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2월 2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388g | 127*194*22mm |
ISBN13 | 9788936438630 |
ISBN10 | 8936438638 |
발행일 | 2021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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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388g | 127*194*22mm |
ISBN13 | 9788936438630 |
ISBN10 | 8936438638 |
리틀 아이즈 옮긴이의 말 |
켄투키의 "주인"이 기기를 구매한 뒤 처음 충전할 땐 무엇보다 "주인으로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켄투키가 중앙 서버에 연결되고 다른 사용자, 즉 다른 곳에서 켄투키가 "되기"를 원하는 누군가와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중략)
그녀는 켄투키가 다른 사용자 "존재"의 명령을 받아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직접 켄투키를 켜거나 끌 수는 없다는 건가? p.35
어느 날부턴가 반려 동물 로봇 '켄투키'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300달러에 가까운 금액에도 켄투키를 구입해 '주인'이 되거나 연결 암호 카드를 사서 켄투키가 '되기'를 바란다.
동물도 아니고 로봇도 아닌 켄투키가 인기를 끈 재미있는 요소는 눈에 달린 카메라로 켄투키를 조종하는 사람이 켄투키를 구입한 사람의 모든 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켄투키를 구입한 사람은 먹이를 줄 필요도 없고 배설물을 치우거나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되고,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는 반려 동물 로봇이 생겨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외로움을 덜기 위해 켄투키와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주인도 있었다.
이렇게 켄투키가 어느새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았을 때 켄투키를 소유하거나 켄투키가 된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들 사건을 겪게 된다.
켄투키가 된 사람은 이 로봇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했을 테니 켄투키를 구입하는 대신 연결 암호 카드를 샀던 것일 테고, 켄투키의 주인이 된 사람은 삶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소유하는 것을 택했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알리나와 같은 몇몇 사람은 제외하고 말이다.
소설 초반을 읽어나가면서 켄투키에 대한 이런 설정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무렵, 이 반려 동물 로봇에 대해 든 생각은 단 하나 관음증이었다. 켄투키가 된 사람은 물론이고 소유한 사람까지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가 달린 눈으로 일상의 모든 것을 타인이, 그것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성별과 연령대마저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소름이 끼쳤다. 심지어 어떤 켄투키는 주인이 샤워를 하는 모습까지 훔쳐보려고 했고 유사 성행위를 시도하려고도 했기에 역겹기까지 했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쪽은 켄투키가 된 사람이었으나 켄투키를 산 사람 역시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설은 몇몇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 보통 소설과는 다르게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켄투키가 되거나 소유한 사람이 여럿 등장했고, 켄투키를 사업에 이용하려는 사람도 하나 있었다. 여러 사람이 켄투키와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긴 해도 몇몇 사람은 고정적으로 등장했다. 예술가 남자친구와 예술가 마을에서 권태롭게 지내는 알리나, 홍콩에 사는 아들이 켄투키 연결 암호 카드를 사서 보내준 덕분에 예쁜 독일 여자의 일상을 엿보게 된 페루의 나이 든 여자 에밀리아, 바쁜 아빠와 가정부만 있는 집에서 엄마를 그리워하다 노르웨이의 켄투키 용이 되어 눈을 만지러 떠나고 싶은 과테말라 소년 마르빈이었다. 그리고 랜덤으로 연결되는 켄투키의 특징으로 사업을 하게 된 그리고르도 있었다.
이들의 시선으로 켄투키가 되거나 켄투키를 바라보는 입장을 번갈아가며 보여줬고, 덕분에 켄투키의 장단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주인이 되는 것과 켄투키가 되는 것의 장단점을 두고 다들 이런저런 말들을 해댔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려는 사람은 드문 반면, 다른 이의 삶을 엿보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p.149
소설을 읽는 내내 켄투키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켄투키의 장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켄투키의 카메라로 지켜보던 사람이 갑자기 주인이 쓰러지자 신고를 해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에 일어난 또 다른 사건은 안타까운 끝을 맞이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러 대의 켄투키로 사업을 하는 그리고르는 어떤 켄투키를 통해 세상을 보다가 납치된 소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목숨을 구해줬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안타깝게도 끝이 좋지 않았다.
켄투키의 설정에 대해 파악됐을 때부터 예상했던 대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만약 우리의 현실에 켄투키가 존재한다면 나는 절대, 죽어도 켄투키는 근처에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켄투키를 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켄투키가 되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 누군가가 내 삶을 엿보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는 짓은 도무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이 숨기는 민낯을 본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내내 불쾌감이 들어 뒷맛이 씁쓸한 소설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려는 사람은 드문 반면, 다른 이의 삶을 엿보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_149
토끼, 두더지, 까마귀, 팬더, 용 등 각기 다른 동물 모습을 한 로봇 '켄투키'.
켄투키 인형을 '소유'하는 사람들과 그 켄투키 인형을 조종하며 자신이 켄투키가 '되는' 사람들.
둘 사이의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서로의 일상과 세계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달라진다.
시작은 호기심이었겠지만, 점점 집착하게 되며 공포에 잠식되어가는 과정이 점진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첫 에피소드 제외) 첫 에피소드부터 노출과 협박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이 책에 깔려있는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소유'하는 사람은 애정을 갈구하고, '되는' 사람들은 점차 집착하고, 그리고 이때에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까지.
나라면 켄투키 인형을 '소유'할 것인가? '되기'를 선택할 것인가?
단순한 로봇 인형이 아닌, 그 로봇 인형을 조종하며 나의 일상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만해도 절로 섬뜩해진다.
반대로 몰래가 아닌 암묵적 동의로 누군가의 일상을 바라볼 기회가 생긴다면 호기심은 생길 것같다.
처음은 호기심으로 잠깐 볼 것같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타인의 삶을 계속 엿볼 수는 없을 것같다.
내 성향 상 귀차니즘도 강하고, 편집되어 짧게 응축해서 보는 걸 선호해서 아마도 금새 지루함을 느낄 것같기도..
하지만 이런 상상조차 읽다보면 거북함을 준다.
왜 켄투키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소소하고, 사사롭고, 쩨쩨하고, 뻔한 것들뿐일까? 지나칠 정도로 인간사에 얽혀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뿐 아닌가. _297
켄투키를 이용해 폭발 테러, 비행기 납치, 주식시장 붕괴, 엘리베이터 추락 사건 등의 상상도 못할 끔찍한 범죄 사건이 일어났다면 오히려 현실감이 사라졌을 것같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켄투키 사건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에서 시작한다. 정말 내 옆에서 일어날 것같은, 혹은 내게 일어날 것같은 일상에서 오는 두려움이 느껴져서 공포감을 절로 느꼈던 것같다.
읽다보면 섬뜩해지고 불쾌한 끈적함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괜히 내 방의 인형들이 무서워진다.
온라인 세계에서 익명의 존재가 되는 것이 최대한의 자유이자 사실상 거의 바랄 수조차 없는 조건인 마당에, 타인의 삶 속에서 익명의 존재가 된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_167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