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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Sauve-m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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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496g | 153*224*21mm
ISBN13 9788984374393
ISBN10 898437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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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에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고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 왔다. 뉴욕에서 성공한다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용기를 냈다.
줄리에트는 뉴욕에 오자마자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연극 수업을 받고, 영어 공부도 했다. 오디션을 하는 곳마다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허름한 극장이나 작은 교회를 빌려 공연하는 실험극이나 아방가르드연극 따위의 단역을 맡아본 게 고작이었다.
순식간에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프랑스를 떠나올 때 가져온 돈이 바닥났다. 그때부터 오디션 대신 생활비를 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했다. 마트 점원, 병원 청소부, 커피숍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해야 겨우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었다.
줄리에트는 이제 더는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에 프랑스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 pp.11-12

“내 말을 새겨듣는 게 좋아. 지금 자네에게는 여자가 절실히 필요해.”
샘은 그가 알아채지 않게 가느다란 한숨을 쉬었다.
“글쎄요, 아직은 그리 절실하지 않아요. 페데리카에 대한 기억이…….”
레오나드가 그가 말을 계속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내가 자네와의 우정을 생각해 말해두지. 앞으로 페데리카는 잊어. 난 결혼을 세 번이나 해봐서 장담할 수 있어. 자네가 누군가를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해.”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레오나드는 창 아래로 넓게 펼쳐져 있는 도시를 가리켰다.
“뉴욕 거리를 오가는 여자들만 해도 수백만 명이야. 그들 가운데 자네가 페데리카만큼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나?”
“물론 그렇긴 하지만 저에게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바로 자네 자신이야. 이봐, 내가 아직 자네처럼 젊고,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매일 저녁 나 같은 늙은이와 노닥거리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겠어.”
--- pp.38-39

지금은 삶을 변화시켜야 할 때! 이젠 달라져야 해!
핫팬츠에 탱크 탑을 입은 톱모델이 흡연의 폐해에 대해 경고하면서 습관을 바꾸라고 부르짖고 있었다.
“너나 열심히 바꿔.”
샘은 광고판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삶을 변화시켜서 어쩌라는 것일까?
샘은 이미 인생의 중대한 굴곡을 경험했고, 변화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다시 담배를 피워 물며 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건강 따위는 아예 관심 없고,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이.
샘은 라이터를 셔츠 주머니에 집어넣다가 문득 종이가 손에 잡히는 바람에 꺼내들고 펼쳐보았다. 안젤라가 그려준 그림이었다. 그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종이 뒷면에 이상한 기호들이 그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원, 삼각형, 별 모양이 신비로운 형태로 서로 뒤섞여 있었다.
이 기호들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그의 차 바로 앞에서 유유히 길을 건너는 젊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브레이크를 밟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며 힘껏 소리쳤다.
“조심해!
--- pp.56-57

줄리에트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쓸려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난 이미 돌이키기 힘든 거짓말을 했어.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는 절대로 좋게 끝날 수 없어. 서로에게 남는 건 결국 상처밖에 없을 거야. 지금 여기서 깨끗이 단념하고 헤어지는 게 좋아.
줄리에트는 눈을 들어 천장을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겨우 헛된 망상을 버리고 프랑스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바로 이 순간에 예기치 않은 만남이 머릿속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 남자 따위는 필요 없어!”
줄리에트는 그 사실을 자신에게 납득시키기라도 하듯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
“아니, 그건 당신이 잘못 생각한 거야. 기회가 왔을 때 잡아. 앞날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바로 옆 화장실에서 들려온 어떤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낯모르는 여자는 마치 친한 친구에게 하듯 줄리에트에게 그렇게 충고했다.
줄리에트는 너무 놀라고 창피해 서둘러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 pp.73-74

줄리에트는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달리고, 웃고, 노래를 불렀다. 줄리에트는 마치 열일곱 살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생기가 넘쳐흘렀고, 미소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줄리에트는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샘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좀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람, 비로소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줄리에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불확실하고 두렵기만 한 미래를 깨끗이 잊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녀의 자신감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에 따라 한순간에 살아났다가 금세 무너지기도 했다. 좌절과 아픔을 거듭해온 그녀의 지난날은 사랑의 마법이 작동하면서 화려하게 채색되고 있었다.
샘은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줄리에트의 일거수일투족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녀는 천부적으로 왕성한 활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에게 행복이란 너무나 허약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잔과도 같았다. 그런 까닭에 행복한 순간이 찾아와도 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샘은 행복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고,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처럼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언제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며 살아왔기에 보호막을 걷고 행복감에 온전히 젖어 들기 어려웠다. 그의 비망록에 행복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샘은 사랑하는 여자가 옆에 있어주면 이렇듯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 pp.99-100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요. 당신이 지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잘 알아요. 당신에게 전해줄 두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소식이죠.”
“나는 지금 당신과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기분이 아닙니다.”
그레이스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좋은 소식은 당신의 여자 친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겁니다.”
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깜빡였다.
“정말입니까?”
“당신의 여자 친구 줄리에트 보몽은 714항공기를 타지 않았고, 현재 생존해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줄리에트는 분명 비행기에 탑승했어요.”
그레이스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신문기사를 꺼내 샘에게 보여주었다. 샘이 재빨리 신문기사를 낚아챘다.
714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구금되어 있는 프랑스 여자.
신문기사 제목도 충격적이었지만 그가 지금 보고 있는 신문의 발행 날짜가 내일로 되어있다는 게 더욱 신기했다.
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 신문기사는 어디서 구했죠?”
그레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샘은 허둥지둥 기사를 읽어내려 갔다.
샘이 불타는 눈빛으로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게 장난이라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어요.”
“장난이 아닙니다. 줄리에트는 분명 살아 있어요.”
“이 신문의 발행 날짜가 내일로 되어 있는 건 왜 그렇죠?
--- pp.150-151

12월 첫째 주 화요일에는 조디와 함께 어김없이 이 광장을 찾았었다.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등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매년 그해를 빛낸 최고의 스타가 나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면 2만 개가 넘는 전구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며 마치 동화 나라 같은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조디가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그레이스 또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뉴욕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이벤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외투 주머니를 뒤졌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갑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뉴욕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지갑에 들어있는 딸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은 흔히 사진 속에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담아두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사진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람들은 영원을 기대하며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찰칵 소리와 함께 그 순간은 영영 사라진다.
그레이스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레이스는 감상에 젖어 있을 권리가 없었다. 그녀는 임무를 부여받고 뉴욕에 왔다. 그들은 생전에 강하고 성실하고 정직했던 그녀를 기꺼이 선택했다. 경찰에 몸담고 있는 동안 주어진 임무를 차질 없이 해냈다는 점이 그녀를 선택하게 만든 동기로 작용했다.
--- pp.20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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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펴는 순간 숨 돌릴 틈 없이 사로잡히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긴 여운과 감동이 후폭풍처럼 밀려든다!
- [르 파리지앵]
이 소설은 대단히 위험하다.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결코 손에서 뗄 수 없다.
- [R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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