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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발견

: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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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9쪽 | 490g | 153*224*20mm
ISBN13 9788954604659
ISBN10 895460465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때 알았다. 어른들이 놀만한 놀이터가 정말 없구나. 다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이제 인생을 알만한 시절, 그리하여 각자의 할 말과 여전히 꺼지지 않는 열정이 가슴속에서 지글지글 튀김질 하고 있는 중년들에게 소통의 장소는 너무 없구나, 라는 걸 느꼈다. 정리되지 않은 술자리 푸념이지만 결혼에 대해 너무나 할 말이 많았다는 것도 새삼 알았다. 내 30대 후반은 결혼을 빌미로, 예외 없이 외로운 중년들과 술판을 어지럽히던 시절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책을 시작하는 처음에서, 당시의 결혐당 창당문을 다시 꺼내놓은 행위는 일종의 작가와 독자의 교감 테스트가 될 것이다.
--- 결혐당 이야기 중에서

그런데 여전히 몇 개의 단어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화장실 청소, 그릇, 뒤치다꺼리, 화장실, 그릇, 뒤치다꺼리……. 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해 결자의 신분으로 진지한 고민을 했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바로 지워지지 않는 이 노동어들 때문이었던 것이다. 화장실 청소, 그릇, 뒤치다꺼리, 그때 남편들은? 그리고 나는?
--- 유부남의 커뮤니티 중에서

어느 일요일이었다. 가만 보니 둘 중 하나가 기분이 안 좋아서 몸이 찌뿌듯하면 싸움을 걸어왔고 응전하는 양상이었다. 그날은 내가 시비를 걸었다. “청소 좀 해놓고 쉬어! 돼지우리 속에서 낮잠이 와? 낮잠이! 이 지저분한 여편네야!” 빽 하고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와장창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접시 깨지는 파열음 속에서 나는 분명히 들었다. “개xx, 나쁜 xx” 하늘같은 지아비에게 개xx라니. 이제 막장까지 온 거구나. 내 밖에 나가 마누라 하나 못 잡는 졸부로 찍힐 바에야 오늘 계백처럼 너를 죽이고 말리라. 나는 문을 벌컥 열고, “뭐라 그랬어! 엉?” 이라고 고함을 쳤다. 아내가 말했다. “뭘? 내가 뭐라 했는데?” 그 순간 이상하기도 하지. 걷잡을 수 없이 웃음이 터졌다. 남자 앞에서 화장도 고치지 않던 여자가, 그릇을 깨며 육두문자를 읊조리는 이 상황에 대해, 나는 왜 이리 웃음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 박터지게 싸우고 머리 나쁜 새처럼 화해하다 중에서

“아직도 술 마시는 중이셔? 왜, 또 택시비가 없으셔?”회사에서 집이 비교적 멀고 차가 일찌감치 끊어지는 까닭에, 이런 시간에 하는 아내와 통화라는 게 “택시타고 들어가니까 택시비 준비하고 있어” 따위의 말들이었으니 아내가 선수를 치는 거였다. “아니…….”“그럼 왜 전화했어요? 빨리빨리 들어오지 않구.”“……”“왜 그래요? 왜 전화 했냐니까?”“보고 싶어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아, 왜 내가 그런 말을 했을까? 술 마시면서 단 한 번도 아내를 생각한 적도 없었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말이다. 살다보면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전혀 상관없는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마도 그때의 내가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스스로 황당해하고 있었다. 쪽팔리고 겸연쩍기도 하고 하여간 무척 어색한 순간이었다. 전화기 저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아내는 분명히 주책 떨지 말고 빨랑 들어오라고 무안을 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잠시 후 전화기 저쪽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나두.”
--- 잠꼬대처럼 말하자, 사랑한다고 중에서

그러다 서당 아빠 두 달에 풍월로 랩을 읊는다고, 두 달이 지나고 나서는 딱 10초 걸린다. 대충 이런 스케줄이다. 운동 끝나고 집에 와서 모차르트 행진곡 틀어놓고 여전히 송장질인 아이의 잠옷을 과감하게 벗긴다. 홀랑 누드 된다. 고추가 번데기다. 첨에는 앙탈부린다. 스트레칭 1분 시켜준다. 다리 쭉쭉 잡아당긴다. 그래도 여전히 잠잔다. 누드를 번쩍 안아 욕실로 끌고 간다. 비몽사몽 애에게 따뜻한 물을 틀어 샤워기로 냅다 뿌려댄다. 서서히 잠 깨면서 어른 만큼 노란 오줌을 욕조에 진하게 싸댄다. 잠시 후 이놈 얼굴이 살살 기분 좋아라 얼굴 된다. 머리 감기고 몸 닦아주고 뽀송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준 후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로션을 얼굴에 발라준다. 이럴 땐 꼭 이놈을 내 뱃속에서 낳은 것 같다. 어휴, 이노무 여자의 인생이라니…….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자동빵 해결법 중에서

