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질병과 절망에 대한 책이 아니다.
내 멋진 마지막 한 해의 기록이다.”
ALS 진단을 받은 이후 수전은 자신의 삶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운동선수인 루게릭은 ALS에 재능을 빼앗겼지만, 자신은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몸은 쇠약해질지언정 재능만은 빼앗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글로 기록했다. 손가락에 키보드를 누를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아이패드로 글을 쓰다가, 얼마 후에는 터치스크린 위로 손이 미끄러져 결국 유일하게 힘을 줄 수 있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아이폰을 한 글자씩 두드려 글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감상적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보고 웃었으면 좋겠다고, 삶을 기쁘게 바라보겠다는 목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을 기자로 일하던 〈팜비치 포스트〉에 기고했고, 그 글이 출판사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 책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가 탄생했다. 책이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전 세계로 판권이 팔려 22개국에서 그녀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고, 유니버설 픽처스 역시 시놉시스만을 보고 영화화 판권을 계약했다.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에서 수전은 ALS 환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옷을 혼자 입을 수 없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그러니까 어떤 옷에는 어떤 속옷을 입어야 하는 것까지 남편에게 일일이 알려주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혼자 뒤처리를 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런 일상을 기록하는 수전의 글에서 좌절이나 절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녀는 빛나는 유머 감각과 낙천주의로 병에 걸린 삶을 보듬어나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아져버린 삶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역시 그중 하나다. 근육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ALS 환자이지만,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것,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 그것이 수전의 선택이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제대로 걷지 못한다. 휘청거린다. 다리를 들어올릴 수도 없다. 건강한 사람은 근섬유가 망가지면 더 강하게 회복된다. 생물학에서는 운동이 그런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ALS 환자는 근섬유가 망가지면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 영영 끝이다.
나는 그 계단에서 내 근육을 많이 썼다.
“후회해?” 최근에 낸시가 내게 물었다.
“아니.” 내가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나는 렉비치에서의 일을 단 일 초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름다웠기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었기에. _본문 100-101쪽, 「렉비치」 중에서
그렇게 수전은 가장 친한 친구와 오로라를 보러 유콘에 갔고, 신혼 때의 추억을 따라 남편과 부다페스트에 갔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려고 십대인 딸 머리나와 뉴욕에 있는 클라인펠드 웨딩숍에 갔다. 생모를 찾아 캘리포니아에, 생부의 가족을 만나러 키프로스에 갔다. 입양아였던 그녀는 생모와 생부의 가족을 만나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병이 유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내 아이들은 내게서 많은 것을 물려받겠지만, 내 운명을 물려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기대하지 않은 순간, 삶은 더없이 완벽하다!
세런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기쁨 혹은 행운’을 의미하는 이 말을 수전은 자주 사용한다. ALS 진단을 받기 전, 시들어가는 손의 원인을 찾아 헤맬 때 생모가 나타난 것도 세런디피티, 곱은 손이 “아이폰을 놓는 완벽한 거치대가 되어주어 아이폰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세런디피티였다.
누군가는 절대 기쁨이라고,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일들을 기쁨이라고 말하는 사람. 좌절하거나 우울해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상황에서 “삶이란 그렇게 재미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완벽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 ALS 진단을 받은 날 “그래도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 화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이십 년간 세상에 보여준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영구 화장을 하고, 휠체어를 타야 할 만큼 다리 근육이 망가지면 그동안 신지 못한 하이힐을 다시 신을 수 있을 거라 기뻐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기에, 수전이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다. 그녀가 기쁘게 살아낸 이 일 년의 기록은 때로는 독자를 웃음 짓게 하고 때로는 독자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쁘게 살아내겠다는 그녀의 의지,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그녀의 용기가 삶과 죽음에 대한 특별한 깨달음을 줄 것이다.
추천사
죽음이 그녀를 쫓아오고 있는 동안 그녀는 삶을 껴안기로 마음먹었다.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너무나 인간적인 책. _뉴욕 타임스
ALS를 진단받은 후 하루하루 몸이 더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그 병은 수전이 삶을 완벽하게 즐기는 걸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오직 엄지손가락만을 사용해 이 책을 씀으로써 그 사실을 증명해냈다.
_오프라 매거진
수전 스펜서-웬델은 용기와 힘을 내서 이 글을 썼다. 슬프게도 그녀의 삶은 짧은 결말을 맞겠지만, 그녀는 글로써 가족과 친구들에게 살아가는 한 방법을 보여준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복과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_퍼블리셔스 위클리
수전 스펜서-웬델은 “당신에게 살아갈 날이 일 년밖에 남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렸다. 그녀의 경험이 담긴 이 깊이 있고 온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일깨워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_『행복 프로젝트』의 저자 그레첸 로빈
가슴을 아프게 저미는 한편 훈훈히 데워주는 이 작별은 당신을 울게도, 웃게도 만들 것이다. ALS 진단을 받은 후 삶에서 기쁨을 찾기로 한 수전 스펜서-웬델의 결심은 우리에게 감동과 더불어 깨달음을 준다. _『우리는 우리 어머니의 딸이다』의 저자 코키 로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