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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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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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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46g | 128*200*18mm
ISBN13 9791191193350
ISBN10 119119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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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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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아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혜린은 자신의 무한한 정신이 한 사람에게 굴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무한한 정신으로도 혜린은 어떻게 자신이 이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서지아는 천천히, 그토록 거룩하고 그만치 잔혹하며 그만큼이나 장난스럽게도 물었다. (…) 서지아는 웃었다. 혜린에게는 마치 신이 옥좌에 앉아 웃는 것처럼 보였다. --- p.13~14

둘은 신 서울을 증오하지 않았다. 그게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었고, 원래 이 세상은 망해 있었다. 그래도 리원은 신록과 같이 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망한 곳에 살아도 희망 한두 가지는 있었던 것이다. --- p.40

“인류의 운명은 태양계 저 너머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파종선 별누리의 선원이 되어 나와 운명을 함께합시다. 코란트의 충성스러운 배양인 여러분.” --- p.45

서지아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치워 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능하다면, 그는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세상에서 말소해 버리는 것을 선호했다. 서지아는 그 과정 자체를 즐겼다. --- p.93

“돈, 돈. 돈! 우리 삶을 더 낫게 해 줄 돈. 우리에게 품위를 줄 돈. 내가 더 이상 신스를 만들지 않아도 될 돈, 우리 모두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돈. 콘크리트 폐허 위에서 살아가지 않게 할 돈. 난 그 돈이 필요해. 오직 돈만으로 품위와 자유를 살 수 있으니까. 행복은 철저히 물질적이야. 너도 내게 감사하게 될 거야!” --- p.134

극소수의 사람들이 사는 제1 거주구역과 제2 거주구역에서 쓰레기를 만들면 드론들이 그것을 수거해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제3 거주구역으로 보낸다. 신록은 그 모습이 서울의 축소판 같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희소하며, 세상의 모든 사람이 노력했을 때 비로소 일부의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일까? --- p.154

다시 아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영혼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유형이었다. 44번은 원래 이랬나? 신록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여기엔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 네가 오니까 참 좋다!”
“잠깐, 저는……”
“걱정하지 마. 내가 네 사수거든. 서울에서도 그랬잖아? 배양인이 배양인을 이끈다! 따라와!”
서울에서도 그런가? 신록은 알 수 없었다. --- p.109

서울에서 생명세를 갚아야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별누리에서는 티켓을 사야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돈이었다. 돈을 잔뜩 벌기 전에는 품위고 뭐고 없었다. 생명세를 다 갚는다고 해서 품위를 얻을 수 없다. 해방의 짜릿함도 하루 이틀뿐, 해방되면 모든 게 편해지나? 그저 서울의 시스템에 합류하게 되는 것뿐이다. 생명세를 다 납부해도 세상의 좋은 것을 누리려면, 품위를 가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게 이 세상의 규칙이었다. --- p.105

초지능의 핵을 해킹하는 데 당신의 유전자가 필요합니다. 오직 혜린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당신만이 초지능의 핵에 직접 접속할 수 있으니까요. 초지능에 접속해서 통제하여, 다현이 그동안 별누리를 해킹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 p.182

신록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런 고통이, 이토록 순수한 고뇌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오직 이런 가학적인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서 서지아는 이토록 거대한 일을 벌인 것일까? (…) 서지아가 이런 짓을 한 이유 따위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서지아는 별누리 안에 자신만의 지옥을 만들어 놓았다. 신록은 이 참극을 끝내야만 했다. 이젠 생명세 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고통받는 자매들과 혜린의 영혼을 해방해야만 했다. --- p.208

혜린이 신록의 두 손을 잡았다. 온기 대신 전해지는 다른 것을 느끼고 신록은 경련했다. 그것은 혜린의 고통이었다. 그것은 배양통에 있는 자매들 수백 명의 고통이었다. 신록은 그 고뇌의 크기 자체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신록은 무릎 꿇었다. 그의 존재가 늪 속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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