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체를 알 수 없는 판다같이 새침하고, 홀라당 뒤집혀도 웃는 거북이처럼 용감해요. 난 비 오는 날의 수다를 좋아해요. 울다가 웃어 똥구멍에 털 난 엄마와 낙타처럼 어깨에 혹이 솟은 아빠도 좋아요. 난 몸싸움이든 말싸움이든 싸우는 건 다 싫어요. 한숨 섞인 잔소리와 차가운 눈초리도 싫고요. 난 비밀이 많아요. 무슨 비밀이냐고요? -머리말 중에서 |
*머리말_내 친구의 세상으로 들어가며 제1부 내 책 속의 동물원 판다에게/ 씨앗똥/ 나, 나무늘보/ 나의 니냐/ 홀라당 거북이/ 까마귀 때문이야 내 책 속의 동물원/ 개보름 쇠기/ 봄은 예쁘다/ 여름에 쓰는 편지 제2부 아빠는 낙타다 둘 다/ 아빠는 낙타다/ 뒤통수/ 엄마는 다 알아/ 그게 다야/ 콧물 전용 휴지 엄마도 운다/ 사과/ 무좀/ 초보 운전 제3부 달 구멍 달 구멍/ 대두성 우주인/ 커서 뭐 될래?/ 야구와 축구/ 팔을 뻗으면/ 겁쟁이 위로/ 또르륵/ 라떼/ 달의 약속 제4부 파란 물통 파란 물통/ 무지개 아파트/ 나의 계단/ 참을 수 있을까?/ 한밤중 삼락공원에서 우천 지연/ 부산에 눈 오는 날/ 치앙마이 이발소/ 탁구장 할머니/ 그해 마스크 *맺음말_동시를 담은 특별한 그림 이야기 |
숲노래 동시읽기 2022.1.16.
노래책시렁 214
《뒤통수 좀 삐딱하면 어때》
김경화 글
김성찬·이주민·안재우 그림
한솔수북
2021.12.17.
잿빛집이 살기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잿빛집이 쭉쭉 늘어날는지 모르나, 잿빛집살이에는 ‘아파트 = 돈’이라는 생각하고 ‘아파트 = 서울살림(도시생활)’이라는 틀이 맞물립니다. 잿빛집을 사거나 빌려서 살아갈 적에는 ‘아이’하고 ‘살림’하고 ‘사랑’ 셋을 몽땅 버리는 길이요, ‘숲’을 잊는 굴레이기도 합니다. 잿빛집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잿빛집은 이런 바탕으로 올려세운다는 뜻입니다. 오랜마을을 밀어내고 숲을 깎아내려야 잿빛집을 올립니다. 냇물을 못 마시도록 막고서 꼭짓물을 마시도록 길들여야 잿빛집을 이룹니다. 마당에 나무를 심고 텃밭을 돌보는 조촐한 살림하고 등져야 잿빛집이 우람합니다. 《뒤통수 좀 삐딱하면 어때》를 비롯한 오늘날 웬만한 노래꽃은 잿빛집살이를 바탕으로 엮습니다. 워낙 잿빛집에서 사는 사람이 많으니 잿빛집을 둘러싼 하루를 글이며 그림으로 담을 텐데, ‘잿빛’을 덜어낸 ‘집’을 바라보면 사뭇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를 따라서 잿빛에 물드는 아이한테 맞추는 글이 아닌, 오롯이 아이라고 하는 숨결을 바라보면서 쓰는 글이라면, 줄거리가 확 다를 만합니다. 마당도 꽃밭도 없이 자라는 아이요 어른이니 까마귀 소리를 미워하는 글을 씁니다.
ㅅㄴㄹ
모든 게 까마귀 때문이야 / 아침부터 깍깍 / 더 자고 싶은데 / 시끄럽게 울어대니 / 아침잠이 모자라 / 수업에 집중할 수 없잖아. (까마귀 때문이야/28쪽)
산마루에 걸터앉아 / 바다를 바라보는 무지개 아파트 // 알록달록 색칠 / 얼룩덜룩 벗겨진 무지개 아파트 //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사람들 떠나고 / 북적북적 시장통 가게들 문 닫고 / 시끌벅적 골목길 조용해지고 / 덩그러니 혼자 남은 무지개 아파트 // 무지개 아파트 허물고 / 29층 새 아파트 세운다는데 / 차곡차곡 쌓아 둔 추억들은 어떻게 될까? (무지개 아파트/102쪽)
표지부터가 뭔가 동시집이라고 하기엔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목도 뒤통수가 좀 삐딱하면 어때
라고 하니까 시보다는
아동 소설 느낌이 더 강했다고 할까요.
아니면 어릴 때 미술시간에 봤던,
그런 향수가 느껴졌던 것도 있었어요.
어떤 책인지 확인하고 나서야
제가 느낀 감성의 정체를 알았어요.
장애가 있는 청년 작가들의
'나'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자유롭게 담은 것으로
직접 그림을 다 그렸더라고요.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만큼
그림 역시 자유분방하게
틀에 갇히지 않은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만족할 수가 없는데
나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면
내가 정말 원하는 모습이 나온다는 것.
가장 먼저 나오는 판다에게는
내 친구의 세상에 들어가며에서
내 친구가 한 말에서 시작된 듯하네요.
정체를 알 수 없는 판다에 대해
궁금하면서도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아요.
너 가면 썼지?
너 안경 썼지?
사람은 모두 진짜 나 자신을
보이는 것이 두려워서
안에 감추려고 하는 것처럼
그것을 판다로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요..
와 그림이 정말 잘 이루어져 있는데
그림을 보다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분명 서툰 것 같으면서도
표현이 너무 정확하고 직선이라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글보다는 그림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도 왠지 옆에서 같이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었던 삽화였어요.
책을 내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시 안에서 자유롭게 선을 딴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뭉클함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