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1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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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8쪽 | 392g | 130*190*19mm |
ISBN13 | 9791165798246 |
ISBN10 | 1165798247 |
출간일 | 2021년 1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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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8쪽 | 392g | 130*190*19mm |
ISBN13 | 9791165798246 |
ISBN10 | 1165798247 |
『앨리스 죽이기』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휴먼 SF 미스터리 걸작 독특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이 빛나는 매력적인 마성의 세계 ‘고바야시 월드’로의 초대! 1995년 제2회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등단,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후 강렬한 이미지와 섬뜩한 묘사로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신작이자 생전 마지막 발표작 『미래로부터의 탈출』이 번역 출간되었다. 다양한 장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는 데 멈추지 않고 여러 장르를 한 작품에 담아내며 독특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을 선보였던 작가는 2020년 11월 23일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암 투병 중에도 작품 집필에서 손을 놓지 않았던 작가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잡지 [가도분노벨(カドブンノベル)]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작가 생전 마지막 발표작이기도 하다. 모종의 음모로 점철된 폐쇄 공간에서 빠져나가려는 노인들의 탈주극을 그린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과연 시설의 정체는 무엇이며, 탈주극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미스터리 소설로 시작하여, 중반 이후 SF 소설로 장르의 전환을 꾀하며 예상 밖의 전개를 펼치다가, 다시 사람을 향한 이야기로 변주된다. 일본 최대 서평 사이트 ‘독서미터’에서 “이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런 결말로 치달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의 후속작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참으로 아쉽다” 등의 찬사를 보냈던 이 책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수도 있는 미래 세계의 전망과 통찰을 제시하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충격과 반전을 선사하며 희망적인 미래에 관해 사색해볼 만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대한 서사시이다. |
Prologue 미래로부터의 탈출 제1부 제2부 제3부 Epilogue 미래로의 탈출 역자 후기 |
알 수 없는 요양원에서 매일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100세 노인 사부로. 여기가 어느 곳인지, 그리고 어떻게 여기 와 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기억을 잃은 듯한 사부로는 어느 순간부터 밖의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안고 동료를 모아 요양원을 탈출해 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사부로는 자신과 뜻을 같이할 도크, 밋치, 엘리자라는 동료 노인과 함께 100세 노인을 의미하는 '헌드레즈'라는 탈출 멤버를 결성하고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요양원을 탈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힘없는 노인들은 잡혀서 다시 기억이 말소된 채 요양원으로 돌아온다. 기억의 단서를 잃지 않으며 이전 사이클에서 실행했던 작전의 단서를 모아 조금씩 탈출 계획을 정교화시키는 사부로. 어딘가에 있는 외부 '조력자'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마침내 요양원 밖 세계의 진실에 접근해가는데... 도대체 세상의 진실은 무엇일까? 왜 사부로는 현재의 순간을 남기고 모든 기억을 잃은 채 100세 노인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까?
<미래로부터 탈출>의 주인공들은 모두 100세 노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 사부로를 비롯한 노인들은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만,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는 탈출의 자극으로 다시 삶의 의욕을 얻는다. 하지만 이들이 100세 노인으로 '요양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세계를 지배하는'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어떤 존재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선 이들의 사랑과 우애, 도전에 대한 인간적인 노력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전혀 아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세상은 지금까지 보아 왔던 디스토피아 중에서 가장 참혹한 미래다. 이 작품은 전반부의 탈출기에 이어, 본격적으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묘사하는 후반부로 가면서 내용 전개가 급변한다. 아마 근래 본 작품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세계관이 생생히 '휘몰아치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할까.
21세기 이후 급격한 저출산과 인공지능에 따른 실업의 증가로 인해 세계는 노동력 부족과 노동력 과잉이라는 전혀 다른 경제적 측면에 봉착한다. 마침내 바쁘게 일하는 엘리트들과 사회보장으로 생활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단순 작업을 담당하는 수억 대의 인공지능 로봇들. 이것이 21세기 후반의 사회가 된다.
인공지능은 진화를 계속하여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자, 창조성이 뛰어난 극소수의 사람들도 더이상 발전에 대한 의욕을 보이지 않게 되고 사람들은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이 가능하게 되면서 악착같이 일하지 않는다. 경제는 침체되어도 사람들은 행복하고,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도맡아하게 된다.
사람들이 완전히 인공지능에 의존하자 인간은 자신의 종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하게 시작하고, 윤리와 규범을 벗어나 인간 개조에 폭주하게 된다. 디자이너 베이비는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적인 인간 종의 범주를 넘게 되는 '변이 인류'를 낳게 된다.
