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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94건 | 판매지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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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66g | 135*197*26mm
ISBN13 9791197614125
ISBN10 119761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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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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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잘생기고 품위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단다. 얼굴에는 파우더를 발랐는데, 안색을 보니 맨 얼굴은 분명 희고 뽀얀 피부였을 거야. 자태가 여자처럼 섬세했고, 또 당시 우리가 ‘패치’라고 부르던 ‘애교점’을 붙였기 때문에 도드라져 보였어. 하나는 입술 왼쪽에 붙였고, 또 하나는 오른쪽 눈에 이어지는 점이었지. 옷 색깔은 푸른색과 은색이었고. 나는 이 아름다운 젊은 남자에게 넋이 나갔단다. 마담이 그를 데리고 와서 내게 소개를 시켰을 때, 나는 마치 천사 가브리엘이 내게 말을 걸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을 정도였어. 마담은 그가 ‘무슈 투렐’이라고 소개했고, 그는 나에게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어. 난 그가 하는 말을 완벽히 이해했지만 똑같이 프랑스어로 그에게 응대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
그러니까 그 남자가 독일어로 바꿔 말하기 시작했는데, ‘쉬’, ‘스’ 발음에 부드럽게 혀짤배기소리를 내는 거야. 그게 참 멋져 보였어. 하지만 그날 밤이 무르익을 무렵이 되자 나는 그 부자연스럽고 꾸민 듯한 부드러움하며 여성스러운 태도가 점점 버겁게 느껴지고, 내게 표하는 과한 칭찬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어.
--- p.24~25

방 한가운데 테이블을 가로질러 붉은색, 푸른색, 보라색, 얼룩덜룩한 색으로 치장을 한 16세기, 17세기, 18세기의 사람들, 터키인으로 에스키모로 또 도미노 가면 복장과 광대로, 얼굴에는 화장을 바르고 꺼먼 코르크로 분장을 하고 분을 바른 시끌벅적한 인간들로 가득 찬 이곳. 나는 그 핏빛 일몰이 야생화 밭을 피바다처럼 휩쓸고 지나쳐 검은 연못과 바람에 굽은 전나무 숲 옆, 죽은 말과 함께 쓰러져 있는 크리스토퍼 러브록의 시신을 비추는 광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사방의 노란 자갈과 보라색 히스가 진홍빛으로 물들어버린 광경이었지요. 그러더니 그 시뻘건 배경에서 회색 모자를 쓴 옅은 금발의 머리가 드러나는 겁니다. 오키 부인의 그 멍한 눈, 그 기이한 미소. 나는 정신병원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것처럼, 그 광경이 끔찍하고 상스럽고 혐오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 p.176

폴이 그런 말투와 표정을 짓자, 릴리언은 둘의 위치가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폴이 주인 같고 자신이 하인이 된 것 같았다. 릴리언은 자긍심이 대단하고 고집도 센 성정이었지만, 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런 생각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폴이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고 말하자, 평소 같지 않은 유순한 태도로 그의 말에 따랐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릴리언은 옆에서 터벅터벅 말을 타고 나아가는 생각에 잠긴 폴의 얼굴을 몰래 흘끔흘끔 살펴보았다. 이전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폴은 한 번씩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아무 소리 내지 않았고, 가무잡잡한 이마엔 주름이 져 있었다. 한번은 자신의 연인을 생각하는 듯 사진이 있는 가슴에 손을 갖다 대기도 했다.
--- p.249-250

