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가 현재 자신이 수행을 ‘하고 있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장애들과 자주 만나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장애와의 만남은 실제 마음을 정화시키는 수행에 대한 일반적인 입문 과정이다. 청정한 마음을 만드는 것은 잔 속의 흐려진 물을 정화시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물에는 오염된 불순물들이 떠다닌다. 하지만 고요함 속에 시간이 지나면 불순물들은 가라앉고 깨끗함이 드러난다. 잔 속의 순수한 물이 밝게 빛나게 된다.
--- p.27-28
불교수행에 있어서 사마타의 역할은 중요하다. 늘 지속적으로 주의가 분산되어 괴로움을 쉽게 일으키던 상태에서 벗어나, 집중된 알아차림의 능력을 갖도록 한다. 매순간 수행자의 알아차림을 대상에 돌릴 때마다, 집중의 ‘근육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10kg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다. 물론 처음에는 잘 들어 올릴 수 없을 것이다. 계속 해서 들어 올릴 수도 없고, 힘든 것을 겨우 참아가 면서 단지 몇 번밖에 들어 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매번 들어 올린다 면,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수많은 반복과 장기간의 시간, 지속성은 우 리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 10kg의 무게는 더 이상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능력이 그만큼 월등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 p.35-36
입출식 지점에서 호흡에 대해 알아차릴 때는 호흡을 평가하거나 분별, 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행자의 주의가 이 대상을 떠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명상 중에 주의가 산만해진다면, 호흡이 통과하는 고정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상으로부터 주의가 흔들리고 마음이 방황할 때는 어떠한 비판이나 분별도 없이 부드럽게 입출식 지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 p.42
우리 마음에 타고난 본래적 능력으로서의 집중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해야 한다. 이 능력은 불교 수행의 놀라울 만한 실천을 통해 발현된다. 집중은 다른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단 한 가지 대상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성되는 자연적인 결과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중은 ‘마음의 통일’로 정의내릴 수 있다. 무엇을 발전시키려고 애써 ‘할’ 필요가 없다. 수행자가 해야 ‘할’ 모든 것은 반복적으로 매시간, 대상에 단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그러면 집중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것은 마치 자라나는 꽃과 같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적당한 햇빛을 공급하고, 돌보아 주고, 너무 빨리 성장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이것은 스스로 자라난다. 일단 자라기 시작하면,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숙련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 p.54-55
마음의 청정을 위한 사마타 수행은 불교수행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고요함을 계발하는 사마타 수행은 매일 반복되며 이어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평안과 기쁨을 가져다준다. 또한 과도하게 내몰리고 만성적으로 바쁜 현대사회를 중화시킬 수 있는 ‘집중의 근육’ 만들기 작업이다. 집중명상을 통해 계발할 수 있는 명료한 집중은 궁극적으로 위빠사나 수행으로 전향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위빠사나는 일상의 인식을 넘어서 궁극적인 물질과 정신, 그리고 조건 지어진 것과 조건 지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진정한 본질을 꿰뚫기 위한 수행이다.
--- p.65
선정의 요소들이 생겨 마음이 집중되고 통일되고 안정되어 몰입에 들어가면, 청정하고 밝은 마음이 뚜렷해진다. 이 레이저 광선과도 같은 집중은 모아져서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꿰뚫어 볼 수 있다. 이것은 때로 ‘신성한 눈[天眼通]’이나 ‘지혜의 눈’으로 불린다. 지혜의 눈은 이 책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명상에 적용된다. 이를 테면, 입출식념 명상, 32가지 몸에 대한 명상, 해골 명상, 까시나(kasina) 명상, 범주 명상, 보호 명상 그리고 네 가지 요소 명상 등이다.
--- p.90
까시나는 명상의 대상으로 사용되며, 다양한 색깔이나 요소들의 원형 이미지이다. 수행자는 다양한 까시나들을 이용해 선정에 들어가는데, 각 까시나들은 특징적인 성격으로 경험된다. 순차적인 순서대로 까시나를 진행하면, 수행자의 의식은 더욱 엷어지고 정화된다. 까시나는 점진적인 명상의 대상으로서 점점 더 정제되고 비실제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특정한 순서대로 진행한다. 이것은 보다 높은 무색계선정의 미세한 대상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어준다. 또한 순차적인 각 까시나에 의해서 수행자의 알아차림은 더 정화되고 정제되고 투명해진다. 이것은 알아차림이 무색계선정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 p.145
알아차림이 무색계선정으로 몰입되는 상태는 불교수행 중 가장 섬세하고 정교한 명상단계이다. 경계를 넘어서는 무색계 영역은 존재의 광활함과 심오한 깊이에 있어서 실로 놀랄 만하다. 무한한 공간, 무한한 의식, 아무것도 없음,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영역. 이것이 무색계에서 표현되는 범위이다. 이러한 비물질적 영역의 명상 대상은 상상하기에도 실로 비실체적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수행을 통해 이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p.165
상위의 선정인 무색계영역에서 생기는 순수함은 정교하면도 매우 집중되고 강렬하다. 이때의 순수함이 수행자의 존재와 삶에 기꺼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의 빛 까시나를 이용해 다섯 가지 선정의 숙련을 얻고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지각하지 않는 것도 아닌 영역’에 대한 마지막 선정을 완성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의 깊고 심오한 앎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게 된다. 이 수순함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어, 도저히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믿음, 견해, 습관, 태도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 p.184
붓다가 우리의 역할모델이라면, 그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그의 생을 통해 죽음의 순간까지도 몸소 실천한 그 여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붓다의 천부적인 가르침을 따르고 계율과 사마타, 위빠사나의 여정을 역할모델로 삼음으로써, 그 안에서 해탈에 대한 지혜가 꽃 피울 수 있도록 점점 깊어지는 마음의 정화를 위한 씨앗을 심는다. 해탈을 실현하기 위해 붓다의 발자취 안에서 각 단계를 체험적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