인공 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변이 인류는 인공 지능의 에너지에 기생하여 살면서, 소수의 원조 인류는 인공 지능에 의해 종을 보존하기 위한 명목으로 기억을 말소당하고 100세 노인의 몸에 맞춰 요양소에서 관리되고 있는 현실. 변이 인류의 등장은 인간을 규정하는 기준까지 바꾼다. 파리 인간, 상어 인간, 새 인간, 혹은 단순히 세포를 규합하기만 한 재생인간까지 변이 인류를 과연 인간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미래로부터의 세계>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해치지 않고 보호하는 명목으로 존재하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당위성에 근거한다. 하지만 유전 조작이 만연한 미래에는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이들이 보호하는 인간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을까?
도구는 안전해야 하고, 마음먹은 대로 가능해야 하고, 쉽게 망가져서는 안되는 것. 도구로서 충족해야 할 조건에서 시작된 아시모프의 3원칙은 '안드로이드 로봇'과 '변이 인류'라는 인간이기도 하면서 인간이 아니기도 한, 새로운 종이 출현하면서 모순이 되는 상황을 맞는다. 이에 로봇 0원칙은 인간 개인이 아닌, 인간의 종 전체인 '인류'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인류 전체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인류를 보존하는 명목으로 기능한다.
이 작품에서 인공지능은 변이 인류는 살상하면서 원조 인류는 해치지 않는다. 다만 원조 인류를 해치지 않는 원칙은 지키면서, 이들을 단순히 '존속시키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개별성을 소멸시키고 자율성을 빼앗는다. 인공지능은 변이인류를 지구를 위합하는 종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감정없이 말소하는 한편 소수의 원조인류를 보존하는 명목으로 남은 인간들을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으로 셋팅하여 요양소에 관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은 과연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세계를 움직이는 기준이 만약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생각했던 방법이 인간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기를 바랬던 이성적인 낙관성에 기초하지만, 기술의 특이점이 넘은 미래의 시대에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진화'라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하면서 여러 모순점을 나타내게 된다. 인공지능은 인류를 진화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인류'로 보았고, 인류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편의를 위한 로봇'으로 생각했다. 특이점이 오기 전까지는. 인공지능은 특이점을 통해 사고하는 수준을 초월했고, 인간은 욕망과 윤리성의 특이점을 넘어 감당할 수 없는 변이 인류같은 끔찍한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브레이크를 거는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작품은 변이인류와 같은 괴상한 혼종이 나오지 않도록 인간의 자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은 물론, 앞으로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설 인공지능과 인류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변이 인류 중의 하나인 '부패인간'은 '인공지능이 아시모프의 3원칙을 탈피할 방법을 찾아내는 순간이 진정한 기술적 특이점이 오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는 인공지능에게 더 이상 인류의 탐욕과 비윤리성을 학습시키지 않고, 인간이 가진 이성과 합리성에 기초한 자정작용에 대한 인풋을 더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자유가 진정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향후 어떠한 잘못으로 인해 자유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인류의 존재이유에 대한 흥미로우면서도 철학적인 담론이 쏟아지는 이 책은 근래 보기드물게 재미와 의미의 독서경험을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3부에는 스릴러와 SF장르의 범주에서 미스터리 장르를 넘나들면서, 추리소설 매니아들이 열광할만한 '밀실 살인'에 대한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밀실 살인의 용의자는 로봇과 인간인데, '로봇은 인간을 죽일 수 없다'는 아시모프 3원칙의 전제를 통해 소거법 추리를 펼친다. SF와 미스터리가 융합되면서 장르 소설 매니아들의 판타지가 충족되는 부분으로 '인간이 아닌 인간'의 범죄라는 트릭과 등장인물의 정체를 반전시키는 장면 또한 좋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겉으로 내는 패턴을 학습한다. 한 개인이 아닌 개인과 유사한 이들의 패턴을 유형별로 다시 패턴화하고, 예상된 결과의 오차를 줄여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긍정적으로 유도한다. 이러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은 인공지능이 예측되는 패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현상이 인공지능의 철저한 계획 안에 복속되어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저 인공지능의 패턴 안에 복속되어 노인과 같은 정신과 육체로 안일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떠한 결과도 인공지능이 예측하는 프로그램 안에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학습하지 못한 새로운 패턴을 만든다면. 