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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내 여자의 열매

한강 | 창비 | 2000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40건 | 판매지수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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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148*210*30mm
ISBN13 9788936436575
ISBN10 8936436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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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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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제 어머니께 편지를 쓸수 없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두고 가신 스웨터를 입어 볼수도 없게 되었어요. 지난 겨울 여기 올라오셨다가 깜빡 잊고 두고 가신 자ㅈ색 털 스웨터 말이에요. 그이가 출장간 다음날. 아침부터 오한이 들길래 그 옷을 입어보았어요. 제때 빨아두지 않았던 덕분에 묵은 반찬냄새며 어머니 살냄새가 그대로 베어있었어요. 다른 날 같으면 빨아입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추워서 또 그 냄새를 오랫동안 맡고 싶어서 그냥 입고 잠들어버렸어요.

다음날 새벽까지 오한은 멈추지 않고 어머니 얼마나 춥고 목말랐는지 마침내 아침 햇빛이 안방 유리창에 비칠때 나는 소리를 죽여 울었답니다. 그 따뜻한 빛을 좀더 깊숙이 받아들이고 싶어서 베란다로 나가 옷을 벗었어요. 벌거벗은 살에 내리박히는 햇빛이 꼭 어머니의 살내 같아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머니만 불렀어요.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며칠일까. 몇주일일까. 아니면 몇달일까요. 제법 대기가 뜨거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열기가 가시고 그 뒤로 조금씩 쌀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에요.

멀리 중랑천 너머 아파트의 창문들은 지금쯤 주황빛으로 밝혀져졌겠지요. 거기 사는 사람들은 나를 볼수있을까요. 간선도로에서 헤드라이트를 내쏘며 달려가는 차들은 나를 볼수 있을까요. 나는 지금 어떻게 생겼을까요.
--- p.234-235
아이는 어느 날 아빠가 많이 울어서 엄마가 그를 좋아했다는 말을 떠올린다. 아이의 상처난 무릎을 빨아주며 엄마의 얼굴에 어리던 헤아릴 수 없는 근심을 떠올린다.

엄마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그것이었을까, 아이는 생각한다. 어린애처럼 들먹이는 아빠의 어깨를 올려다보면서 괜찮아요, 라고 말해주고 싶던, 그 찢어지는 것 같던 마음이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이 마음을 계속해서 갖고 있는 것이 괴로워서 엄마는 이 마음을 버렸을까, 그래서 우리 둘을 떠나버린 것일까 하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동안 아빠는 아이보다도 더 무서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줄곧 무서움을 참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 더욱 무서웠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p.174

언제부터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어?
당신 얼굴의 피를 봤을 때....그때 당신이 피 흘리고 있지 않았다면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몰라....난 당신의 피와 상처를 좋아해. - <어느날 그는> p.38
아내의 문제는 무엇일까. 어떤 괴로움이 심인성의 장애까지 불러일으킨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여자가 이렇게 나를 외롭게 해도 되는 것인지, 무슨 권리로 나를 외롭게 하는 것인지 의아해질 때마다 막막한 염오감이 오래된 먼지처럼 켜를 이루어가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 p.230
스물네살의 추석 밤이었다. 달을 보려고 혼자 대문에 나갔다. 처음 직장에 다니며, 잠을 네다섯 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도둑글을 쓰던 때였다. 소원을 빌어야지. 희끗한 달을 올려다보면서 나는 뭔가 바랄 만한 것을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냥, 이 마음을 잃지 않게만. 그리고는 더 빌 것이 없었다. 순간순간 차고 깨끗한 물처럼 정수리부터 적셔오던 충일, '그것'과 바로 잇닿아 있다는 선명한 확신.이제는 글을 쓸 때 간혹, 일상 속에서는 아주 가끔 만날 뿐인 그 마음이, 그때에는 눈을 뜨면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밥을 먹을 때나 걸을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그 마음은 그 자리에 있었다.
--- p.6
'빨리 가자.'
'왜 빨리 가?'
'감기 드니까 빨리 가야지.'
'왜 감기 들어?'
'네 옷이 얇으니까! 그걸 말이라고 자꾸 대꾸를 하니?'

