반응했을 바로 그것들을 주목하게 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마르셀 프루스트를 읽고 그가 향 하나에 주목했다는 걸 알게 됐다면, 작가가 내 직장에 와서 커피향을 주목하는 것을 내가 대신 연습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의식 위에 떠다니는 특정한 대상을 포착하게끔 회로에 설정된 레이더와 같아서,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레이더에 걸린다는 겁니다.
회로가 재설정되는 거죠. 김훈을 만난 후 미나리와 콩나물을 씹으면서 물기에 주목하도록 레이더가 새롭게 조종되는 것처럼요. 뭔가 보고 듣고 할 때 김훈이라면, 이철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전에는 잡히지 않았던 것들이 잡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잡히는 게 많아지면 결국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고요. 이것이 행복의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 127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에 상투적인 표현의 문제점에 대해 나옵니다. 가령 이런 것들이죠. "장대같이 비가 온다", "우리가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같은 표현들 말입니다.
프루스트는 이런 상투적인 표현들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는데요.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서가 아니라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아서라는 겁니다. 이런 표현들은 그냥 흘러가버린다는 거죠 - 134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혹은 없던 촉수가 생겨나는 느낌인데요.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
오스카 와일드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인생이라는 포도를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씨까지 다 씹어먹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끝까지 다 꼭꼭 씹어먹고 싶어요. 여러분도 알랭 드 보통과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또 다른 책을 통해 온몸 가득 촉수를 만들어 인생을 남김 없이 꼭꼭 씹어 즐기시길 바랍니다 - 139
우리는 모두 다 죽는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다고 죽음을 예비하면서 살지 않죠. 지중해 햇빛을 보고 있자면 더 그래요. 아름다운 여인, 우여곡절 없이 이뤄지는 사랑, 재난 없는 삶 다 좋아요.
현재가 기뻐요. 그러다 문득 이게 다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슬퍼지죠. 그런데 또다시 무슨 까닭인지 모를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그 슬픔으로부터 분리시켜요.
부조리한 순간이죠. 축복을 즐겨야 하는데 고통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죽음이 떠오르고 그러면서도 삶의 희열을 느끼는, 그러니까 방법은 하나, 순간순간을 온전히 씹어먹는 것뿐이에요. 지중해에서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것은 없고 나는 결국 죽을 것이니 계속 슬퍼하는 비극을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시즈 더 모먼트' 순간을 즐기고 온전히 살라는 메시지를 김화영은 이렇게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 152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엔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죽어 있을 거예요. 잡을 방법은 없어요. 그러니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슬퍼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고스란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장 그르니에의 '섬'으로 움직일 겁니다 - 174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명제가 여러 철학자를 괴롭힌 이유는, 반대로 얘기하면 영원히 회귀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할 수 없는 한 번 뿐인 우리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죠.
다 우연이지, 운명의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알고,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옳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는 의미입니다. 그저 주장할 뿐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들은 그게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요. 추호의 의심도 없습니다. 나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게르만족이 유대인보다 더 우월하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했어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끔찍한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역사라는 책의 앞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미 책의 끝 부분까지 다 읽은 사람들처럼 행동합니다. 사실 모르는 건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영원히 회귀되지 않는 일회적인 것들을 무게를 가질 수 없어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미래니까요. 지금 하는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무게를 실을 수 없어요. 검증되지 않은 일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유대인을 죽이고 살리는 것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도 큰 의미가 없는 겁니다. 다시 돌아올, 즉 영원회귀되는 일이 아니니까 말이죠. 그래서 니체의 사상은 여러 철학자를 괴롭혔는데 그런 의미로 보면 우리의 지금, 이 존재함은 운명적으로 가벼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었던 것이죠 - 20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은 저에게 이렇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읽을 때마다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줄 책이에요.
