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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우연한 시선
중고도서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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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09쪽 | 497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1991534
ISBN10 897199153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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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gri37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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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여신상들이 걸친 튜닉과 비슷한 형태인 마리아의 누더기는 오히려 그녀의 상대적 누추를 조롱하듯 강조하지요. 마리아의 빈약한 몸을 덮은 천조각은 <사모트라케의 니케>처럼 한창 물오른 여체를 감출 듯 드러내는 대신 한 많은 여인의 파산한 정신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누더기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려 주지 못하지요.
그녀는 두 손을 모아 밀고 있습니다. 마지막 혼신을 힘을 다해 비는 당신의 어린양을 하늘은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회하는 손은 아름답지요. 간절히 마주 닿은 두 손만 왜곡되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빚어진 건 하나의 계시입니다. 육체는 비록 망가졌으나 영혼은 온전할 수 있고, 아무런 흠 없는 완전무결한 육신보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인간을 하느님은 더 사랑하신다고 말하려는 듯이..... 여성성이 거세된 대신, 날개를 잃은 대신 그녀는 불멸을 얻었지요. 종교적 주제를 넘어 간곡한 휴머니즘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입니다.
--- pp.32~34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의 귀 밑에, 목덜미에 반짝이는 하얀 점들을 보세요. 우리 눈에 다가와 부서지는 빛. 사랑의 빛이지요. 살아 있는 것의 눈부심, 설렘이여. 그림을 보는 지금 나를 숨막하게 하는 건 바로 그 시선입니다. 누군가, 언젠가 그녀를 쳐다보았겠지. 그토록 뜨겁게..... 그런 애틋한 시선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과 허망함이 내 안에서 교차됩니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순간이지요.

이 그림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도 죽고 그도 죽고...... 오로지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시선만이 남아 있습니다.
--- pp.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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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최영미가 『시대의 우울』에 이어 두번째 펴낸 서양미술사 이야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시인다운 감수성과 미술사학도다운 관찰력으로 읽어 낸 일종의 '명작을 보는 눈'이다. 나는 최영미의 눈을 통하여 몇 번이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디테일을 알아차리며 역시 후배는 결국 선배를 딛고 가든 비껴 가든 앞질러 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유홍준(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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