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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반려일기

다시 쓰는 반려일기

: 펫로스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는 너와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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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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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80g | 146*209*13mm
ISBN13 9791167850522
ISBN10 11678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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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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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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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름이를 잃었다. 숱한 눈물을 흘렸고 시간이 흐를수록 추억은 흐릿해졌다. 그런데 수년의 세월이 흘러도 한 번씩 여름이의 사진을 목격하거나 강아지를 잃은 사연을 접하면 반사작용처럼 눈물이 흘렀다. 슬프다거나 가슴이 아프다는 감정을 인지하기도 전에 울음이 치밀어올랐다.
--- p.15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질 줄 알았건만 15년이 되도록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 여름이를 떠나보낸 부채감과 죄책감은 애초에 자존감이 높지 않은 나를 한없이 나쁘고 무책임 한 인간으로 가뒀다.
--- p.16

곁을 내어줬던 동물의 죽음, 가족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의 죽음은 살아남은 자를 옭아맨다. 한없이 선량한 동물의 눈길과 행동을 더는 볼 수 없음에 가슴을 짓이기는 상실감을 경험하고, 어떤 개를 키우든 나보다 앞서 떠나게 되는 수명의 이치에 절망하고야 만다.
--- p.16-17

드디어 무명의 여아 5, 모카를 만났다. 연한 갈색 털을 지닌 모카는 주먹치고는 많이 컸다. 굳이 주먹이라면 거인의 주먹이랄까.
--- p.31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생물체로서 다른 소리로 소통한다. 평생 100%에 닿을 수 없는 존재들이 가족이 됐다. 죽을 때까지 같은 언어로 떠들고 대화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이미 가족이다. 물론 사람을 키운다고 해도 100%의 소통은 무의미다.
--- p.38

동물을 키우며 흔히 책임감을 말한다. 하지만 그 책임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술술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담긴 수많은 항목을 모두 아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 p.52-53

살아있는 동물을 입양해 가족으로 맞이하려면 돌봄 노동은 물론이고 집 밖에서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그런 책임을 감당하기 싫고 번거롭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 당장 완구점으로 가서 귀엽게 생긴 동물 인형을 사서 집안에 둘 것. 배변을 치우지 않아도 되고 목줄을 채울 필요가 없고 언제나 예쁜 얼굴만 고수하는 동물 인형을 갖는 것 외엔 반려생활의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방법은 영영 없다.
--- p.53-54

내가 키우는 모카는 수영을 못 한다. 여전히 편식을 한다. 하지만 밝고 발랄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고 다리가 길어서 비 오는 날 산책을 해도 배가 젖지 않는다. 수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지만 다른 강아지가 하는 모든 것을 잘하는 건 로봇 아니고서야 불가능함을 알기에. 못하는 건 못 하는 대로 인정하고 문제 삼지 않는 어른이 되자는 깨달음을 나는 5.8kg의 작은 동물로부터 배운다.
--- p.81

한 번씩 살림살이를 망가뜨릴 때마다 얄미운 마음에 부른 돈벌레라는 별명에 괜스레 흠칫했다. 하지만 본래 반려동물이란 수입 없이 지출만 발생하는 존재다. 돈 한 푼 벌어오지 않는 식구라도 모카는 내게 지출보다 훨씬 큰 애정과 즐거움을 준다.
--- p.101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눈빛이나 발짓, 행동으로 전달하는 모카지만 사람 말까지 하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어지간하면 짖지도 않는 아이라 가끔 무섭거나 억울하면 “히잉히잉”이나 겨우 할 뿐이다. 모카가 말을 한다면 자신이 아프거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우는 소리로 내 마음을 더 아리게 하는 일은 없을 듯싶다.
--- p.105

모카와 살면서 이제야 나는 본연의 화해법을 곁에서 보고 배우는 것만 같다.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용서와 화해, 그 단순하고 순연한 유대 감각을 38년짜리 인생이 1년짜리 견생에게 배우는 신비한 오늘이다.
--- p.126

하지만 한 차례 지독한 펫로스 증후군을 앓고, 다시 반려생활을 시작한 나는 ‘만약’의 블랙홀의 위험을 안다. 만약은 반려견을 잃고 슬픔에 빠진 반려인을 구해주지 않는다. 무지개다리 건너편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오지도 못한다
--- p.143

거리에 유기된 채 지자체에 신고되면 며칠 뒤 안락사를 당하게 되고, 거리에서 생활하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다른 동물에 물려 다치고 장애가 생기는 둥 처절한 삶을 버텨야 한다. 그렇게 될 미래를 알면서도 강아지를 다른 곳에 보내거나 버리려는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동물의 살해를 계획하는 것이다.
--- p.162

어떤 말로도 부정할 수 없는 이별이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매사 조심한다 해도 반려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 p.166

예정된 이별에 절망할 미래를 떠올리며 나는 한 가지를 더 상상하게 됐다. 이별을 앞둔 존재, 모카의 마음이었다. 헤어짐을 앞두고 한없이 슬퍼하고 절망할 우리를 보며 모카의 마음은 어떠할지, 모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곳일지 그려보게 됐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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