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몇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나의 정자와 하나의 난자가 결합하여 하나의 세포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 하나의 세포는 분열을 거듭하여 100조 개의 세포로 늘어난다. 100조 개의 세포 덩어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과학은 이 과정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갈 길은 아득히 멀다.

인간에게는 왜 머리가 있을까?
불가사리와 인간은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지만, 불가사리는 머리가 없고 인간은 머리가 있다. 왜 인간은 굳이 머리가 있는 생물로 진화했을까? 사방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불가사리와 달리, 주로 한쪽 방향으로 헤엄치는 벌레로서는 앞쪽에 신경이 몰려있는 편이 더 유리했을 것이고, 앞쪽에 몰린 신경이비대해져서 뇌가 되었다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추정이다. 가장 오래된 뇌의 화석이 5억 3천만 년 전의창고기 화석에서 발견되었는데, 창고기의 뇌가 바로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오늘날 인간의 태아도같은 방식으로 뇌가 형성된다.(58쪽 이하)

고래와 인간, 누구의 뇌가 더 큰가?
향유고래의 뇌는 8킬로그램이고 인간의 뇌는 1.4킬로그램이다. 그렇다면 향유고래가 인간보다 더 영리할까? 향유고래의 몸은 약 20톤이므로 뇌의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 한편 인간의 몸무게에서 뇌의 비중은 약 2%에 달한다. 비율로 보면 인간은 고래보다 50배 더 큰 뇌를 가지고 있다.(93쪽 참조)

태아의 아가미는 다 어디로 갔을까?
인간 태아가 5주째가 되면 물고기 모양을 닮아 있다. 게다가 상어의 아가미와 매우 흡사한 아가미활이네 개나 있다. 이 아가미활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첫째 아가미활은 귓속뼈가 된다.(190쪽), 둘째 아가미활은 얼굴 표정 근육이 된다.(192쪽) 인간의 미소는 모두 아가미를 움직이던 근육이 다른 방식으로진화한 결과이다. 아가미 틈은 모두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하나의 틈이 바로 귓구멍이다.(195쪽)

아가미로 수중 호흡을 하다가 어떻게 허파로 공기 호흡을 하게 되었을까?
육상동물 대부분은 산소를 혈액으로 흡수하는 다른 방법, 즉 허파를 발달시켰다. 물속에서 살며 아가미로 수중의 산소를 흡수하다가 허파로 공기를 호흡하게 된 것은 엄청난 도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고기의 해부구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도약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물고기에게도 공기를 저장하는 부레라는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264쪽)

구석기 다이어트는 완전히 틀렸다.
구석기 시대 인간이 먹던 것처럼 먹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다는 구석기 다이어트 이론은 완전히 틀렸다. 왜냐하면 현재 인간의 소화계가 이미 구석기인들과 다르게 진화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밀라아제와 락타아제 유전자에 수정이 가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287~288쪽)

인간의 바람기는 진화의 산물일까?
인간의 고환은 침팬지보다는 작고 고릴라보다는 크다. 침팬지는 다수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이 관계를하기 때문에 많은 정액을 생산해야 수정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고릴라는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기 때문에 정액의 양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일부일처제에 약간의 난교가 가미된 짝짓기 체계가 알맞다.(310쪽)

침팬지는 왜 똑바로 설 수 없을까?
허리뼈가 4개밖에 없기 때문. 한편 인간은 허리뼈가 7개다. 허리뼈가 많을수록 허리가 약해져서 다치기 쉽고, 상체의 힘이 약해진다.(227쪽). 나뭇가지를 잡고 이동할 때 허리를 다치지 않으려면 허리가 짧은 것이 좋다. 따라서 인간은 나무 생활을 완전히 포기했음을 알 수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에서 이미 인간은 완전한 직립이 가능했음이 확인된다.(231쪽) 한편 가장 최근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거꾸로 인간보다 더 짧고 경직된 허리를 가졌다.(234쪽)

인간의 진정한 특징은 다리에 있다.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다른 핵심은 다리에 있다. 뇌의 크기도 다르지만 뇌가 작을 때도 다리만큼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길었다.(358쪽) 이는 인간의 조상이 나무가 거의 없는 초원에서 진화해서 침팬지처럼 나무에 오를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단거리 경주에서는 거의 모든 동물에 뒤지지만 장거리 경주는 심지어 말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동물을 이긴다.(391~392쪽)

야만을 뚫고 문명으로 나아간 엄지 손가락
당신의 손을 보라. 여기에서 당신은 다른 영장류와 공유하는 특징, 우리만의 것처럼 보이는 특성과 더불어 머나먼 조상의 메아리를 볼 수 있다. 당신은 다섯 개라는 원시적 개수의 손가락을 지녔다. 이는초기의 영원 비슷한 사지동물 아칸토스테가 같은 생물들이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온갖 실험을 거친 끝에 태고의 조상들이 물려준 것이다.

당신의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게 해주는 기본 근육조직은 현생
양서류와도 공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물들과 달리 당신은 마주 보는 엄지를 지녔다. 이는 사람에게만 독특하지 않고 대부분의 영장류와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갈퀴(claw)가 아닌 손톱을 지녔는데, 이 또한 영장류의 특성이다. 하지만 튼튼한 엄지와 이것을 움직이는 독특한 근육처럼 좀더 최근에 진화한 온갖 특성들도 있으며, 이는 당신의 손을 도구를 제작하고 다룰 수 있는, 즉 도구를 빚어낼 수 있는 기관으로 빚어냈다. 당신이 이 손을 보고 또 움직일 때 그 속에 이 모든 진화적 역사가 들어 있다.(426쪽)

머리에서 발끝까지<br/>머리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인간 신체의 구성에 따라 책의 장이 나뉘어져 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뇌에서부터 감각 기관, 척추 및 사지에 이르기까지 각 기관별로 상세한탐구가 펼쳐진다.<br/><br/>태아와 진화<br/>각각의 신체 기관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태아의 발생 단계에서 몇 주째에 어느 부위가 발달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진화의 역사에서 해당 신체 기관이 탄생한 근거를 밝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소리를 내는 기관인 후두를 만드는 부위는 5주째부터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물고기의 아가미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포유류가 물밖으로 나오면서 아가미가 사라지고 아가미가 다른 기관으로 변형되었던 진화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이다.<br/><br/>다큐멘터리 기법<br/>매우 복잡한 인체 해부학과 진화 관련 내용이지만, 저자는 방송 다큐멘터리 기법을 이용해서 흥미롭게이야기를 풀어간다.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는 학자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기계속에 들어가서 자신의 신체변화를 촬영한 경험담을 털어놓는가 하면, 바닷속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마치 다큐 영화를 보는 것처럼, 과학 탐구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끌고 들어간다.결론보다는 질문: 연구의 최전선을 보여주다. 저자는 과학적 결론을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근대 발생론의 거두 헤켈과 그의 이론을 뒤집은 현대 유전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적 입장들을 소개하면서, 과학자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현장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론을 정리한 책이 아니라 탐구<br/>의 길을 열어주는 책이다.

●당신이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조상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당신이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것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저자는 없었다. 뇌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당신은 비로소 당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_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저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은 바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여행이다. 자신의 몸을 탐험하는매혹적인 여행의 가이드북. _ 데즈먼드 모리스, 《털 없는 원숭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