내가 접속하자 저쪽의 아이들은 ‘방가 방가’를 외치며 내 딸의 아이디를 환영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언행이 심상치가 않았다. 불량스러운 아이디부터 영 꺼림칙했는데 대사가 더 가관이었다. “아이 씨x 오늘 완전 걸레들만 있자나.” 아아, 이 무슨 경천동지할 멘트란 말인가. 당황스러움과 함께 아이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억지로 화를 누르며 대화를 나누었다.“아빠는 너에게 실망했다.”“왜, 아빠?”“네가 좋아하는 게임을 아빠가 혼자 했는데 어떤 애가 뭐라 그랬는지 아니?”“뭐라고 했는데?”“아이들이 써서는 안 되는 불량스러운 말을 쓰고 있더라. 왜 알지도 못하는 애와 채팅을 하면서 게임을 하는 거지? ”“그래서 아빠는 어떻게 했는데?”“뭘 어떻게 해? 그냥 게임 끄고 나왔지.”그 순간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녀석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식으로 게임을 종료하면 어떻게 해? 강퇴를 시켜도 되잖아.”강퇴(강제퇴장)! 순간적으로 뭔가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 나는 왜 강퇴를 몰랐을까 중에서

냉수 한 잔을 마시고 조간을 집어든 아침의 시작점, 신문의 1면이 더이상 뉴스가 아니라 뉴스의 복습이고 그 복습의 복습이어서 지루한 드라마의 재방송보다 더 지루함을 느낄 때, 그 하루를 마감하면서 샤워를 하듯 망각의 소주를 마시면서도 더이상 소주가 맛이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 마흔은 그런 구체성으로 파랗게 절망한다. 그렇게 두 달이 갔다. 죽음이 아닌 산 것들의 속성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래 끌고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계절이 변화하듯 나이와 연관된 감상도 익숙함의 나침반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니, 방황도 길면 지루하다고, 그래서 이제는 추스르자고, 대견스럽게 자위해댄다.
--- 치통보다 더 아픈 마흔의 성장통 중에서

그런데 이런 개인주의적인 삶이, 최소한 그 근저에 흐르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몹시 불편해질 때가 있다. 이를테면 작년 말에 있었던 상황이다. 내 중학교 친구는 와이프와 함께 순댓국집을 한다. 그 친구에게 그 무렵 전화가 왔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송년회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친구는 가족 모임을 밀고 나갔다. 다섯 명의 동창이니 아이들까지 모이면 20명이나 돼버리는, 송년회치고는 너무 거창한 모임이 된 것이다. 친구는 몹시 들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들뜸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마치 감옥에 있다 세상에 나오는 사람처럼 친구는 오랜만에 저녁 장사를 포기하고 들썩이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가족끼리는 말할 것도 없이, 친구들조차도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할 정도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뿐만 아니라 피차간에
서운한 마음도 많았을 것이고, 오히려 홀가분하게 친구들끼리 만나 회포나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그래서 그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더니 친구는 굉장히 서운해하면서 나를 “까탈스럽고” “잔 생각 많은” 놈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제는 살 만해졌다고 친구를 우습게 아는 거냐며 비아냥거린다. 결국, 뜻하지 않게 전화에다 대고 개놈 소놈 하면서 중학 친구의 특권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모임 성격에의 결론은 유보 상태로 남겨두었다.
--- 개인주의로 늙어가는 자의 슬픔 중에서

술자리에서 내가 즐겨하는 놀이 중에 콤플렉스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젊었을 때 즐겨했던 것 중 하나인 ‘진실 게임’이 일종의 자기 고백을 통한 관계적 친밀도를 목적으로 한다면 ‘콤플렉스 게임’은 자기가 생각하는 열등감이 남에게는 어떻게 비치는지를 객관화시켜 보는 목적이다. 어느 바의 독립된 룸에 네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사십 대 후반의 은행장, 사십 대 중반의 방송국 국장, 역시 사십 대 중반의 학원 원장, 그리고 사십 대 초반의 기자. (중략)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최소한 열등감에 한해서라면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도 괜찮다는 것을. 자기의 위중하고 부끄러운 병을 의사에게 말했을 때, 의사라는 직업은 그 병에 부끄러움의 가치를 절대 부여하지 않듯이 남들도 내가 고백한 열등감을 열등감으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못 믿겠는가? 어느 술자리에서, 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당신이 한번 제안해보라. 본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에 무려 백 원 건다. 콤플렉스 그거, 내 속에서만 자라는 상상의 병균이다.
--- 콤플렉스 게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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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뚜벅이가 뜬금없이 책을 낸다고?
그답지 않게 예를 갖추어 수줍어하면서 추천사 몇 줄을 부탁한다고 했다.
보내온 원고 몇 꼭지를 단숨에 읽었다. 그래, 맞아, 맞아, 하며 읽었다.
최근에 이렇게 통쾌하고 짜릿한 글을 읽어본 기억 별로 없다.
솔직히 나도 어른으로서 찔리는 게 너무 많은 탓이다.
이 가련한 중년의 나를 독하게 찌르려고 이 친구가 이런 글을 썼나, 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의 문장이 나를 마구 찌르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
오히려 찔린 자리가 환하게 밝아 와서 무장무장 행복해진다. 정말이다.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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