빌라 앞 주차장에서 젊은 엄마가 신경질적인 어조로 아이를 재촉하고 있었다. 타닥타닥 운동화 끄는 아이의 발소리가 고스란히 울려왔다.

그때였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는데 마치 암전되듯, 아니, 암전이라면 어두워지는 것일 텐데, 반대로 어둠이 꺼지고 날카로운 빛이 두 눈을 찔렀다. 마치 정수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동굴 속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일그러진 얼굴이 그 빛 속에서 양각처럼 도드라졌다.
--- p. 74-75
나는 홀린 듯이 씽크대로 달려갔다. 플라스틱 대야에 넘치도록 물을 받았다. 내 잰 걸음에 맞추어 흔들리는 물을 왈칵왈칵 거실바닥에 쏟으며 베란다로 돌아왔다. 그것을 아내의 가슴에 끼얹은 순간, 그녀의 몸이 거대한 식물의 잎사귀처럼 파들거리며 살아났다. 다시 한 번 물을 받아와 아내의 머리에 끼얹었다. 춤추듯이 아내의 머리카락이 솟구쳐올라왔다. 아내의 번득이는 초록빛 몸이 내 물세례 속에서 청신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며 나는 체머리를 떨었다.
내 아내가 저만큼 아름다웠던 적은 없었다.
--- p.234
그이는 무척 친절해졌답니다. 커다란 화분을 구해와서 거기 나를 심어주었지요. 일요일이면 오전 내내 베란다 문턱에 걸터 앉아 잔딧물도 잡아줘요. 내가 수돗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그렇게 피곤해만 하던 사람이 아침마다 물통 가득 뒷산 약수를 길어와서 내 다리에 부어준답니다. 얼마 전에는 기름진 새 흙을 한아름 사와서 갈아주었어요. 비가 내린 다음날, 오랜만에 도시의 공기가 깨끗해진 새벽녁이면 창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어 공기를 바꾸어 준답니다.
--- p.235
구두를 벗으며 나는 유난히 집안 공기가 싸늘하다고 느꼈다. 슬리퍼를 신고 몇발짝 걸어가기 전에 역한 냄새를 맡았다. 냉장고 문을 열자 호박이며 오이 따위의 찬거리들이 말라비틀어진 채 등허리부터 썩어가고 있었다. 전기밥솥 속에는 오래 전에 해놓은 밥이 반 공기쯤 말라붙어 있었다. 묵은 밥 냄새가 뜩운 김과 함께 코를 찔렀다. 설거지도 되어 있지 않았다. 세탁기 위에 놓인 플라스틱 대야에는 잿빛 비눗물에 담가놓은 세탁물들이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안방에도, 화장실에도, 다용도실에도 아내는 없었다. 나는 아내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렀따.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따. 출장 떠나던 아침 내가 보다가 그대로 펼쳐놓은 조간신문과 오백 밀리리터들이 빈 우유퍅, 우유방울이 하얗게 응고된 유리컵과 아내가 뒤집어 벗어놓은 흰 양말 한짝, 빨간 가짜 가죽지갑 따윅 거실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널려 있을 뿐이었다. 차소리가, 간선도로를 거센 속력으로 질주하는 엔진음들의 불쾌한 울림이 집안의 단단한 적막 위로 칼금을 긋고 있었다.

허기와 피로 때문에, 밥 떠먹을 깨끗한 숟가락 하나도 남김없이 싱크대의 개수통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 식기들 때문에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먼곳에서 돌아왔는데 아무도 ㅇ벗다는 것 때문에, 긴 비행시간 동안 겼은 소소한 이들과 이역의 기차에서 본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피곤해? 라고 물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괜찮아 라고 강인하고 참을성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외로웠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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