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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큰글씨책)

그림이 기도가 될 때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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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10*297mm
ISBN13 9791190052894
ISBN10 11900528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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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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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허용하는 사랑!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 자신을 떠나가는 것마저 허용하는 사랑! 이 비정한 아들은 모든 것을 탕진하고 나서야 마침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죄가 죄로 드러날 때 비로소 보이는 사랑이 있습니다. 하느님 자비의 바다에는 죄도 차지할 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 어떤 죄인이나 극악무도한 이도 여기서 배제되지 않습니다. 세상 어떤 극악무도함도 이 자비의 바다에 빠지기만 하면 바닷속 한 방울 물보다 작게 됩니다.
--- p.19

유다는 배신의 키스를 하면서도 뚫어져라 예수님의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라고 따지는 듯한 얼굴입니다. 돈으로 팔아먹는 상황이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유다의 눈이 아니라 먼 곳을 바라보십니다. 그의 항변에 대답할 수도 없지만, 그의 길을 막을 수도 없는 아픔과 그를 향한 끝없는 사랑 그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눈빛입니다. 어쩌면 유다는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요. 우리가 목숨이라도 내놓을 테니 무엇인가 확실하게 해보자고요.” 이렇게 외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p.24

이 아이는 까르르 웃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습니다. 이 맑음! 아침을 고요히 물들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맑을 때만이겠지요? 이 아이의 삶 역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만, 눈빛의 단단함이 그 역경들을 헤치고 그 맑음을 더 큰 성숙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믿게 해줍니다. ……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이보다 더 귀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 날, 맑음의 고귀함도 더 크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맑음은 나보다 남을 더 담을 수 있는 영혼의 그릇이니까요.
--- p.108

그는 사실 성서를 꿰뚫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귀를 자른 정신병자라는 사실만으로 그를 평가한다면, 그를 잘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흐만큼 삶을 사랑하고, 참된 것을 추구하며, 사람과 친교를 갈망한 사람도 드뭅니다. 그의 그림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투박한 모습과 생명력을 묘사하는 것이 많고 자연을 그리더라도 이 해바라기처럼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그 존재가 품고 있는 진짜 생명을 찾아내고 묘사할 줄 알았습니다.
--- p.176

제가 보기에 이 낡은 구두는 고흐에게 하느님, 예수님 자신입니다. 인간이 신고 신어 낡아진 구두,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고 헌신한 후 생명마저 내어놓고, 그 몸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신 하느님의 모습을, 또 인간에게 신겨 그것도 처절한 삶을 산 이의 발에 신겨 함께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구두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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