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애플 신제품이 나올 때 발 빠르게 구매하기 위해 매장 밖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있다. 대화를 나눌 상대방을 앞에 두고 무례하게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는 퍼빙, 시도 때도 없이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소셜 스낵킹, 업무 중 인터넷을 통해 다른 일을 하는 사이버로핑도 이제는 소수의 사람만 갖는 문제가 아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 등 기술에 통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 밖으로 나와 현실이 되어간다. 이 책은 도박 중독을 이끄는 카지노의 설득 기술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소셜미디어에 내재된 다양한 설득 기술 장치가 우리를 어떻게 소셜미디어에 집착하게 만들고, 결국 중독으로 인도하는지를 경고한다.소셜미디어에 심긴 중독 요인을 정조준하다저자는 오늘날 사람들이 보이는 이러한 중독적인 행위와 관계의 변화가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함께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시작점으로 닐 포스트만이 전체주의적 기술주의 문화로 규정한 ‘테크노폴리’를 화두로 삼고 이들이 통제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사회의 모습과 의미를 이야기한다.1장, ‘기술과 디자인’에서는 이용자가 주인이 되지 못하는 주목 경제의 현황을 살펴본다. 가령 구글 창업 초기에는 되도록 광고를 배제해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속도를 놓이고 품위를 지키려는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구글을 살린 것은 애드센스라는 광고 기법이었다. 또한 저자는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서 오늘날 기업이 행동 디자인과 설득 기제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펴보고 그 부작용을 논의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은 더 많은 이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한 설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주목 경제에서는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자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동시에 좋아요를 받기 위한 콘텐츠를 올리는 데 열을 올린다. 기업이 설계한 자극과 보상의 순환고리 안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좋아요에 연결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들어와 자발적으로 일한다.2장, ‘중독 사회’에서는 인터넷과 게임의 등장 이후 다양한 설득 기술에 굴복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중독을 일으키는 요인과 여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인간 심리를 조망한다. 특히 능력주의, 경쟁과 수치화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삶의 조건이 어떻게 개인을 중독으로 몰아가는지 살펴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인터넷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습관적인 사용이 어떻게 중독 현상으로 심화되는지를 쉽지만 깊이 있게 서술한다.2장에서 중독의 요인을 탐구했다면 3장, ‘중독 사회 처방전’에서는 중독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과 관점을 짚고 한계와 문제점을 논의한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소셜미디어 중독은 목적 없는 병리적 인터넷 사용의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지지만, 중독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에 걸쳐 성별이나 나이 혹은 경제 수준이나 계급의 구분 없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디지털 미니멀리즘, 미디어 리터러시, 병인론적 치유를 각각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삶의 기본 양식인 산책과 독서로 돌아가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처럼 해결에 대한 논의는 중독자가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첫 번째 발판이 될 것이다.개인으로부터 시작하는 현대판 르네상스를 위하여휴대전화의 대중화와 소셜미디어의 탄생은 역사가 길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그 이전의 시간과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에 심취해 있다. 분명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데에는 기술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기억과 반추, 숙고와 성찰, 후회와 반성이 따르지 않는다면 기술에 휘둘리게 된다. 유명 게임개발자인 이안 보고스트가 말했듯이 습관 형성을 위한 첨단기술 서비스의 유행은 ‘금세기의 담배(cigarette of this century)’이다. 기술과 결합한 행동디자인, 중독 설계를 표현하는 간결하고 치명적인 표현이다. 저자는 “걷고 읽자. 비상한 경계를 하지 않는 이상,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높다. 테크노폴리의 성곽 안에 갇혀, 어떤 곳인지도 인지 못하고,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방황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라고 경고한다. 이처럼 무분별한 기술 남용은 이용자가 아닌 기술을 위한 사회를 만들 뿐이다.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더 짙어진다. 그 어느 때보다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우리의 그림자를 살피자. 중독을 향한 꾸준한 통찰과 반성만이 기술에게 침식당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되찾을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소셜미디어 중독의 위험성을 깨닫고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주체적인 기술 생활에 한발 더 다가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