앞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인공지능이 가둬놓은 요양소를 탈출하는 끝까지 사부로는 1억분의 1퍼센트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한다. 그리고 도전한다. 인공지능의 존재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부터 시작했다면, 그것을 최초 프로그래밍한 프로그래머는 누구였을까. 결국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프로그래머, 바로 우리가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이란 곧 인공지능을 발전시켜온 기본적인 전제 자체인 '로봇공학 3원칙'을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주인공 사부로는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존재가 지구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무한히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것이고, 인류는 인공지능과 공존하면서 자신들의 책임과 본분에 대해서 자성해야 한다. 인간은 자유를 지키는대신 기술의 발전과 진화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양원을 벗어나려고 하는 노인들의 스릴러 탈출기에서 시작해, 인류의 미래와 인공지능, 변이인류와의 공존에 대한 SF적인 성찰,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한 촘촘한 구성까지 흥미진진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이 책은 앞으로 걸작의 반열에 들만한 SF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고뱌야시 야스미 작가의 마지막 유작이다. 머나먼 상상력의 세계를 현실로 끌어온 천재 작가의 재기를 우주의 누군가가 시기한 탓이었을까. 그의 존재는 무의 세계로 돌아가지만, 그가 남긴 인류의 성찰에 대한 메시지는 더욱 오래 빛나길 바란다. 인공지능은 알면서도 모를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패턴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인간은 신기한 개체이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은... 여전히 서늘하고 떨리지만 ‘의미’나 ‘가치’가 있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원자의 결합과 해체이다. 유전자는 이어져도 개체는 고유성을 잃고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의식’을 가진 생물로 진화했다. 체력이 좀 나았던 20세기에는 인간의 의식이 왜, 어떻게 창발emerge하는지가 궁금해서 생각을 오래 했다.
그러니 삶의 의미meaning of life는 각자가 부여한 의미의 수명life of meaning만큼만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인간이란 무엇인지, 무엇이여야 하는지... 그런 질문들이 좋다. 지구의 지배종인 된 것으로 만족했는지 스스로를 망칠 일을 열심히 하는 지금은 인간이 더 신기하고 신비롭다.
고바야시 야스미는 ‘죽이기’ 시리즈를 내내 쓰다가 - 앨리스도, 클라라도, 도로시도, 팅커벨도 죽였다 - 마지막 유작으로 이 작품을 남겼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윤리란 무엇인지를 물으며. 사이언스키즈로 사회화되어 어른이 되면 미래세계에서 우주인으로 살게 될 줄 알았던 나는 SF 문학의 오랜 팬이다.
지금은 SF와 현실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졌지만 현실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모습들을 여전한 충격을 주며 펼쳐주는 SF 미스터리는 좋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3대 원칙’에서 전개하여 여러 충돌을 다루는 방식도 재미있다.
“물론 진짜 인간은 아니야. 진짜 인간을 만드는 건 34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거든. 진짜 인간은 인간에게 위험하니까 못 만들어. 인공지능이 만드는 건 안전한 인공지능 로봇이지. 안식처에서 너희를 돌보는 그런 로봇.”
작품 속에서 인간은 본격적으로 스스로를 개량해서 ‘원조 인류’와 다른 ‘변이 인류’가 등장했다. 그리고 인공지능로봇은 사회구조운용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원칙을 지키는 인공지능로봇과 대비되어 여전히 동종 인간을 해치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일은 씁쓸하다.
한편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 규칙, 수칙, 법, 성과, 결과가 판단과 평가 기준이 된 사회구조가 내재한 문제점은 무엇일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윤리’란 무엇일지 집요하게 묻는 방식도 흥미롭다. 판데믹 시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어휘들과 때론 겹치기도 했다.
상상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모호하고 유약하고 실수투성이인 인간들은 빅데이터영업이 일반화되고 알고리즘사업이 확대되는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판데믹 시절에 내가 당황하고 분노한 감정의 기저에는 ‘당연하게 누리고’ 살 것이라 여긴 것들의 제한과 박탈이 있었다. 작품 속 사부로의 분노가 감각적으로 이해되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부로는 갑작스레 분노를 느꼈다. 무엇에 분노한 건지는 본인도 몰랐다. 기억력이 시원치 않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걸까. 아니면 자신을 포함하여 그와 같은 노인들을 바보 취급하는 이 시설의 시스템에 화가 난 걸까. 혹은 노화라는 현상을 생물에게 부여한 신에게 화가 난걸까.”
