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중고도서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글 /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05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14,800
중고판매가
10,000 (32% 할인)
상태?
최상 새 상품같이 깨끗한 상품
YES포인트
구매 시 참고사항
  • 중고샵 판매자가 직접 등록/판매하는 상품으로 판매자가 해당 상품과 내용에 모든 책임을 집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92g | 135*197*18mm
ISBN13 9788901251196
ISBN10 8901251191

중고도서 소개

최상 새 상품같이 깨끗한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하지만 무용실에선 괜찮았다. 레오타드가 낡았어도, 유명한 선생님께 개인 레슨을 받지 못해도, 음악이 흐르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두가 평등했으니까. 무대 위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나 선생님의 편애가 없으니까. 사지 못한 캔버스백과 강매당한 책을 잊을 수 있으니까. 엄마 말대로 그 순간엔 오직 내가 가진 실력 하나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때였다.
--- p.27, 「이거 꼭 사야 하나요?」 중에서

코르 드 발레로 은퇴했기에 나는 조금 더 성숙한 관찰자가 되었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뒷맛이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좀 더 낮은 곳, 좀 더 가려진 곳, 좀 더 침묵하는 곳에 절로 눈길이 갔다. 어떤 분야를 보더라도 가장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코르 드 발레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들은 관객들이 프리마 발레리나만 바라보더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성실함과 겸손함을 갖췄다. 또한 수년간 반복하며 몸으로 익힌 노련함을 지녔다. 우리 대부분은 코르 드 발레이고,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 p.74, 「코르 드 발레의 은퇴」 중에서

레베랑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성공과 완성을 찬미하기보다는 노력과 겸손함을 되새기는 일상의 의식이다. 누군가에겐 모닝커피가, 가벼운 산책이, 따뜻한 샤워가 그러하듯, 발레 무용수에게 레베랑스는 어제는 잘 풀리지 않았어도 오늘 다시 노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해 준다. 초심자도, 노련한 무용수도 똑같이 단순한 인사를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너무나도 위계적인 이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적인 순간이라고나 할까.
--- p.82, 「레베랑스」 중에서

발레단이 가장 나태해질 수 있는 작품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나태함이라니 얼마나 발레와 어울리지 않는가. 평소의 공연은 몇 달을 연습하고도 기껏해야 일주일 안팎으로 마무리되니 늘 아쉽다.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연말이면 두어 달을 매일같이 공연하는 데다 테크닉적으로 아주 어렵지 않으니 나태함이 스며들기 쉽다. 그럴 때마다 단장님은 무용수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하시곤 했다. “여러분은 어제도, 그제도, 몇 주 동안 해 온 작품이지만 오늘 올 관객 중에는 발레를 난생처음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니 초심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세요.” 무대에서 복화술로 농담 나누던 무용수들이 화들짝 정신을 가다듬게 되는 한마디다.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 p.94 , 「정상에서 버티는 힘」 중에서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것일까? 자신의 스펙과 깜냥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최선의 시나리오를 짜고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까? 세상의 잣대론 실패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 보는 건 어리석고 순진한 걸까? 언뜻 떠오르는 이가 있다. 20세기 초 발레를 현대화했다고 평가받는 러시아의 안무가 미하일 포킨은 미국으로 망명한 후 안무를 관두고 교육에 몰두했다. 이에 대해 무용 비평가 존 마틴은 “마치 베토벤이 작곡을 하지 않고 피아노 레슨을 하는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포킨의 자서전을 보면 그리 후회하는 것 같진 않다. 인생은 한 번이고, 제 하고 싶은 것 맘껏 해 보면 되는 게 아닐까. 재능의 낭비, 진로 선택의 오류 같은 말들은 효율과 결과를 따지는 타인의 시선일 뿐이다. ‘위인의 성장통’은 사후에나 붙는 수식어니까.
--- p.108, 「잘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나는 발레를 그만두고서도 늘 완벽하려 애쓰는 마음 때문에 제풀에 지칠 때가 많았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해 내고 싶고, 더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를 갈아 넣으며 몰아세웠다. 남편은 제발 ‘시간표 빈칸 채우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일과와 일과 사이에 짬이 나면 그냥 쉬질 못하고 자꾸 할 일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늘어져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죄책감을 느꼈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오기 위해 트롤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롤리는 그 동네에서 가난한 이들이 주로 타는 교통수단이라 정류장도 늘 어수선했다. 잔뜩 쌓인 과제며, 할 일이며, 온갖 걱정을 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차림새가 영 허름한 흑인 남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What a beautiful day, what a beautiful lady, why don’t you smile?” 갑자기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날씨도 좋은데 왜 인상 찌푸리며 하루를 보내지? 왜 내가 가진 즐거움과 행복을 들여다보지 않고 걱정과 불만으로 마음을 채우고 있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나를 격려해 줄 수 있을까? 그제야 한껏 굳어 있던 입매를 풀고 엷게 웃어 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의 늪에 빠질 때마다 저 말이 생각나곤 했다. 난 지금 타인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작은 성취에도 무한한 격려를 보낼 줄 알고, 실수나 실패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인가.
--- p.129,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중에서

포인트 슈즈 만삭 사진은 널리 회자되고 출산 후 복귀하는 건 찬양받지만 연습실까지 아이를 데려오는 건 환영받지 못한다. 출산율은 높여야 하지만, 맘충과 노키즈존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회에서 친정어머니 없이는 엄마 발레리나가 되기 힘들다.
--- p.142, 「애는 누가 봐 주나」 중에서

품질 유지의 비결은 꾸준한 루틴의 힘, 그리고 루틴으로 다져진 마음의 힘일 테다. 프로는 평상심을 터득한 자다. 기분에 흔들리지 않고, 작은 성공에 들뜨거나 실패에 섣불리 좌절하지 않는다. 훈련 중인 김연아에게 기자가 질문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시나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하면서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는 건 아마추어다. 프로는 그냥 한다.

