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당 액자 + 엽서 세트 증정 (포인트 차감)
제삿날, 가장 예뻤던 사탕 옥춘당. “순임아, 눈 감고 아~ 해 봐.” 할머니는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사람들 말에, 나는 오직 ‘한 사람’을 떠올렸다. “나는 여름이 고여 있던 그 집을 오래 기억한다.” 어린 손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할아버지 고자동 씨와 할머니 김순임 씨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살았다. 두 손을 꼭 잡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던 늘 다정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정 많고 따뜻한 할아버지는 낯을 많이 가리던 할머니에게 남편이자 유일한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게 되고, 짧은 시간을 뒤로 할머니의 곁을 떠나게 된다.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조금씩 말과 기억을 잃어 가고, 오직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동그라미만 그리면서 또 다른 시간에 갇히고 마는데…. 고정순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화책 『옥춘당』은 제사상에서 가장 예쁜 사탕 옥춘당을 통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애틋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만든 이야기이다. 알록달록 동그란 옥춘당처럼 달달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한 그리움으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스러지기에 아름답고 가슴 저릿한 노을빛 사랑을 만나 보자. |
새로운 그림책을 읽어보고자 고르게 된 책. 이 이야기는 고정순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다. 작가는 조부모를 주인공으로 하고,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여 픽션의 요소를 첨가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인공은 전쟁고아였던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 그들은 삼남매를 낳았고 개중 장남 고상권 씨가 화자 ‘나’의 아버지가 되었다.
나는 방학 때마다 할아버지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와 다르게 금슬이 좋은 부부였다. 낯가림이 심한 할머니와 다르게 할아버지는 쾌활한 성격이었고, 따라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남편인 동시에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서로에게 다정했던 이들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술집여자들’에게 기껍게 세를 줄 만큼 친절한 이웃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에게 비극이 찾아왔다. 통증을 느낀 할아버지가 병원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폐암 말기 환자였고, 선고 후 6개월이 흐른 화창한 초여름 할아버지는 숨을 거두게 된다. 할아버지가 죽은 후 할머니는 말을 잃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집에서 치매를 앓기 시작한다. 의사는 할머니를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정의했다.
[말을 잃고 아무 때나 잠드는 할머니를, 의사는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했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할머니의 성숙한 지성은 완전히 무너졌고 아기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할머니를 종일 돌볼 가족이 없었기에, 할머니는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나는 요양원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가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사람들 말에, 나는 오직 한 사람을 떠올렸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졌고, 그의 몸에선 점점 시간이 빠져나갔다.
[요양원 사람들 말로는, 할머니는 종일 동그라미를 그리며 보낸다고 한다.]
종국에 할머니는 요양원 생활 10년 만에 세상을 뜨게 된다. 이 해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그림책에선 돌아가신 할머니가 요양원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젊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생을 떠난 할머니는 버릇처럼 모래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의 할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할머니에게 다가온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눈가가 절로 뜨거워졌고, 늦게나마 부부의 안식을 가슴 깊이 소망했다.
옥춘당을 아시나요?
어린 시절 제삿상에 올라가는 음식 중에서 단연코 제 시선을 사로잡던 알록달록 동글납작한 사탕.
빨강, 하양, 초록, 노랑, 분홍 색색의 빛깔도 매력적이었지만 알싸하면서 달콤한 박하맛은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듭니다.
어린 저를 생각해 할머니가 챙겨두셨다 따로 손에 쥐어주시던 옥춘당은 그냥 사탕이 아니라 제게는 사랑이었지요.
그런 옥춘당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정순 작가님의 <옥춘당>
옥춘당 하나를 입에 넣고 살살 녹여 먹으며 이야기를 열어 봅니다.
빼꼼.
오늘의 주인공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
두 분의 이야기가 궁금해 펼쳐 보았는데 도리어 자신들 이야기가 궁금한 제가 궁금한 아이 같은 표정의 두 분.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스며나오고 무장해제되는 기분입니다.
평생을 서로 아끼고 살아온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떤 것이었을지 이 장면 하나로, 닮아 있는 두 사람의 표정만으로 그냥 다 알 것 같네요.
<옥춘당>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야기가 연결되는데요.
두 분의 만남부터 손녀인 고정순 작가님의 눈에 비친 알콩달콩하고 애틋한 사이를 그린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할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그리고 조용한 치매 환자가 된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머무를 수 없는', 요양원에서 할아버지 곁으로 가신 할머니의 마지막을 들려주는 '금산요양원 13번 침대'로 이어집니다.
어린 손녀의 눈에도 유독 사이 좋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전쟁고야였던 두 사람은 서로가 전부였기에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습니다.
사람 좋아하는 사람 좋은 할아버지와 낯가림 심한 남편바라기 할머니 댁에서 여러 번 여름방학을 보내며 손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두 분과 함께 보낸 그 여름이 고여 있던 그 집을 오래 오래 기억하지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서로에게 돌아갈 집이었을 뿐만 아니라 돌아갈 집이 없는 이들에게 집이 되어주신 분들이었어요.
기댈 곳 없었던 자로 살아본 할아버지이기에 세심하고 다정한 헤아림을 조심스레 건네실 줄 아셨답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건네준 세상 가장 어여쁘고 달달한 사탕이 바로 옥춘당이었어요.
그 마음을 알기에 할머니 역시 천천히 오래 오래 녹여 먹으며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를 머금고 계시느라 더 말없고 조용한 분이 되신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애틋하고 지극한 두 분의 사랑이 한없이 끝나지 않으면 좋았을 텐데요.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으시고 치료 대신 일상을 살다가 돌아가십니다.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할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할머니는 말을 잃으셨습니다.
남편이었고, 사랑이었고, 전부였던 사람과 헤어지고 할머니의 시간도 멈추었습니다.
소중한 기억을 품고서 살아가기에 지금의 시간은 계속 멈추지 않고 흘러가니 말이지요.
조용한 치매 환자의 삶을 택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사랑인 동그란 옥춘당을 그리고 또 그리면서 할아버지를 기다립니다.
그토록 그리고 그리던 할아버지를 만나던 날의 할머니는 분명 행복하셨을 거예요.
세상에 서로가 전부인 사랑.
처음에 저는 그 사랑을 잃은 순간의 아픔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내 전부를 잃은 순간 나도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시 들여다 보니 그렇게도 온전하게 서로가 전부인 사랑을 한 두 분의 사랑이 너무나 위대하고 아름다워서 진실로 다정하고 따뜻해서 두 번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나눈 두 분의 삶이 옥춘당이라는 사랑의 맛으로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어요.
옥춘당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될 두 분의 사랑.
만약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 받을 몫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면 이 두 분은 사랑이 제 몫을 다한 삶을 사신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두 분의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사랑, 후회없는 사랑이기도 했을 거예요.
과연 그 누가 후회 없다 말할 수 있는 사랑이 있나 생각했는데 그것은 제가 이 분들의 사랑을 몰랐기 때문이겠죠.
두 분이 좋은 곳에서 두 손 꼭 잡고 계실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이 책 곳곳에 그려진 서로를 온전히 사랑한 두 분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네요.
역시 옥춘당은 사랑이고, 옥춘당의 맛은 사랑의 맛입니다.
사랑은, 사랑은 이런 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거겠죠.
온전히 사랑으로 사랑을 한 두 분은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랑을 천천히 녹여 먹고 싶네요.
당신에게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예쁘고 동그란 것으로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