그리고 저기 나의 동포들은 파괴에 맞서 절망적으로 씨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분투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비명을 들은 건 분명했다. 그들의 날카로운 고통의 비명이 포효하는 파도 소리 위로 날아왔다. 검은 파도가 산산조각 난 배의 파편을 여기저기로 날리고 있었다. 이내 난파선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 광경에 압도당해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마침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물결을 타고 해변 쪽으로 떠내려 오고 있었다. 그것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저게 인간의 형상인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철썩 하고 커다란 파도가 한 번 치자, 그게 둥실 떠오르더니 바위 위에 척 걸터앉았다. 선원의 사물함에 걸터탄 인간의 형상이었다! 인간이었다! 그러나 진짜 인간 맞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 p.33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회색 여인」
독일의 한 제분소 집 딸 아나 셰러가 무슈 드 라 투렐이라는 귀족 남성을 만나 겪는 이야기다. 학창시절 친구 소피 루프레히트의 초대로 그 집에 머물다 투렐을 만나고 잘생긴 그의 외모와 친절한 매너에 반했으나 작위적인 여성스러운 말투에 곧 환상이 깨진다. 아나는 원치 않았으나 루프레히트 부인과 올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그와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들어간 뒤 거의 감금 생활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남편뿐만 아니라 집안의 하인들도 알 수 없는 적대감과 무례를 보이며 그녀를 무시하지만 남편이 들인 중년의 메이드 아망트만이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다.
어느 밤 아망트와 아나는 친정에서 온 편지를 손에 넣기 위해 투렐의 방에 몰래 잠입했다가 출타했던 남편이 다른 남자들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숨는다. 그들은 이웃 신사 시에 드 푸아시의 시신을 둘러메고 돌아와 시신을 조롱하고 험악한 언사를 주고받는다. 그때 그녀는 투렐이 당시 악명 높았던 ‘쇼퍼’라는 도적단의 두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나와 아망트는 몰래 도망을 시도한다. 그들은 부부로 변장하고 인근 산악지역을 떠돌며 남편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는다.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
영국의 시골 저택 오키허스트에서 늦여름부터 이른 가을 6주 동안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내레이터는 윌리엄/앨리스 오키 부부의 초상화를 의뢰받고 그곳에 머무는 화가이다. 윌리엄과 앨리스는 친적지간으로, 17세기 초반 오키허스트에서 살았던 니콜라스/앨리스 오키 부부의 후손이다. 윌리엄은 전형적인 신사의 사고방식과 점잖은 매너를 지닌 매우 잘생기고 상상력이 결여된 남자로, 남편뿐만 아니라 현실의 모든 일에 무심하고 냉담한 아내 앨리스를 매우 사랑한다. 키가 크고 날씬한 앨리스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눈빛과 자태를 지닌 여성으로 17세기 조상 앨리스와 매우 닮았다. 앨리스는 바로 그 선조 앨리스와 그녀가 벌인 살인 사건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이야기는 ‘더블’과 ‘팜 파탈’을 모티프로 하여, 주인공이 보이는 과거 선조에 관한 과도한 집착이 마침내 남편을 광기로 몰아가 남편과 주인공 본인을 파멸로 이르게 하는 비극이다.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저택과 까마귀가 줄을 이루어 내려앉는 을씨년스러운 초원을 묘사하는 작가의 유려한 문장력이 압권이다.

「비밀의 열쇠」
리처드 트레블린은 어느 날 낯선 손님이 찾아온 후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는다. 아버지가 죽은 날 태어난 영지의 상속녀 릴리언은 아버지의 부재에도 아름답고 고집 세고 쾌활한 소녀로 성장한다. 어느 날 16살 먹은 폴이라는 소년이 영지에 찾아와 일자리를 요청한다. 잘생긴데다 다재다능한 폴은 금세 집안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는 릴리언의 말구종이 되어 예쁘고 제멋대로 구는 어린 아가씨 릴리언을 충실히 보필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따금 어둡고 교활한 표정을 짓는다. 어느 날 저택의 의전실에서 유령소동이 벌어지며 트레블린 부인은 기절한다. 다음날 아침 폴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다. 4년 후 폴은 재산과 지위를 회복한 채 영국에 다시 나타난다. 폴은 자신의 사촌 헬렌과 트레블린 가문 사이에서 집안의 비밀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야기는 미스터리하고 음산한 고딕 소설과 올컷 특유의 흥미진진한 청소년 소설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변신」
「변신」은 고딕 장르의 주된 소재인 ‘더블’, 또는 ‘또 다른 자아’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귀도는 난봉꾼으로 젊은 시절 재산을 모조리 탕진한 후,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약혼녀 줄리엣의 아버지 토렐라에게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고는 그가 자신의 무절제하고 독단적인 삶을 제어할 요량으로 내건 조건을 거부하고 줄리엣을 납치하려다 추방당한다. 그 후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난쟁이의 제안을 받고, 둘은 서로 몸을 바꾸는 변신을 한다. 둘은 서로 전혀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로 포장된 귀도의 일그러진 내면이 바로 난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귀도와 난쟁이는 더블이다.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강렬하고 오만한 성격을 지닌 남자 주인공을 내세워, 자만심에 빠진 남자의 독단적 성격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지 보여준다. 즉, 이야기는 7대악 중 하나인 자만심을 상징하는 일종의 알레고리 소품이다. 굽이치는 감정의 파도를 묘사하는 셸리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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