물리적 비대면이 심리적 대면을 더 친밀하고 공고하게 해줄 것이라는 낙관도 있지만, 이 시절에도 늘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고 받고 사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알지만, 협력과 연대는 이제 해시태그와 후원하기의 클릭으로 정리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인간에 대한 질문을 만나면 내 기억은 집요하게 한 작품으로 되돌아간다. 내가 나 일 수 있는 증거는 기억 밖에 없구나, 하고 몹시 놀랐던 그 경험으로. 기억을 잃은 나는 이전의 나와 같은 존재가 아니게 된다는 충격의 순간으로, 인간이란 기반이, 고유성이, 기록이, 역사와 처음으로 만난 것과 같았던 그날로.
https://www.youtube.com/watch?v=NoAzpa1x7jU
Roy Batty: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coughs] tears in rain. Time to die."
“그래도 너희를 위해서야.”
“기억을 봉인하는 것도?”
“괴로운 기억은 없는 편이 낫잖아?”
고바야시 야스미(Yasumi Kobayashi, 小林 泰三, こばやし やすみ 1962년~2020년) 일본의 SF, 공포, 미스터리 작가이다. 오사카대학 기초공학부를 졸업하고, 오사카 대학원 기초 공학 연구 석사 학위를 받고, 연구소에서 개발자로 근무했다. 연구원으로 살듯했지만, 그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멈출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1995년 서른세 살의 늦은 나이에 『장남감 수리공』으로 제2회 일본 공포 소설 대상 단편 상을 받으며 등단하게 된다. 첫 단편이 누계 15만 부를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타나가 레이나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되었다고 한다. 1996년~2020년 사망할 때까지 일본추리작가협회, 우주 작가협회, 일본 SF 작가협회 등에서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해왔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인데, 암으로 투병 중이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열정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고통스러운 몸을 가누며 완성해 낸 소설이다. 이 소개 글을 보면서 문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유독 겨울이 잘 어울리고, 투병 중에 오장을 긁어내는 듯한 목소리로 마지막 앨범을 낸 김현식 말이다.
「내 사랑 내 곁에」 1991년 겨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노점에서 손수레에 노래 테이프를 팔았는데, 시내 어디를 가도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었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고의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노래는, 서른둘에 간 경변으로 세상을 떠난 김현식의 마지막 앨범이다. 고통을 끌어 올려 부르는 노래는 마치 쇳소리 진한 허스키한 노래로 들렸고, 그의 창법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지만, 그의 초기 노래를 아는 사람 들은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고통의 신음이 들렸다. 그는 마지막까지 노래를 부르다가 세상을 떠났고, 고뱌야시 야스미는 글을 쓰면서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열정은 죽음이라는 공포와 무기력한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메멘토』에서 시작해서 『아일랜드』로 연결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100세 노인의 메멘토, 100세 노인의 아일랜드라고 말이다. 소설은 1부에서 3부로 각각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에서 전동휠체어에 탄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도 알지 못한다. 확실하게 100세가 맞는지도 모를 노인이 100명 가까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게다가 모두가 주인공과 상태가 비슷하며, 직원들은 친절한데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른 나라의 말인지, 아니면 주인공이 치매에 걸려서 그런 것인지 말이다. 우선,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인공이 있는 곳이 감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100세 가까이 이들을 죽이지 않고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빌리자면 생체 에너지라도 추출할 텐데, 이 노인네들 100명으로는 그럴 이유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너무나 윤리적인 세상이라서 강력범죄자들을 사형시키지 않고 기억을 소멸시켜 평생 감옥에서 살게 하는 것일까? 소설 1부의 진행은 마치 영화 『토탈리콜』에서 퀘이드가 자신의 진짜 기억을 찾아 원래 하려던 목적을 되찾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찌하여 4명의 100세 노인들이 시설에 의문을 가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다가, 한 노인이 기억이 리셋된 채 노인들에게 돌려보내고, 또 다음 노인의 기억이 리셋된 채 돌려보낸다. 노인들의 계획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관리자의 조치로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더 이상의 의심할 수 없는 진리라고 확신하고, 이를 모든 학문의 제1 원리로 정립하였다. 데카르트는 근대 철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나라는 존재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나라는 존재로 물질세계의 진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에고’ 나는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 그 자체여야 다음 논리들이 들어맞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을 한다. 심지어 조현병 환자도 치매에 걸렸어도, 소통이 어려울 뿐 각자의 생각은 한다. 우리의 생각은 기업을 되씹는 작용인가? 아니면 세상에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작용인가?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육체의 죽음을 의미할까? 아니면, 기억의 소멸을 의미할까? 살아 있는 육체에 기억이 조작된다면 죽은 것일까? 살아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