‘이 공연을 하다가 죽어도 좋아.’는 아마추어다.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다. 무대에서 크게 실수하여 울면서 집에 걸어갔더라도, 다음 날엔 여느 날과 같은 모습으로 연습실에 들어온다. 계속하여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p.156, 「프로가 된다는 것」 중에서

몸의 자연스러운 굴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레오타드라면 왜 남성에 대해서만 유독 못 견뎌 하고 우스워하는 것일까. 레오타드는 똑같은 소재로 몸을 고루 감싼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와 굴곡에 대해 어디는 괜찮고 어디는 볼썽사납다고 구분 지으며 백안시하는 건 인간의 눈일 뿐이다. 야하다고, 품위 없다고, 남성답지 못하다고 손가락질 하고 비웃는 이들이야말로 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몸을 몸으로 바라보는 대신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물질하는 해녀의 잠수복을 비웃지 않듯, 소방관의 두꺼운 방화복을 우스워하지 않듯, 발레리노의 레오타드가 개그의 소재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 레오타드는 레오타르 씨가 공중에서 정밀하고도 안전하게 날 수 있도록 해 준 작업복이자,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 주니까.
--- p.178 , 「레오타르 씨는 왜!」 중에서

포인트 슈즈를 신는 건 부드러웠던 발이 고목나무 뿌리처럼 거칠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체중이 실려 발톱이 까매지고 발가락 마디마디 물집 잡히고 까지는 건 예사다. 아무리 테이프로 발가락을 감싸고 쿠션을 대어도 작품 두세 번 연습하면 피가 났다. 게다가 난 뒤꿈치가 튀어나온 편이라 포인트 슈즈의 뒤축에 쓸려서 늘 붓고 피가 나곤 했다. 포인트 슈즈 뒤축을 자르고 고무줄로 잇거나 솜을 대거나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소용없었다. 굳은살이 충분히 쌓이고 나서야 웬만한 연습엔 끄떡없는 발로 거듭났다. 뜨거운 모래에 손을 박으며 단련하는 쿵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발이 되면 비로소 포인트 슈즈를 신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달까.
--- p.192 , 「발끝으로 서는 로망」 중에서

혁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이다. 최근 영국 포인트 슈즈 메이커인 프리드(Freed of London)는 유색 인 무용수를 위한 포인트 슈즈를 출시했다. ‘발레 브론즈’, ‘발레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라인은 기존 연핑크 포인트 슈즈보다 색이 진하다. 아시아인 및 흑인 무용수를 위한 포인트 슈즈다. 잠깐, 그러면 지금까진 어떻게 춤춘 거지? 이들은 포인트 슈즈를 자신의 피부색에 맞추기 위해 포인트 슈즈에 파운데이션을 발라 왔다. ‘팬케이킹(pancaking)’이라 불리는 이 작업은 번거롭고 화장품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포인트 슈즈를 무르게 한다. 더군다나 백인 무용수는 하지 않는 공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유색인 무용수는 자신 이 발레에서 주류가 아님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 발레는 백인의 문화라고, 나의 피부색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프리드라는 요정 할머니가 나타나 흑인 발레리나에게 갈 색 포인트 슈즈를 선물해 주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정님, 타이츠는요?” 그렇다. 핑크 타이츠에 갈색 포인트 슈즈를 신을 순 없는 법. 타이츠가 왜 이렇게 문제냐 하면 현대 발레 작품에선 주로 맨다리를 드러내지만 고전 발레 작품에선 핑크 타이츠를 신기 때문이다. 핑크 타이츠가 규범인 한 갈색 포인트 슈즈는 반쪽짜리 혁신일 뿐이다.
--- p.205 , 「나이키 포인트 슈즈와 갈색 파운데이션」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상품정보안내

  •  주문 전 중고상품의 정확한 상태 및 재고 문의는 PC웹의 [판매자에게 문의하기]를 통해 문의해 주세요.
  •  주문완료 후 중고상품의 취소 및 반품은 판매자와 별도 협의 후 진행 가능합니다. 마이페이지 > 주문내역 > 주문상세 > 판매자 정보보기 > 연락처로 문의해 주세요.

부적합 상품 신고하기 신고하기

  •  구매에 부적합한 상품은 신고해주세요.
  •  구매하신 상품의 상태, 배송, 취소 및 반품 문의는 PC웹의 판매자 묻고 답하기를 이용해주세요.
  •  상품정보 부정확(카테고리 오등록/상품오등록/상품정보 오등록/기타 허위등록) 부적합 상품(청소년 유해물품/기타 법규위반 상품)
  •  전자상거래에 어긋나는 판매사례: 직거래 유도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판매자 배송
  •  택배사 : 편의점택배(GS) (상황에 따라 배송 업체는 변경 될 수 있습니다.)
  •  배송비 : 3,300원 (도서산간 : 4,000원 제주지역 : 3,000원 추가 배송비 발생)
배송 안내
  •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는 상품입니다.
  •  판매자 사정에 의하여 출고예상일이 변경되거나 품절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미출간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