아지도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첫 장을 펼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여러분도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는 무한한 우주를 느껴보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성과 사랑, 정치와 역사, 신학과 철학까지 아우르고 있는 한 편의 소설이 주는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관통하는 수많은 장르 중 단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아룸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긴 연애소설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 240
마흔에 '달과 6펜스'를 읽었는데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마흔에 안락한 삶을 버리고 열정을 좇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예술에 뛰어들잖아요. 실제로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해 쓰인 책인데 이 책을 읽고 나이 마흔이 넘으면 '아, 이제 다른 선택을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곳에 또 다른 인생은 더 이상 없고, 내가 지켜야 할 의무만이 날 죄고 있는 현실의 벽이 크게 느껴지면서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 커졌어요. 답은 여기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금 쉰에 진짜 불혹이 왔어요. 남들은 지천명이라는데 전 이제 불혹을 맞았어요. 그리고 이제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 다른 곳에 답이 있는 걸 알지만 이제 여기에도 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사는 이 삶을 잘 살면 답이 나온다는 걸 이제 알아요. 다른 어떤 생에 대한 동경도 없어요. 큰 부자, 사회적 명예와 성공보다 집 앞 공원을 지나면서 풀을 보고 초록을 느끼는 내 삶, 내 인생이 좋아요.
레빈이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의 모든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뛰어나다고 느낀 것처럼 저도 이제야 실존적 자각을 하게 된 거죠. 만약 레빈이 키티와 바로 결혼을 했다면, 도시에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농민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모든 것들, 마치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어쩌면 레빈에게 있어 사랑의 실패가 삶의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어요 - 275
옛사람들의 작품은 그들의 삶의 속도를 떠올리며 느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다르고 물질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지금과 달랐던, 근대화, 산업화, 현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해요.
우리는 흔히 전생을 떠올리라고 하면 양반이나 한량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아마도 80퍼센트 이상은 양반이 아니었을 겁니다. 저도 농부의 아들이거나 노비였을 확률이 훨씬 높아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글을 몰랐을 수도 있고, 인구도 몇 명 안 되는 동네에서 살았을 거예요. 그런 곳, 읍내에 큰 장이 서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야 300명 정도인 시절을 상상하면서 읽어야 잡히는 옛사람들의 글이 있어요 - 288
긴 흐름으로 봤을 때 제가 칠십 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그만큼의 박웅현이라는 객체는 객체가 아니라는 거예요. 수억 년의 흐름에서 칠십 년인 건데요. 끊임없이 이어진 기다란 띠에서 점 하나 찍는 정도도 안 되는 순간을 제가 사는 겁니다.
큰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제 몸뚱이는 잠깐 동안 뭉쳐졌던 덩어리죠. 어느 순간 생겨나서 칠십, 팔십 년 살다가 죽고, 죽으면 썩을 거예요. 땅속에 묻어두면 벌레들이 먹을 거고 누군가의 자양분이 되겠죠.
그러면 나란 실체, 존재는 없어지죠. 이렇게 흩어져버리는 게 죽음이고 이게 큰 기의 흐림이라는 겁니다. "근원적으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하는 세계가 있을 뿐이다"가 바로 이 얘기인 것이죠. 그렇게 보면 소유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삶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 306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 불암산 아래 아파트에 살았는데요. 저는 늘 그곳을 좋아했어요. 출근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으니, 누군가라면 불평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그건 아무 상관없었어요.
물리적인 거리감이 심리적 거리감을 확보해줬으니까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일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돼 온전히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다 이번에는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어요.
아내는 그렇게 좋아하던 동네를 떠나서 어쩌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출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니 아침에 좀더 일을 빨리 정리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또 국립중앙도서관 정원이 내 앞마당이 되고, 그 정원에 새들이 와서 아침을 깨워요.
여기는 여기대로 또 좋아요. 행복해요.이게 제 삶의 태도입니다. 톨스토이와 알베르 카뮈, 김훈, 불교와 지중해, 그들의 안내를 받아 생겨난 삶의 태도인 셈이죠.
다시 말하지만 다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안나 카레리나'에서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기계적인 지식만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 다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다시 카프카로 돌아가면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읽었다고 얘기하기 위해 읽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단 한 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겁니다. 어쩌면 이 강의는 이것을 위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